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해서 오래 기억나는 영문법 (책 + KJ의 동영상 강좌 20강 무료제공)
이갑주 지음, 마이클 스완 외 감수 / 어문학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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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실 개인적인 입장에서 유치하다고 하는 표현은

좀 수준이 낮거나 재미없거나, 여튼 부정적인 의미에서 많이 활용하는 걸 보아오고 그렇게 사용하곤 해서 그런지

책을 다 읽은 지금은 '유치해서' 오래기억나는 영문법이라는 제목자체도 살짝쿵 마음에 안든다.

유치하지 않아! 지은이가 유치하다고 생각해서 하나하나 접목시켜놓은 것들이

내게는 유치하기는 커녕, 너무나도 기발하게 다가와서 뇌리속에 콕콕 - 박혀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전혀 딱딱하지는 않았지만) 공부만을 이야기하는 영문법 해설이 아닌

중간 중간에 지루할 때쯤이면 등장하는 지은이의 영국생활 이야기도 너무 흥미로워서

사실은 영문법 설명하는 그 자체도 재미있었지만, 다음의 영국생활에 대한 사진과 이야기를 보고싶어서

더 책 읽는 데에 속도가 붙은 것도 사실이다 ;)

 

그리고 그 영국생활에 대한 설명은 또 그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페이지 하단에 단어 하나를 함께

설명함으로써, 여행기를 읽는 듯한 느낌과 함께 공부까지 챙겨주시니 그 자상함은 정말, 최고 최고!

영국에서 생활하면서 겪었던 체험과 함께 단어를 하나(혹은 짤막한 문장)를 설명해주는 건, 정말

이야기와 함께 단어나 문장이 기억되니, 1석 2조가 아닐 수 없다.

단어를 암기할 적에 예문을 같이 외우는 공부방법이 좋은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잘 외워지지 않는 단어를 예문과 함께 기억함으로써 외우듯이, 이렇게 지은이의 영국생활의 한 컷을 떠올리며

단어를 곱씹을 수 있다는 건 상당한 매력(그리고 메리트)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많던 영국 이야기중에서도 특히 기억나는 건, 영국의 도서관이나 음반, DVD가게, 스포츠 용품점 등에서

한국 문화를 접하는 건 그다지 어렵지가 않았다는 이야기.

이런 이야기들은 한류열풍을 떠올리면 왠지 모르게 가슴 한쪽이 뜨거워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요즘에 특히나 월드컵 붐으로, 한껏 고조되어있는 애국심을 더 뜨거워지게 만드는 일종인 것 같다.

특히나 영국 축구전문가들에게 극찬을 받고 있는, 우리의 캡틴박, 박지성 선수는

스포츠매장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고 하던데 . . . 이렇게 타국에서 우리나라를 느낄 수 있다는 건

정말 즐거운일이 아닐 수가 없는 듯 +____+ 얼마나 반가울까 흐흐

 

그리고 그와 함께 또, 책에 흡입력을 있게 만들어 주었던 건,

각 장마다 있는 개성있는 장의 이름들과 그와 함께 있는 영문 명언 한 구절들.

예를 들어, 이름을 부르기엔 너무 복잡해 대명사,

샴푸와 린스를 하나로 관계대명사 (ㅋㅋㅋㅋ 정말 지은이 왕 센스쟁이!),

조피디는 일본 앞잡이 부사. ← 요것에 대한 이해를 돕기위한 설명을 겻들이자면

부사의 위치를 외울 적에 쓰는 두문자로 생각하면 되는 것으로, 부사의 위치는

조동사, be동사 뒤, 일반동사 앞. 그러니까 조be뒤, 일앞! 해서 조피디는 일본앞잡이라는 것 후훗

가수 조피디가 들으면 살짝 섭섭할 내용이긴하지만 이렇게해서라도 부사의 위치정도쯤

껌으로 외울 수 있다면, 살짝쿵 섭섭하셔도 하는 수 없지요! 후후후~ 조피디 미안~!

 

어찌됐든, 책 전체적으로 귀여운 고양이들이 출몰해대며 영문법을 설명해주는데,

절대 오래 기억 안날 수가 없는 것 같다.

영어 공부를 이제 막 시작하는 사람들, 아니면 문법때문에 많이 골머리 앓던 사람들께

아주 적극적으로 권해드리고 싶은 책 ^______^ 영문법과 친해질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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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극한기
이지민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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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오랜만에 재미있는 책을 봤다.

대놓고 개그스럽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아니 차라리 좀 절망적이고 고통스러운 청춘에 대한 이야기인것 같지만

그래도 그렇게 고통스럽다고 부정적으로만보기에는 청춘이라고 하는 단어가 주는 그 상큼한 기운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 같다.

 

청춘극한기.

보는내내 피식피식, 실소를 자아내던 작가의 개그코드가 마음에 들던 책.

 

 

주인공 옥택선은 마감기한도 없고 재미도 없는 번역원고를 매일 붙잡고, 그나마 써내려간 시나리오마저도

엑기스는 다른 사람에게 쪽쪽 다 빼앗겨버리고는 하루하루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의 청춘극한기를 보내고 있는 대표 1인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랬던 그녀가 우연히 소개팅자리에서 처음 만난 과학자 남수필로 인해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결국 남수필은 그녀에게 바이러스를 옮기고 죽어버리는 바람에 그의 유언으로 남겨진 문자메시지를 따라

이균이라고 하는 듣도보도 못한 또다른 과학자를 찾아, 그와 함께 모험아닌 모험을 하게 된다.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요 괴상망측한 바이러스의 정체.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심장박동수가 치솟고 자꾸 열이나고 땀이 나고,

자신도 모르게 젖어드는 행복감에 사로잡힌 채 누구에게라도(그게 예전의 첫사랑이든, 지독한 웬수덩어리든,

모 아이돌 여자그룹이든, 자신의 일생 꿈이던 스케이트든, 삶이든) 사랑에 빠져버리고 "제길, 사랑합니다"하고

프로포즈비슷한 고백을 마구 해대게 되는 러브 바이러스 증세를 보이게 된다.

증상이 조금 더 나아가면 과거의 추억의 장소에서 기억속에 묻혀져있던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몽롱한 행복감에 허우적거리게 되는 것.

하지만 그것만이라고 한다면 이게 뭐 바이러스라고 할 만한 것인가 싶기도 하지만 사실

주인공의 소개팅남, 과학자 남수필이 죽기까지 한 걸보면 그렇게 만만하게 볼 건 아닌 것 같으니 문제!

 

아무튼 이런 SF스러운 설정에서 점점 바이러스를 치유하고

또 바이러스로 인해 겪게되는 행복감과, 바이러스가 치유된 이후 원래의 일상에서 다시 겪게되는

고통스러움과 삶의 지루함으로 인한 괴리감이 - 도대체 사람이 어느 장단에 맞추어 춤을 추어야 하는 것인지

바이러스라고 하더라도, 이게 도대체가 증상이 이렇게 행복하니 치유해야 할 것인지부터 의심스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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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사람마다 운명이란 게 있는 거예요. 그 운명이 되어보지 않고서는 말할 수 없어요. 불구경하는 사람은 불 지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없는 거라고요." (p.89)

 

"언니가 그랬죠? 어린애가 웬 걱정이냐고? 암세포도 젊은 암세포가 더 활기차듯, 아픔도 젊은 아픔이 더 센 거라고요. 앞으로 아플 날이 더 창창하니까요."

아플 날이 창창하다…… 내 생애 그렇게 슬픈 말은 처음이었다. (p.106)

 

"사장님! 저 실패자 아니거든요! 전 단지 실패랑…… 조금 친할 뿐이에요! 바이러스에 전염됐어도 바이러스는 아니고요! 바이러스랑 조금 더 친할 뿐이라고요! 세상에는 그런 사람들이 있어요. 병자는 병이랑 좀더 친한 거고, 가난뱅이는 가난이랑 조금 더 친한 거고, 난쟁이는 땅바닥이랑 조금 더 친한 거고, 장님은 깜깜한 우주랑 좀더 친한 거고, 왕따는 고독이랑 좀더 친한 것일 뿐이라고요!" (p.145)

 

"언니가 사랑을 알아요?"

나도 할 말은 있었다.

"그거 나만 모르는 거 아니다." (p.162)

 

"남의 운명이라고 쉽게 말하지 마세요."

그러나 한 마디라도 지면 그가 아니었다.

"그거 유감입니다만, 불행히도 사람이란 남의 운명에만 목소리를 높이는 비겁한 겁쟁이들이니까요."

(p.185)

 

나는 이균의 얼굴을 피하면서 한숨을 내뱉었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없는 이야기가 남의 연애사인 이유는, 그것이 뜨겁고 멋질수록 나를 초라하게 만들기 때문이었다."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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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었던 장면이 곳곳에 많이 있었지만, 나 나름대로의 기발했던 장면을 꼽는다면

역시 옥택선의 완치를 위해 한낱 도구로 희생되던, 불쌍한 마우스들의 한탄이었다.

안그래도 불안과 두려움에 떨고있는 택선의 꿈에 마우스들이 떼거리로 나타나가지고는

그 중에서도 오야붕으로 보이는 야쿠자 마우스가 무릎을 꿇으며 절규하던 말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내가 끝났다고 말하기 전까지 아직 이 여행은 끝나지 않은 것이다!"

 

택선을 살리기 위한 시약으로인해 내일 태양은 커녕 오늘 달빛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죽겠지만

결코 죽기 직전까지 순순히 죽지 않을 것이며, 끝까지 살기위해 발버둥치고 반항할 것이라던

그 오야붕 야쿠자 마우스의 한마디.

물론 완벽한 약을 만들기위한 숱한 실험으로 죽어간 쥐들의 영혼을 기리기 위한

고 남수필씨의 핸드폰에 주렁주렁 달려있던 미키마우스들의 영향도 있겠지만, 정말 택선은

죽을때까지 이러한 쥐들의 희생을 생각해서라도 열심히 살아야 할듯!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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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불류 시불류 - 이외수의 비상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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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내게는 예능프로에 나왔던 것으로 기억에 콕 박혀있어서

철학적인 고민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갈것 같은 예술가라기보다는 그저 우스갯소리잘하고

정치나 요즘 젊은이들에게 싫은소리도 솔직하게 잘하는 작가라는 이미지가 강해서 그런지

책 속에 스스로를 예술하는 사람이라 이야기하며, 많은 고민이 긷들어 있는 듯한 분위기가 사실

처음에는 당황스럽게 다가오기도 했다.

 

이외수.

무한도전에서 박명수가 유재석에게 선물하면서, 이런거 정도는 읽어줘야 한다고 추천하던

그 유명한 <하악하악>도 읽어보지 못한 내가 처음 접한 신간 <아불류 시불류>.

 

사실은 유명한 트위터의 유저로, 몇백명의 팔로워들을 이끌고 다니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는 그의 말들에

집중을 하기 시작했던 이후로 내게는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그의 담담하면서도 콕콕 가슴을 울리는 한 마디 한마디가,

그리고 현실에 안주하고 게으른것을 증오하는 그가, 요즘의 입만 살아서 나불거리기 좋아하는

젊은이들에게 내뱉는 그 말들이 . . . 정말 촌철살인이라는 말이 이처럼 딱 떨어지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내게는 살짝 충격적이기도 했고, 묘하게 와닿기도 하고 끌리기도 했던 것이 이 작가에게 느끼는

내 평상시의 감정이었으리라.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짤막한 한 꼭지 꼭지별로 조금은 숨을 내쉬어가며 천천히 단어 하나하나 음미하고

또 작가가 말하려고 하는바와 내가 생각했던. 그리고 내가 가야할 길에 대해 조금은 더 생각해가며

천천히 읽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을 사랑하고

또 게을러지거나 나태해지지 않고

성공하기를 바란다면 그것을 쫓아가야 할 일이지, 서성거리며 쭈뼛거리고 기다리고 있지 말아야 하고

예술을 모른다고 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지만 알지도 못하면서 비하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과

이 험난한 세상에 사랑 하나도 할 수 없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이며

또 욕심을 버리고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고, 달을 바라보고, 또 비가 오는 날이면 파전에 막걸리를 떠올리며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그리 힘든 일이 아니라는 것.

 

이외수를 처음 봤던 건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제대로 관심을 갖기 시작했던 건 아마도

<인간극장>이라는 프로그램에, 산골마을의 컨테이너박스같은 직각 회색 건물안에서

약간 괴짜같아보였던 작가와는 달리, 우리들의 엄마같고 동네 아줌마같은 친절하고 사근사근하고

또 호탕하게 웃는 모습이 매력적이셨던 사모님과 함께 살아가던 모습이었다.

햇살이 따뜻하게 비추던 오후에 건조하게 말라있는 회색 벽에다가 호스로 물을 뿌려가면서

그림을 그리고 있던 그와 그의 아내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데 . . .

어떻게 그렇게 살아갈 수 있는걸까.

팍팍하고 치열하게 살아가기 위해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내게는

그렇게 욕심을 버리고 자연속에서 가끔 장을 보러 가는 마트에서도 잠시 앉아 쉴 수 있을 곳이 없다는

작가의 투덜거림은 정말, 머언 신선놀음처럼만 느껴지니 . . .

 

천천히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

 

아불류, 시불류

내가 흐르지 않으면, 시간도 흐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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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전용복 - 옻칠로 세계를 감동시킨 예술가의 꿈과 집념의 이야기
전용복 지음 / 시공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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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칠에 대해서는 그다지 아는 바가 없어서인지 처음에 이 책에서 접했을 때에는

살짝 갸우뚱 - 했던 기억이 있다. 도대체 옻칠이 무엇이고 일본이 옻칠에 대해서 어떤 유구한 역사를 지니고 있고

또, 얼만큼의 자존심으로 버티고 있기에 그렇게도 옻칠 옻칠 하는 것인지, 궁금했던 마음이 컸다.

japan이라고 하는 것이, 사실은 옻칠을 의미하는 데에서부터 시작하는 이 책은

전체적으로 옻칠이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그 세계에서 살아남기위해 한국인인 전용복은 얼마나 힘든 시간을 버텨왔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옻이라고 한다면, 내게는 옻닭의 이미지가 떠올라서,

두드러기 반응을 일으키는 일종의 독 - 으로의 기억이 강해서 그런지 왠지 인상부터 찌푸려지는데

사실, 이것은 독이 아니라 각자 사람의 체질에 따른 알러지 현상이라고 보는 게 맞다고 한다.

그리고 옷나무가 자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실제로 뿜어내는 수액인 옻칠 자체는

이렇게 널리 두드러기 반응을 일으키는 독으로 알고있는 사실과는 달리,

의외로 살균력이 강하고 보존력이 있어서, 제대로 옻칠을 바른 방에서 잠을 자고 생활하는 경우에는

머리도 맑아지고, 생활 자체도 가뿐해진다고 하니, 어쩌면 흑토방같은 곳을 찾는 사람들은

옻칠이 정제되어있는 방을 강력 추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옻칠 자체의 신비한 매력에 흠뻑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아마,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런 마음이 들 것이다. 심지어는 그에게서 옻칠을 한번

배워볼 수 있는 영광이라도 얻기를 바라마지않는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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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문득 강렬한 도전의식을 느꼈다.

내가 가진 혼, 나만의 힘을 이곳에서 펼쳐 보인다면

분명히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간의 창작활동으로 내 독특한 작품세계를 꽤 인정받던 때였고,

스스로도 회화적 요소를 비롯한 예술적 감각을 풍부하게 지녔다고 자부하던 터였다.

분명히 그들의 작품에는 내가 비집고 들어갈 만한 틈이 있었다.


우리 조상들의 작품들에는 삶에서 무르익은 혼과 철학이 있다.

민화만 보더라도 삶을 꿰뚫는 통찰력과 풍자정신, 샤머니즘이 녹아 있다.

내가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모티브는 바로 '민족'이었다.

내가 특별한 애국자라서가 아니라

내가 가진 것만 표현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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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 난 지금, 책 제목인 <한국인 전용복>이라는 말 자체가 얼마나 내 가슴을 울리고

자랑스러움에 스스로 뿌듯해지는지를 가늠해본다면, 정말 대단한 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전용복님의 스토리 텔링 자체는 강인하고 마초스러운 면이 없지않아 있었지만(그래서 더욱 내스타일;)

완벽을 향한 열정 그 하나만으로 지금, 세계 최고의 경지에 오를 수 있었던 그 자신감과

무한한 열정만큼은 정말 장인 중의 장인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에는 달인이다, 장인이다 하면서 이렇다할 특징적인 부분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라면

누구에게나 수식어처럼 쓰이곤 하는데, 아마도 옻칠의 장인, 한국인 전용복님을 만나본다면

장인이라는 말. 그리 함부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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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용을 쏴라 - 1925년 경성 그들의 슬픈 저격 사건 꿈꾸는 역사 팩션클럽 1
김상현 지음 / 우원북스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매국노의 대명사, 친일반역자의 최고봉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이완용에 관한 책.

이 책을 보면 이완용에 대해서 좀 자세히 알 수 있을 줄 알았던 기대감이 컸던 게 사실!

매국노 매국노, 부를 줄만 알았지 도대체 무슨 짓을 어떻게 저질러서 이렇게

두고두고 나라를 팔아먹은 아주 몹쓸놈 대표로 불리워지는지 이번 기회에 제대로 알아보고자 했는데

사실, 책에서는 이완용 그 개인사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지 않고 있고

그를 가운데에 두고, 그를 죽이려고 하는 자들과 지키려고하는 자들의 모의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사실 팩션이라고 하는 장르는 거의 처음 접하는 것 같은데(역사fact + 소설fiction)

나름 내 스타일인거지! 읽는내내 왜 이렇게 당시에는 제대로 보지도 않았던 드라마 <경성스캔들>이

자꾸만 생각나는지, 홍홍홍

 


이완용을 암살하기 위해 삼삼오오 모이게 되는 멤버들

강원도에서 온 김근용과 그의 딸 달래를 중심으로, 조수윤을 비롯한 명월관의 류화, 왕서방, 초선 등등

한 가지 목적을 가지고 모이게 된 그들이지만 각자 살아온 것과 생각하는 바가 달라

혼선을 빚게 되는 사건들을 중심으로 소설은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그들을 막기위한. 이완용을 지키기 위한 친일 순사 오태주 경부, 박을문, 스즈키 순사

파괴하려는 자들과 지키려고 하는 자들의 숨막히는 추격전을 그리고 있기는 한데, 뭐 말이 그럴 뿐이지

그다지 숨막힌다거나 그런건 없지만 . . . 그다지 질질 끄는거 없이 이야기가 빠르게 흘러가서 좋다!

 

일본의 문화정치가 시작되고 난 이후로, 이전보다무력적이지는 않지만 멀리 내다보았을때에는

그보다 더 위협적일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사실은 수많은 친일파 중 한사람일뿐인 이완용을 죽인다고 해서 뭔가 조선사회가 크게 달라지는 건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로 인하여 방정환이나 이광수같은 방황하는 지식인은 물론이고

신여성을 자처하는 기생들, 봉건적인 의식에 사로잡혀있는 소시민, 출세욕에 불타는 친일파 형사 등등

모두에게 무언가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바가 컸을 것이리라 생각된다.

그것도 다른 친일파도 아닌, 중추원의 일인자 희대의 매국노 이완용을 죽이는 것이 그 파급효과는

몇배에 달할 수 있겠지. 물론 그마만큼 쉽게 되지는 않겠지만 . . .

 


뭔가 굴곡도 있고, 제대로 된. 내가 기대했던 엔딩은 아니었지만 그나마 실망스럽지 않은 마무리와

또 전체적으로 빠르게 이끌어나가는 이야기 전개가 마음에 들었다.

조금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이 책이 드라마화된다면 아마도 박을문이 꽤나 큰 역할을 담당할 듯 싶은데

그러한 친일순사인 박을문이 좀 더 조국과 친일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 부분이 크게 다뤄졌으면. 했던 것.

사실 중간에 박을문이 명월관에서 우연히 방정환을 만나고 나서부터 살짝쿵 심리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조금씩 보였던 건 사실이었지만, 거의 마지막이 될 때까지 아주 대놓고 오태주한테

뒤통수 맞을때까지가 되었는데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던 게 좀 아쉬웠다.

사실, 다시 예전으로 되돌아갈 방법도 없고 어머니도, 아내도, 모두 잃은 후였어서 사실 그에게

색동회말고는 갈 곳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었어서 어쩔 수 없이 택했다는 게 좀 마음에 안들었어.

뭐, 생각해보면 박을문이 달래한테 첫 만남 이후로부터 줄곧 가졌었던 얄싸한 감정도 그렇고

뭔가 요 작가님은 등장인물들을 감정들을 대놓고 드러내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달래가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신여성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었으면, 하는 대목도 살짝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것도 그다지 크지 않았고, 사회주의자라고 생각하면서도 딸아이에게는 봉건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줄곧 보여주며 스스로 괴리에 빠졌던 김근용의 심리묘사도 그다지 크게 이루어지지 않은 걸 보면.

왠지 작가님의 스타일이 대충 짐작이 가는 것도 같고 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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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래야, 내 말 잘 들어라.

독립운동을 하기로 마음먹은 순간 나는 이미 큰 뜻을 위해 죽기로 결심했다.

우리가 태어나는 곳은 택할 수 없지만 죽는 곳은 택할 수 있지.

태어날 때는 아무 의미도 없지만 죽음에는 의미를 가질 수 있단다.

어차피 독립운동이라는 거, 나를 버리고, 너를 버리고,

강원도에 있는 네 어미를 버리고 하는 일이다.

이 목숨 같은 건 조금도 아깝지 않다. 하지만 내가 동지를 파는 꼴은……

결국 내가 목숨 걸고 하고자 하는 일과 목숨 둘 다 잃는 꼴이 된단다.

적어도 죽는 순간에는 내 뜻을 지키고 싶구나."  (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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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재미있게 보고나면, 항상 생각하는 거긴 하지만 역시 영상화하면 재밌을 것 같아!

좀 더 인물 개성을 한껏 살리고, 박을문과 달래의 감정묘사에 치중하면서 . . . 요 두사람이 주인공이겠구나!

아니면 조수윤을 좀 더 나이어리게 해가지고 세 사람 삼각관계로 해도 괜찮을 것 같다.

아, 아니지. 졸부 백철이 있었네. 근데 백철은 좀 돈만 많고 돼지같고 순사에게 벌벌떠는 이미지가 강해서

주인공들과의 삼각관계에 자리를 내주기에는 좀 떨어지는 것 같고.

아무튼 멋지다, 재밌다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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