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움이라는것이 그렇게도 견디기 어렵게 심한 것도, 가려움을 참아낸다는 것이 그렇게도 괴로운 고통이라는 것도 조원제는 처음 겪는 경험이었다. ‘사람 환장한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던 것이다.  - P396

한마디로 가려움을 참는 고통은 통증을 참는 고통과 하나도 다를 것이 없었다. 가려운 데를 마음 놓고 박박 긁어댈 수 있다는 그 하찮은 행위가 회복기의 환자들에게는 가장 절실한 소원이 되어 있었다. 멀쩡한 정신으로도 그런 정도이니 잠결에 환자들의 손이 어떻게 될 것인지는 더 말할 것이 없었다.  - P396

의무과장이 밤샘을 해가며상처를 긁어대는 손들을 사정없이 때리며 떼어내고 있는 것은 너무나 현명한 치료법이었다. - P396

그건 ‘맹물‘이었다. 
그는 진지하되 답답한 사회주의자는 될 수 있어도, 활달하면서도 멋있는 사회주의자는 되기 틀렸다고 생각했다. 조원제는 의무과장의 모습에다 ‘대꼬챙이‘라는 별명을 가진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았다. 문화부 중대장으로서 원리원칙을 어기지 않으려고하는 자신을 대원들이 마치 의무과장처럼 생각하고 ‘대꼬챙이‘란별명을 붙인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생겼던 것이다.  - P397

 자신은 활달하면서도 멋있고, 지혜로우면서도 따뜻한 사회주의자가 되고자 했던 것이다. 그것은 세 사람이 종합되어 이루어진 욕구였다. 서중학교 교장이었던 출판과장,
연대장 이태식, 총사 부사령관 염상진이었다.  - P397

노만석이 말의 순서대로 먼저 내놓은 것은 무명 한 필이었고, 다음에 내놓은 것은 소다리 한 짝이었다. 그가 저지른 두 번째의 뜻밖의 일에 조원제는 한동안 눈만 크게 뜨고 있었다.
"요 많은 물건이 워찌된 것이다요?"
조원제는 고맙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한 엇갈리는 마음으로 물었다. - P399

 그러나 공적으로는 한 대원의 위문품으로 너무나 지나친 양이었다. 아무리 특무대를 거쳤다 하더라도 한 대원에게 그 많은 양이 배당되어 버리면 다른 여러 대원들에게 배당될 양이 줄어드는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그것을 지적하자니 개인적 정리가상하게 될 것이고, 그냥 지나치자니 원칙 위배에 대한 동조였던 것이다. 조원제는 짧은 시간 동안에 심한 갈등을 느꼈다.  - P399

근디 말이여, 원칙은 지키라고 정헌 것잉께 꼭 지켜야 허는 것이야 당연지산디, 고것도 사람이 서로가 위혐스로 탈 없이 똑바라지게 살아보자고 맹글어낸 것이 분명헐시,
고것얼 지켜도 사람얼 우선으로 생각혀서 받들고 위허는 쪽으로늘품있이 지키고, 낙낙하게 지키고, 푼더분하게 지키고 혀얄 것 아니드라고?  - P400

조 동무가 허는 대로 허자먼 빡빡허고 답답하고 깝깝혀서 사람이 원칙얼 지킬라고 사는 것이다냐, 사람보담도 원칙이 더중하고 웃질이다냐, 어질어질혀질 판이여.  - P401

원칙얼 위반혔다고 믿고 있는디, 미안허제만 요것덜언 원칙 하나또위반허덜 않고 갖고 왔다는 것을 알아두드라고잉, 무신 말인고 허니, 우리 중대원이 괴기국 한 끄니 안 묵기로 만장일치 동헌것이 요소다리짝이고, 나가 개인돈얼 내서 보충해 놓게 허고 변통헌 것이요 무명필이다 그것이여. 요래도 원칙 위반인게라, 지도원 동지이?" - P401

"글고 말이여, 환자트에워디조 동무 혼자만 있간디? 이참 저참혀서 다른 환자들도 보신 잠 더 허고 그러는 것이 긍께로 원칙얼 지키기넌 지키는디 유도리가 있게, 아니시, 아니시, 안직도 요놈에 씻바닥꺼지넌 사상무장이 덜 되야갖고 왜놈말이 불쑥불쑥 튀나오고 그렁마 왜놈말 일단 취소허고, 긍께로 맘 쪼깐 넉넉허니 묵고 - P401

조원제는 노만석이 돌아가고 나서도 그의 말을 곱씹어 생각했다. 생각할수록 그의 말이 옳고, 그는 훌륭한 조직운영자이면서 원칙실행자였던 것이다. 그보다 학력이 조금 높고, 당사나 좀더 많이외우고, 논리적인 단어나 얼마만큼 많이 늘어놓을 줄 아는 자신에게 조원제는 심한 부끄러움과 자괴감을 느끼고 있었다. - P402

오랜 교단생활의 경험으로 출판과장은 어려운 이론을 아주 쉽게 풀어서 강연하는 솜씨로 지구의 모든 대원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특히 배움이 없는 기본출들에게 그 인기는 절대적이었다. 그 인기는 인기로 끝나지 않고 기본출들 거의는 출판과장을 존경하기까지 했다.  - P402

그가 주로 하는 강연은 ‘사회발전사‘였다. 인간의 원시생활과 노동의 시작, 노동의 신성과 평등, 농경생활과 집단사회, 공동경제사회와 정치권력구조, 봉건사회와 경제착취, 착취의 부당성과노동신성권의 회복, 혁명의 필요성과 인민이 주도하는 혁명, 이런 단계 - P402

"출판과장 동지 강연일 듣고 난께 이 시상이 대낮맹키로 훤하게보이네."
"긍께로 말이지. 눈이 번하게 열링마."
"듣고 봉께 우리가 시상 속고 속고 또 속아서 헛지랄만 허고산 것이등마."
"참말로 원통하고 절통헐 일이제."
- P403

"어허, 긍께로 혁명으로 나서야제. 그 존 말쌈 듣고도 앞으로 나슬 생각 않고 죽은 자석 붕알만 맨진당가!"
"옳여! 썩은 시상 다 때레뿌식어뿌러야제. 혁명혀야 혀!"
"하면, 우리 권리 찾아나서야제!"
강연을 듣고 난 기본출들은 이렇듯 감동하고, 지각하고, 결의하게 되었다. - P403

환자트에서는 막소주나 소금도 약품이었다. 소주는 수술 마취제와 소독제였고, 소금물도 고름을 닦아내는 소독제였다. 그러나 한두잔 마시게 되는 소주의 취기가 생살을 찢는 수술의 통증을 잊게해줄 리가 없었다. 더러 파편을 빼내는 수술을 할 때마다 목 찢어져나가는 처절한 비명소리가 골짜기를 흔들어대고는 했다.
- P406

환자트에는 특별한 규율은 없었지만 대변 처리만은 엄격하게 지켜야 했다. 똥은 가능하면 밤에 누고, 그것은 반드시 표지 않게땅에 묻어야 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땅에 묻되 표가 나서는 토벌대에게 트 위치를 발각당할 위험이 있었다. 그리고 땅에 묻지 않으면 그 냄새를 맡고 날아온 까마귀가 상공을 맴돌아가며 내려앉기 때문에 토벌대가 트의 위치를 알아채게 되었다.  - P406

까마귀는사람의 시체만 뜯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똥도 즐겨 먹었던 것이다.
까마귀가 떼를 지어 맴돌이 하는 곳에는 시체들이 있고, 한두 마리가 선회하는 곳에는 아직 썩지 않은 똥이 있다는 것쯤은 토벌대들도 다 알고 있었다.  - P406

그 일이 대원들을 위한다는 의미는 접어두더라도, 회복기의 환자들에게는 그 일 자체가 일종의 구원이었다. 그일을 하게 되면 그 괴로운 가려움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담배썰기를 하려면 두 손이 다 필요하기 때문에 우선 두 손을 묶을 수 있었고, 무슨 일이든 하다 보면 자연히 생기게 마련인 성취욕구에 의해 담배를 더 가늘고 고르게 썰려고 정신을 모으게 되어가려움을 잊을 수 있었다. 담배썰기가 소일거리도 된다는 것은 그다음에 오는 덤이었다.  - P407

조원제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담배썰기에두했다. 그는 상처가 큰 만큼 가려움도 심했던 것이다. 그가 몰두를 하는 만큼 썰어낸 실담배의 볼품은 누구 것보다 좋았다. 조 동무는 해방되면 전매청장 할 거냐고 사람들이 놀렸다. - P407

식량확보도 그렇고, 그 많은 비무장대원들의 보호도 그렇고………… 또 사기에도 영향이 미칠 것이다. 자꾸만 물을 잃어가는고기들이 아닌가……… 해방구를 장악했던 투쟁이 1년, 어쩌면 적들의 그 막강한 화력 앞에서 그 세월은 기적처럼 길었는지도 몰랐다.
일 핫복수상자 - P415

그들은 짓밟히는 인간으로 주저앉아 있지않고 스스로 전사가 되어 불의의 역사와 맞서 싸우다가 죽어간 것이다.  - P415

빨치산 자각한 인민들이 전사로 뭉쳐진 덩어리, 강제가 없는 그 자주적 군대는 가장 순수한 혁명의 동력이고, 바로 인민의역사 그 자체인 것이다. 그들의 피는 가장 순결하고 가장 뜨겁다.
- P415

그래서 그들이 죽어가면서 뿌린 피는 고결하고, 그 피는 참다운 인민역사를 키운다. 그리고 그 역사는 기필코 꽃을 피우고, 열매를맺는다. 그 역사의 성취를 위해 몸 내던져 죽어간 인민전사들은 전남도당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조금씩 차이가 있을 뿐 도당마다다 있는 것이다. 그 수를 다 합치면 도대체 얼마나 될까…….… 수만명 - P415

동무덜이야 새 시상 맹글겄다고 총 들고 나슨 전사덜 아니오? 글먼,
우리보담 먼첨 죽어간 동지덜얼 생각혀 봇씨요. 그 동지털이 재수가 없어서 먼첨 죽었겄소? 명이 짧아서 먼첨 죽었겄소? 그것이 아니오. 그동지덜언 우리럴대신혀서 먼첨 죽어간 것이오. 우리헌테날라오는 총알얼그동지덜이 먼첨 맞고 죽었다 그것이오.  - P417

글먼 우리넌 인자 워째야 쓰겄소! 그 동지털 원수를 갚어야 쓸 것 아니겠소? 그 원수들이 또 우리럴죽일라고 뎀비는디 맞대거리로 싸와야쓸 것 아니겠소? 새 시상 맹글기 바랬는 뜻 못 이루고 원통하게 먼첨 죽어간 동지털이 시방 이 골짝, 저 골짝에서 우리를 뻔허니 쳐다보고 있소. 그러고 당도 건재하고, 모든 동지털도 용맹시럽게 싸우고 있소. 동무덜언 워째야 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조원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열성적이고 간절하게 말하고 있었다. - P417

그 다음이 지구 재편성이었다. 그건 다시 말해 비무장대원들을 지리산으로 피신시키는 작전이었다. 각 지구의 해방구가유린되면서 비무장대원들의 보호가 어렵게 되자 취해지는 불가피한 조처였다. 여순항쟁 때 그러했듯 지리산은 또 피신투쟁지로 선택된 것이었다.  - P423

그리고 세 번째가 지난 9월 20일에 이승만이 휴전수락 4대원칙을 내놓았다는 사실이다. 정전반대국민대회를 극성스럽게 열어대던 그 영감이 휴전을 ‘수락‘하기로 마음을 바꾸었다는것 - P423

그러나 휴전수락 4대원칙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 조원제는 하늘을 보고 한참이나 웃어야 했다. 중공군철퇴, 북한군 무장해제, 유엔 감시하 총선거, 휴전조건 동의기간 회담종결기한 설정이 그것이었다.  - P424

이승만의 그 원칙을 뒤짚어놓고보면, 남쪽에는 유엔군 주둔, 남한군무장유지, 유엔 보호하강압선거가 되었다. 휴전협정의 ‘협정‘이란 말뜻을 최소한이나마 안다면 그따위 잠꼬대같은 일방적 주장은 내놓을 수 없는 일이었다.  - P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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