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을 읽게 된 동기는?
독서법 관련 책을 읽다가 “난독”이라는 책 읽기 방법을 알게 되었다. 의도적으로 어려운 책을 읽어서, 생각의 근육을 키우는 방법이다. 근육질의 몸을 만들기 위해서는 강도가 높은 운동을 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평소 익숙한 독서법 관련 책이나 성공한 사람들의 에세이에서 벗어나 철학자가 쓴 책을 보기로 하고 검색을 하다가 평소 관심 있던 주제인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사람과 살아가는 방법’이 담긴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 이 책의 작가는?
이 책의 저자 마르쿠스 가브리엘은 1980년 생 철학자로 29세로 독일 본 대학교 철학과 정교수가 되어 인식론과 근현대 철학 강의를 하고 있다. ‘새로운 실재론’을 제창하여 세계적 주목을 받으면서 ‘신 실존주의’ 개념을 소개하고 있다. 그의 저서 중 “왜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가"라는 여러 나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NHK ETV에서 “욕망 시대의 철학”에 출연하기도 하며 일본과 인연을 맺어 온 저자는 코로나19팬데믹으로 인해 독일에 있으면서 일본과 줌으로 인터뷰를 한 내용을 토대로 본 저서를 펴냈다.
| 이 책의 주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봉쇄정책은 전 세계를 분단시켰고, 인종차별을 심화시켰으며 양극화를 극단으로 치닫게 했다.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공통적으로 지니는 타자성을 인정하고 이해해야 하며, 인간의 보편적인 도덕적 선을 찾아 함께 공유해야 한다.
| 이 책의 구성은?
1장 나에게 ‘타자’란 무엇인가?
저자가 말하는 ‘타자성’은 나와 당신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의 총합이라고 설명한다. ’타자성’이야말로 우리를 유일무이한 존재로 만들어주는 동시에 인간이 공통적으로 지니는 특징이라고 말한다. 타자란 자신과 똑같지 않아도 허용 받아 마땅한 존재임을 알라고 저자는 역설한다.
2장 우리는 ‘타자’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우리가 타자를 이해하지 못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은 대화로 해결할 수 있다. 저자는 한 달에 한 번 또는 일 년에 세 번 정도 정기적인 포럼에 전 시민들이 의무적으로 참석하는 제도를 만들기를 제안한다. 자신과 성향이 다른 사람들을 직접 만나 상대를 시각, 후각, 청각, 촉각 등 다양한 감각으로 느끼면서 교류하면 서로를 이해하고 상대를 포용할 수 있게 될 거라고 알한다. 현대사회의 양극화가 심해진 원인이 상대를 직접 만나 오감으로 상대를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3장 가족은 무엇이고 ‘사랑’은 무엇인가?
저자는 가족을 ‘나’와 가장 가까운’ 타자’라고 말한다. 가족은 사회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친밀함을 느낄 수 있는 결합체이지만 가족관계나 부모 자식 관계에서도 타자와의 공존을 배워야 한다. 가족이란 친밀함을 기반으로 한 자유로운 결합이라고 할 수 있다. 서로 없어도 살 수 있는 사람들의 결합이라는 의미다. 자식을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며 자식의 인생을 자신 마음대로 조종하려는 부모들을 일본에서는 ‘독이 되는 부모’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저자는 이런 부모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언젠가는 죽는다’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연애할 때도 사랑의 감정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랑이 계속 지속되길 바라면서 동시에 둘의 관계가 언제든 끝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4장 내 감정과 마주하기
사람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타자가 필요하며, 타자와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교섭’이 필요하다. 코로나19 당시 유럽에서 행해졌던 전면적인 봉쇄는 사람의 사교에 대한 욕구를 차단하였다. 코로나19는 야외에서는 감염되는 사례가 상대적으로 적으므로 야외에서 소규모 교류를 허용하는 편이 체제에 반항하여 비밀파티를 하도록 만드는 것보다 더 나은 방역정책이었을 것이다.
타자와의 관계에서 감정들이 생겨날 수 있다. 특히 분노의 감정은 억제할 수 있어야 하는데 분노의 충동은 심리상담사의 도움을 받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기술을 배우길 권한다. 슬픔의 감정은 죽음과 밀접한 감정으로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으로 여기는 것을 권한다.
5장 종교-윤리-타자와의 관계
종교는 사물을 기도의 대상으로 여기는 페티시즘에서 나왔으나, 오히려 다신교나 일신교를 믿음으로서 페티시즘에서 벗어나 무한을 숭배하게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종교와 윤리는 전혀 별개의 개념이라고 설명한다. 윤리적 진실은 종교에 기반하지 않기 때문이며, 윤리는 완벽한 세속적인 인간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윤리는 모든 인간을 포괄한다, 힌두교도 든 이슬람교도 든 기독교도이든 무신론자든 모든 인간을 대상으로 한다. ‘우리에게는 보편적이고 도덕적인 가치관이 있다’라는 전제는 인간관계를 원만하게 해줄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사회체제에서 싸움이 일어날 때마다 공통된 윤리적 가치관을 찾으면 되기 때문이다.
|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저자는 코로나19팬데믹과 인류의 위기의 원인은 ‘과학적인 세계관’에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는 정신성을 중시하는 현명한 세계관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저자의 이상향은 과학과 기술이 윤리의 하부에 종속된 세상이다. 점점 극단으로 치닫는 기후 위기의 상황 속에서 저자의 문제의식에 대해 깊이 공감할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
| 추천대상은?
이 책은 사회 지도자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류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어떤 보건정책을 입안해야 하는지 어떤 윤리의식을 가지고 기업을 운영해야 하는지, 어떻게 난민들을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을 얻고 실질적인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지혜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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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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