요새 왜군대허고는 하늘허고 땅 차이단 말이오. 그때도 져부렀는디 인자야 더 말헐 것 머 있겄소. 허고, 성님언 인자 총각이 아니고 애기덜 아부지란 말이오, 아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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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영근은 얼굴에 맺혀오는 빗방울들을 큰 손바닥으로 와락 훔쳐내며 ‘아부지‘에다가 힘을 넣었다. 괜히 자식들 나 같은 신세 만들지 마시오, 하는 말이 곧 터지려고 했지만 꾹 눌러 참았던 것이다.  - P19

그 말이 너무 야박스러운 것 같았고, 더욱이 뒤따라오는 어머니가 들으면 망자인 아버지를 원망하는 것이 되어 어머니 가슴에 새못을 치는 일이었던 것이다. - P19

그는 방영근의 괴로운 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아버지가 그때 나서지만 않았더라면 갚을 길 없는 빚을 지지 않았을 것이고, 그랬으면 왜놈돈의 올가미에 걸려 부모형제와 생이별해야 하는 길도 떠나게 되지 않았을 것이다.  - P19

결국 아버지를 왜놈들한테 잃고, 자신마저 왜놈들 손아귀에 틀어잡히게 된 그의 심정이 어떠할것인지는 더 말할 것조차 없었던 것이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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