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 건너뛰기
이주호 지음 / 브릭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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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건 결국 비극에서 견디는 힘 기르는 것!

[서평] 『무덤 건너뛰기』(이주호, 브릭스, 2020.05.06.)


여행 매거진 ‘브릭스’를 만들고 있는 이주호 씨가 무덤을 돌아다닌 얘기를 책으로 펴냈다. 할머니의 묏자리를 못 찾아도, 정말 유명한 이들의 수많은 무덤은 잘 찾아다녔다. 그러면서 그들이 죽기 전에 그들도 이 무덤들을 지나쳤을 거라고 저자 이주호 씨는 생각했다. 누구나 죽음에 이르지만 죽는다는 사실을 잊고 살 듯이. 


이주호 저자는 작가답게 필력이 좋다. 글이 매끄럽고 솔직하다. 특히 유머가 담겨 있어 읽는 사람이 ‘ㅋㅋㅋ’할 수 있다. 종교를 나열하는 문장에선 슬쩍 유머를 넣었다. 이런 식이다. ‘기독교, 천주교, 장로교, 감리교, 은교, 예수교’, ‘조계종, 천태종, 정토종, 태고종, 최수종.’. 이 문장을 보고 한참이나 웃었다.  


글은 센스가 있는데, 또한 진지한 구석 역시 담고 있다. 여행을 하며 느끼는 허무함과 종교의 이중성을 자신의 삶에 빗대어 제대로 묘사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서 제대로 알게 된 건 사명대사의 위대함과 허균, 허난설헌의 훌륭함이다. 허균이 그렇게 술을 좋아하고, 서자들과 기생들을 챙겼다는 대목에선 왜 그래야만 했는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마지막에 능지처참 당해 죽었다는 허균. 또한 불교는 왜 그렇게 탄압을 받을 수밖에 없었는지. 




“위대한 인간의 묘비 앞에 서면 죽음만이 명백한 사실이고, 삶은 허상, 허망이었다.”-9쪽.  

“나도 이 지상에서 단단히 뿌리 박고 살았다는 표식 하나 남겨두고 싶었다.”-11쪽. 


인도에서의 진저리나는 순례 여행을 뒤로, 이주호 저자는 정선 정암사를 다녀왔다. 부처의 뼈가 모셔져 있다는 것을 알고, 무덤을 찾아간 것이다. 나중에 안 사실은 신라 승려 자장의 행적을 모시는 곳이라는 점이다.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고 돌아온 이주호 저자. 


신라의 승려 자장의 이야기는 우리를 1500년 전으로 데려간다. 중국 당나라에 유학을 가서 깨달음을 얻고, 중국 오대산에 갔다는 자장. 그는 깨달음을 얻기 전엔 왕의 부름에 응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호국불교의 일념으로 정치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유학을 가서 운명적인 계시를 받은 것이다. 


“우리는 적절한 ‘타인의 취향’에 섞여 자신의 취향을 연기하듯 구사하고 산다.”-29쪽.


종교인들이나 수행자들, 모든 사람들은 교육을 받거나 교육을 시킨다. 그들은 왜 교육을 받는가? 저자 이주호 씨는 날카로운 문장을 다음과 같이 남겼다. 스승에 대한 대목과 함께 소개해본다. 


“나는 만족과 자족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나는 비극에서 살아갈 힘을 창출하는 방법밖에 배우지 못했다.”-53쪽. 

“누구에게나 불성이 있고, 깨달음의 길은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다. 스승이 이것이 부처의 길이라 하면 스승을 죽이라 했고, 부처가 이것이 나의 길이다 하면 부처를 죽이라 했다.”-60쪽. 


책의 말미에는 김대건 신부의 얘기가 나온다. 순교한 김대건 신부의 여정과 이주호 저자의 일상. 확률이 신이 아닐까, 라는 합리적 의심을 하는 이주호 저자를 통해 글쓰기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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