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움이라는것이 그렇게도 견디기 어렵게 심한 것도, 가려움을 참아낸다는 것이 그렇게도 괴로운 고통이라는 것도 조원제는 처음 겪는 경험이었다. ‘사람 환장한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던 것이다.  - P396

한마디로 가려움을 참는 고통은 통증을 참는 고통과 하나도 다를 것이 없었다. 가려운 데를 마음 놓고 박박 긁어댈 수 있다는 그 하찮은 행위가 회복기의 환자들에게는 가장 절실한 소원이 되어 있었다. 멀쩡한 정신으로도 그런 정도이니 잠결에 환자들의 손이 어떻게 될 것인지는 더 말할 것이 없었다.  - P396

의무과장이 밤샘을 해가며상처를 긁어대는 손들을 사정없이 때리며 떼어내고 있는 것은 너무나 현명한 치료법이었다. - P396

그건 ‘맹물‘이었다. 
그는 진지하되 답답한 사회주의자는 될 수 있어도, 활달하면서도 멋있는 사회주의자는 되기 틀렸다고 생각했다. 조원제는 의무과장의 모습에다 ‘대꼬챙이‘라는 별명을 가진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았다. 문화부 중대장으로서 원리원칙을 어기지 않으려고하는 자신을 대원들이 마치 의무과장처럼 생각하고 ‘대꼬챙이‘란별명을 붙인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생겼던 것이다.  - P397

 자신은 활달하면서도 멋있고, 지혜로우면서도 따뜻한 사회주의자가 되고자 했던 것이다. 그것은 세 사람이 종합되어 이루어진 욕구였다. 서중학교 교장이었던 출판과장,
연대장 이태식, 총사 부사령관 염상진이었다.  - P397

노만석이 말의 순서대로 먼저 내놓은 것은 무명 한 필이었고, 다음에 내놓은 것은 소다리 한 짝이었다. 그가 저지른 두 번째의 뜻밖의 일에 조원제는 한동안 눈만 크게 뜨고 있었다.
"요 많은 물건이 워찌된 것이다요?"
조원제는 고맙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한 엇갈리는 마음으로 물었다. - P399

 그러나 공적으로는 한 대원의 위문품으로 너무나 지나친 양이었다. 아무리 특무대를 거쳤다 하더라도 한 대원에게 그 많은 양이 배당되어 버리면 다른 여러 대원들에게 배당될 양이 줄어드는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그것을 지적하자니 개인적 정리가상하게 될 것이고, 그냥 지나치자니 원칙 위배에 대한 동조였던 것이다. 조원제는 짧은 시간 동안에 심한 갈등을 느꼈다.  - P399

근디 말이여, 원칙은 지키라고 정헌 것잉께 꼭 지켜야 허는 것이야 당연지산디, 고것도 사람이 서로가 위혐스로 탈 없이 똑바라지게 살아보자고 맹글어낸 것이 분명헐시,
고것얼 지켜도 사람얼 우선으로 생각혀서 받들고 위허는 쪽으로늘품있이 지키고, 낙낙하게 지키고, 푼더분하게 지키고 혀얄 것 아니드라고?  - P400

조 동무가 허는 대로 허자먼 빡빡허고 답답하고 깝깝혀서 사람이 원칙얼 지킬라고 사는 것이다냐, 사람보담도 원칙이 더중하고 웃질이다냐, 어질어질혀질 판이여.  - P401

원칙얼 위반혔다고 믿고 있는디, 미안허제만 요것덜언 원칙 하나또위반허덜 않고 갖고 왔다는 것을 알아두드라고잉, 무신 말인고 허니, 우리 중대원이 괴기국 한 끄니 안 묵기로 만장일치 동헌것이 요소다리짝이고, 나가 개인돈얼 내서 보충해 놓게 허고 변통헌 것이요 무명필이다 그것이여. 요래도 원칙 위반인게라, 지도원 동지이?" - P401

"글고 말이여, 환자트에워디조 동무 혼자만 있간디? 이참 저참혀서 다른 환자들도 보신 잠 더 허고 그러는 것이 긍께로 원칙얼 지키기넌 지키는디 유도리가 있게, 아니시, 아니시, 안직도 요놈에 씻바닥꺼지넌 사상무장이 덜 되야갖고 왜놈말이 불쑥불쑥 튀나오고 그렁마 왜놈말 일단 취소허고, 긍께로 맘 쪼깐 넉넉허니 묵고 - P401

조원제는 노만석이 돌아가고 나서도 그의 말을 곱씹어 생각했다. 생각할수록 그의 말이 옳고, 그는 훌륭한 조직운영자이면서 원칙실행자였던 것이다. 그보다 학력이 조금 높고, 당사나 좀더 많이외우고, 논리적인 단어나 얼마만큼 많이 늘어놓을 줄 아는 자신에게 조원제는 심한 부끄러움과 자괴감을 느끼고 있었다. - P402

오랜 교단생활의 경험으로 출판과장은 어려운 이론을 아주 쉽게 풀어서 강연하는 솜씨로 지구의 모든 대원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특히 배움이 없는 기본출들에게 그 인기는 절대적이었다. 그 인기는 인기로 끝나지 않고 기본출들 거의는 출판과장을 존경하기까지 했다.  - P402

그가 주로 하는 강연은 ‘사회발전사‘였다. 인간의 원시생활과 노동의 시작, 노동의 신성과 평등, 농경생활과 집단사회, 공동경제사회와 정치권력구조, 봉건사회와 경제착취, 착취의 부당성과노동신성권의 회복, 혁명의 필요성과 인민이 주도하는 혁명, 이런 단계 - P402

"출판과장 동지 강연일 듣고 난께 이 시상이 대낮맹키로 훤하게보이네."
"긍께로 말이지. 눈이 번하게 열링마."
"듣고 봉께 우리가 시상 속고 속고 또 속아서 헛지랄만 허고산 것이등마."
"참말로 원통하고 절통헐 일이제."
- P403

"어허, 긍께로 혁명으로 나서야제. 그 존 말쌈 듣고도 앞으로 나슬 생각 않고 죽은 자석 붕알만 맨진당가!"
"옳여! 썩은 시상 다 때레뿌식어뿌러야제. 혁명혀야 혀!"
"하면, 우리 권리 찾아나서야제!"
강연을 듣고 난 기본출들은 이렇듯 감동하고, 지각하고, 결의하게 되었다. - P403

환자트에서는 막소주나 소금도 약품이었다. 소주는 수술 마취제와 소독제였고, 소금물도 고름을 닦아내는 소독제였다. 그러나 한두잔 마시게 되는 소주의 취기가 생살을 찢는 수술의 통증을 잊게해줄 리가 없었다. 더러 파편을 빼내는 수술을 할 때마다 목 찢어져나가는 처절한 비명소리가 골짜기를 흔들어대고는 했다.
- P406

환자트에는 특별한 규율은 없었지만 대변 처리만은 엄격하게 지켜야 했다. 똥은 가능하면 밤에 누고, 그것은 반드시 표지 않게땅에 묻어야 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땅에 묻되 표가 나서는 토벌대에게 트 위치를 발각당할 위험이 있었다. 그리고 땅에 묻지 않으면 그 냄새를 맡고 날아온 까마귀가 상공을 맴돌아가며 내려앉기 때문에 토벌대가 트의 위치를 알아채게 되었다.  - P406

까마귀는사람의 시체만 뜯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똥도 즐겨 먹었던 것이다.
까마귀가 떼를 지어 맴돌이 하는 곳에는 시체들이 있고, 한두 마리가 선회하는 곳에는 아직 썩지 않은 똥이 있다는 것쯤은 토벌대들도 다 알고 있었다.  - P406

그 일이 대원들을 위한다는 의미는 접어두더라도, 회복기의 환자들에게는 그 일 자체가 일종의 구원이었다. 그일을 하게 되면 그 괴로운 가려움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담배썰기를 하려면 두 손이 다 필요하기 때문에 우선 두 손을 묶을 수 있었고, 무슨 일이든 하다 보면 자연히 생기게 마련인 성취욕구에 의해 담배를 더 가늘고 고르게 썰려고 정신을 모으게 되어가려움을 잊을 수 있었다. 담배썰기가 소일거리도 된다는 것은 그다음에 오는 덤이었다.  - P407

조원제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담배썰기에두했다. 그는 상처가 큰 만큼 가려움도 심했던 것이다. 그가 몰두를 하는 만큼 썰어낸 실담배의 볼품은 누구 것보다 좋았다. 조 동무는 해방되면 전매청장 할 거냐고 사람들이 놀렸다. - P407

식량확보도 그렇고, 그 많은 비무장대원들의 보호도 그렇고………… 또 사기에도 영향이 미칠 것이다. 자꾸만 물을 잃어가는고기들이 아닌가……… 해방구를 장악했던 투쟁이 1년, 어쩌면 적들의 그 막강한 화력 앞에서 그 세월은 기적처럼 길었는지도 몰랐다.
일 핫복수상자 - P415

그들은 짓밟히는 인간으로 주저앉아 있지않고 스스로 전사가 되어 불의의 역사와 맞서 싸우다가 죽어간 것이다.  - P415

빨치산 자각한 인민들이 전사로 뭉쳐진 덩어리, 강제가 없는 그 자주적 군대는 가장 순수한 혁명의 동력이고, 바로 인민의역사 그 자체인 것이다. 그들의 피는 가장 순결하고 가장 뜨겁다.
- P415

그래서 그들이 죽어가면서 뿌린 피는 고결하고, 그 피는 참다운 인민역사를 키운다. 그리고 그 역사는 기필코 꽃을 피우고, 열매를맺는다. 그 역사의 성취를 위해 몸 내던져 죽어간 인민전사들은 전남도당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조금씩 차이가 있을 뿐 도당마다다 있는 것이다. 그 수를 다 합치면 도대체 얼마나 될까…….… 수만명 - P415

동무덜이야 새 시상 맹글겄다고 총 들고 나슨 전사덜 아니오? 글먼,
우리보담 먼첨 죽어간 동지덜얼 생각혀 봇씨요. 그 동지털이 재수가 없어서 먼첨 죽었겄소? 명이 짧아서 먼첨 죽었겄소? 그것이 아니오. 그동지덜언 우리럴대신혀서 먼첨 죽어간 것이오. 우리헌테날라오는 총알얼그동지덜이 먼첨 맞고 죽었다 그것이오.  - P417

글먼 우리넌 인자 워째야 쓰겄소! 그 동지털 원수를 갚어야 쓸 것 아니겠소? 그 원수들이 또 우리럴죽일라고 뎀비는디 맞대거리로 싸와야쓸 것 아니겠소? 새 시상 맹글기 바랬는 뜻 못 이루고 원통하게 먼첨 죽어간 동지털이 시방 이 골짝, 저 골짝에서 우리를 뻔허니 쳐다보고 있소. 그러고 당도 건재하고, 모든 동지털도 용맹시럽게 싸우고 있소. 동무덜언 워째야 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조원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열성적이고 간절하게 말하고 있었다. - P417

그 다음이 지구 재편성이었다. 그건 다시 말해 비무장대원들을 지리산으로 피신시키는 작전이었다. 각 지구의 해방구가유린되면서 비무장대원들의 보호가 어렵게 되자 취해지는 불가피한 조처였다. 여순항쟁 때 그러했듯 지리산은 또 피신투쟁지로 선택된 것이었다.  - P423

그리고 세 번째가 지난 9월 20일에 이승만이 휴전수락 4대원칙을 내놓았다는 사실이다. 정전반대국민대회를 극성스럽게 열어대던 그 영감이 휴전을 ‘수락‘하기로 마음을 바꾸었다는것 - P423

그러나 휴전수락 4대원칙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 조원제는 하늘을 보고 한참이나 웃어야 했다. 중공군철퇴, 북한군 무장해제, 유엔 감시하 총선거, 휴전조건 동의기간 회담종결기한 설정이 그것이었다.  - P424

이승만의 그 원칙을 뒤짚어놓고보면, 남쪽에는 유엔군 주둔, 남한군무장유지, 유엔 보호하강압선거가 되었다. 휴전협정의 ‘협정‘이란 말뜻을 최소한이나마 안다면 그따위 잠꼬대같은 일방적 주장은 내놓을 수 없는 일이었다.  - P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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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이 남긴 것은 편지뿐이다. 일방형 소통인 편지에서는 인물과 사건에 대한 서술이 오로지 바울 자신의 관점으로만 그려지기 때문에 바울의 말을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 P31

그가 처한 상황, 그가 다루려는 문제, 청중의 상황, 1세기 역사문화 맥락을 다 고려하지 않으면 그가 말하려는 내용이 무엇인지 어림잡을 수 없다. 그러므로 그가말한 특정 내용을 문맥에서 분리해 교리화하거나 윤리지침으로 손쉽게 변환하는 작업에는 늘 위험이 따른다. 성서학이 존재하는 이유이다. - P31

 갈라디아서에서 다루는 핵심 논증은 바울이 여기에서간략히 서술하는 사건에 이미 들어 있다. 즉 이방인의 사도가 예루살렘을 방문했을 때 유대인 정체성의 핵심인 할례를 이방인 신자가 받아야 하는지 논쟁이 불거졌고 바울은받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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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사람의 겉모습에 감동하지 않으시며, 나 또한 그러합니다. 그 지도자들은 내가 줄곧 전한 메시지에 어떤 것도 덧붙이지 못했습니다.  - P612

하나님께서 베드로가 유대인들에게 전한 것과 똑같은 메시지를 내게 맡겨주셔서 이방인들에게 전하게 하셨다는 사실이 조만간 드러났습니다. 교회의 기둥인 야고보와 베드로와 요한은 하나님께서 나를 부르셨음을 알고서, 나와 바나바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하고, 우리에게는 이방인들을 상대로 하는사역을 맡기고, 자신들은 계속해서 유대인들에게 나아가기로 했습니다.  - P612

식사 때마다 이방인들과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그러나 예루살렘에서 보수적인 사람들이 오자, 그는 슬그머니 뒤로 물러나할 수 있는 한 이방인 동료들과 거리를 두었습니다. 그는 할례라는옛 방식을 강요해 온 유대 보수파를 두려워했던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안디옥 교회에 있던 나머지 유대인들도 그런 위선에 동조했고,
바나바까지도 그런 수작에 휩쓸리고 말았습니다. - P612

15-16 우리가 유대인이기는 하지만 "죄인인 이방인"보다 태생적으로우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우리는 율법을 지킴으로써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직접 믿음으로써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가 되는 것임을 잘 알고있습니다.  - P613

어떻게 압니까? 우리가 그것을 시험해 보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율법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누구도 자기 개선을 통해서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해드릴 수 없음을 깨닫고, 예수를 메시아로 믿었습니다.  - P613

자기 힘으로선한 사람이 되려고 애쓰기보다는, 메시아를 믿음으로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 P613

실제로 일어난 일을 말하자면 이렇습니다. 나는 율법을 지키려고 애쓰고 하나님을 기쁘시게 해드리려고 고심했지만, 뜻대로 되지않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율법의 사람이 되기를 포기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사람"이 되기 위해서였습니다.  - P613

그리스도의 삶이 내게 방법을 일러 주었고, 그렇게 살도록 해주었습니다. 나는 그리스도와 나를 완전히 동일시했습니다. 정말로 나는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습니다. 이제 내 자아는 더 이상 내 중심이 아닙니다. - P613

여러분이 보는 내 삶은 "나의 것이 아니라, 나를 사랑하시고 나를 위해 자기 목숨을 내어주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으로 살아가는 삶입니다. 나는 이 삶을 저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 P614

나는 하나님의 은혜를 거부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나님과의 생생한 관계가 율법을 지킴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그리스도는 헛되어 죽으신 것이 됩니다. - P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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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에게 너는 갈대 지팡이에 불과했다. 그들이 잡으면 부서져 손에 상처를 입혔고, 그들이 기대면 부러져 그들을 나자빠지게했다. 주 하나님의 메시지다.  - P553

내가 전쟁으로 너를 칠 것이다. 사람이든 짐승이든 모두 없애고, 나라를 텅 빈 광야로 만들 것이다. 사람들은 그제야 내가 하나님인 줄 알게 될 것이다. - P553

너와 네 강들을 대적한다. 내가 북쪽으로는 믹돌로부터 남쪽으로는수에네와 에티오피아 국경선에 이르기까지, 이집트 전 지역을 텅 빈황무지로 바꾸어 놓으리라. 사람 하나 보이지 않고, 지나다니는 짐승하나 없을 것이다. 그곳은 사십 년 동안, 텅 빈 사막으로 있을 것이다.
- P554

12 내가 이집트를 황무한 땅 중에서도 가장 황무한 땅으로 만들 것이다. 사십 년 동안 그 도성은 황폐한 곳 중에서도 가장 황폐한 곳으로남을 것이다. 내가 이집트 사람들을 사방으로 흩어버리고, 여기저기 포로로 잡혀가게 할 것이다. - P554

그러나 계속 바닥을 기기만 할 뿐, 날아 비상하지는 못할 것이다. 다시는 강대국이 되지 못하고, 다시는 이스라엘이 의지하고 싶어 할 만한 나라가 되지 못한 채, 이제 이스라엘에게이집트는 과거의 죄를 기억하게 하는 나라로만 존재할 것이다. 그제야 이집트는 내가 주 하나님인 줄 알게 될 것이다." - P554

19-20 그러므로 주 하나님이 말한다. ‘내가 바빌론 왕 느부갓네살에게이집트를 내주려 한다. 그가 이집트의 재물을 노략질하고 그곳을 싹쓸이할 것이다. 그 약탈물로 군대에게 보수를 지급할 것이다. 그는여러 해를 보수도 없이 나를 위해 일해 왔다. 내가 그에게 주는 보수는 이집트다. 주 하나님의 포고다. - P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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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매복이 있을 것 같지 않은 전방에서 분명 냄새가 끼쳐왔ㄷ것이다. 그 냄새는 순간적일 뿐, 다시 맡으려 하면할수록 아무 느새도 나지 않았다. - P346

적은 수가 적지 않은 것 같았다. 적이 이쪽의 수를 알아차리기 전에 작전을 바꿔야 했다. 어물거리며 지체할 여유가 없었다.
"지금부터 산개혀서 왼쪽 산으로 붙는다. 산얼 빨딱 넘어스는 것잉께, 출발!"
- P346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들은 왼쪽 산으로 흩어지며 뛰기시작했다. 적들이 잠시 방향을 못잡는 사이에 산으로 붙고, 그들을 산으로 유인해 비무장대원들이 안전하게 피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 P346

어리둥절하고 있는 외서댁의 오른쪽 목덜미와 어깨가 피범벅인것을 천점바구는 발견했다. 귀에서 핏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 P347

"귓밥이?" 외서댁이 놀라는 것 같더니다음 순간, "잘되야부렀소, 밥도 안 태이게 혀준 귓밥, 달고 댕기 머헐 것이요. 무겁기만허제" 그녀는 아주 태연하게 말하고 있었다. - P348

천점바구는 얼른 외서댁의 팔을 붙들었다. 외서댁이 귀가 다친것을 그리도 까맣게 모르고 있다는 것을 천점바구는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 P348

팔에 총을 맞고 쫓기다가 나무를 붙들려고 하는데팔이 말을 안 들어 총 맞은 것을 아는 사람도 있었고, 엉덩이에 총을 맞은 채 싸우다가 옆사람이 피를 보고 말을 해서야 아는 사람도 있었다. 숨 막히게 돌아가는 전쟁터에서 자기가 다친 것을 모르는 사람들은 흔했다. - P348

다. 러나 그들의 기분은 언제나 읍내로 들어서는 길목에서 구겨지고 말았다. 길목을 지키고 있는 경찰들에게 일일이 도민증을 나보이고 검문을 당해야 했던 것이다. 여자들은 그나마 수월했지만남자들의 조사는 까다로웠다.  - P349

닭이나 돼지처럼 그냥 드러나는 것이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은 짐들은 다 풀어 보여야 했고, 조금이라도 의심을 사는 사람은 경찰서로 끌려갔다. 의심을 사는 경우에는여자라고 예외가 있을 수 없었다. 경찰서로 끌려간 여자들은 남자머리부터 풀어헤쳐져서 속곳 주머니까지 뒤짐을 당했다. 낭자 속에 빨치산의 연락문을 감추고 있나 해서였다. - P349

 경찰에서는 벌교사람들만이아니라 다른 지역의 사람들까지 몰려드는 장날에 빨치산들이 묻어 있거나, 그 끄나풀들의 접선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판단은 옳은 것이기도 했다. 빨치산들은 분명 장날을 이용해 필요한 물건들을 조달하고 있었다. - P349

"항시 그 짐이제라. 연지곤지 폴아갖고 삼베 바까묵는 것이야 항시 그 타령이제라이." - P350

"요것이 전분에 말씀하셨든, 거머시냐, 긍께 그 털로 된 물뿌리가 달린 그 기라죽헌 양담배요."
그 남자가 경찰의 귀가까이대고 낮고 빠르게 말했다.
"어허, 무식하게 털로 된 물뿌리가 뭐요. 필타지, 필타."
경찰이 경멸적으로 말하며 그 봉투를 세워 속을 들여다보았다.
"금메 말이오, 무식해빠진 장돌뱅이 대그빡이라논께 꼬부랑말언 아무리 들어도 몰르겠당께라." - P350

"하이라, 보성 삼베야 조선시대부텀 명났고, 일본놈덜도 알아주든 명품잉께라. 보성 삼베야 허먼 발 골르고, 바닥 톡톡허고, 올찬찬하기로 딴 것덜이 당헐 수가 없제라잉. 원체로 겁나게 좋아분께 우리가 장사해묵기쉴코, 그 덕에 처자석믹에살리는 것 아니겄는게라." - P351

그러나 그들은 장터거리에 낯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고, 경찰들하고도 어물쩍 잘 통하는 장돌뱅이들만이 아니었다. 남판술은 백아산지구의 후방부 특무장이었다. 그가 후방부의 실무책임자인 특무장이란 직책을 맡게 된 것도 장돌뱅이였기 때문이다. 그 직업상각종 물건조달이 용이했고, 행동반경이 넓었던 것이다. 그는 화순장에서 벌교장까지 자연스럽게 넘나들면서 산만 타고 다니는 선요원들이 해낼 수 없는 정보업무도 겸하고 있었다. - P352

남자 고무신을 서너 켤레 샀다가 끌려가는 여자도 있었고,
소금이나 석유를 많이 샀다고 조사를 당하는 경우도 숱했다. 일단빨치산들이 필요로 할 듯한 물건들을 많이 샀다 하면 어디서 나타났는지 형사들이 덜미를 잡아챘다. - P352

남판술이 장터마다 돌며 눈독을 들이는 것은 그런 부피 크고나는 물건들이 아니었다. 그가 구하고자 하는 것은 첫째가 약이고, - P352

둘째가 성냥이고, 셋째가 칼리비료였다. 약은 갈수록 필요한데도갈수록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606호니 페니실린 같은 고급약은 아예 기대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손쉽던 아까징끼며 다이야찡 가루도 구하기가 어려웠다.  - P353

성냥만 해도 그랬다. 어느 물방에나 가면구할 수 있었던 것이 차츰 품귀가 되고 말았다. 그것이 다 칼리비료를 배급중단시킨 것과 마찬가지의 통제라는 것을 그는 환히 알고 있었다. - P353

의무과에서는 아까징끼와 다이야찡 가루만이라도 빨리빨리 구해달라고 매일같이 성화였다. 그 다급하고 애타는 심정을 모르는바 아니었다. 낫질을 잘못해서 어디를 벤 것도 아니고 총을 맞거나폭탄에 맞아 당한 부상에 약이 없으니 의무과에서 타는 속이 어떨지 알 만했던 것이다.  - P353

다리에 박힌 파편을 꺼내는 데 마취약이없어서 소주 한잔 먹여 팔다리를 묶어놓고 생살을 찢어대니 그 악쓰는 소리가 온 골짜기를 울려대 새들이 놀라다 날아가버리더라는 종류의 이야기는 수없이 들을 수 있는 것이었다. 남판술은 자기가 약을 못 구해 살릴 수 있는 대원도 죽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강박감에 눌리며 - P354

"봇씨요, 우리 아덜이 낫으로 다리 많이 비었는디, 아까징끼허고다이야찡 가리 포는 것 없소?"
"이 양반 뱃속 편네. 그런 약품 취급했다가 우리 콩밥 먹는 것모르오? 그런 약품들 금지하는 덕에 우리가 먹고산다는 거나 아시오." - P356

글 쓰는 것이 습관적으로 숙달이 되었든, 머리보다 앞서 손이 먼저 쓰는 경험을 가졌든 간에 그런 것들은 어디까지나 마음이 움직여야 비로소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었다. 마음의 움직임이 없이는글이란 써지지 않는다는 상식적인 사실을 김미선은 매일같이 붓방아를 찧고, 원고지들을 계속 쥐어뜯어대며 새삼스러운 처절함으로느끼고 있었다.
"참회해 가면서 전향적 내용으로 쓰시오!"
- P358

자책은 있어도 참회할 것은 없었다. 후회는 있어도 참회할 것은없었다. 죄책감은 있어도 참회할 것은 없었다. 민족의 올곧은 역사를 위해 혁명은 기필코 성취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는한 스스로의 행위에 대한 자책과 후회와 죄책감만 커갈 뿐 그 어떤 참회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 P359

그러나 행동은 이미 저질러져버린 것이고, 자신의 목숨만이 아니라 두 아이의 목숨에까지 올가미가 씌워져 있었다. 아사지경에 빠진 두 자식을 차마 떼치고 또 떠날 수가 없었던 에미의 괴로운 결정이 당해야 하는 시련은 감당할수 없도록 너무나 컸다. 참회를 해야 하는 전향적 수기는 곧 혁명의 부정이었고, 당에 대한 배반이었고, 스스로에 대한 기만이었다. - P359

그래, 거짓말로 쓰자………… 잘못한 척 시늉을 하자・・・・・・ 신도들의몰살을 앞에 놓고 십자가를 발로 밟은 목사처럼……. 한 번도 아니고 33번을 밟았다는 어느 목사처럼・・・・・ 아니야, 아니야, 그 목사와난 달라, 신이란 어차피 있지도 않은 허황한 거니까 얼마든지 밟아도 그만이지만 내가 하는 행위는 엄존하고 있는 당에 대한 배반이야, 당의 위대한 실체는 곧 동지들의 순결한 투쟁이 아니던가.  - P359

참말로 험허게도 늙었다. 나도 인자 살날이 을매 안 남았는갑다.
불현듯 호산댁의 머리를 스친 생각이었다. 너무 오래되어 금이 가고, 물이 잡힌 거울에 얼비치는 자신의 늙을 대로 늙은 몰골에 썰렁한 찬바람을 느끼고 있었다. 머리카락은 날로 빠지면서 희어지고 있어서 잎 떨구는 가을산처럼 혜성했고, 얼굴에 잡힌 굵고 가는 주름살들도 더는 들어앉을 자리가 없을 지경으로 얽히고설켜얼굴을 쪼골쪼골하게 구겨놓고 있었다. 거기다가 이빨까지 무너지면서 입이 합죽하게 말려드니 얼굴은 더 볼품없이 늙어 보였다. - P366

나가 하는 일 없이 밥만 죽임시로 근천시럽게 살아도 광조가 중학교 들어가기 전에야 죽을 수 없는 일이제잉. 허먼, 고 불쌍한 것이 우리 집안 장잔디, 나가워치케든 오래 살아서나 고것 뒷수발얼 거들어야제. 고것이 즈그 아부지 탁해서 영판 똑똑허덜않는다,
고것 장래가 워찌 될지 생각만 혀도 가슴이 터질 일이여,  - P367

빨갱이자석! 빨갱이 자석! 어린것이 폴세부텀 손꾸락질당하고 눈총질당험스로 사니 을매나 기가 꺾이고 주눅이 들 것이여, 금메, 빨갱이도 그냥 빨갱이가 아니라 군에서 질로 높아뿌렀이니, 숨키기럴 헐것이여, 개리기럴 헐 것이여. 입산혀 갖고는 자리가 더 높아져뿌렀다는 소문인다. 남치기 식구덜 살기가 자꼬 에로와지제 그려도 내놓고 말 못혀서 그렇게,  - P367

순사덜하고 부자털이나 광조 애비럴 원수로 알제, 가난한 농새꾼덜이나 천허게 사는 사람덜이야 모다모다 질로 치지안 혔등감, 나도 그때 서너 달 동안에 떠받들림스로 대접받은 것으로 치자면 장한 자석 둔 엠씨로포한얼 다 푼심이여.  - P368

그때 허는 것봉께로 광조 애비가 허는 일이 열분, 백분옳여. 모냥새도 생각도다 똑같은 사람덜이 사는 것도 다 똑같이 공평하니 사는 시상이옳제, 워째 한 사람 배 터지게 살리자고 백 사람, 천 사람이 배곯아야 허는 시상이 옳을 것이여. 고것이야 아그덜도 다 아는 이치고,
물 흘르디끼 허는 순린디, 워째 그 물줄기럴 꺼꿀로 돌리자고 염병이여, 염병이  - P368

그 억지춘향이 맹글라는 이승만이 사람도 아녀. 고잡녀러 영감탱이가 우리 아덜이 고상고상혀 맹글어 살기 존 시상얼 다 때레뿌식어뿔고 또 문딩이 콧구녕 겉은 시상으로 되돌린것이여. 사람이 무서바 말얼 안 헝께로 그렇제 맘속에 두고 있는군수는 우리 큰아덜 염상진이여! 하면, 염상진이제! - P368

이글거렸다. 인공을 거치고 나서 큰아들의 뜻을 완전히 이해하게되었고, 남편의 묘를 찾아가서도아들이 얼마나 장한 일을 해냈는지 차근차근 다 말했고,  - P368

남편이 아들에게 가졌던 서운한 마음도다 풀어버리라고 권했던 것이다. 큰아들은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선생 노릇을 하지 않아 남편의 가슴에 못을 박긴 했지만, 결국은 남편이 평생 한스러워했던 잘못된 세상을 뒤바꿔 선생 하는 것보다훨씬 장한 일을 해냈던 것이다. - P369

시어머니는 있으나마나, 남편한테 그런 일을 거침없이 시키는 며느리도 가관이었고, 마누라가시키는 대로 착착 따라서 하는 아들 꼬라지는 더 가관이었다. 처가 재산 위에 올라앉은 작은아들놈은 넋도 뼈다귀도 다 빠져버린얼간이였다. 아들이 그 지경으로 변했거나 말거나 호산댁은 자신이 발길을 못하게 된 암담함으로 몸을 가눌 수가 없었다. - P372

밥도 더러 사고, 술도 더러 사고 그러기 바래는디,
생전에 나가 돈이 있어야 고런 체면 채리고 살제. 헌디, 나가 체면 못 채리는 것이야 암시랑토 않는다, 아덜 체면이 항꾼에 깎잉께고것이 아조 속상하고 견디기 몰뚝잖드랑께로."
"금메, 말 듣고 봉께로 고것이 그렇구만이라이. 가만있어봇씨요.
고것얼 그냥 그리 둬서는 안 되겄는디요."
이렇게 되어 전에 없이 두둑한 용돈을 타내게 되었다. - P374

"우리 돈으로 빨갱이 자석덜 갤차갖고 또 빨갱이 맹글라고 요런것산 것이여!"
윤옥자는 부들부들 떨어대며 공책을 박박 찢어댔고, 연필을 뚝뚝 부러뜨렸다. 길 가던 사람들이 눈치 살피며 모여들기 시작했다.
땅바닥에 공책 찢어진 종이쪽지들이 어지럽게 흩어졌다. - P378

호산댁은 그때서야 땅바닥에 퍼질러앉으며 깨진 과자부스러기들과 찢어진 종이쪽들을 마디 굵은 열 개의 손가락으로 갈퀴를 만들어 싸잡아 긁어모으고 있었다. 두 줄기 눈물이 얽히고설킨 주름골들을 타넘으며 흘러내리고 있었다. - P378

그러나 그 기억들은 쉽게 잊혀지지 않았다. 특히 어린아이들의 모습과 여자들의 모습이 자꾸 눈앞에서 어른거렸다.
수없이 죽인 적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는 것과 대조적인 일이었다.
그건 스스로를 속일 수 없는 양심의 가책이었다.  - P381

아무 죄도 없고,
아무 저항도 하지 않는 사람들을 무조건 살해해 버린 죄책감은 그리도 벗어나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그 잔인한 견벽청야라는 것이작전의 하나가 되었으려면 어디까지나 무장한 적을 상대로 했어야한다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공비가 출몰하는 지역이라는 이유만으로 민간인들을 그런 작전의 대상에 포함시킨다는 것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된 일이었다. 그는 자신만이 그런 괴로움을 당하는것이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 P381

그런 전투양상은 휴전협상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 휴전선을 정하는 데 있어서 미국 쪽에서는 ‘휴전협정이 체결되는 그 시점의 전
‘선‘을 내세웠고 북쪽에서는 ‘전선을 무시한 38도선‘을 내세우고 있었던 것이다. 그 조건에 따라 모든 전선에서는 ‘한 치의 땅이라도더 뺏어야 한다‘는 뚜렷한 목표가 정해졌고, 모든 병사들은 그 목표 아래 집결되어 있었다.  - P383

전선을 북쪽으로 밀어올리려는 이쪽의전투력 강화에 적이라고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전선이 북으로 밀릴수록 ‘38선 휴전선‘ 조건이 불리해지므로 적들도 총력전으로맞설 수밖에 없었다.  - P383

양효석은 주먹으로 하늘을 쳐올리며 부하들의 사기를 돋우었다.
연대단위로 고지공격전이 감행되었다. 각 연대는 지정된 고지들을 독립적으로 점령해야 하는 책임 아래 일제히 공격을 개시하고있었다. 고지마다 폭탄들이 작열하는 가운데 수많은 군인들이 공격목표를 향해 봇물 터진 듯이 밀려가기 시작했다.
그 작전은 9월 10일을 기하여 대대적으로 전개된 유엔군 추계대공세였다. - P389

깊은 상처의 치료에 무더위는 치명적인 장애였다. 무더위 자체가 상처를 에워싸고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 위협물이었고, 또 환자의 체온을 전체적으로 상승시켰으며, 파리를 위시해서상처에 해로운 온갖 세균들을 번창시켰다.  - P391

그런 백해무익한 무더위가 가고 선선한 찬바람이 일게 되었던 것이다. 깊은 상처에찬 바람은 무더위와 정반대의 치료효과를 나타냈다. 무더위 속에서 고름이 질질 흐르던 상처가 거슬거슬해지며 아물어들었다. 꼭거짓말 같은 자연치유의 효과였다. - P391

"긁지 말아요, 절대로 긁지 말아요. 지금 고비를 넘겨야 합니다.
긁어서 덧나버리면 그땐 위험해요. 가려운 건 상처가 다 나아가고있다는 증거니까 참기가 어렵더라도 참아야 합니다."
의무과장은 낮에 잠깐씩 눈을 붙이면서 밤에는 잠을 자지 않고환자들을 지켰다.  - P391

지극히 과학적이어야 할 의사가 지극히 비과학적인 행위를 하고 있는 셈이었고, 의무과장의 괴로움도 바로 거기서 비롯되고 있었던 것이다.
"과장 동무는 양의사시다요, 한의사시다요?"
조원제는 이죽거렸다.
"죽도 밥도 아니오." - P393

조원제가 과장에게 붙인 별명은 ‘땡초‘였다. 차마 가짜의사라고노골적으로 말할 수는 없었고, 그건 또 별명으로서 맛도 나지 않았던 것이다. 과장은 그 별명을 아무 싫은 내색이 없이 그저 당연한 듯 받아들였다. 그는 어쩌면 그렇게 불리는 게 오히려 속이 편할는지도 몰랐다.  - P393

 돼지고기나 닭고기 묵으면 상처가 곪아터지는디 개고기럴 묵으먼 암시랑토 않은것도 서양의학이 과학적으로 답허덜 못지 않는게라?"
조원제의 또다른공박에 과장은 그만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그는 환자들이 체험한 그 두 가지 약효에 대해서 대꾸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 P394

어채피 약 구허기넌 틀렸응께 과장 동무도 빨치산의학이나 새로 연구하는 것이 워쩔랑가 몰르겠구만요." - P394

약이 조달되지 않는 환자들의 유일한 상처치료제는 호박속이었고, 상처에 부작용 일으키지 않는 영양식도 개고기였다. 그건 새로운 것이 아니고 구빨치들이 벌써 써온 방법이었고, 그보다 앞서서는 오랜 세월 동안 전해내려오는 민간요법이었다.  - P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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