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 그녀 - 리턴
홍 기자 지음 / 찜커뮤니케이션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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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같은 남성들의 배신과 폭력, 안갯속 그녀들

『안갯속 그녀-리턴』(홍기자, 찜커뮤니케이션, 2018.12.05)

 

책 표지가 까맣다. 아무래도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모두 까만 인생을 겪었고, 겪고 있다. 미희, 연우, 미진 등 많은 여성들이 남성들에 의해 억압 받고 자식을 지키기 위해 모든 걸 던져야 했다. 작가의 말에 “여성이 임신하면 출산하기도, 출산을 포기하기도 너무 힘든 상황이 됩니다.”라는 문장이 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여성의 삶이 이렇지 않을까.

 



책의 제목인 ‘안갯속’은 주인공들의 심리를 대변하는 상징이다. 맨 첫 장에 보면 안갯속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설명한다. 안갯속은 어떤 일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모르는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연우는 자신의 쌍둥이 동생 연하가 살아 있는 것조차 몰랐다. 자신이 사랑했던 준명이라는 남자한테 배신을 당할 것이라는 사실도 몰랐다. 연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미래는 안갯속이다.

 

‘리턴’이라는 의미는 ‘되돌아가다’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미국 드라마 <로스트>를 보면 주인공 잭은 그토록 원하던 섬의 탈출 이후, 다시 섬으로 되돌아가는 운명을 맞이한다. 『안갯속 그녀-리턴』의 주인공들은 모두 자신의 어머니처럼 살아가는 운명에 처한다.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그토록 벗어나려고 했지만 다시 되돌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란, 지옥이다.

 

소설 속에 나오는 대부분의 남성들은 모두 우유부단하거나 아예 반대로 폭력적이다. 또한 이기적이고 여성들을 농락하듯, 잠시 머물렀다가 떠난다. 그런 남성들 때문에 주인공들의 삶은 흔들린다. 그나마 주체적인 삶을 사는 이는 연우가 취재하러 가서 만나는 신미진이라는 여성이다. 미진은 한부모가정 여성들을 위해 사회운동에 나선다. 자신 역시 효라는 딸을 낳고 혼자 살고 있지만, 사회적 편견과 미비한 제도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그 현실을 바꾸는 것뿐이다.

 

『안갯속 그녀-리턴』은 작가의 말을 통해 남성성과 여성성의 극한 대비를 보여준다. 하지만 소설의 전개가 급박하고, 대비를 위한 대비처럼 많은 부분 설정이 억지스럽다. 그나마 정상적으로 나타나는 현우라는 고등학생은 또 언제 어떻게 성격이 급변할지 모른다. 남성들이 받은 스트레스는 언제나 폭력으로 나타나야만 하는 것일까, 고민이 든다.

 

책의 말미에 작가의 말에서, 여성은 남성의 폭력으로부터 생존의 위협을 느낀다고 적었다. 남성은 여성의 폭력으로부터 자존심이 상할 뿐이라는 지적엔 어느 정도 공감이 간다. 물론 모든 폭력은 지양되어야겠지만. 소설 속 주인공 연우가 교통사고에서 깨어나 미진과 같이 주체적이고 대안적인 삶을 살길 바란다. 그것이 바로 작가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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