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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 - 이성 개념의 변천사
헤르베르트 슈네델바흐 지음, 나종석 옮김 / 북캠퍼스 / 2024년 10월
평점 :
철학사나 철학개론 정도의 책을 그렇게 가볍게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이해하며 훑어볼 수 있다고 쳐도, 철학에서 중요시되는 어느 한 개념을 가지고 논하고, 정리한 책을 읽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닌데, 난 한번 도전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철학사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다뤄왔던 이성개념이 궁금하기도 했다. 그래서 펼쳐보게 된 것이 이성개념의 변천사를 다룬 [이성]이었다.
시대에 따라 그 의미가 조금씩 변하는 이성의 개념을 살펴보면서 어느 특정한 사상이 특정 시대의 산물인 것처럼 이 또한 시대적, 사회문화적 산물로 느껴졌다.
[이성], 이 책의 첫 부분에서는 고대 그리스에서 어떻게 사변 이성이 생성되게 되었는지를 탐구한다. 큰 제목인 '일상 이성 비판'에 대한 의미는 아직까지 파악하지 못하였는데, 이것이 일상'에서의' 혹은 일상'의' 이성 비판인 것인지, 일상'에 대한' 이성 비판인 것인지 잘 모르겠다.
아무튼 고대 그리스에서 사변 이성이 탄생하게 된 배경으로는 철학적 관심, 사유의 대상이 자연에서 인간으로, 뮈토스에서 로고스로 옮겨가고, 또한 '이성에 의해서 생각할 수 없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하면서 존재외 비존재를 엄격하게 구분했던, 파르메니데스에게서 있어서 비감각적인 영역은 후에 사변 이성의 형성에 영향을 주게 된다.
잠깐, 여기서 정확하게 '사변 이성'은 무엇일까? 책 53페이지에서 사변 이성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인식에 있어서 일상 이성의 한계를 뒤로하고 순수한 사유를 통해 세계의 진정한 본질을 파악하는 능력인 사변 이성은..."
사변 이성이라 함은 아무튼 이런 것이다.
철학적 관심이 인간세계로 향하고, 그리스 아테나이(오늘날의 아테네에 위치했던 폴리스라고 한다)에서는 민주주의 정치가 행해지고, 저마다의 이성으로 자기 의견을 개진하는 가운데.... 바로 위에서 그 정의를 소개한 사변 이성은 어느덧 수사학과 결합하여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고 권력을 갖기 위한 수단으로서 실용적 이성으로 대체되고 있었다.
내 의견, 너의 의견이 만연한 가운데 의견과 권력을 넘어서는, 보다 높은 질서의 최고 본성과 같은 관념은 존재하지 않았다. 프로타고라스는 '인간은 만물의 척도'라며 이성을 통한 진리(파악)을 상대주의까지 밀고 나갔으며, 고르기아스는 훨씬 더 급진적으로 허무주의와 회의주의까지 나아간다.
위 두 인물을 포함한 소피스트들을 궤변가라고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들의 소위 '실용적 이성'이라는 것은 자신들이 직면한 문제를 처리하기 위한 수단으로 작용했으며, 그 결과로서 사상의 왜곡으로까지 나타나기도 했으니 말이다.
아포리아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 막다른 골목을 의미한다고 한다. 사변이성은 여러 시대와 상황을 맞으면서 실천적, 기술적, 종교적, 인지적 영역에서 아포리아를 맞이하게 된다.
"이성의 역사는 언제나 그 내재적 비판의 역사였으며, 본질적으로 비판에 의해 추동되어 왔다(...)" p.121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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