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은 미래진행형 -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철학
김윤희 외 지음 / 다온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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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이 아니라 ‘성향’에 따라야 재능이 빛난다!

[서평] 『평등은 미래진행형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철학)』(김윤희, 송샘, 양명운 외 1명 저, 다온북스, 2020. 04.10.)


사상은 시대의 산물이고 사상가는 그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평등은 미래진행형』은 여성에 관한 핵심 문제를 다양한 쟁점들과 연계시켜 고민할 기회를 제공한다. 고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여성관에 대한 여러 철학자들의 생각을 들여다보면서, 당시의 시각으로 여성을 바라보고 이를 미래로 전개시키는 방법을 생각해보자. 


사상가는 그 시대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후대에도 계속해서 인간 정신에 큰 영향을 미친다. 철학과 사상이 시대를 뛰어넘어 그 생명력을 유지하는 이유는 끊임없이 당대의 시대정신을 바탕으로 다시 읽히고 논의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전에 대한 해석 역시 시대정신과의 조응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원전에 대한 반복적인 해석에만 그친다면 교조주의에 그칠 뿐이다. 


철학자들의 여성관에 대한 경험들


첫째로 나온 철학자는 소크라테스다. 소크라테스는 남성과 여성이 어떤 기술이나 일에 있어서 서로 다르다고 판명되면 서로 다른 일에 배정해야만 한다는 주장을 했다. 이러한 주장의 핵심은 남자들은 아내들도 같은 업무에 종사할 수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해야 한다는 생각과도 같다. 플라톤은 성별에 의한 종적 차이란 없고,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통치에 재능이 있으며 적절한 교육을 받는다면 통치자가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성별이 아닌 성향에 따라야 한다는 플라톤의 주장은 당시 그리스 여성의 지위를 생각한다면 획기적인 제안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여성에 대해, 정치 분야에서 남성과 같이 독자적인 판단을 내릴 만한 이성적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보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저서에서 “자유민의 절반을 여성”이라고 강조하곤 했다. 그렇다면 근대는 어떨까. 근대 철학자로는 루소, 밀, 니체, 칸트, 살로메 등이 소개되었다. 개인의 시대인 근대에서조차 여성은 여전히 개인이 될 수 없었다. 한 사회나 조직 내에서 소수자 혹은 유일한 존재로 남아있는 한 여성은 개인이 될 수 없었던 것이다.

 

루소의 경우 그가 남긴 저작의 가치만이 오늘날까지 크게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루소는 애초에 제대로 가정을 꾸리고 책임질 의사가 없었음에도 결혼을 하였으며, 자식들을 모두 고아원에 보낸 비정한 남성이기도 했다. 루소는 여성이 능동적이지 못하고 주체적이지 못하다고 보았다. 이는 독립적이고 지성을 갖춘 여성과 제대로 된 교감을 경험해본 적 없는 개인사가 반영되어 있는 것이었다. 




지적인 여성과 교류한 니체와 밀 


존 스튜어트 밀은 성별이나 국가에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인물과 교류했고, 다른 지역에서의 경험으로 지식과 사고의 개방성에 영향을 받았다. 지적인 여성들과 학문적 교류를 했고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개개인의 다름이 차별과 종속의 이유가 될 수 없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어쩌면 이러한 철학자들을 통해 우리는 여성성과 남성성은 만들어진 것임을 알 수 있다. 


성적 편견은 유능한 철학자들 사이에서도 정말 다양했다. 책을 통해 알 수 있는 점은 남성이 여성을 지배하는 제도는 사회 구성원의 충분한 논의를 바탕으로 진행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류의 여명기에 여성은 남성에 비해 육체적인 힘이 부족했고, 생존을 위해 남성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여성은 남성의 기대를 충족시키려 애썼고 이는 모든 여성이 일부 남성에 종속되는 결과를 만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결과가 지성 시대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남성이 성차별을 발견해야 한다. 그리고 여성은 자각해야 한다. 밀은 지금까지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이미 당시에 발견하고 공론화하고자 했다. 그러면서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주장을 했다. 비주류인 여성이 사회와 가정에서 제2의 성으로 길러졌을 뿐이라는 것이다. 


니체는 19세기 여성 해방 페미니즘이 여성성을 죽이는 운동이라고 여겼다. 남성과의 동화를 통해 여성이 지닌 고유한 가치를 없애려고 한다는 것이다. 시대성을 갖춘 글은 당대에는 반짝할 수 있으나, 시대성이 사멸하고 나면 무상하게 빛이 바란다. 하지만 비시대적인 글은 시대를 초월한 것이기에 영원을 얻게 된다. 철학자의 여성관이 그가 겪은 시대정신 및 상황과 개인사 중 어디에서 더 큰 영향을 받았는지를 깨닫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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