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다시 뛰는 심장으로 - 누군가의 끝이 아니라 누군가의 시작
한국장기조직기증원 / 바른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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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이 아니라 이 세상에 머물길 바라며 '장기기증'

[서평] 『다시 뛰는 심장으로』(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저, 바른북스, 2018. 12.21)

 

『다시 뛰는 심장으로』는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홈페이지에 실린 글들을 발췌해 엮은 책이다. 기증자의 가족, 코디네이터, 이식 수혜자들의 속사정과 당시의 감정들이 생생하게 실렸다. 이 책은 ‘장기기증이란 무엇이고’, ‘왜 장기기증이 필요한가’와 같은 따분한 내용이 담기지는 않았다. 진실 된 마음들을 통해 장기기증을 느끼게 하여 독자들이 이를 스스로 선택하고 생각하도록 이끌고 있다.



 

떠난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

 

책을 읽는데 하필 어디선가 KCM의 절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로 인해 내 감정선은 터졌고 불과 5장을 읽었음에도 그때부터 목이 메고 눈물이 끊임없이 흘렀다. 그 가운데 몇몇 문장이 기억에 남았다.

 

"당신의 몸을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나눠주는 인연을 맺었습니다. 우리 모두의 아름다운 작품이 되었어요. 평상시 당신이 살아오신 삶이 그러했듯 마지막 가는 당신의 모습 또한 새로운 생명이라는 작품을 남기게 된 거예요……. 마지막 떠나는 순간에도 몸을 던진 당신. 다섯 명에게 새 생명을 준, 당신의 고귀한 사랑과 희생을 우리가 영원히 기억하겠소……. 이 세상 어딘가에서 당신의 맑은 눈으로 세상을 다시 볼 수 있게 된 누군가가 꿈을 이루어 살아가기를 소망합니다."

 

편지의 제목들은 ‘하늘에 있을~’, ‘천국에 있을~’이 아니고 ‘세상 어딘가에 있을~’이라고 시작했다. 자신과 같은 지구상에서나마 몸의 일부가 살아가길 바라는 소망 그리고 삶에 대한 간절함이 담긴 제목들이었다. 그렇게라도 살아 삶을 느끼길 바라는 가족들의 소망이 장기기증이라는 목적으로 바뀐 것이다.

 

"엄마, 아빠, 그리고 누나들은 너를 그냥 보낼 수가 없어서 이 세상 어디에선가 우리와 함께 머물렀으면 하는 바람과 너의 착한 마음이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분명히 우리의 선택에 공감했을 거라 생각되어 장기기증을 하기로 결정을 하였다……. 비록 우리 가족의 곁을 떠났지만 다른 사람의 소중한 일부가 되어 우리와 함께 건강하게 숨 쉬고 있을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책은 읽을수록 축축하다. 남은 자들의 슬픔이 너무도 진했다. 수많은 그리움이 적혀있었다. 기증자의 가족들은 처음에 자신만 이런 슬픈 일을 당한 것 같아 힘들어했다. 그러나 장기조직기증원을 통해 다른 기증자 가족들도 만나고 장기이식을 통해 건강하게 살아가는 많은 수혜자도 만나면서 서로 위로를 주고받고 의지할 구석을 만들어 갔다. 그렇게 삶을 다시 느껴나갔다.

 

죽음을 미리 생각해보게 하는 책

 

기억에 남는 사연이 있다. 뇌사 판정을 받은 언니와 동생 이야기다. 언니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러 중환자실에 들어갔던 동생은 작별인사 도중 언니의 눈가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림을 보았다. 동생은 몸이 굳은 채 과연 장기이식을 해야 하는지, 언니가 살아나는 건 아닌지 고민을 했다. 하지만 고민하는 사이 이식은 예정대로 진행되었고 동생은 이후 몇 년을 죄책감과 우울증으로 보냈다. 훗날 안구 내 분비물이 눈물처럼 흘러내릴 수 있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는 마음의 굳은살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었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는 방법을 미리 생각해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죽음이란 생각을 하기조차 어려울 만큼 두렵다. 그러나 해외 선진국들은 죽음을 미리 느끼고 생각하게끔 국민들을 교육시킨다. 그것이 삶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죽어가는 이들도 남겨질 가족들에게 웃으며 작별할 수 있게 된다.

 

책에 나온 장기이식자는 생후 100일부터 나이 지긋한 노년까지 다양했다. 죽음의 순간에는 모두가 같은 가치를 지녔다. 의미 없는 자란 없었다. 어쩌면 장기이식을 통해 죽음으로서 삶의 가치가 더 빛나는 걸 수 있었다. 기증자에게서 장기를 받은 이식 수혜자들은 하나같이 열심히 살겠다는 의지를 품고 있었다. 유가족들이 자신을 보며 기증의 보람을 느끼고, 위로를 받았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책은 수많은 이들의 절절한 사연과 속마음이 담겨있다. 그래서 너무도 감정적이라 읽기에 힘든 순간이 문뜩 찾아온다. 장기기증으로 어떠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와 같은 구체적인 사례 역시 담겨있지 않았다. 책을 조금 다듬었더라면 좋았을 것이었다.

 

장기기증은 법적으로 뇌사가 아니면 아무리 하고 싶어도 못한다. 뇌사가 아니더라도 깨어날 가망이 없는 환자들이 많다. 그러나 뇌사가 아니기에 마지막 떠나는 길에 실천하고자 했던 장기기증은 무산되곤 한다. 장기기증에 담긴 법적 제도의 한계를 바꾼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가치를 실현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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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지 UP 하라 - 온전한 삶을 위한 도전
서성미 지음 / 바이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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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재테크는 나에게 온전히 투자하는 것

[서평] 『체인지 UP 하라 (온전한 삶을 위한 도전)』(서성미, 바이북스, 2018.12.15)

 

강한 여성이 서성거리지 않고 삶을 온전히 이끌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바로 『체인지 UP 하라』에서 말이다. 저자인 서성미 씨는 세 아이의 엄마이자 남편의 아내, 보령제약 제제개발팀 연구원, 3P자기경영연구소 3P마스터코치, 정리수납강사, 팟캐스트에 독서모임까지 정말 열일 하고 있다.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아름다움’을 정의하는 부분이었다. 서성미 작가는 소설가 박상륭 씨를 인용했다. 개인적으로도 매우 좋아하는 불세출의 작가 박상륭. 박상륭 작가에 따르면, ‘아름다움’의 원래 표기는 ‘앓음다움’이었다고 한다. “‘앓음’이란, 육체적, 정신적 아픔, 혹은 고난을 이겨내기 위해 애쓰는 상태이므로 ‘아름다운 사람’이란 ‘아픔과 고난을 이겨낸 사람답다’라는 뜻이 될 수 있습니다.”라고 서성미 작가는 적었다. 그렇다. 삶의 질곡이 있기 때문에 우리의 삶은 더욱 아름다운 사람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일종의 자기계발서이다. 서성미 작가는 자기계발, 자기경영이라는 건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다 진다는 것으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감히 드러낼 수 없었던 지점이었다. 나를 성장시키는 건 결국 나를 책임진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서성미 작가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은 다음 10가지로 압축된다.

 

1. 내 삶의 통제권을 타인에게 넘겨주면 불행해진다는 것

2. 어떤 선택을 하든 결과까지 감내할 수 있을 때 진짜 어른이 된다는 것

3. 진정한 재테크는 나에 대한 투자라는 것

4. 무지가 곧 리스크라는 것

5. 도전하는 과정을 감사하며 행복해 할 수 있다는 것

6. 엄두가 안 나는 목표도 작은 시도를 지속적으로 함으로 이룰 수 있다는 것

7. 좋은 습관이 곧 내 삶을 성공자의 길로 인도한다는 것

8. 베풀고 나눌수록 삶이 더 풍성해진다는 것

9. 함께하면 멀리 갈 수 있다는 것

10. 결국, 사람이 답이다는 것

 

위의 조언들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진정한 재테크는 나에 대한 투자라는 것” 부분이다. 사업에 투자했다가 사람들로부터 배신을 당한 적도 있는 서 작가는 이와 같은 깨달음을 얻었다. 그렇다! 밖에 시선을 두지 말고 스스로에게 투자하자. 그러면 성공할 것이다. 나를 알고, 나에게 투자하는 게 진정한 재테크다.

 

나에 대한 투자가 진정한 재테크이다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고 있는 서성미 작가는 감사할 줄 안다. 그녀는 ‘∼때문에’를 ‘∼덕분에’라는 표현으로 바꾸려고 한다. 부정문 대신에 긍정문을 쓰고자 하는 것이다. 특히 좋은 글, 위로가 되는 글을 쓰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 실천의 결과물이 바로 『체인지 UP 하라』이다. 문장력도 좋고, 자신의 경험을 솔직히 드러내고 있어서 정말 좋은 책이다.

 

성공의 씨앗을 심는 자세는 내가 없는 것을 따지며 조건이 맞을 때까지 기다리는 게 아니라고 한다. 서성미 작가는 지금 내가 갖고 있는 것으로 여기서 할 수 있는 걸 실천에 옮기는 게 바로 성공이라고 확신한다. 더욱이 인간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존재이기에, 여러 선택지들 중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 받는 스트레스나 걱정은 당연한 것이다. 온전한 내가 되기 위해선 비울 줄 알아야 하고, 바로 채울 수 있어야 한다.

 

실패는 내가 인정하기 전까지는 결코 실패가 아니다. 인정하지 못하면 성공에 이르는 실패가 될 수 없다. 지식이 과거에 머무는 반면, 지혜는 미래를 지향한다. 서성미 작가는 “창조는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유에서 뉴(new)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성미 작가는 존재하는 삶 속에서 새로운 삶의 철학을 만들어냈다. 공부하고 실천하는 그녀를 열렬히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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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 서로 다른 곳에서 다른 꿈을 꾸며 살아가는 열 사람의 이야기
한주 외 지음 / 가나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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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주’가 가르쳐 주는 삶의 의미와 철학

[서평] 『LIVE (서로 다른 곳에서 다른 꿈을 꾸며 살아가는 열 사람의 이야기)』(가나북스, 한주 외, 2019. 1.7)

 

새로운 한 해가 올랐다. 많은 이들이 떠오르는 해를 보며 사소한 일상에서 벗어나 좀 더 의미 있는 일을 해보리라 다짐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시간을 어떻게 보냈느냐보다, 그 시간을 기억이 아닌 추억으로 남겨야 한다는 점이다. 열 사람이 쓴 글을 묶은 에세이집『LIVE』는 독자로 하여금 의, 식, 주를 기반으로 구성되는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한주 작가는 자기계발서와 같은 내용으로 삶의 의미를 조망했다. 특히「좋은 사람의 신념」에서는 공자와 스티브 잡스 연설을 내용의 80% 이상으로 인용하면서까지 ‘신념’에 대해 설명했다. 신념은 아집과 반대된다. 이는 다음과 같이 책에 묘사되었다.

 

“신념은 성장하려 하지만, 아집의 틀은 견고하다. 신념의 틀은 들을 귀가 있지만, 아집의 틀에는 귀가 없다. 신념의 틀은 설득하려 하지만, 아집의 틀은 주장만을 한다. 신념의 틀은 상대방을 존중하지만, 아집의 틀은 상대방을 무시한다. 신념의 틀은 기다릴 줄 알지만, 아집의 틀은 조급해한다. 이렇게 둘은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형태를 취한다.”

 

삶의 경험을 담은 에피소드

 

김현석 작가의 글들은 문장 이어짐이 자연스러워 읽기가 수월했다. 작가는 삶의 경험들을 사례로 들면서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삶을 대하느냐에 따라, 경험을 학습으로 만들 수도 있음을 설명했다. 게임 기획자 일을 하는 작가는 게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와 그로 인해 행복을 찾은 현재를 이야기했다. 게임을 하는 사람들을 흔히 노는 아이 취급하는 독자들의 편견을 깨뜨릴 내용들로 전개와 구성이 진행됐다.

 

작가는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아버지가 우리 가족을 버렸다고 생각하며 괴로워했었다. 그러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와 원망을 키웠다. 그런데 한편으로 이러한 부정적 감정으로 인해 힘들었던 시절을 버틸 수 있었다고 작가는 회상했다. 작가는 아버지를 대신해 집을 이끌 가장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어른이 된 지금은 책임감을 조금은 내려놓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혼자 모든 것을 책임지기보다 책임을 나누는 쪽으로 생각을 정리하였다.

 

실제로 작가의 글들이 읽기에 좋았던 건 누구나 흔히 접할 사회 문제들에서 자신만의 진리를 깨우쳤다는 데 있다. 독자들이 공감할만한 내용들이었다. ‘좋은 스승’을 소재로 쓴 글의 경우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에서 만난 각각의 스승들을 통해 도망치지 않을 용기와 감정을 이성으로 제어하는 방법 그리고 넓은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깨달았다고 한다. 작가는 인생의 진리를 알려준 스승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적었지만, 내가 보기에는 이러한 진지를 깨우친 작가의 마음가짐 역시 훌륭했다.

 

소소한 일상을 엿보다

 

책을 쓴 10명의 공동저자들이 각기 다양한 형식의 글을 썼다. 생생한 사례와 경험을 적거나 인상 깊었던 사건을 이야기로 만들었거나, 자기계발서처럼 이성적인 말로 치장을 한 글들이었다. 이 중 강태호 작가는 인상 깊었던 사건을 이야기로 만든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는 노동법 관련 기사를 쓰고 취재를 다니며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해양문학상에 입상하기까지의 에피소드를 묘사했다. 그러면서 수많은 취재를 했던 노력들이 헛된 시간이 아니었으며 언젠가는 의미가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작가 쓴 해양문학상 소재는 한진해운 사태였다. 이 역시 그간의 취재 속에서 모아둔 자료들 중 하나였다. 문장이나, 어휘, 문맥은 어설펐지만 내용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우리 삶을 그린 글이었다. 심사위원들도 아마 삶을 표현하고자 한 작가의 메시지를 보고 글을 뽑았을 것이었다.

 

남성택 작가는 자기 자신에 대한 글을 썼다. ‘나’는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가장 많은 시간 마주하게 되는 사람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한다고 한다는 말처럼 우리는 자기 자신을 잘 이해하고 자기 자신과 가장 친한 친구가 될 때 비로소 자신과 잘 지낼 수 있다. 이에 작가는 자신을 잘 통제하는 사람이 성공할 수 있다는 내용의 에피소드를 실었다. 다만 글마다 주제가 일관되지 않고 너무 많은 에피소드가 한데 엉켜 있다 보니 소음처럼 보이기도 했다.

 

책에는 작가들의 강렬했던 경험들이 녹아 있었다. 대다수가 의식주를 기반으로 한 이야기들이다. 신대영 작가의 경우 어릴 때 잘 못 먹어 영양실조에 걸리고 또 라면을 많이 먹게 된 사연을 소개하면서 독특하게도 이를 라면의 철학으로 썼다. 비만을 가진 사람들은 몸이 건강하지 않은 것보다 가정이 건강하지 않을 수 있고, 특히 정신이 더욱 건강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작가는 깨달았다. 다른 이의 글을 통해 일상의 내면을 다시금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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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ying High - 에어아시아에서 퀸즈 파크 레인저스까지, 나의 이야기
토니 페르난데스 지음 / 트러스트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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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비행기 표가 이별을 강요하지 않도록!

[리뷰] 『플라잉 하이 (에어아시아에서 퀸즈 파크 레인저스까지 나의 이야기,Flying High)』(트러스트북스, 2018. 12.14)

 

『플라잉 하이』는 1964년생 토니 페르난데스라는 말레이시아 기업인의 자서전이다. 그는 2017년 한국 여성과 결혼해 화제가 되기도 했거니와 열정 있는 기업인으로서 훈장도 여럿 받았다. 근래 토니 페르난데스에게 소포 하나가 도착했다. 그 안에는 지난 수십 년의 세월을 간직한 물건들이 들어있었다. 아버지, 어머니의 추억과 학교생활의 감정들이 상자를 여는 순간 솟아나왔다. 이를 계기로 페르난데스는 어린 시절 꿈을 다시금 상기하고 그와 함께 책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페르난데스는 어릴 때부터 스포츠와 음악, 비행기를 사랑했다. 사랑하는 것들과 함께하는 꿈을 항상 꾸었고 그 꿈을 이루려는 꿈을 또 다시 꿀 정도였다. 우리는 페르난데스를 음반 회사에서 일을 했고, 영국 축구 구단을 인수하고 또 항공사를 인수해 글로벌 회사로 탈바꿈시킨 기업가로 알고 있다. 책은 이런 그의 기업가적 열정과 사업 방법뿐 아니라 계속해서 ‘날아오르는’ 꿈에 대한 개인적 야망까지 서술하고 있다.

 



부모님의 영향을 받은 어린 시절


어릴 때 페르난데스는 가족에게서 삶을 배웠다. 아버지는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분이었고 심지어 직원들까지 상사인 아버지를 큰 오빠처럼 대했다. 어머니는 집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가족을 이끌어 나가셨다. 모든 일의 중심이었고 음악을 좋아하셨는데 그 영향으로 페르난데스는 지금도 작곡을 하고 있다. 어머니의 굳건한 중심 덕에 가족은 심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하며 이루고픈 바를 이루어나갔고 그런 어머니를 모두들 자랑스러워했다.


그런데 페르난데스가 11살이던 무렵 어머니는 조울증에 걸렸다. 아버지는 자주 어머니를 병원에 보냈고 이로 어머니의 부재가 계속되면서 집안은 우울하게 변했다. 1977년 어느 날, 아버지는 페르난데스를 영국 학교로 보낼 생각을 했다. 13살이었던 페르난데스는 9월에 홀로 비행기를 타고 공항에 도착했다. 처음에는 무서웠다. 부모님께서 타라는 그린 라인 버스 727번을 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무거운 가방을 들고서 도시 외곽으로 3km를 걸어 학교 기숙사로 들어가기까지 오로지 혼자 모든 상황을 파악해야 했다. 처음으로 혼자 하는 발걸음이었다.

 

큰 식당에서 500명이 넘는 또래 소년들과 밥을 먹고, 한 방에서 19명이 자는 게 페르난데스로서는 정말 낯설었다. 집이 그리웠지만 집에 가려면 비행기 값이 너무 비쌌다. 이때 페르난데스는 자신이 비행기 비용을 싸게 만들겠다고 어머니께 말했다. 왜냐하면 부모님과 친구들을 보러 집에 갈 수 없을 정도로 비행기 값이 행복에 걸림돌이 된다는 걸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본능적으로 자신과 가족을 갈라놓는 존재가 비행기 표라는 걸 깨달았다. 이는 페르난데스에게 큰 충격이었는데 또한 미래의 항공 사업의 근원을 만든 사건 중 하나가 되었다.

 

사회의 요구보다 스스로의 신념대로

 

페르난데스는 자신에게 온 택배 내용물을 보며 또 다른 회상에 잠긴다. 책 이야기는 액자식 구성으로 택배 내용물들이 페르난데스의 지난 삶에서 그에게 얼마나 의미 있었는지를 해석해 나갔다. 그 중 하나는 30여 년 전 아버지를 졸라 얻은 아바의 카세트 테이프였다. 학교를 잘 다니던 어느 1월 초 아버지께 전화가 왔다. 어머니의 조울증 상태가 심각하다는 내용이었다. 몇 번 그런 적이 있었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결국 돌아가셨다. 집으로 가야하니 싶었는데 아버지가 시험공부에 집중하라고 하였다. 페르난데스는 이때 집에 가지 않은 것이 지금도 회한으로 남았다고 한다. 어머니의 죽음은 분명 큰 충격이지만 어머니의 소원인 ‘의사되기’를 노력하지는 않았다.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에 대한 집념이 그에게 더 크게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성적은 크게 좋지 않았지만, 소속감과 우정, 단체정신을 배우고 평생 사업을 하면서 이런 가치를 추구했다."

 

이러한 문장을 보자면 페르난데스의 앞날이 어떤 식으로 펼쳐질지를 알 수 있었다. 졸업 후 페르난데스는 여행을 많이 다녔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어느 날 항공편 지연으로 공항에 앉아 있게 되었고, 인생을 바꾼 기회를 잡게 되었다. 아는 크리켓 선수가 지나가자 용기내 말을 건 것이었다. 그리고 술집에서 오랜 이야기를 나눴다. 이야기 가운데는 구상해온 사업 아이디어가 있었는데 이를 구체화시킬 시간이 되었다. 덕분에 그 아이디어로 계좌와 수표책까지 개설하고 스무 살에 일찍 집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때 경험으로 페르난데스는 지금도 꾸준히 자산을 사고팔고 있다. 여행과 방황으로 세상살이의 법칙을 배우고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깨달았다. 페르난데스는 당당해졌고 그런 이유 때문인지 음악회사 버진 면접을 망치고 나오던 중 회사 경영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다시 면접 볼 기회까지 얻는 대담함을 보였다. 또 다른 직장인 워너에서는 자신만의 새로운 시장 분석 보고서를 제시해 보수적인 회장을 놀래게 만들었다. 페르난데스는 승승장구했고 20대 중반에 말레이시아 지사 대표가 되었다.

 

기회가 오면 불가능해 보이더라도 붙잡다

 

다시 백수가 된 어느 날인 2001년 2월, 오래된 술집에 앉아 TV를 보던 페르난데스는 항공사 CEO의 인터뷰를 시청하게 됐다. 페르난데스에게는 오래 전부터 새 항공사를 만들고 싶은 꿈이 있었다. 이름을 튠 에어로 하고 브랜드 색을 주황색을 할 계획까지 세워두었다. 그 꿈을 실현시켜보겠다는 생각이 TV를 보던 중 문뜩 솟아났다. 그러나 막상 사업 자금이 얼마나 필요하고,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려면 인력은 얼마나 있어야 하는지를 몰랐다. 무엇보다 항공 산업 허가를 받으려 정치적 끈이 필요했다. 페르난데스는 뜻이 맞는 동료와 함께 교통운송부의 아는 사람을 찾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총리와 약속까지 잡게 되었다.

 

총리는 "이미 실패한 항공사가 많기에 새로운 회사를 만드는 건 아니다"며 허가하지 않았다. 대신 기존 항공사를 인수할 것을 제안했다. 고민에 빠진 채 골프를 치던 페르난데스는 말레이시아의 대표적 제조업체 DRB-하이콤에서 일하는 홍보 이사를 만나게 됐다. 그 기업에는 보잘 것 없는 에어아시아 항공사가 있었다. 둘은 항공사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고 홍보 이사는 자신의 회사 보증 하나를 없애준다면 항공사를 거저 주겠다는 말을 했다. 페르난데스는 이번에도 기회를 지나가게 두지 않고 붙잡았다. 그리고 노력 끝에 불가능해 보였던 회사의 보증을 없앴고, 2001년 12월 8일에 에어아시아를 인수하였다.

 

인수 후 처음 18개월은 탄력성과 사업모델, 기업문화를 시험했다. 에어아시아를 시작할 무렵, 말레이시아 전체 인구의 10%에서 15% 정도 소수 인원만이 말레이시아 항공이나 싱가포르 항공을 주로 사용하고 있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비행기를 탄다는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다. 저자는 수많은 사람에게 비행기 타는 방법부터 교육해야 했다. 또한 쓰나미 피해지역에 구조대를 비행기로 파견하거나 여러 난민 지역에 수송 지원도 했다. 물론 경쟁사의 도전으로 골머리를 앓기도 했으며 항공기 한 대가 추락하여 위기를 맞을 때도 있었다.

 

사업 경영서와 같은 책

 

다양한 시련과 기회를 맞으면서도 저자는 자신의 기업 경영철학을 고수했다. 결과 2대였던 항공기는 2003년에 13대로 늘었다. 그리고 2005년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구단 측에서 맨유 카페를 후원해달라는 요청도 받았다. 시간이 지나 결국에는 퀸즈 파크 레인저스 FC 축구 구단을 인수하게 됐다. 페르난데스의 꿈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삶이 가져다준 기회를 모두 잡았기에 가능했다. 페르난데스는 서서히 주변을 변화시키며 자신만의 의지로 명성을 축적해 나갔다.

 

책은 몇몇 부분이 재검토를 급하게 한 듯한 흔적이 있었다. ‘다시’를 ‘다다시’라고 적은 어휘 오류나 연도 오류가 대표적이다. 책 25p에, "1977년 어느 날, 아버지는 9월에 영국 학교에 가라고 말씀하셨다…… 1988년 9월 초, 열세 살인 나는 처음으로 혼자 비행기를 타고 영국으로 떠났다."는 문장이 나온다. ‘1988’년이라는 뜬금없는 년도 오타였다. 또 60p에, "1978년 말, 그 무렵에 결혼을 했고 세를 주는 집도 소유했다."는 문장이 나오는데 1978년이라 치면 저자가 학교생활 중이던 14살이었다. 이 역시 년도 오타였다.

 

이외는 책을 읽는데 큰 문제가 없었다.『플라잉 하이』끝부분에 사업 운영에 대한 간단한 방법이 소개되어 있었다. 훌륭한 제품과 시대에 맞는 홍보 그리고 올바른 유통과 실행, 이 4가지가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훌륭한 아이디어들이 사장되지 않고 빛을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페르난데스는 일도 열심히 했지만 개인 시간이 나면 아이들과 행복하게 보내며 삶의 질도 충족시켰다. 그는 아직도 도전하고 싶은 일이 많다고 한다. ‘플라잉 하이’ 즉, 지금도 그는 높이 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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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티컬 씽킹 - 비즈니스에 날개를 달아줄 비판적 사고와 표현 기술 글로비스 MBA 시리즈 1
글로비스 경영대학원 지음, 하진수 옮김, 홍성수 감수 / 새로운제안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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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적으로 질문하고, 질문하고, 또 질문하라!

[리뷰] 『크리티컬 씽킹 (비즈니스에 날개를 달아줄 비판적 사고와 표현 기술)』(글로비스 경영대학원, 새로운제안, 2018.12.10)

 

일본 글로비스 대학원에서 회사 업무에 가장 중요한 비판적 사고 관련한 책을 냈다. 2001년 3월 초판이 나왔으니, 벌써 18년이나 되었다. 그동안 다년간 기업들의 현안에 대해 컨설팅을 한 결과를 책에 고스란히 담았다. 글로비스 대학원은 MBA로 유명한 곳이다. 크리티컬 씽킹이 필요한 이유는 대화가 잘 안 되는 직장 상사와 동료 그리고 핵심을 벗어나는 업무 회의 등을 지양하기 위해서다. 또한 책을 추천한 홍성수 감수자는 가짜뉴스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크리티컬 씽킹, 즉 비판적 사고가 요구된다고 적었다.

 

10년 넘게 회사 생활을 해온 본인 역시 정말 밑도 끝도 없는 회의, 불필요한 회의 때문에 지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회의에 회의적”이다는 말은 빈말이 아니다. 『크리티컬 씽킹』은 정말 많은 사례들을 담고 있어서 기업 실무자들, 특히 리더들이 반드시 봐야 할 책이다. 일본 역시 우리와 비슷하게 암기 위주 학습의 결과여서 그런지 직장 문화에서 역시 창의적이고 말랑말랑한 생각들이 제대로 전개되지 못한다고 한다. 제발 우리나라 직장 상사들이 이 책을 보고 생각을 틔웠으면 좋겠다.

 

책은 총 4부로 이뤄져 있다. 제1부는 사고 정리와 메시지 만드는 법을 소개한다. 1장, 2장에서 사고 단계와 전체 그림을 보는 방식을 고민하는 것이다. 특히 합리적인 논리 전개 방식을 살핀다. 제2부는 상황을 어떻게 분석할지 사고 기술을 알아본다. 제3장은 현 상황 분석법, 제4장은 현실을 초래한 배후관계를 구조적으로 파악한다. 제5장은 가설과 검증을 다룬다.

 

책의 프롤로그에는 영업부장단 회의가 등장한다. 각 지역별 영업부장과 영업지원부장이 ‘새해 영업전략’을 짜려고 모인 것이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풍경이다. 연말이나 연초가 되면 언제나 전략 회의를 진행한다. 그런데 그 모양새가 어떤가? 대부분 영업장을 방문하기 전에 미리 논의할 내용을 준비해서 가자거나 면담시간을 단축하자거나 논의가 된다. 하지만 영업지원부장이 마지막에 촌철살인을 날린다. 새해 영업전략은 신규 영업정책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지 영업부원들의 고충을 처리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빙빙빙 맴도는 기업들의 회의, 사고 부족

 

『크리티컬 씽킹』은 철저하게 업무에 도움이 되도록 쓰였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목적을 지닌다. “논리적 사고(기법과 체제)와 올바른 사고를 위한 자세(마음가짐)를 갖춤으로써, 비즈니스에서 만사를 타당한 방법으로, 타당한 수준까지 사고하는 것을 실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크리티컬 씽킹의 효과는 ▲ 신선한 발상을 할 수 있다. ▲ 새로운 기회 또는 위험을 쉽게 알아치릴 수 있다. ▲ 상대방의 의도나 전제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 회의나 토론을 효과적으로 진행하고 좀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 설득, 협상, 부하직원의 지도 등을 능숙히 할 수 있다. 등이다. 기본자세도 중요하다. 저자들이 밝히는 중요한 마음가짐은 ▷ 목적을 늘 의식하기 ▷ 자신과 상대의 사고 습관이 다름을 늘 의식하기 ▷ 계속해서 질문하기이다. 책은 적어도 5번까지 계속 질문하라고 권유한다. 정말 맞는 말이다.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나 차별화 된 광고 전략 등을 수립할 때 논리적 사고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책은 논리적 사고가 언제나 옳은 건 아니라고 지적한다. 논리적 사고란 이치에 맞는 말이며, 주장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논리가 빠진 회의를 종종 본다. 특히 관료주의 사회에서 자신보더 더 높은 직급의 사람에게 논리를 언급하긴 힘들다. 그런 회의결과는 결국 남루한 정책과 성과로 이어진다.

 

상황을 분석하는 방법에선 오랜만에 만나는 구성요소 해체법 ‘MECE(Mutually Exclusive and Collectively Exhaustive)’을 만났다. 대학원 시절 스터디하면서 많이 접했던 방법이다. 어떤 사안이 발생했을 때 좀 더 구체적인 하부 단위들로 나누다보면 실마리를 찾게 된다. 맥킨지 컨설팅업체고 고안한 이 분석법은 독서, 학습 등 전 분야에 활용 가능하다.

 

저자들은 에필로그에서 “‘아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은 다르다”면서 “‘크리티컬 씽킹’ 역시 어느 정도 알려졌지만, 이를 업무에 자유자재로 적용하는 직장인은 드문 것 같다.”고 언급했다. 방법이 구체적 실천으로 이어질 때, 우리나라 기업문화가 바뀌고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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