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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불류 시불류 - 이외수의 비상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0년 4월
평점 :
왠지 내게는 예능프로에 나왔던 것으로 기억에 콕 박혀있어서
철학적인 고민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갈것 같은 예술가라기보다는 그저 우스갯소리잘하고
정치나 요즘 젊은이들에게 싫은소리도 솔직하게 잘하는 작가라는 이미지가 강해서 그런지
책 속에 스스로를 예술하는 사람이라 이야기하며, 많은 고민이 긷들어 있는 듯한 분위기가 사실
처음에는 당황스럽게 다가오기도 했다.
이외수.
무한도전에서 박명수가 유재석에게 선물하면서, 이런거 정도는 읽어줘야 한다고 추천하던
그 유명한 <하악하악>도 읽어보지 못한 내가 처음 접한 신간 <아불류 시불류>.
사실은 유명한 트위터의 유저로, 몇백명의 팔로워들을 이끌고 다니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는 그의 말들에
집중을 하기 시작했던 이후로 내게는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그의 담담하면서도 콕콕 가슴을 울리는 한 마디 한마디가,
그리고 현실에 안주하고 게으른것을 증오하는 그가, 요즘의 입만 살아서 나불거리기 좋아하는
젊은이들에게 내뱉는 그 말들이 . . . 정말 촌철살인이라는 말이 이처럼 딱 떨어지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내게는 살짝 충격적이기도 했고, 묘하게 와닿기도 하고 끌리기도 했던 것이 이 작가에게 느끼는
내 평상시의 감정이었으리라.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짤막한 한 꼭지 꼭지별로 조금은 숨을 내쉬어가며 천천히 단어 하나하나 음미하고
또 작가가 말하려고 하는바와 내가 생각했던. 그리고 내가 가야할 길에 대해 조금은 더 생각해가며
천천히 읽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을 사랑하고
또 게을러지거나 나태해지지 않고
성공하기를 바란다면 그것을 쫓아가야 할 일이지, 서성거리며 쭈뼛거리고 기다리고 있지 말아야 하고
예술을 모른다고 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지만 알지도 못하면서 비하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과
이 험난한 세상에 사랑 하나도 할 수 없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이며
또 욕심을 버리고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고, 달을 바라보고, 또 비가 오는 날이면 파전에 막걸리를 떠올리며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그리 힘든 일이 아니라는 것.
이외수를 처음 봤던 건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제대로 관심을 갖기 시작했던 건 아마도
<인간극장>이라는 프로그램에, 산골마을의 컨테이너박스같은 직각 회색 건물안에서
약간 괴짜같아보였던 작가와는 달리, 우리들의 엄마같고 동네 아줌마같은 친절하고 사근사근하고
또 호탕하게 웃는 모습이 매력적이셨던 사모님과 함께 살아가던 모습이었다.
햇살이 따뜻하게 비추던 오후에 건조하게 말라있는 회색 벽에다가 호스로 물을 뿌려가면서
그림을 그리고 있던 그와 그의 아내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데 . . .
어떻게 그렇게 살아갈 수 있는걸까.
팍팍하고 치열하게 살아가기 위해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내게는
그렇게 욕심을 버리고 자연속에서 가끔 장을 보러 가는 마트에서도 잠시 앉아 쉴 수 있을 곳이 없다는
작가의 투덜거림은 정말, 머언 신선놀음처럼만 느껴지니 . . .
천천히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
아불류, 시불류
내가 흐르지 않으면, 시간도 흐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