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매복이 있을 것 같지 않은 전방에서 분명 냄새가 끼쳐왔ㄷ것이다. 그 냄새는 순간적일 뿐, 다시 맡으려 하면할수록 아무 느새도 나지 않았다. - P346

적은 수가 적지 않은 것 같았다. 적이 이쪽의 수를 알아차리기 전에 작전을 바꿔야 했다. 어물거리며 지체할 여유가 없었다.
"지금부터 산개혀서 왼쪽 산으로 붙는다. 산얼 빨딱 넘어스는 것잉께, 출발!"
- P346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들은 왼쪽 산으로 흩어지며 뛰기시작했다. 적들이 잠시 방향을 못잡는 사이에 산으로 붙고, 그들을 산으로 유인해 비무장대원들이 안전하게 피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 P346

어리둥절하고 있는 외서댁의 오른쪽 목덜미와 어깨가 피범벅인것을 천점바구는 발견했다. 귀에서 핏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 P347

"귓밥이?" 외서댁이 놀라는 것 같더니다음 순간, "잘되야부렀소, 밥도 안 태이게 혀준 귓밥, 달고 댕기 머헐 것이요. 무겁기만허제" 그녀는 아주 태연하게 말하고 있었다. - P348

천점바구는 얼른 외서댁의 팔을 붙들었다. 외서댁이 귀가 다친것을 그리도 까맣게 모르고 있다는 것을 천점바구는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 P348

팔에 총을 맞고 쫓기다가 나무를 붙들려고 하는데팔이 말을 안 들어 총 맞은 것을 아는 사람도 있었고, 엉덩이에 총을 맞은 채 싸우다가 옆사람이 피를 보고 말을 해서야 아는 사람도 있었다. 숨 막히게 돌아가는 전쟁터에서 자기가 다친 것을 모르는 사람들은 흔했다. - P348

다. 러나 그들의 기분은 언제나 읍내로 들어서는 길목에서 구겨지고 말았다. 길목을 지키고 있는 경찰들에게 일일이 도민증을 나보이고 검문을 당해야 했던 것이다. 여자들은 그나마 수월했지만남자들의 조사는 까다로웠다.  - P349

닭이나 돼지처럼 그냥 드러나는 것이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은 짐들은 다 풀어 보여야 했고, 조금이라도 의심을 사는 사람은 경찰서로 끌려갔다. 의심을 사는 경우에는여자라고 예외가 있을 수 없었다. 경찰서로 끌려간 여자들은 남자머리부터 풀어헤쳐져서 속곳 주머니까지 뒤짐을 당했다. 낭자 속에 빨치산의 연락문을 감추고 있나 해서였다. - P349

 경찰에서는 벌교사람들만이아니라 다른 지역의 사람들까지 몰려드는 장날에 빨치산들이 묻어 있거나, 그 끄나풀들의 접선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판단은 옳은 것이기도 했다. 빨치산들은 분명 장날을 이용해 필요한 물건들을 조달하고 있었다. - P349

"항시 그 짐이제라. 연지곤지 폴아갖고 삼베 바까묵는 것이야 항시 그 타령이제라이." - P350

"요것이 전분에 말씀하셨든, 거머시냐, 긍께 그 털로 된 물뿌리가 달린 그 기라죽헌 양담배요."
그 남자가 경찰의 귀가까이대고 낮고 빠르게 말했다.
"어허, 무식하게 털로 된 물뿌리가 뭐요. 필타지, 필타."
경찰이 경멸적으로 말하며 그 봉투를 세워 속을 들여다보았다.
"금메 말이오, 무식해빠진 장돌뱅이 대그빡이라논께 꼬부랑말언 아무리 들어도 몰르겠당께라." - P350

"하이라, 보성 삼베야 조선시대부텀 명났고, 일본놈덜도 알아주든 명품잉께라. 보성 삼베야 허먼 발 골르고, 바닥 톡톡허고, 올찬찬하기로 딴 것덜이 당헐 수가 없제라잉. 원체로 겁나게 좋아분께 우리가 장사해묵기쉴코, 그 덕에 처자석믹에살리는 것 아니겄는게라." - P351

그러나 그들은 장터거리에 낯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고, 경찰들하고도 어물쩍 잘 통하는 장돌뱅이들만이 아니었다. 남판술은 백아산지구의 후방부 특무장이었다. 그가 후방부의 실무책임자인 특무장이란 직책을 맡게 된 것도 장돌뱅이였기 때문이다. 그 직업상각종 물건조달이 용이했고, 행동반경이 넓었던 것이다. 그는 화순장에서 벌교장까지 자연스럽게 넘나들면서 산만 타고 다니는 선요원들이 해낼 수 없는 정보업무도 겸하고 있었다. - P352

남자 고무신을 서너 켤레 샀다가 끌려가는 여자도 있었고,
소금이나 석유를 많이 샀다고 조사를 당하는 경우도 숱했다. 일단빨치산들이 필요로 할 듯한 물건들을 많이 샀다 하면 어디서 나타났는지 형사들이 덜미를 잡아챘다. - P352

남판술이 장터마다 돌며 눈독을 들이는 것은 그런 부피 크고나는 물건들이 아니었다. 그가 구하고자 하는 것은 첫째가 약이고, - P352

둘째가 성냥이고, 셋째가 칼리비료였다. 약은 갈수록 필요한데도갈수록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606호니 페니실린 같은 고급약은 아예 기대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손쉽던 아까징끼며 다이야찡 가루도 구하기가 어려웠다.  - P353

성냥만 해도 그랬다. 어느 물방에나 가면구할 수 있었던 것이 차츰 품귀가 되고 말았다. 그것이 다 칼리비료를 배급중단시킨 것과 마찬가지의 통제라는 것을 그는 환히 알고 있었다. - P353

의무과에서는 아까징끼와 다이야찡 가루만이라도 빨리빨리 구해달라고 매일같이 성화였다. 그 다급하고 애타는 심정을 모르는바 아니었다. 낫질을 잘못해서 어디를 벤 것도 아니고 총을 맞거나폭탄에 맞아 당한 부상에 약이 없으니 의무과에서 타는 속이 어떨지 알 만했던 것이다.  - P353

다리에 박힌 파편을 꺼내는 데 마취약이없어서 소주 한잔 먹여 팔다리를 묶어놓고 생살을 찢어대니 그 악쓰는 소리가 온 골짜기를 울려대 새들이 놀라다 날아가버리더라는 종류의 이야기는 수없이 들을 수 있는 것이었다. 남판술은 자기가 약을 못 구해 살릴 수 있는 대원도 죽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강박감에 눌리며 - P354

"봇씨요, 우리 아덜이 낫으로 다리 많이 비었는디, 아까징끼허고다이야찡 가리 포는 것 없소?"
"이 양반 뱃속 편네. 그런 약품 취급했다가 우리 콩밥 먹는 것모르오? 그런 약품들 금지하는 덕에 우리가 먹고산다는 거나 아시오." - P356

글 쓰는 것이 습관적으로 숙달이 되었든, 머리보다 앞서 손이 먼저 쓰는 경험을 가졌든 간에 그런 것들은 어디까지나 마음이 움직여야 비로소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었다. 마음의 움직임이 없이는글이란 써지지 않는다는 상식적인 사실을 김미선은 매일같이 붓방아를 찧고, 원고지들을 계속 쥐어뜯어대며 새삼스러운 처절함으로느끼고 있었다.
"참회해 가면서 전향적 내용으로 쓰시오!"
- P358

자책은 있어도 참회할 것은 없었다. 후회는 있어도 참회할 것은없었다. 죄책감은 있어도 참회할 것은 없었다. 민족의 올곧은 역사를 위해 혁명은 기필코 성취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는한 스스로의 행위에 대한 자책과 후회와 죄책감만 커갈 뿐 그 어떤 참회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 P359

그러나 행동은 이미 저질러져버린 것이고, 자신의 목숨만이 아니라 두 아이의 목숨에까지 올가미가 씌워져 있었다. 아사지경에 빠진 두 자식을 차마 떼치고 또 떠날 수가 없었던 에미의 괴로운 결정이 당해야 하는 시련은 감당할수 없도록 너무나 컸다. 참회를 해야 하는 전향적 수기는 곧 혁명의 부정이었고, 당에 대한 배반이었고, 스스로에 대한 기만이었다. - P359

그래, 거짓말로 쓰자………… 잘못한 척 시늉을 하자・・・・・・ 신도들의몰살을 앞에 놓고 십자가를 발로 밟은 목사처럼……. 한 번도 아니고 33번을 밟았다는 어느 목사처럼・・・・・ 아니야, 아니야, 그 목사와난 달라, 신이란 어차피 있지도 않은 허황한 거니까 얼마든지 밟아도 그만이지만 내가 하는 행위는 엄존하고 있는 당에 대한 배반이야, 당의 위대한 실체는 곧 동지들의 순결한 투쟁이 아니던가.  - P359

참말로 험허게도 늙었다. 나도 인자 살날이 을매 안 남았는갑다.
불현듯 호산댁의 머리를 스친 생각이었다. 너무 오래되어 금이 가고, 물이 잡힌 거울에 얼비치는 자신의 늙을 대로 늙은 몰골에 썰렁한 찬바람을 느끼고 있었다. 머리카락은 날로 빠지면서 희어지고 있어서 잎 떨구는 가을산처럼 혜성했고, 얼굴에 잡힌 굵고 가는 주름살들도 더는 들어앉을 자리가 없을 지경으로 얽히고설켜얼굴을 쪼골쪼골하게 구겨놓고 있었다. 거기다가 이빨까지 무너지면서 입이 합죽하게 말려드니 얼굴은 더 볼품없이 늙어 보였다. - P366

나가 하는 일 없이 밥만 죽임시로 근천시럽게 살아도 광조가 중학교 들어가기 전에야 죽을 수 없는 일이제잉. 허먼, 고 불쌍한 것이 우리 집안 장잔디, 나가워치케든 오래 살아서나 고것 뒷수발얼 거들어야제. 고것이 즈그 아부지 탁해서 영판 똑똑허덜않는다,
고것 장래가 워찌 될지 생각만 혀도 가슴이 터질 일이여,  - P367

빨갱이자석! 빨갱이 자석! 어린것이 폴세부텀 손꾸락질당하고 눈총질당험스로 사니 을매나 기가 꺾이고 주눅이 들 것이여, 금메, 빨갱이도 그냥 빨갱이가 아니라 군에서 질로 높아뿌렀이니, 숨키기럴 헐것이여, 개리기럴 헐 것이여. 입산혀 갖고는 자리가 더 높아져뿌렀다는 소문인다. 남치기 식구덜 살기가 자꼬 에로와지제 그려도 내놓고 말 못혀서 그렇게,  - P367

순사덜하고 부자털이나 광조 애비럴 원수로 알제, 가난한 농새꾼덜이나 천허게 사는 사람덜이야 모다모다 질로 치지안 혔등감, 나도 그때 서너 달 동안에 떠받들림스로 대접받은 것으로 치자면 장한 자석 둔 엠씨로포한얼 다 푼심이여.  - P368

그때 허는 것봉께로 광조 애비가 허는 일이 열분, 백분옳여. 모냥새도 생각도다 똑같은 사람덜이 사는 것도 다 똑같이 공평하니 사는 시상이옳제, 워째 한 사람 배 터지게 살리자고 백 사람, 천 사람이 배곯아야 허는 시상이 옳을 것이여. 고것이야 아그덜도 다 아는 이치고,
물 흘르디끼 허는 순린디, 워째 그 물줄기럴 꺼꿀로 돌리자고 염병이여, 염병이  - P368

그 억지춘향이 맹글라는 이승만이 사람도 아녀. 고잡녀러 영감탱이가 우리 아덜이 고상고상혀 맹글어 살기 존 시상얼 다 때레뿌식어뿔고 또 문딩이 콧구녕 겉은 시상으로 되돌린것이여. 사람이 무서바 말얼 안 헝께로 그렇제 맘속에 두고 있는군수는 우리 큰아덜 염상진이여! 하면, 염상진이제! - P368

이글거렸다. 인공을 거치고 나서 큰아들의 뜻을 완전히 이해하게되었고, 남편의 묘를 찾아가서도아들이 얼마나 장한 일을 해냈는지 차근차근 다 말했고,  - P368

남편이 아들에게 가졌던 서운한 마음도다 풀어버리라고 권했던 것이다. 큰아들은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선생 노릇을 하지 않아 남편의 가슴에 못을 박긴 했지만, 결국은 남편이 평생 한스러워했던 잘못된 세상을 뒤바꿔 선생 하는 것보다훨씬 장한 일을 해냈던 것이다. - P369

시어머니는 있으나마나, 남편한테 그런 일을 거침없이 시키는 며느리도 가관이었고, 마누라가시키는 대로 착착 따라서 하는 아들 꼬라지는 더 가관이었다. 처가 재산 위에 올라앉은 작은아들놈은 넋도 뼈다귀도 다 빠져버린얼간이였다. 아들이 그 지경으로 변했거나 말거나 호산댁은 자신이 발길을 못하게 된 암담함으로 몸을 가눌 수가 없었다. - P372

밥도 더러 사고, 술도 더러 사고 그러기 바래는디,
생전에 나가 돈이 있어야 고런 체면 채리고 살제. 헌디, 나가 체면 못 채리는 것이야 암시랑토 않는다, 아덜 체면이 항꾼에 깎잉께고것이 아조 속상하고 견디기 몰뚝잖드랑께로."
"금메, 말 듣고 봉께로 고것이 그렇구만이라이. 가만있어봇씨요.
고것얼 그냥 그리 둬서는 안 되겄는디요."
이렇게 되어 전에 없이 두둑한 용돈을 타내게 되었다. - P374

"우리 돈으로 빨갱이 자석덜 갤차갖고 또 빨갱이 맹글라고 요런것산 것이여!"
윤옥자는 부들부들 떨어대며 공책을 박박 찢어댔고, 연필을 뚝뚝 부러뜨렸다. 길 가던 사람들이 눈치 살피며 모여들기 시작했다.
땅바닥에 공책 찢어진 종이쪽지들이 어지럽게 흩어졌다. - P378

호산댁은 그때서야 땅바닥에 퍼질러앉으며 깨진 과자부스러기들과 찢어진 종이쪽들을 마디 굵은 열 개의 손가락으로 갈퀴를 만들어 싸잡아 긁어모으고 있었다. 두 줄기 눈물이 얽히고설킨 주름골들을 타넘으며 흘러내리고 있었다. - P378

그러나 그 기억들은 쉽게 잊혀지지 않았다. 특히 어린아이들의 모습과 여자들의 모습이 자꾸 눈앞에서 어른거렸다.
수없이 죽인 적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는 것과 대조적인 일이었다.
그건 스스로를 속일 수 없는 양심의 가책이었다.  - P381

아무 죄도 없고,
아무 저항도 하지 않는 사람들을 무조건 살해해 버린 죄책감은 그리도 벗어나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그 잔인한 견벽청야라는 것이작전의 하나가 되었으려면 어디까지나 무장한 적을 상대로 했어야한다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공비가 출몰하는 지역이라는 이유만으로 민간인들을 그런 작전의 대상에 포함시킨다는 것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된 일이었다. 그는 자신만이 그런 괴로움을 당하는것이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 P381

그런 전투양상은 휴전협상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 휴전선을 정하는 데 있어서 미국 쪽에서는 ‘휴전협정이 체결되는 그 시점의 전
‘선‘을 내세웠고 북쪽에서는 ‘전선을 무시한 38도선‘을 내세우고 있었던 것이다. 그 조건에 따라 모든 전선에서는 ‘한 치의 땅이라도더 뺏어야 한다‘는 뚜렷한 목표가 정해졌고, 모든 병사들은 그 목표 아래 집결되어 있었다.  - P383

전선을 북쪽으로 밀어올리려는 이쪽의전투력 강화에 적이라고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전선이 북으로 밀릴수록 ‘38선 휴전선‘ 조건이 불리해지므로 적들도 총력전으로맞설 수밖에 없었다.  - P383

양효석은 주먹으로 하늘을 쳐올리며 부하들의 사기를 돋우었다.
연대단위로 고지공격전이 감행되었다. 각 연대는 지정된 고지들을 독립적으로 점령해야 하는 책임 아래 일제히 공격을 개시하고있었다. 고지마다 폭탄들이 작열하는 가운데 수많은 군인들이 공격목표를 향해 봇물 터진 듯이 밀려가기 시작했다.
그 작전은 9월 10일을 기하여 대대적으로 전개된 유엔군 추계대공세였다. - P389

깊은 상처의 치료에 무더위는 치명적인 장애였다. 무더위 자체가 상처를 에워싸고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 위협물이었고, 또 환자의 체온을 전체적으로 상승시켰으며, 파리를 위시해서상처에 해로운 온갖 세균들을 번창시켰다.  - P391

그런 백해무익한 무더위가 가고 선선한 찬바람이 일게 되었던 것이다. 깊은 상처에찬 바람은 무더위와 정반대의 치료효과를 나타냈다. 무더위 속에서 고름이 질질 흐르던 상처가 거슬거슬해지며 아물어들었다. 꼭거짓말 같은 자연치유의 효과였다. - P391

"긁지 말아요, 절대로 긁지 말아요. 지금 고비를 넘겨야 합니다.
긁어서 덧나버리면 그땐 위험해요. 가려운 건 상처가 다 나아가고있다는 증거니까 참기가 어렵더라도 참아야 합니다."
의무과장은 낮에 잠깐씩 눈을 붙이면서 밤에는 잠을 자지 않고환자들을 지켰다.  - P391

지극히 과학적이어야 할 의사가 지극히 비과학적인 행위를 하고 있는 셈이었고, 의무과장의 괴로움도 바로 거기서 비롯되고 있었던 것이다.
"과장 동무는 양의사시다요, 한의사시다요?"
조원제는 이죽거렸다.
"죽도 밥도 아니오." - P393

조원제가 과장에게 붙인 별명은 ‘땡초‘였다. 차마 가짜의사라고노골적으로 말할 수는 없었고, 그건 또 별명으로서 맛도 나지 않았던 것이다. 과장은 그 별명을 아무 싫은 내색이 없이 그저 당연한 듯 받아들였다. 그는 어쩌면 그렇게 불리는 게 오히려 속이 편할는지도 몰랐다.  - P393

 돼지고기나 닭고기 묵으면 상처가 곪아터지는디 개고기럴 묵으먼 암시랑토 않은것도 서양의학이 과학적으로 답허덜 못지 않는게라?"
조원제의 또다른공박에 과장은 그만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그는 환자들이 체험한 그 두 가지 약효에 대해서 대꾸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 P394

어채피 약 구허기넌 틀렸응께 과장 동무도 빨치산의학이나 새로 연구하는 것이 워쩔랑가 몰르겠구만요." - P394

약이 조달되지 않는 환자들의 유일한 상처치료제는 호박속이었고, 상처에 부작용 일으키지 않는 영양식도 개고기였다. 그건 새로운 것이 아니고 구빨치들이 벌써 써온 방법이었고, 그보다 앞서서는 오랜 세월 동안 전해내려오는 민간요법이었다.  - P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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