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흘러가는 세상 - 영화부터 스포츠까지 유체역학으로 바라본 세계
송현수 지음 / Mid(엠아이디)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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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 차량 많을수록 연속체인 유체와 비슷해진다?

[서평] 『이렇게 흘러가는 세상 (영화부터 스포츠까지 유체역학으로 바라본 세계)』(송현수 저, Mid(엠아이디), 2020. 03.31.)


우리는 무지개를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 7가지 색으로 구분하지만 실제로는 뚜렷이 구별되지 않는 연속적인 빛의 띠다. 비슷하게 유체도 밀도에 따라 희박기체부터 기체, 액체로 이어진다. 이처럼 물질의 특성과 현상들은 대부분 편의상 별개의 개념으로 구분하지만 실제로는 연속적이다. 『이렇게 흘러가는 세상』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유체역학을 설명하였다. 유체란 흐를 수 있는 모든 액체와 기체를 의미한다. 책은 이러한 유체를 영화, 교통, 의학, 미술, 경제, 건축, 스포츠, 전쟁, 요리로 설명하였다. 


미국 할리우드에서는 영화감독과 과학자가 함께 현실적이면서도 과학적인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고 한다. 아예 영화감독으로 변신한 과학자도 있을 정도다. 영화 <7광구>를 보면 수조에서 물이 터져 나오는 장면과 잠수정으로 바닷물이 쏟아지는 장면이 있다. 이를 위해 시뮬레이션 기법이 적용되었다. 괴물이 불타는 장면에서는 폭발을 정교하게 묘사하기 위해 불의 흐름을 연구했다고 한다. 영화 <해운대>에서는 쓰나미뿐 아니라 물결과 물거품 모양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세밀하게 구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다. 




눈에 보이는 도로의 흐름


유체는 미세한 공기나 물 뿐 아니라 거대한 고체 덩어리인 자동차로도 파악할 수 있다. 저자는 이를 흥미로운 도로 이야기로서 전개했다. 도로 위의 자동차들은 불연속적인 점이지만 차량의 수가 많을수록 연속체인 유체와 유사하게 행동한다. 물 분자와 마찬가지로 앞뒤의 차량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유체의 속도, 밀도, 유동 저항의 개념과 상당히 비슷하다. 

 

니겔-슈레켄베르크 모델은 차량 밀도가 높아 서로 근접해 있을 때 차량 사이의 상호 작용에 의해 교통 체증이 발생함을 보여준다. 마치 우연한 이유로 앞선 차량 한 대가 순간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으면 뒤의 운전자들도 마찬가지로 제동을 걸게 되면서 파동처럼 뒤로 계속 전달되어 결국 정체를 유발하게 된다. 한편으로 유체와 교통에는 큰 차이가 있다. 유체는 그저 자연의 법칙대로 흐르지만, 도로는 사람이 움직이기에 간혹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는 것이 그것이다. 


물과 공기가 외부 환경과 인체 내부를 오가는 흐름이라면 혈액은 우리 몸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흐름이다. 물과 공기, 그리고 혈액은 우리의 생명 유지에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요소다. 이들 흐름이 우리를 살아있게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무언가의 길이가 1/10이 되면 중력과 부력은 1/1000로 감소하지만, 그에 비해 표면장력은 1/10로만 감소한다는 점이다. 물보다 혈액의 점성이 10배 크다는 점까지 감안해 오늘날 과학자들은 순간적으로 유체에 전압을 가하거나, 유체가 흐르는 관에 화학 물질을 코팅하는 방법으로 표면장력을 변호시켜 유체를 이동시키는 방식을 고안하고 있다. 유체를 앎으로서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다. 


예술과 과학 역시 유체 분야에서 공통분모를 가진다. 고흐와 시케이로스, 폴록이 작품에 담아낸 유체역학적 원리를 예로 들 수 있다. 이탈리아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아예 유체 역학에 능통했다고 한다. 이러한 유체의 역동적인 흐름은 순간을 포착하는 사진작가들에게도 매력적인 소재임은 말할 것도 없다.


시간은 흐르고, 유체도 흐른다


돈이 흐르는 원리에도 유체가 담겨있다. 경제학자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돈이 흐르는 원리를 파악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숫자로 표기된 돈 그리고 그 숫자들의 흐름에 수학과 물리학이 많이 활용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인 것이다. 예로 주식시장은 무작위성으로 인해 예측이 불가능하다. 물위의 꽃가루가 어디로 이동할지 알 수 없는 것처럼 미래의 주식 가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힘든 것과 비슷하다. 


스포츠는 어떨까. 오늘날 스포츠 선수와 과학자는 한 팀을 이뤄 기록 단축과 경기력 향상에 힘을 모으고 있다고 한다. 스포츠는 속도로 승부를 가리기 일쑤인데 이는 물리적으로 물 또는 공기, 즉 유체 저항과의 싸움을 의미한다. 예로 골프공의 딤플은 난류를 발생시켜 공기 저항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부메랑 역시 유체역학적 원리를 활용한 도구다. 다양한 크기와 모양을 가진 공, 그리고 공에 숨어 있는 유체역학적 원리로 인해 스포츠는 쉽게 예측할 수 없는 매력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요리에 유체가 담겨있다는 내용도 매우 신기했다. 잘 생각해보니 가열과 냉각에 따른 열의 이동 대부분은 유체의 흐름을 동반하고 있었다. 요리가 요리사만의 전유물인 시대는 지난 것이다. 오늘날 요리사들은 물리학자 및 화학자들과 협업하여 과학적 조리 기법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하늘의 구름이 얼룩덜룩한 모양을 가지는 이유, 따뜻하고 습한 공기는 위쪽으로 떠오르고 건조하고 차가운 공기는 가라앉는 이유, 멘틀의 대류 등 지구 상 움직임은 모든 흐름을 유발한다. 이 세상은 탄생 이전과 이후 그 어느 순간에도 멈추어 있던 적이 없다. 어쩌면 삶이란 그저 흐름과 함께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디든 흘러 들어가는 유체처럼 유연한 사고 역시 중요한 세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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