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 그녀 - 리턴
홍 기자 지음 / 찜커뮤니케이션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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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같은 남성들의 배신과 폭력, 안갯속 그녀들

『안갯속 그녀-리턴』(홍기자, 찜커뮤니케이션, 2018.12.05)

 

책 표지가 까맣다. 아무래도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모두 까만 인생을 겪었고, 겪고 있다. 미희, 연우, 미진 등 많은 여성들이 남성들에 의해 억압 받고 자식을 지키기 위해 모든 걸 던져야 했다. 작가의 말에 “여성이 임신하면 출산하기도, 출산을 포기하기도 너무 힘든 상황이 됩니다.”라는 문장이 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여성의 삶이 이렇지 않을까.

 



책의 제목인 ‘안갯속’은 주인공들의 심리를 대변하는 상징이다. 맨 첫 장에 보면 안갯속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설명한다. 안갯속은 어떤 일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모르는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연우는 자신의 쌍둥이 동생 연하가 살아 있는 것조차 몰랐다. 자신이 사랑했던 준명이라는 남자한테 배신을 당할 것이라는 사실도 몰랐다. 연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미래는 안갯속이다.

 

‘리턴’이라는 의미는 ‘되돌아가다’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미국 드라마 <로스트>를 보면 주인공 잭은 그토록 원하던 섬의 탈출 이후, 다시 섬으로 되돌아가는 운명을 맞이한다. 『안갯속 그녀-리턴』의 주인공들은 모두 자신의 어머니처럼 살아가는 운명에 처한다.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그토록 벗어나려고 했지만 다시 되돌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란, 지옥이다.

 

소설 속에 나오는 대부분의 남성들은 모두 우유부단하거나 아예 반대로 폭력적이다. 또한 이기적이고 여성들을 농락하듯, 잠시 머물렀다가 떠난다. 그런 남성들 때문에 주인공들의 삶은 흔들린다. 그나마 주체적인 삶을 사는 이는 연우가 취재하러 가서 만나는 신미진이라는 여성이다. 미진은 한부모가정 여성들을 위해 사회운동에 나선다. 자신 역시 효라는 딸을 낳고 혼자 살고 있지만, 사회적 편견과 미비한 제도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그 현실을 바꾸는 것뿐이다.

 

『안갯속 그녀-리턴』은 작가의 말을 통해 남성성과 여성성의 극한 대비를 보여준다. 하지만 소설의 전개가 급박하고, 대비를 위한 대비처럼 많은 부분 설정이 억지스럽다. 그나마 정상적으로 나타나는 현우라는 고등학생은 또 언제 어떻게 성격이 급변할지 모른다. 남성들이 받은 스트레스는 언제나 폭력으로 나타나야만 하는 것일까, 고민이 든다.

 

책의 말미에 작가의 말에서, 여성은 남성의 폭력으로부터 생존의 위협을 느낀다고 적었다. 남성은 여성의 폭력으로부터 자존심이 상할 뿐이라는 지적엔 어느 정도 공감이 간다. 물론 모든 폭력은 지양되어야겠지만. 소설 속 주인공 연우가 교통사고에서 깨어나 미진과 같이 주체적이고 대안적인 삶을 살길 바란다. 그것이 바로 작가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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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시 30분 1면이 바뀐다 - 조선일보 편집자의 현장 기록
주영훈 지음 / 가디언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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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와 맥락 반반, 현장감’이 좋은 제목의 조건

[리뷰] 『23시 30분 1면이 바뀐다 (조선일보 편집자의 현장 기록)』(주영훈, 가디언, 2018.11.27.)

 

우선 책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다. “23시 30분 1면이 바뀐다” 과연 신문사 편집부의 밤엔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편집기자로 잔뼈가 굵은 저자 주영훈 씨는 편집자의 현장 기록을 책으로 만들었다. <조선일보>는 보수 언론이긴 하지만 편집하나는 잘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과연 거대 신문사의 편집부는 무슨 일들을 하는 걸까, 궁금했다.

 

주영훈 편집기자는 도서관에서 외국 사례를 공부한 바 있다. 1986년 1월 28일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폭발한 내용을 다룬 <뉴욕타임스>와 <USA투데이>는 편집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준다. <뉴욕타임스>의 경우, 사안의 중요성을 판단해 팩트 중심의 기사를 1면에 내세웠다. 특히 챌린저호 폭발로 사망한 사람들의 사진을 1면 하단에 실었다. 반면, <USA투데이>는 일반 시민으로 우주왕복선에 탑승한 여교사의 부모들 사진을 실었다. 특히 그래픽을 총동원해 어떻게 사고가 났는지 보여줬다. 그래픽의 힘은 어마어마했다.

 

주영훈 편집기자는 편집에 대해 “세상의 흐름을 짚고 있다는 지적 만족감이 있다”며 “컴퓨터는 몇 초 만에 꺼졌지만 두뇌의 부팅은 몇 시간 동안 꺼지지 않고 몸을 괴롭혔다”고 적었다. 매우 중요하고 만족감을 주는 일이지만, 불면의 밤을 보내야 하는 고통이 있다. 역설적이지만, 그는 또한 “익숙해지고 편해지면 기자는 펜을 놓아야 한다며, 선배들은 그 불면을 열정이라고 불렀다”고 토로했다. 취재기자들의 정성스럽게 작성한 기사를 어떻게 하면 제대로 편집하고 임팩트를 줄 수 있는지는 오롯이 편집기자에게 달렸다.

 



어떻게 제목을 뽑을 것인가, 편집기자의 고충

 

특히 오보는 치명적이다. 『23시 30분 1면이 바뀐다』엔 김정은의 전격 訪中을 놓고 그게 정말 김정은이 오는 건지, 동생인 김여정이 오는 것인지를 두고 고심했다. 해외 통신사들에서도 헷갈려 하는 사안이기에 <조선일보>는 우회 전략을 취한다. 북한의 고위급 인사가 중국에 가는 정도로 제목을 단 것이다. 나중에 드러난 사실은 정말로 김정은이 중국에 갔다. 오보를 내는 것보단 조심스럽더라도 현 상황까지 취합된 팩트에 충실하는 게 더 낫다는 것이다. 주영훈 편집기자는 “오보의 공포는 언론사의 영향력과 비례한다”고 강조했다.

 

오보뿐만 아니라 상처를 주는 제목 역시 뼈저리게 아프다. 주영훈 편집기자는 경찰이 ‘사살됐다’고 표현해 지면으로 사과를 해야 했던 경험, 한국경제를 ‘암’으로 표현한 인터뷰이 말을 인용해 제목을 달면서 암환자들에 상처를 준 경험 등을 반성했다. 독자센터엔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고 한다. 신문에 적는 단어 하나, 표현 하나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쳐야 하는 것이다.

 

무거운 얘기도 있지만, 조금은 흥미로운 얘기도 있다. 주영훈 편집기자에 따르면, 좋은 기사의 제목은 ‘팩트·맥락 반반, 현장감 많이’ 담긴 것이다. 그는 “신문의 제목에서 기사에 있고 없고는 낮은 차원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기사 자체엔 없지만 사진이나 맥락 등 추가 정보를 통해 좋은 제목을 뽑아야 독자들이 밋밋하게 신문을 읽지 않는다는 조언이다.

 

특히 편집부에서 편집부장이 내건 상금을 받아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했다고 한다. 정말 재미없는 국방부 관련 기사를 다음과 같이 제목을 달았다고 한다. 군인들의 식단을 조절하고 개선한다는 보도자료에 대해 주영훈 편집기자는 “軍살 빼고 軍침 돌게”라고 제목을 달아 상금을 거머쥐었다고 한다. 지금도 내일 자 신문을 위해 많은 기자들이 밤을 서성거리고 있다. 그들의 노고만큼이나 이 세상은 더욱 박진감 넘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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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살다 - 이생진 구순 특별 서문집
이생진 지음 / 작가정신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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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한테 “너도 미쳐라”라는 말을 듣고 싶다

[리뷰] 『시와 살다 (이생진 구순 특별 서문집)』(작가정신, 2018. 11.20)

 

고양이를 가만히 보자니 시인과 닮았다. 고양이는 어미 품을 떠나고부터 평생을 고독하게 살아간다. 망중하게 앉아 먼 곳을 바라보거나 눈을 감으며 일광욕을 즐기는 시간이 생의 대부분이다. 인간은 행여 심심할까봐 온갖 장난감을 눈앞에 대보지만 몇 분안가 흥미를 보이던 고양이는 고독 속으로 떠나버린다. 『시와 살다』의 시인 이생진은 섬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알고 보면 ‘고독하려는’ 시인이다. 고독한 시인이 되고 싶어 지금도 고뇌하는 시인. 그건 이생진 시인의 생애를 통해 엿볼 수 있다.

 

시집만 38권. 산문집과 편저가 5권. 사진작가 혹은 화가와의 공저가 5권. 모두 48권을 펴낸 이생진 시인은 그의 모든 삶을 책에 적어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 순간의 감정과 생각 그리고 잃어버린 기억이 담긴 책은 그의 자서전이 되었다. 나이 아흔에 가까운 시간동안 쉴 새 없이 시간과 함께 달렸다. 그 중 최근작인『시와 살다』는 그가 쓴 모든 책의 서문과 후기가 짤막하게 소개된 모음집이라 할 수 있다.

 


삶에 대한 철학이 담긴 시집들

 

시인은 아버지로부터 시집을 선물 받고 성인이 된 어느 날 시집의 내용을 이해하게 됐다. 그리고 시인이 되었다. 시인은 살아가며 깨우친 삶의 철학을 책 한 권마다 담았다. 시인은 두 번째 시집을 쓸 적에 약혼을 했다. 희한하게도 이후 자신의 결혼 생활에 대해서는 시집에 언급을 거의 하지 않았다. 언급한 내용은 주로 ‘시란 무엇인가.’와 ‘고독 하는 법’이었다. 세 번째 시집 때인 1957년 11월 말 시인은 불안해보였다. 그리고 첫 번째 편저를 쓸 때인 1962년 12월 시인은 예술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렇게 물었다. “그래도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아야 하느냐”고, 더욱이 “인생은 자살이라도 해서 예술을 키워야 하느냐”고, 결코 그런 것이 아니라 했다. 천재의 생애는 거북처럼 길어야 하고 건강은 동백 잎처럼 겨울에도 윤이 있으라 했다…….’

 

두 번째 편저를 쓸 때인 1963년 11월 시인은 죽음에 대해 고민한 흔적을 남겼다. 일곱 번째 시집을 쓸 때인 1975년 2월 시인은 시 쓰기에 환멸을 느꼈던 듯하다. 열세 번째 시집에서 시인은 풀벌레로부터 시를 배우며 다시금 시를 적극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자유로워야 하는 예술가에 대한 철학이 담겼으며 특히 자신을 벌레 출신이라 비유하다가도 고독에 대한 본능이 오염되는 것을 아쉬워했다.

 

열여덟 번째 시집을 쓰던 1995년 시인은 호주 바다, 대마도, 사쿠라지마, 사해, 제주도, 거문도, 우도, 백령도 등 거의 모든 섬과 해안을 떠돌았다. 열아홉 번째 시집에서 시인은 다시 한 번 시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을 한다. 시를 알기 위해 시끄러운 소리를 질색하면서 피해 다녔다. 또 시인은 이 시기 많이 울었던 것 같다.

 

‘눈물을 감당하기 어려워 코까지 거들어주던 슬픔……. 웃음은 표정의 끝이요 울음은 표정의 시작이다. 울고 싶거든 실컷 울어라.’ 그러던 1999년 시인은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고, 누군가 자신의 집을 방문했으면 좋겠다는 내용으로 시를 엮는다. 스물여섯 번째 시집을 낼 때인 2003년 6월 시인은 고독에 대한 철학을 깨우치기 시작한다.

 

고독한 화가 고흐의 발자취를 따라서

 

‘고독이 얼마나 많은 시를 불러오는지, 외딴섬을 혼자 걸어본 사람이면 알 거다……. 나는 섬에 발붙이며 고독을 알았고 고독을 알면서 시를 시작했다.’

 

스물일곱 번째 시집에서 시인은 떠남의 철학을 깨우치고, 스물여덟 번째 시집에서는 도시와 섬을 오가며 변해가는 세상의 모습을 담았다. 특히 사람이 그리워 인사동에 시 읽는 공간을 마련했다는 부분은 오래도록 고독 속에서 시를 쓰던 시인이 왜 일흔을 넘겨서야 사람이 그리워 사람의 공간으로 나왔는지에 대한 독특한 인상을 준다. 하지만 도시를 떠돌다가도 시인은 마음이 허전해지면 다시금 섬으로 떠나가곤 했다.

 

서른 번째 시집에서 시인은 빈센트 반 고흐를 기렸다. 당시 시인의 나이는 여든에 가까웠지만 여전히 삶에 회의적이었다. 젊은 날 그랬던 것처럼 열정이 샘솟던 순간 시인은 누군가의 삶에 흠뻑 젖고 싶었는데 그것이 바로 고흐라고 했다. 시인이 생각한 고흐는 울고 싶을 때 울고 떠나고 싶을 때 떠나는 예술가다. 또 책을 읽으며 그림을 그리고, 편지를 쓰며 그림을 그리고, 술을 마시며 그림을 그렸으며, 걸어 다니면서도 그림을 그린 고독한 화가였다. 예술은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시인은 고흐로부터 ‘너도 미쳐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적었다.

 

서른여덟 번째 시집은 2018년 11월 20일로 비교적 최근에 발행됐다. 시인 나이 거의 아흔이 되었을 때다. 시인은 살아서 행복하다는 것과 살아서 고맙다는 것을 그리고 이제 철이 드는 것을 느낀다고 책에 적었다.

 

고독을 승화해 예술을 만드는 이들


사람들은 “호박꽃도 꽃이냐.”며 비웃는다. 그러나 이생진 시인은 이 꽃으로부터 시를 알고 시인이 되었다. 시인은 다시 태어나도 시를 쓰고 싶다고 했다. 모두가 자신을 외면할 적에 시만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인은 고독을 일부러 찾아 섬을 떠돌았다. 아마 천 개는 넘게 찾아다녔을 것이다. 시인의 작품『먼 섬에 가고 싶다』서문에는 이런 글이 나온다. ‘먼 섬 마라도는 가본 사람만이 다시 가고 싶은 섬이다. 외로움에 익숙한 사람에게도 한없이 편한 섬이지만 하루를 못 참고 돌아오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먼 훗날 추억의 일번지로 꼽게 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시인 말대로 고독은 삶에 중요한 면이다. 서로를 싫어하는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있다. 이들은 토닥이는 와중에도 서로를 떠나지 않고 함께 살아가고 있다. 앞으로도 떠날 생각은 없어 보인다. 왜냐하면 홀로가 될 고독과 외로움이 다툼과 미움보다 더 두려워서다. 그만큼 고독은 인간사에 아이러니를 남기기도 한다.

나는 ‘고독’하면 부산이 떠오른다. 교수 발표를 보러 전날 밤 미리 도착해 아무도 없는 학교 기숙사에서 숙박을 했었다. 추웠고 대학가였지만 사람이 없어 가게들은 장사를 하지 않아 컴컴했다. 배가 고파 근처를 돌다가 허름한 치킨 집 하나를 겨우 찾았다. 내부 천장이 거의 내 키 높이로 낮았다. 테이블은 두 개 놓여 있었다. 그런데 치킨은 너무도 맛있었다. 아마 허전했던 마음에 따스함이 채워져 강렬한 기억이 되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직장인들이 화려한 레스토랑이 아닌 포장마차의 어묵국물로 마음에 위로를 받는 느낌을 알 것 같았다.

아직도 부산하면 스산했던 겨울밤과 치킨집이 생각난다. 자갈치 시장도 서면도 해운대도 아닌 스산했던 대학로의 골목이 기억 속에 강하다. 호수 가장자리에 낙엽이 축축하게 젖은 땅을 밟다가 벤치에 앉았을 때 느껴지는 그러한 고독들은 외로움이 아니다. 삶에는 행복 가운데서도 눈물 나는 상황이 곳곳에 블랙홀처럼 내재해 있다. 불과 1분 전에 행복으로 가슴이 부풀었다가도 몇 발자국 안가 심한 고독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예술가란 이러한 감정을 고독 속에서 익히는 자들이다. 감정의 저변을 훑는 일은 누구라도 할 수 있지만 웬만해선 그런 고통스런 모험을 하지 않으려 한다. 감정을 지배하기란 힘들기 때문이다. 감정을 잘못 건드려 자칫 어떤 것으로도 승화시키지 못할 경우 잘못된 방향으로 폭발할 수가 있다. 예술가는 감정 조절하는 법을 터득해 더 깊은 내면으로 파고드는 이들이다. 그리고 승화시킨 작품들을 사람들에게 보여 간접적으로 세상을 느끼게 한다. 특히 시인은 그러한 감정을 함축한 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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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 칼 대지 않고 수술합니다 - 절개.적출.출혈이 없는, 여성을 위한 비수술적 하이푸 치료
김태희 지음 / 라온북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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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테리의 어원 ‘히스테라(hystera, 자궁)’ 적절한 치료법은?

[서평] 『자궁 칼 대지 않고 수술합니다』(김태희, 라온북, 2018.10.31.)

 

저자가 초등학교 6학년이었을 때 어머니께서 자궁근종 진단을 받으셨다. 병원에서 자궁을 적출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수술 날짜가 잡히고 나니 아버지는 근심스러워하셨다. 저자는 어릴 적부터 보아온 경험과 현재의 의사생활을 바탕으로 여성에 도움이 되는 책『자궁 칼 대지 않고 수술합니다』을 출간했다. 여성의 몸은 남성의 몸보다 생리학적으로나 해부학적으로 더 복잡하다. 사는 동안 남성보다 훨씬 많은 생물학적 변화를 겪는다. 이 중 자궁, 유방 난소는 여성에게 매우 중요한 구조다.

 

자궁은 방광 뒤 대장 앞에 있는 장기로 전체적으로는 서양 배를 거꾸로 놓은 모양처럼 생겼다. 여성에게 있어 소중한 장기이기에 제2의 심장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또한 자궁은 태아가 자라면 임신 전보다 500배가 커지는 매우 신비로운 신체기관이며, 아기를 낳고 나면 두 달 정도 뒤에 다시 본래 크기로 줄어든다. 자궁질환은 여성호르몬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여성의 히스테리(자궁)란

 

여성의 자궁은 여러 질환에 노출되기 십상이다. 특히 자궁근종과 자궁선근증은 여성에게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자궁질환이다. 자궁선근증은 35~50세 여성에게 잘 생기는 질환으로 77%가 만성 골반 통을 동반한다. 자궁근종 역시 여성에게 생기는 가장 흔한 양성종양으로 별다른 증세 없이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궁 근육층을 구성하는 자궁 근육세포의 유전자 돌연변이로 발생한다. 자궁근종은 생명과 직결되는 큰 질병은 아니지만 가임기 여성에게는 난임의 원인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방치해선 안 된다.

 

우리는 히스테리 부린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히스테리는 고대 사회에서 쓰던 그리스어 ‘히스테라(hystera, 자궁)’에서 기원했다. 여성의 모든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일컫는 말로, 그 모든 고통은 자궁으로 인해 생긴다고 사람들은 믿었다. 마취법이 발명된 1800년대에 자궁적출술이 시작되었는데 여성의 히스테리를 잠재운다는 목적으로도 자궁적출술은 성행했다. 예로 폭식증, 생리전 증후군, 정신질환을 비롯해 자위를 하거나 행실이 단정치 못하다는 이유로도 남편, 아버지, 의사는 여성에게 자궁적출술을 받게 하였다.

 

자궁과 난소를 제거하지 않아도 되는 시술

 

자궁 적출은 여성에게 육체적, 심리적으로 상실감을 주는 치료다. 실제로 자궁 적출 후에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거나 이전에 없었던 요통 등의 부작용을 겪는 경우도 상당하다. 오늘날에는 자궁에 이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자궁을 적출하려는 여성들이 있다. 이들 중 43%는 난소암을 예방한다는 목적으로 난소까지 제거하기도 한다.

 

난소는 자궁과 함께 여성의 몸에 일생 동안 호르몬을 공급해 주는 소중한 기관이다. 그저 난자를 만들고 배란시키는 것 외에 에스트로겐과 황체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을 생산하며, 그 작업을 위해 뇌하수체와 연결되어 있다. 배란이라는 규칙적인 작업을 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그 흐름에 이상이 생기면 몸에 질병이 찾아올 수 있다.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생리혈이 역류하면서 자궁 내막 조직이 난소 등 다른 장기에 붙으면 자궁내막증을 일으킨다. 20, 30대 젊은 층에서 발병하는 것이 특징이다. 다행히도 난소암은 발병 가능성이 낮은 암이다.

 

가임기 여성이 생리가 부자연스럽고 생리불순이 심하고 그 상태가 호전되지 않는다면 난소 기능 저하나 조기 폐경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난소의 기능 저하를 예방하려면 규칙적인 운동과 건강한 생활습관은 필수다. 저자는 자궁과 난소 질환을 치료하는데 하이푸를 추천한다. 하이푸 시술은 정상 자궁 조직을 손상시키지 않고 근종만 괴사시키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자궁을 보전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다. 비절개이면서 통증이 거의 없어 대세로 떠오를 전망이라고 저자는 적었다. 하이푸 치료 후에 임신에 성공한 환자의 사례는 많다.

 

부작용과 합병증이 드문 치료법

 

저자가 전문의로서 처음 근무한 곳은 강남베드로병원이었다. 군 복무를 마치고 처음 면접을 보러 갔을 때 비수술적 치료인 하이푸를 처음 접했다. 하이푸를 접할 당시 한국에는 직접 하이푸를 시술하는 의사가 없었다. 하이푸는 2013년에 들어 자궁근종, 자궁선근증 등에 대한 신의료 기술로 지정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저자는 누구보다 하이푸를 널리 알렸고 2018년 현재 시점까지 2,500사례 넘게 하이푸 시술을 시행했다. 저자의 시술 대상은 대부분이 자궁이었다.

 

하이푸(High Itensity Focused Ultrasound)는 고강도의 초음파를 한 초점에 모아 생긴 에너지로 종양을 치료하는 기술이다. 환자의 몸속 깊숙이 위치해 있는 종양을 칼이나 바늘 등의 날카로운 도구 없이 치료하는 비침습적인 치료법이다. 감염 우려가 없고 회복이 빠르며 부작용이나 합병증이 드물다. 딱딱한 고형의 종양은 모두 치료가 가능하지만 공기가 들어 있는 장기인 폐, 위, 소장, 대장은 치료할 수 있는 케이스가 적다. 그리고 뇌, 척추처럼 중추신경이 모여 있는 곳은 치료하지 않는다.

 

저자는 혼자 고군분투하며 이 분야를 개척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배울 수 있는 곳을 찾아 일본 등 해외로 다녔다. 책은 이외에도 하이푸 치료 사례와 내원하여 자궁 질환을 치료받은 환자들의 사례가 여럿 나온다. 어떤 증상으로 환자들이 병원을 찾았고, 어떤 치료를 받아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지 등이 소상히 나온다. 책 끝 부분에는 치료 후 관리와 예방에 대한 좋은 식습관이 제시된다. 어려운 용어도 없어 책은 쉽게 읽히므로 여성이라면 그리고 주위에 가족을 둔 남성이라면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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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정도 - 최고의 인재를 위한 50가지 지혜
서정락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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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묵히 일하는 직원 배려하는 게 ‘일의 正道’

[리뷰] 『일의 정도 : 최고의 인재를 위한 50가지 지혜』(서정락, 21세기북스, 2018.11.25)

 

자신을 패배자로 여기고, 부모를 탓하고, 세상을 원망하고, 스스로마저 불신했던 청년이 있었다. 청년은 어느 날 ‘내가 왜 패배 의식에 젖은 채 살아야 하지?’ 생각을 하게 됐다. 고민 끝에 핑계를 대지 말고 적극적으로 살아가겠다며 다짐을 했고 이후 꾸준한 실천으로 명망 있는 기업인이 되었다.『일의 정도』 서정락 저자의 이야기다. 저자는 자신의 오랜 사업 체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냈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며 일의 시작, 일의 실천, 정도의 품격, 정도의 힘에 이르는 묵직한 주제들로 전개된다. 1장은 리더가 되기까지 겪었던 에피소드와 깨달음에 대한 부분이다. 서른두 살이었던 저자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경남 창원에서 인력 아웃소싱 분야 사업을 시작했다. 1990년대 초, 당시는 아웃소싱 사업의 초창기였고 사업은 모든 분야로 확산될 가능성이 컸고 때문에 조만간 시장을 선점할 전망이 있었다. 저자는 이를 예상했다. 확고한 기준으로 사업을 결정했고 이후 사업은 예상대로 탄탄대로였다.


하지만 30대 초 이른 나이에 사업을 시작하다 보니 자신보다 나이와 경력이 많은 자들을 직원으로 둘 경우가 생겼다. 이들은 저자를 쉽게 보았다. 하지만 저자는 명령을 하기보다 진심으로 직원들에게 협조를 바라는 부탁을 하였고 본보기가 되기 위해 자신 역시 더욱 열심히 일했다. 이때 저자는 ‘스스로 생각하고 일하는 자세’야말로 성공을 향한 기본기임을 깨닫게 된다. 지인의 결혼식 참석조차 참석 유무를 전날까지 고민하는 것이 인간 심리인데 인생과 사업이란 얼마나 생각하고 실천을 해야 하는 일이겠는가.

 



기업인이 지녀야 할 사람 보는 안목

 

일을 할 때 ‘사람’이란 중요하다. 사람 보는 안목은 한 순간에 생기지 않고 살면서 여럿을 만나고 깨달아가야 는다. 회사에 새로운 사람을 들일 때 저자는 지원자와 최대한 오래 이야기를 하며 그가 하는 말, 행동, 표정 등을 관찰했다. 많은 지원자들이 잘 준비된 답변을 순발력 있게 내뱉었지만 저자는 인성을 더 중요시 봤다. 그렇게 조금씩 사람 보는 지혜를 길렀다. ‘퀵 픽스(quick fix)보다 스로우 픽스(slow fix), 즉 오래도록 끈기 있게 지켜봐야만 그 사람의 진가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사람 보는 눈은 더 나아가 기업 전체를 바라보는 눈이 되었다.

 

사람은 원석으로 태어나 부단한 노력으로 보석이 되어간다. 저자가 리더로서 살아가며 깨달은 점은 주목받는 직원들의 사기를 올려주는 것도 좋지만, 동시에 음지에서 묵묵히 일하는 직원들이 어떤 보석이 되어 가는지 살피어 세심하게 보살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개인의 가치는 본인이 판단할 수 없다. 결국 사회에서 판단된다. 그것도 절묘할 정도로 정확하다. 지금 회사에서 받는 급여가 그 정도면, 더도 덜도 아니고 본인이 지금 그 정도 가치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 자신의 능력을 애써 이야기할 필요도, 과시할 필요도 없다. 더 좋은 대우를 원하면 더 노력하면 된다.”

 

능력과 마찬가지로 핸디캡도 감춘다고 감춰지지 않는다. 만약 인간관계가 어렵고 성격이 소심하다면 사회 모임에 가입해 사람을 사귀고, 억지로라도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걸어보고, 대학원 다닐 때도 일부러 회장 자리를 도맡아보아야 한다. 그래야 여러 사람 앞에서 의견을 이야기하는 수준으로 바뀌게 된다. 성격이 바뀌면 사회의 인간관계도 달라진다. 나아가 회사에서도 인정을 받는다. 자기 의견 없이 혹은 의견이 있어도 이야기하지 않는 사람은 어디에 있건 금방 금방 교체되는 부속품에 지나지 않는다.

 

도전하지 않은 시간은 고통이다

책에 적힌 이야기들은 사회 초년생에서부터 만년 과장에 이르기까지, 공통적으로 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두루 적용된다. 한 기업 대표의 시각으로서 직원들의 모습을 총괄하여 살펴 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며 또한 사회 초년생이 알지 못하는 대표의 시각을 엿볼 수 있는 책이기에 다른 책들과 차별성이 있다. 게다가 책에는 재미있는 표현도 많다. “같은 과일이라도 백화점 상품이 될 것인지, 노점상의 과일이 될 것인지 구분은 포장의 차이다.”는 말 등이 그러하다. 대기업이냐 중소기업이냐 문제보다 개인의 몸가짐이 중요함이다. 옷을 단정히 입고 매너 있는 행동으로 품격을 만들어 나가야함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딱 상식만큼 노력한 사람들이 아니다. 상식을 넘어선 노력과 도전을 한 사람들이다. ‘오늘 바뀌어야 다른 내일이 온다. 그렇게 하루하루 쌓이다 보면, 인생이 바뀌고 본인이 바라는 인생을 만들 수 있다.’

 

사업을 하기도 바쁜 와중에 저자는 박사 학위 공부를 했다. 너무도 힘이 들었다. 하지만 막상 학위를 받고나니 절대 허튼 시간이 아니었다. 학문을 깊이 탐구하면서 스스로가 한층 성장했고, 주변에의 평가도 달라졌다. 미래를 위해 큰 포석 하나를 둔 셈이었다. 만약 노력하지도 않고, 미래가 막막한 것만을 걱정한다면 그 시간이 더 아까웠을 거고 고통스러웠을 지도 모른다.

 

가정이 평온해야 일도 즐겁다

 

저자는 사업만큼이나 일구기 어려웠던 집단으로 가정을 꼽았다. 소소한 인생살이는 저자의 사회 살이 만큼에나 저자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그 이야기는 4장에서부터 나온다. 결혼 생활은 사회생활만큼 치열하다. 가정은 평안한 공간이기도 하지만 적당히 꾸려놓고 적당히 끌고 갈 수 있는 집단도 아니다. 많이 노력하고 세심하게 돌봐야 한다.

 

젊었을 때 저자는 기업을 이끄는 신념만큼이나 가장에 대한 마음가짐도 남달랐다. 아내와 절대 이혼하지 않을 것이며, 손찌검도 안하고, 돈벌이 시키지 않겠다는 다짐이 그랬다. 그리고 지금도 그 약속을 지키고 있다. 당시 돈벌이가 좋지는 않았지만 열심히 일할 자신이 있었고 자신감으로 미래를 만들 생각이었다. 아마 돈을 많이 벌어놓고 결혼하려고 했으면 결혼이 많이 늦었을 것이다. 결혼을 하면서 하나씩 살림을 꾸려나가는 재미도 몰랐을 것이다.


가정은 우물이다. 가족 구성원들은 그 우물의 물을 먹고 살아가고 앞으로도 그 우물을 사용할 것이다. 그러니 모두 깨끗하게 관리하고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문제 대부분은 가정에서 만들어지는데 특히 부부 사이에 갈등이 생기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심지어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면 사회생활을 그르칠 수도 있다. 때문에 저자는 원만한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지금껏 노력하고 있다.

 

책『일의 정도』에는 심오한 이야기가 많다. 논어, 맹자와 같은 선인의 말씀과 저자가 직접 겪으며 깨달은 바들이 새겨져 있어 독자로 하여금 수긍 가게 한다. 직장을 다니거나 사업장을 운영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 모두가 독자로서 책의 대상이 된다. 학생들의 경우 이해하기 어렵고 수긍이 힘든 부분이 많을 것이다. 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에 앞서 취업조차 어려워하는 부류이기 때문에 용기를 주는 개발서를 더 원할 지도 모른다.

 

저자는 말한다. 진정 좋은 조직은 좋은 학벌과 경력, 좋은 자격증을 보유한 사람들이 모여 경연 대회 하는 곳이 아니라고. 동료를 살필 줄 알고, 함께 성장하겠다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진 곳이어야 한다. 그리고 주목받는 직원들 사기를 올려주는 것만큼이나 음지에서 묵묵히 일하는 직원들도 세심하게 보살펴주어야 한다. 침묵하는 보석이 빛나기를 바라면서 모든 직원들을 올바로 지휘하는 역할을 꿋꿋이 맡아야 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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