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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노스케 이야기 ㅣ 오늘의 일본문학 7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1월
평점 :
요시다 슈이치의 청춘소설은 도대체 어떤 색깔일까 -
그의 작품을 이번으로 네번째 읽는 거지만, 솔직히 단편소설이었던 <워터>는 이렇다할 감흥이라기 보다는
그 무더운 여름날 수영부 학생들이 이런 저러한 열기에 무언가를 느끼기도 전에 소설이 끝나버리는 아쉬움이 컸고
<사요나라 사요나라>나 <악인> 같은 경우에는 다소 침침하고 무거운 분위기에서 시작했던 소설이라고 기억이 남아서 그런지
평범하고 게으르고 무사태평 낙천가인 요노스케의 대학 1학년 생활 이야기를 어떤식으로 펼칠 지 무지 궁금했다.
내가 읽었던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들이 처음이 시작하면서부터 그 소설에서 가장 큰 중심이 되는 사건을
떡 하니 터뜨려주고 시작하는 식이었어서 그런지, 이 책에서는 시작부터 요노스케의 우유부단한 봄날의 이야기에서
큰 임팩트를 느끼지 못해서 그런지 - 왠지 다 읽어도 어영부영 요노스케의 삶처럼 아무것도 남는 게 없을 듯한 생각이 들었다.
소설 자체는 시골 청년 요노스케의 대학입학과 함께 시작하게 된 도쿄 생활의 1년간의 이야기와 함께
요노스케의 청춘시절, 그의 주변에 있던 인물들의 앞으로 20년 후의 모습들을 다시 재조명하면서 중간 중간에 요노스케가 회상된다.
우선 결론부터 말하자면 very good!
요노스케 - 사실은 딱히 돈이 따로 쓸데가 있는 것도 아니면서 호텔 벨보이를 한다고 밤 낮 바뀌어 가면서 일하고서는
수업도 제대로 못들어가고 시험도, 방학도 어느 하나에도 집중하지 못하는 그가 조금은 한심해 보이기도 했지만
누구라도 그렇게 회상했듯이, 무엇이든 덤벙대고 제대로 해내는 것 하나 없으면서도 '괜찮아 할 수 있을 꺼야'라고 말하는
낙천적인 그에게 점점 더 빠져들 수 밖에 없더라.
친구 가토가 밤늦게 공원에 나간다고 하자, 먹던 수박을 통째로 들고 수저로 파먹으면서 따라오던 요노스케의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그리고는 가토 자신에게는 엄청난 비밀일 수 있는 사실을 커밍아웃하는데도 별다른 관심도 흥미도 보이지 않는 그.
주소록 수첩에도 천성이 게으른 탓에 '구라모치'의 주소를 첫 페이지인 A페이지에 휘갈겨 써 놓았던 요노스케.
지하루와의 데이트 이전에 정말 이건 아니다~ 싶을 정도로 보고있는 사람이 불안해질만, 즐거움에 리드미컬하게 머리를 흔들어대던 요노스케.
땀흘리지 않는 다는 조건으로 스웨터를 빌려주겠다는 이시다에게 땀...? 하면서 섬뜩한 미소를 짓던 요노스케 (ㅋㅋㅋ).
머릿속은 다른 생각으로 가득한 채, 처음 베어물은 다코야키에 문어가 들어있지 않다면서 가토에게 버럭! 하던 요노스케.
크리스마스 날 티비를 보면서 쇼코가 마음에 드는 스타일을 한번 골라보라고 하자, 그 프로그램이 끝날때까지 고심하다가 겨우 결정하던 요노스케.
쇼코와의 첫키스에서 ...아, 쇼코도 정말 보통은 아니다 싶었는데(요노스케 주변인물들 다 포함해도 요노스케만큼 멀쩡한 사람은 없었다;)
키스 하기 전에 "쇼코..."하고 불렀는데 쇼코가 "네?"하면서 대답하니까 부른거 아니랜다. 아 정말, 이 귀여운 커플을 어쩌면 좋지 !!!
포르노 비디오를 빌려준다는 이시다가 취향을 물어보니까, 굳이 말하자면 채찍으로 때리는 것 보다는 모래사장에서 수영복 입고 하롱하롱 뛰어다니는 게 좋다는 요노스케.
괜시리 시비굴고 싸움을 걸어오는 마사키에게 엄청 화가 나는데도 말투로는 자꾸만 존댓말이 나오는 요노스케.
(그러면서 자기는 옛날부터 무슨 까닭인지 피가 머리로 솟구치면 이상하게 말투가 존댓말로 바뀌어버려서 아주 말 할때마다 미치겠다는 ㅋㅋ)
무엇보다도 .... 물론, 그 특유의 빈틈으로 인해 많은 실패를 경험하겠지만 언제라도 여러가지 것들에 대해서 'NO'가 아닌 'YES'라고 말할 것 같은 사람, 요노스케 -
어디에든 있을 법한 평범한 대학생인 그는, 귀찮아하면서도 내색하지 못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 속 깊히 신경을 써주고
엉뚱하리만큼 낙천적이면서 무사태평한 그는, 사람들에게 고급창부라고까지 일컬어지는 너무 예쁘기만한 여자를 사랑하기도 하고
아무것도 모르고 온실속의 화초처럼 - 입에 베어있는 정중한 말투로 요노스케씨를 좋아하게 되는 쇼코와 사귀기도 하고
또 삼바 동아리의 원조 신입생 멤버였던 구라모치네의 고민, 변화, 그리고 작은 지요의 탄생까지 지켜보게 되기도 하고
그와 함께 한국에서 온, 또 청초하게 생긴 흰 피부의 약혼녀까지 있는 김군을 알게 되기도 하고
같은 건물에 살던, 발렌타인데이에 알게 된 청년의 카메라에 영향을 받아 후에 카메라맨이 되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