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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고화질세트] 지. (지구의 운동에 대하여) (총8권/완결)
우오토 / 문학동네/DCW / 2024년 7월
평점 :
와 이 만화 진짜 신기함…
완결까지 막 읽고 트위터에 쓴 감상인데:
애매해
뭔가 되다 만 느낌
연재중단당했나?
잔인한 거 너무 싫어해서 쓸데없이 잔인한데 애매한 만화로 기억에 남을 듯
근데 또 만화의 스토리 라인은 진짜 어긋나는 데 없이 쭉 같은 줄기임 근데 재미가 없음 신기하다
이렇게 써놓고 며칠 내내 이 만화 생각만 했음…
근데 재밌어서 생각한 건 아니었고 재미없는 이유를 나름대로 생각했어요
모든 구성은 다 갖추고 있고 최근 읽은 만화책 중 탑으로 완벽한 서사인데 왜 재미가 없을까?
1 캐릭터 배분이 잘못 되어있음 스토리 진행은 완벽한데 후반으로 갈수록 스토리를 진행하기 위해 캐릭터의 사감 같은 걸 잘라먹어 버림 (독자가 이 캐릭터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배분을 하지 않음)
2 이 작품은 특성상 뭔가가 이어지는 이야기가 되어야 하는데 그 이어짐이 엘리트들에 의해서만 (당시 기준으로 15세기에 글 읽었음 엘리트니까) 이어져서 현대 좌빨 기준에서 이어짐의 서사가 흡족하게 느껴지지 않음 하다못해 여자/이방인/문맹자 이야기를 좀 더 심도깊게 다뤘어야 했다고 본다
3 마지막 두 단원이 너무 급하게 완결 난 기분을 줌…물론 그 와중에도 모든 서사를 회수한 건 작가 역량이지만, 이어질 수 있는 캐릭터를 자꾸 죽여서 단락을 마무리하는 게 참 아쉽다고 느껴졌음…죽여야 할 캐릭터를 안 죽이는 것도 문제지만 살아도 되는 놈 죽이는 것도 문제구나
4 이건 내 개인 감상이라 남들도 느낄 단점인지는 모르겠는데 사상을 탄압하기 위한 고문 장면에 쓸데없이 힘을 주고 많은 지면을 할애함…이런 고문 장면 때문에 이 작품의 지향성이 애매해짐 이걸 견디는 카타르시스를 지향할 건지 고문 사디즘을 지향할 건지 확실히 해라
5 지향점이 너무 애매함…이 작품이 지향하는 게 사상의 불변성인지 사상의 유동성인지 신학이 죽은 뒤의 신의 존재인지 용서인지 뭔지 확실하게 해야 하는데 주제가 희미함…물론 작품 주제가 사상의 유동성인 거 같긴 한데 그렇다고 작품도 이랬다저랬다 하면 어캄?
이런 이야기를 생각하고 나서 깨달은 건데 이 작품…
성차별 당하는 여자가 나오는데 성폭력에 쓸데없는 지면을 할애하지 않았고 그 점에서 정말 높은 점수를 줍니다…이런 류 작품은 진지해진답시고 여자가 당하는 성폭력을 쓸데없이 묘사하는 부분이 있는데 (비록 실제로는 성폭력 역시도 이 시대의 여자들이 거쳤을 일이겠으나) 그런 부분이 (작가의 의도였든 아니든) 절제되었고 이 점에서 대단히 높은 점수 주고 싶다
비슷한 수준으로 여성 캐릭터를 다뤄준 작가로는 플라네테스 작가가 있는데 (물론 작품 자체만 본다면 플라네테스 작가가 플라네테스와 지로 비교해도 압도적이지만) 이 두 작품의 결이 좀 닮았단 생각도 들었고…
생각할 거리를 주는 작품은 좋은 작품이란 점에서 높이 평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