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없는 봄날, 영원한 꽃이 되고 싶다
이창훈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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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내 가슴에 ‘사랑’이 없었다는 게 유일한 가난

[서평] 『너 없는 봄날, 영원한 꽃이 되고 싶다 (이창훈 시집)』(이창훈, 꿈공장플러스, 2020.03.01.)


배송된 책의 첫 페이지에 시인 이창훈 씨의 친필이 정성스레 담겨 있다. 도장과 함께. 행여나 책이 구겨질까, 조심스럽게 책장을 넘겨보았다. ‘시인의 말’이 인상적이다. 어린 벗들에게 여전히 배우고 있다는 이창훈 시인. 그는 현재 고등학교 국어교사이다. 그는 사랑의 길을 선택해 시를 쓰기 시작했다. 이창훈 시인은 당부했다. “부디 사랑이 당신을 부르면 주저없이 따라가시길”


시집 『너 없는 봄날, 영원한 꽃이 되고 싶다』는 총 3부로 구성돼 있다. 제 1부는 ‘너 없는 봄날 너에게 영원한 꽃이 되고 싶었다’이다. 제 2부는 ‘가시는 내 안의 뿌리에서 돋아난 것이다’이다. 제 3부는 ‘길은 멀리 뻗어있고 해는 저문다’이다. 제 4부는 ‘누군가를 한 생을 다해 기다려 본 적이 있냐고’이다. 제 5부는 ‘이 별에 우리는 사랑하려고 왔다’이다. 


중년이 되어보면 안다. 사랑하는 일은 사랑을 내어주는 일이라고. 사랑을 받는 일보다 사랑을 주는 게 훨씬 더 큰 사랑이라는 것이다. 이창훈 시인의 <도마>에선 자신의 가슴 한 켠에 시퍼런 도끼를 허락하는 도마의 아픔을 그렸다. 그렇다. 사랑이란 서슬 퍼런 상처를 남기는 것이다. 또한 <독감>에선 사랑을 아는 것이 아니라 사랑은 지독하게 앓는 것이라고 노래한다. 




상처를 허락하는 마음이 결국 사랑이다


<산>에선 사랑이 깊은 곳에 이르는 곳이지 높은 곳에 오르는 게 아니라고 반성한다. 우리는 누구나 사랑이라는 것이 어떤 정점에 이르는 걸 상상한다. 하지만 사랑이란 더욱 깊고 낮게 깔리는 것이다. 이창훈 시인은 삶을 회상하며 사랑이 없었다는 걸 반성한다. <가난에 대한 사색>을 보자. 


“부족함이란 어쩌면 영원한 환상 / 멈추어 서서 뒤돌아 보며 / 정말 참회해야 할 일이란 

나의 / 당신의 / 우리의 가슴 안에 / 사랑이 없었다는 것

그것이 바로 / 유일한 가난“-45쪽.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은 아마도 기다림이 아닐까. <이 사랑>이란 시를 보면, 사랑해서 쓸쓸한 것이지, 쓸쓸해서 사랑한 게 아니라고 노래한다. 기다림과 길은 영원처럼 길게 길게 뻗어나 있다.  


나는 누군가를 평생 기다려본 적이 있을까. 그는, 그대는, 당신은 어디에 있을까? <눈오는 날의 사랑노래>는 총 19개 절로 이루어져 있다. 눈오는 날, 첫눈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누군가를 기다려본 적이 있는가?


<악마와 천사>에선 아주 적절한 비유가 등장한다. 악마는 언제나 다음으로 미루려는 경향이 있다. 반면, 천사는 지금 당장 무언가를 하라고 한다. 


『너 없는 봄날, 영원한 꽃이 되고 싶다』에 대한 추천의 글을 쓴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조서희 교수(한국시인학교 교장)는 “그(이창훈 시인)의 시에는 인간 근원의 문제인 고독과 그 치유의 방편인 사랑의 다양한 담론들과 철학적 사유가 깊다”면서 “받는 사랑이 아닌 주는 사랑에서 미학을 찾아내, 기꺼이 그 외로운 길을 걷는 이창훈 시인은 인간의 내면과 존재 가치를 정감 어린 언어로 풀어내는 언어의 마술사다”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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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은 미래진행형 -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철학
김윤희 외 지음 / 다온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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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이 아니라 ‘성향’에 따라야 재능이 빛난다!

[서평] 『평등은 미래진행형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철학)』(김윤희, 송샘, 양명운 외 1명 저, 다온북스, 2020. 04.10.)


사상은 시대의 산물이고 사상가는 그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평등은 미래진행형』은 여성에 관한 핵심 문제를 다양한 쟁점들과 연계시켜 고민할 기회를 제공한다. 고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여성관에 대한 여러 철학자들의 생각을 들여다보면서, 당시의 시각으로 여성을 바라보고 이를 미래로 전개시키는 방법을 생각해보자. 


사상가는 그 시대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후대에도 계속해서 인간 정신에 큰 영향을 미친다. 철학과 사상이 시대를 뛰어넘어 그 생명력을 유지하는 이유는 끊임없이 당대의 시대정신을 바탕으로 다시 읽히고 논의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전에 대한 해석 역시 시대정신과의 조응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원전에 대한 반복적인 해석에만 그친다면 교조주의에 그칠 뿐이다. 


철학자들의 여성관에 대한 경험들


첫째로 나온 철학자는 소크라테스다. 소크라테스는 남성과 여성이 어떤 기술이나 일에 있어서 서로 다르다고 판명되면 서로 다른 일에 배정해야만 한다는 주장을 했다. 이러한 주장의 핵심은 남자들은 아내들도 같은 업무에 종사할 수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해야 한다는 생각과도 같다. 플라톤은 성별에 의한 종적 차이란 없고,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통치에 재능이 있으며 적절한 교육을 받는다면 통치자가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성별이 아닌 성향에 따라야 한다는 플라톤의 주장은 당시 그리스 여성의 지위를 생각한다면 획기적인 제안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여성에 대해, 정치 분야에서 남성과 같이 독자적인 판단을 내릴 만한 이성적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보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저서에서 “자유민의 절반을 여성”이라고 강조하곤 했다. 그렇다면 근대는 어떨까. 근대 철학자로는 루소, 밀, 니체, 칸트, 살로메 등이 소개되었다. 개인의 시대인 근대에서조차 여성은 여전히 개인이 될 수 없었다. 한 사회나 조직 내에서 소수자 혹은 유일한 존재로 남아있는 한 여성은 개인이 될 수 없었던 것이다.

 

루소의 경우 그가 남긴 저작의 가치만이 오늘날까지 크게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루소는 애초에 제대로 가정을 꾸리고 책임질 의사가 없었음에도 결혼을 하였으며, 자식들을 모두 고아원에 보낸 비정한 남성이기도 했다. 루소는 여성이 능동적이지 못하고 주체적이지 못하다고 보았다. 이는 독립적이고 지성을 갖춘 여성과 제대로 된 교감을 경험해본 적 없는 개인사가 반영되어 있는 것이었다. 




지적인 여성과 교류한 니체와 밀 


존 스튜어트 밀은 성별이나 국가에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인물과 교류했고, 다른 지역에서의 경험으로 지식과 사고의 개방성에 영향을 받았다. 지적인 여성들과 학문적 교류를 했고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개개인의 다름이 차별과 종속의 이유가 될 수 없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어쩌면 이러한 철학자들을 통해 우리는 여성성과 남성성은 만들어진 것임을 알 수 있다. 


성적 편견은 유능한 철학자들 사이에서도 정말 다양했다. 책을 통해 알 수 있는 점은 남성이 여성을 지배하는 제도는 사회 구성원의 충분한 논의를 바탕으로 진행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류의 여명기에 여성은 남성에 비해 육체적인 힘이 부족했고, 생존을 위해 남성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여성은 남성의 기대를 충족시키려 애썼고 이는 모든 여성이 일부 남성에 종속되는 결과를 만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결과가 지성 시대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남성이 성차별을 발견해야 한다. 그리고 여성은 자각해야 한다. 밀은 지금까지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이미 당시에 발견하고 공론화하고자 했다. 그러면서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주장을 했다. 비주류인 여성이 사회와 가정에서 제2의 성으로 길러졌을 뿐이라는 것이다. 


니체는 19세기 여성 해방 페미니즘이 여성성을 죽이는 운동이라고 여겼다. 남성과의 동화를 통해 여성이 지닌 고유한 가치를 없애려고 한다는 것이다. 시대성을 갖춘 글은 당대에는 반짝할 수 있으나, 시대성이 사멸하고 나면 무상하게 빛이 바란다. 하지만 비시대적인 글은 시대를 초월한 것이기에 영원을 얻게 된다. 철학자의 여성관이 그가 겪은 시대정신 및 상황과 개인사 중 어디에서 더 큰 영향을 받았는지를 깨닫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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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 건너뛰기
이주호 지음 / 브릭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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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건 결국 비극에서 견디는 힘 기르는 것!

[서평] 『무덤 건너뛰기』(이주호, 브릭스, 2020.05.06.)


여행 매거진 ‘브릭스’를 만들고 있는 이주호 씨가 무덤을 돌아다닌 얘기를 책으로 펴냈다. 할머니의 묏자리를 못 찾아도, 정말 유명한 이들의 수많은 무덤은 잘 찾아다녔다. 그러면서 그들이 죽기 전에 그들도 이 무덤들을 지나쳤을 거라고 저자 이주호 씨는 생각했다. 누구나 죽음에 이르지만 죽는다는 사실을 잊고 살 듯이. 


이주호 저자는 작가답게 필력이 좋다. 글이 매끄럽고 솔직하다. 특히 유머가 담겨 있어 읽는 사람이 ‘ㅋㅋㅋ’할 수 있다. 종교를 나열하는 문장에선 슬쩍 유머를 넣었다. 이런 식이다. ‘기독교, 천주교, 장로교, 감리교, 은교, 예수교’, ‘조계종, 천태종, 정토종, 태고종, 최수종.’. 이 문장을 보고 한참이나 웃었다.  


글은 센스가 있는데, 또한 진지한 구석 역시 담고 있다. 여행을 하며 느끼는 허무함과 종교의 이중성을 자신의 삶에 빗대어 제대로 묘사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서 제대로 알게 된 건 사명대사의 위대함과 허균, 허난설헌의 훌륭함이다. 허균이 그렇게 술을 좋아하고, 서자들과 기생들을 챙겼다는 대목에선 왜 그래야만 했는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마지막에 능지처참 당해 죽었다는 허균. 또한 불교는 왜 그렇게 탄압을 받을 수밖에 없었는지. 




“위대한 인간의 묘비 앞에 서면 죽음만이 명백한 사실이고, 삶은 허상, 허망이었다.”-9쪽.  

“나도 이 지상에서 단단히 뿌리 박고 살았다는 표식 하나 남겨두고 싶었다.”-11쪽. 


인도에서의 진저리나는 순례 여행을 뒤로, 이주호 저자는 정선 정암사를 다녀왔다. 부처의 뼈가 모셔져 있다는 것을 알고, 무덤을 찾아간 것이다. 나중에 안 사실은 신라 승려 자장의 행적을 모시는 곳이라는 점이다.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고 돌아온 이주호 저자. 


신라의 승려 자장의 이야기는 우리를 1500년 전으로 데려간다. 중국 당나라에 유학을 가서 깨달음을 얻고, 중국 오대산에 갔다는 자장. 그는 깨달음을 얻기 전엔 왕의 부름에 응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호국불교의 일념으로 정치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유학을 가서 운명적인 계시를 받은 것이다. 


“우리는 적절한 ‘타인의 취향’에 섞여 자신의 취향을 연기하듯 구사하고 산다.”-29쪽.


종교인들이나 수행자들, 모든 사람들은 교육을 받거나 교육을 시킨다. 그들은 왜 교육을 받는가? 저자 이주호 씨는 날카로운 문장을 다음과 같이 남겼다. 스승에 대한 대목과 함께 소개해본다. 


“나는 만족과 자족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나는 비극에서 살아갈 힘을 창출하는 방법밖에 배우지 못했다.”-53쪽. 

“누구에게나 불성이 있고, 깨달음의 길은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다. 스승이 이것이 부처의 길이라 하면 스승을 죽이라 했고, 부처가 이것이 나의 길이다 하면 부처를 죽이라 했다.”-60쪽. 


책의 말미에는 김대건 신부의 얘기가 나온다. 순교한 김대건 신부의 여정과 이주호 저자의 일상. 확률이 신이 아닐까, 라는 합리적 의심을 하는 이주호 저자를 통해 글쓰기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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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디지털에 가치를 더하다
심준식 지음 / 한국금융연수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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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의 기술인 ‘블록체인’, 고비용과 보안성을 넘어서야

[서평] 『블록체인, 디지털에 가치를 더하다』(심준식(외국회계사), 한국금융연수원, 2020.02.28.)


책의 발간사를 쓴 문재우 한국금융연수원 원장은 디지털금융의 부상을 강조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이제 되돌아갈 수 없는 시대적 명제이다. 머리말에서 저자 심준식 씨는 블록체인이 초연결 사회에서 마구마구 쏟아지는 데이터를 신뢰할 수 있도록 해주는 ‘신뢰의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시리아 난민이 끝까지 손에 쥐고 있던 건 바로 스마트폰이었다고 한다. 가족과 상봉뿐만 아니라 돈을 이체하고 지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디지털 금융은 구호모금에서도 볼 수 있다. 


암호화폐는 전 세계적인 화폐로서 불특정 국가에서 운영되기 때문에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암호화폐는 블록체인이 이용되는 생태계가 계속 유지되고, 앞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주는 중요한 보상 수단으로 작용한다. 우리가 흔히 아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이 있다. 


블록체인은 누구에게나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이끌 신기술임이 분명하다. 거래 내역이 여러 개의 컴퓨터가 참여하는 P2P 네트워크에 분산되어 저장된다는 특징이 있다. 저자 심준식 씨는 블록체인을 중고 자동차에 소유자 이름이 리스트업되어 있는 것처럼 거래 내역이 기록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뭐니뭐니해도 블록체인은 장부를 여러 사람들이 가짐으로써 장부 조작을 어렵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블록체인 유지하게 해주는 암호화폐들


개발자가 만들어낸 암호화폐는 가상 커뮤니티에서만 거래되는 가상화폐가 아니다. 정의에 따르면, 가상화폐는 특정한 곳에서만 통용되는 결제수단이지만, 암호화폐는 실제 보상의 수단으로 여러 곳에서 사용될 수 있다. 


하지만 블록체인 역시 한계를 갖고 있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버블이 있듯이, 특정 기술도 인기를 끌다가 거품이 빠질 수 있다. 특히 암호화폐 해킹이나 가격 급등락 등은 블록체인을 의문이 들도록 만든다. 새로운 경제행위는 언제나 저항을 받게 마련이다. 


저자 심준식 씨는 암호화폐의 가파은 가격 상승이 버블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 고비용 △ 인증 과정의 비효율성 △ 개인 정보 보호의 부재 △ 제한된 확장성 △ 보안성 △ 취소 불가능성 △ 채굴의 비효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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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흘러가는 세상 - 영화부터 스포츠까지 유체역학으로 바라본 세계
송현수 지음 / Mid(엠아이디)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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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 차량 많을수록 연속체인 유체와 비슷해진다?

[서평] 『이렇게 흘러가는 세상 (영화부터 스포츠까지 유체역학으로 바라본 세계)』(송현수 저, Mid(엠아이디), 2020. 03.31.)


우리는 무지개를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 7가지 색으로 구분하지만 실제로는 뚜렷이 구별되지 않는 연속적인 빛의 띠다. 비슷하게 유체도 밀도에 따라 희박기체부터 기체, 액체로 이어진다. 이처럼 물질의 특성과 현상들은 대부분 편의상 별개의 개념으로 구분하지만 실제로는 연속적이다. 『이렇게 흘러가는 세상』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유체역학을 설명하였다. 유체란 흐를 수 있는 모든 액체와 기체를 의미한다. 책은 이러한 유체를 영화, 교통, 의학, 미술, 경제, 건축, 스포츠, 전쟁, 요리로 설명하였다. 


미국 할리우드에서는 영화감독과 과학자가 함께 현실적이면서도 과학적인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고 한다. 아예 영화감독으로 변신한 과학자도 있을 정도다. 영화 <7광구>를 보면 수조에서 물이 터져 나오는 장면과 잠수정으로 바닷물이 쏟아지는 장면이 있다. 이를 위해 시뮬레이션 기법이 적용되었다. 괴물이 불타는 장면에서는 폭발을 정교하게 묘사하기 위해 불의 흐름을 연구했다고 한다. 영화 <해운대>에서는 쓰나미뿐 아니라 물결과 물거품 모양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세밀하게 구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다. 




눈에 보이는 도로의 흐름


유체는 미세한 공기나 물 뿐 아니라 거대한 고체 덩어리인 자동차로도 파악할 수 있다. 저자는 이를 흥미로운 도로 이야기로서 전개했다. 도로 위의 자동차들은 불연속적인 점이지만 차량의 수가 많을수록 연속체인 유체와 유사하게 행동한다. 물 분자와 마찬가지로 앞뒤의 차량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유체의 속도, 밀도, 유동 저항의 개념과 상당히 비슷하다. 

 

니겔-슈레켄베르크 모델은 차량 밀도가 높아 서로 근접해 있을 때 차량 사이의 상호 작용에 의해 교통 체증이 발생함을 보여준다. 마치 우연한 이유로 앞선 차량 한 대가 순간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으면 뒤의 운전자들도 마찬가지로 제동을 걸게 되면서 파동처럼 뒤로 계속 전달되어 결국 정체를 유발하게 된다. 한편으로 유체와 교통에는 큰 차이가 있다. 유체는 그저 자연의 법칙대로 흐르지만, 도로는 사람이 움직이기에 간혹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는 것이 그것이다. 


물과 공기가 외부 환경과 인체 내부를 오가는 흐름이라면 혈액은 우리 몸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흐름이다. 물과 공기, 그리고 혈액은 우리의 생명 유지에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요소다. 이들 흐름이 우리를 살아있게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무언가의 길이가 1/10이 되면 중력과 부력은 1/1000로 감소하지만, 그에 비해 표면장력은 1/10로만 감소한다는 점이다. 물보다 혈액의 점성이 10배 크다는 점까지 감안해 오늘날 과학자들은 순간적으로 유체에 전압을 가하거나, 유체가 흐르는 관에 화학 물질을 코팅하는 방법으로 표면장력을 변호시켜 유체를 이동시키는 방식을 고안하고 있다. 유체를 앎으로서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다. 


예술과 과학 역시 유체 분야에서 공통분모를 가진다. 고흐와 시케이로스, 폴록이 작품에 담아낸 유체역학적 원리를 예로 들 수 있다. 이탈리아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아예 유체 역학에 능통했다고 한다. 이러한 유체의 역동적인 흐름은 순간을 포착하는 사진작가들에게도 매력적인 소재임은 말할 것도 없다.


시간은 흐르고, 유체도 흐른다


돈이 흐르는 원리에도 유체가 담겨있다. 경제학자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돈이 흐르는 원리를 파악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숫자로 표기된 돈 그리고 그 숫자들의 흐름에 수학과 물리학이 많이 활용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인 것이다. 예로 주식시장은 무작위성으로 인해 예측이 불가능하다. 물위의 꽃가루가 어디로 이동할지 알 수 없는 것처럼 미래의 주식 가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힘든 것과 비슷하다. 


스포츠는 어떨까. 오늘날 스포츠 선수와 과학자는 한 팀을 이뤄 기록 단축과 경기력 향상에 힘을 모으고 있다고 한다. 스포츠는 속도로 승부를 가리기 일쑤인데 이는 물리적으로 물 또는 공기, 즉 유체 저항과의 싸움을 의미한다. 예로 골프공의 딤플은 난류를 발생시켜 공기 저항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부메랑 역시 유체역학적 원리를 활용한 도구다. 다양한 크기와 모양을 가진 공, 그리고 공에 숨어 있는 유체역학적 원리로 인해 스포츠는 쉽게 예측할 수 없는 매력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요리에 유체가 담겨있다는 내용도 매우 신기했다. 잘 생각해보니 가열과 냉각에 따른 열의 이동 대부분은 유체의 흐름을 동반하고 있었다. 요리가 요리사만의 전유물인 시대는 지난 것이다. 오늘날 요리사들은 물리학자 및 화학자들과 협업하여 과학적 조리 기법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하늘의 구름이 얼룩덜룩한 모양을 가지는 이유, 따뜻하고 습한 공기는 위쪽으로 떠오르고 건조하고 차가운 공기는 가라앉는 이유, 멘틀의 대류 등 지구 상 움직임은 모든 흐름을 유발한다. 이 세상은 탄생 이전과 이후 그 어느 순간에도 멈추어 있던 적이 없다. 어쩌면 삶이란 그저 흐름과 함께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디든 흘러 들어가는 유체처럼 유연한 사고 역시 중요한 세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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