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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전용복 - 옻칠로 세계를 감동시킨 예술가의 꿈과 집념의 이야기
전용복 지음 / 시공사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옻칠에 대해서는 그다지 아는 바가 없어서인지 처음에 이 책에서 접했을 때에는
살짝 갸우뚱 - 했던 기억이 있다. 도대체 옻칠이 무엇이고 일본이 옻칠에 대해서 어떤 유구한 역사를 지니고 있고
또, 얼만큼의 자존심으로 버티고 있기에 그렇게도 옻칠 옻칠 하는 것인지, 궁금했던 마음이 컸다.
japan이라고 하는 것이, 사실은 옻칠을 의미하는 데에서부터 시작하는 이 책은
전체적으로 옻칠이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그 세계에서 살아남기위해 한국인인 전용복은 얼마나 힘든 시간을 버텨왔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옻이라고 한다면, 내게는 옻닭의 이미지가 떠올라서,
두드러기 반응을 일으키는 일종의 독 - 으로의 기억이 강해서 그런지 왠지 인상부터 찌푸려지는데
사실, 이것은 독이 아니라 각자 사람의 체질에 따른 알러지 현상이라고 보는 게 맞다고 한다.
그리고 옷나무가 자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실제로 뿜어내는 수액인 옻칠 자체는
이렇게 널리 두드러기 반응을 일으키는 독으로 알고있는 사실과는 달리,
의외로 살균력이 강하고 보존력이 있어서, 제대로 옻칠을 바른 방에서 잠을 자고 생활하는 경우에는
머리도 맑아지고, 생활 자체도 가뿐해진다고 하니, 어쩌면 흑토방같은 곳을 찾는 사람들은
옻칠이 정제되어있는 방을 강력 추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옻칠 자체의 신비한 매력에 흠뻑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아마,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런 마음이 들 것이다. 심지어는 그에게서 옻칠을 한번
배워볼 수 있는 영광이라도 얻기를 바라마지않는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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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문득 강렬한 도전의식을 느꼈다.
내가 가진 혼, 나만의 힘을 이곳에서 펼쳐 보인다면
분명히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간의 창작활동으로 내 독특한 작품세계를 꽤 인정받던 때였고,
스스로도 회화적 요소를 비롯한 예술적 감각을 풍부하게 지녔다고 자부하던 터였다.
분명히 그들의 작품에는 내가 비집고 들어갈 만한 틈이 있었다.
우리 조상들의 작품들에는 삶에서 무르익은 혼과 철학이 있다.
민화만 보더라도 삶을 꿰뚫는 통찰력과 풍자정신, 샤머니즘이 녹아 있다.
내가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모티브는 바로 '민족'이었다.
내가 특별한 애국자라서가 아니라
내가 가진 것만 표현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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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 난 지금, 책 제목인 <한국인 전용복>이라는 말 자체가 얼마나 내 가슴을 울리고
자랑스러움에 스스로 뿌듯해지는지를 가늠해본다면, 정말 대단한 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전용복님의 스토리 텔링 자체는 강인하고 마초스러운 면이 없지않아 있었지만(그래서 더욱 내스타일;)
완벽을 향한 열정 그 하나만으로 지금, 세계 최고의 경지에 오를 수 있었던 그 자신감과
무한한 열정만큼은 정말 장인 중의 장인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에는 달인이다, 장인이다 하면서 이렇다할 특징적인 부분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라면
누구에게나 수식어처럼 쓰이곤 하는데, 아마도 옻칠의 장인, 한국인 전용복님을 만나본다면
장인이라는 말. 그리 함부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