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한번 생각해보자. 카라바조가 그린 홀로페르네스는 그의 자화상이라 치고, 젠틸레스키는 누구를 떠올리며 홀로페르네스를그렸을까? 자기를 성폭행한 범인일까? 자기를 집안의 수치로 여긴아버지일까? 무능력한 남편일까? 버젓이 자기가 그린 작품인데 아버지의 작품이라고 명명한 세상의 편견일까? 젠틸레스키의 유디트는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의 칼은 누구를, 무엇을 겨냥하고 있냐고.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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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은 예고없이 어느 날 갑자기 오신 게 아니다. 구약에는 이미 메시아가 오실 것에 대한 명백한 예언들이 곳곳에 담겨 있고, 거기에 기록된 많은 사건과 등장인물, 주변 상황 등과 맞물려 다양한 방식으로 예고되었다. 구약성경 속에서 그모든 것을 아우르고 통합하는 하나의 이야기를 직접 쓰고 이끌어가신 분이 바로 저자이신 하나님이다. 창세기의 창조 이야기로부터 유대인들이 유배 생활에서 귀환하는 마지막 대목에 이르도록, 하나님은 구원 계획이 담긴 이야기를 조금씩 펼쳐보이셨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어떤 식으로든 항상 그리스도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 P13

아합과 그의 후계자들이 왕조를 이어가는 동안, 이세벨의강력한 영향력으로 말미암아 북왕국의 종교 생활은 바알 숭배를 조장하는 지배 왕조와 선조들로부터 내려온 야훼 신앙을 고수하는 사람들이 대결하는 일종의 전시 상태가 계속되었다. 이세벨은 아합과의 관계 속에서 스스로 거의 아낫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것처럼 보인다. 아낫은 바알의 배우자로서호전적이고 변덕스러운 여신이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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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갈의 몸에 붉은 천을 사라의 옷에 녹색 천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이시기 유럽 화단에서 녹색이 악의 상징으로 활용된걸 염두에 두면,
은연중에 화가는 사라의 ‘죄‘를 묻고 있는지 모른다. 하나님의 약속을 불신한 죄,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약자를 도구화한 죄 말이다. 한편 붉은색은 원초적인 욕망을 상징한다. 영어로 색깔을 뜻하는 ‘컬러 color‘라는 말 자체가 빨강을 가리키는 ‘콜로라도 colorado‘에서 유래했다니, 빨강은 인류가 최초로 인식한 색이겠다. 그만큼 강렬해서 권력을 암시하기도 하고 희생을 나타내기도 한다. 화가들이 그리스도의 색으로 사랑한 건 그 때문이다.  - P26

이처럼 복합적인 빨간색을하갈에게 할애한 이유가 무엇일까? 비록 ‘씨받이‘로 이용당했을지라도 그녀의 행위는 하나님의 구속사의 일부임을 드러내기 위한 전략이 아닐까? - P26

처음 그녀는 ‘치맛바람‘의 대명사처럼 보였다. 사고뭉치 아들들을 단속하는 일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들어 ‘우산‘이 되어 주었다. (우산雨傘의 순우리말이 ‘슈룹‘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조선판 스카이캐슬‘이 연상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그녀의 우산은 자기가 낳은아들들에 한정되지 않았다. 후궁의 아들들도 씌워 주고, 천민들도 품어 주었다. 나아가 어머니의 비틀어진 욕망에 편승한 대가로 왕위에앉은, 그래서 자신의 원죄가 드러날까 전전긍긍하는 왕까지도 그녀의 우산 아래 깃들었다. 피비린내 진동하는 구중궁궐에서 벌어지는권력의 암투 속에서 무고한 생명이 짓밟히지 않도록 스스로 우산이된 여자, 임화령은 그렇게 ‘K-페미니즘‘의 판타지를 구현했다. - P51

차마침 사울의 치세에 구멍이 뚫리기 시작했다. 다윗의치솟는 인기에 불안을 느낀 사울은 점점 광기에 사로잡혀 이성을 잃어 갔다. 다윗을 블레셋 사람의 손에 죽일 작정으로 전쟁에 내보내며맏딸 메랍과 혼사를 약속하더니, 정작 때가 되자 메람을 다른 남자에게 줘 버렸다. ‘보란 듯이‘ 다윗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 P53

사랑과 재채기는 숨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미갈의 마음이 들통났다. 다윗은 물론이고 사울도 알아버렸다. 동물의왕국을 방불케하는 수컷들의 힘겨루기 속에서 미갈의 사랑은 과연 어찌 될까? 사울왕은 딸의 사랑을 미끼로 이번에야말로 다윗을 제거해야겠다고 작정한다. 결혼 선물로 블레셋 남자의 포피백 개를 가져오라 명한다(삼상 18:25), 이 잔혹한 요구에 다윗은 ‘보란 듯이‘ 포피 이백 개로응수한다. 미갈의 사랑은 이렇게 오염되었다. 아름답게 맺어져야 할결혼이 권력에 눈이 먼 두 남자의 무자비한 거래로 타락해 버렸다. - P53

미갈은 다윗을 사랑했다. 성서에서 여자가 ‘사랑하다‘라는 동사의주어로 등장하는 경우는 미갈이 유일하다. 이 예외적이며 주체적인사랑의 대가는 혹독했다. 사울은 "자기 딸 미갈마저도 다윗을 사랑하는 것을 보고서 마침내 다윗과 평생 원수가 되었다"(삼상 18:28-29).
그럴수록 다윗은 전쟁의 공을 착착 쌓으며 왕좌에 성큼 다가섰다.
... - P56

에봇은 제사장의 겉옷이다. 속에 이것저것 다 갖춰 입고 맨 마지막에 걸치는 조끼 비슷한 옷이다. 한데 다윗이 그 에봇을 입었다. 속옷을 생략한 채로 에봇만 입었다. 그런 다윗을 미갈은 ‘업신여긴다‘(삼하 6:16). 나아가 ‘건달패‘ 같다고 호통친다(삼하6:20). 전쟁 영웅에서 왕으로 신분상승을 한 것도 모자라, 제사장 흉내까지 내는 게 우습다는거다. 왕자도 생산하지 못한 주제에(!), 목숨을 구걸하기는커녕 다윗의권력욕에 도전장을 내민다. 여성이 한낱 남성의 소유물에 불과하던시절, 야망에 찬 남자를 사랑한 죄로 굴곡진 인생을 살아야 했던 미갈은 끝내 기죽지 않았다. 오욕의 세월을 견디며 권력의 감시자로 남았다. 현실은 아무리 가혹하더라도, 장밋빛 판타지보다 힘이 세다.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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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easy it is for us to honor ourselves over Godthrough religious duties! But our God is not blind; He sees throughour actions to our hearts. He desires our lives, not the empty utteringsof our lips.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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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신교의 배타성과 호전성은 이런 불균형에서 비롯될지도 모른다고 나는 짐작한다. 로고스(이성/논리) 중심의 삶이 파토스(감성/예술로 보완되지 않으면 에토스(영성/윤리)가 길을 잃는다는 게 내 생각이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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