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ying High - 에어아시아에서 퀸즈 파크 레인저스까지, 나의 이야기
토니 페르난데스 지음 / 트러스트북스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비싼 비행기 표가 이별을 강요하지 않도록!

[리뷰] 『플라잉 하이 (에어아시아에서 퀸즈 파크 레인저스까지 나의 이야기,Flying High)』(트러스트북스, 2018. 12.14)

 

『플라잉 하이』는 1964년생 토니 페르난데스라는 말레이시아 기업인의 자서전이다. 그는 2017년 한국 여성과 결혼해 화제가 되기도 했거니와 열정 있는 기업인으로서 훈장도 여럿 받았다. 근래 토니 페르난데스에게 소포 하나가 도착했다. 그 안에는 지난 수십 년의 세월을 간직한 물건들이 들어있었다. 아버지, 어머니의 추억과 학교생활의 감정들이 상자를 여는 순간 솟아나왔다. 이를 계기로 페르난데스는 어린 시절 꿈을 다시금 상기하고 그와 함께 책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페르난데스는 어릴 때부터 스포츠와 음악, 비행기를 사랑했다. 사랑하는 것들과 함께하는 꿈을 항상 꾸었고 그 꿈을 이루려는 꿈을 또 다시 꿀 정도였다. 우리는 페르난데스를 음반 회사에서 일을 했고, 영국 축구 구단을 인수하고 또 항공사를 인수해 글로벌 회사로 탈바꿈시킨 기업가로 알고 있다. 책은 이런 그의 기업가적 열정과 사업 방법뿐 아니라 계속해서 ‘날아오르는’ 꿈에 대한 개인적 야망까지 서술하고 있다.

 



부모님의 영향을 받은 어린 시절


어릴 때 페르난데스는 가족에게서 삶을 배웠다. 아버지는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분이었고 심지어 직원들까지 상사인 아버지를 큰 오빠처럼 대했다. 어머니는 집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가족을 이끌어 나가셨다. 모든 일의 중심이었고 음악을 좋아하셨는데 그 영향으로 페르난데스는 지금도 작곡을 하고 있다. 어머니의 굳건한 중심 덕에 가족은 심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하며 이루고픈 바를 이루어나갔고 그런 어머니를 모두들 자랑스러워했다.


그런데 페르난데스가 11살이던 무렵 어머니는 조울증에 걸렸다. 아버지는 자주 어머니를 병원에 보냈고 이로 어머니의 부재가 계속되면서 집안은 우울하게 변했다. 1977년 어느 날, 아버지는 페르난데스를 영국 학교로 보낼 생각을 했다. 13살이었던 페르난데스는 9월에 홀로 비행기를 타고 공항에 도착했다. 처음에는 무서웠다. 부모님께서 타라는 그린 라인 버스 727번을 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무거운 가방을 들고서 도시 외곽으로 3km를 걸어 학교 기숙사로 들어가기까지 오로지 혼자 모든 상황을 파악해야 했다. 처음으로 혼자 하는 발걸음이었다.

 

큰 식당에서 500명이 넘는 또래 소년들과 밥을 먹고, 한 방에서 19명이 자는 게 페르난데스로서는 정말 낯설었다. 집이 그리웠지만 집에 가려면 비행기 값이 너무 비쌌다. 이때 페르난데스는 자신이 비행기 비용을 싸게 만들겠다고 어머니께 말했다. 왜냐하면 부모님과 친구들을 보러 집에 갈 수 없을 정도로 비행기 값이 행복에 걸림돌이 된다는 걸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본능적으로 자신과 가족을 갈라놓는 존재가 비행기 표라는 걸 깨달았다. 이는 페르난데스에게 큰 충격이었는데 또한 미래의 항공 사업의 근원을 만든 사건 중 하나가 되었다.

 

사회의 요구보다 스스로의 신념대로

 

페르난데스는 자신에게 온 택배 내용물을 보며 또 다른 회상에 잠긴다. 책 이야기는 액자식 구성으로 택배 내용물들이 페르난데스의 지난 삶에서 그에게 얼마나 의미 있었는지를 해석해 나갔다. 그 중 하나는 30여 년 전 아버지를 졸라 얻은 아바의 카세트 테이프였다. 학교를 잘 다니던 어느 1월 초 아버지께 전화가 왔다. 어머니의 조울증 상태가 심각하다는 내용이었다. 몇 번 그런 적이 있었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결국 돌아가셨다. 집으로 가야하니 싶었는데 아버지가 시험공부에 집중하라고 하였다. 페르난데스는 이때 집에 가지 않은 것이 지금도 회한으로 남았다고 한다. 어머니의 죽음은 분명 큰 충격이지만 어머니의 소원인 ‘의사되기’를 노력하지는 않았다.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에 대한 집념이 그에게 더 크게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성적은 크게 좋지 않았지만, 소속감과 우정, 단체정신을 배우고 평생 사업을 하면서 이런 가치를 추구했다."

 

이러한 문장을 보자면 페르난데스의 앞날이 어떤 식으로 펼쳐질지를 알 수 있었다. 졸업 후 페르난데스는 여행을 많이 다녔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어느 날 항공편 지연으로 공항에 앉아 있게 되었고, 인생을 바꾼 기회를 잡게 되었다. 아는 크리켓 선수가 지나가자 용기내 말을 건 것이었다. 그리고 술집에서 오랜 이야기를 나눴다. 이야기 가운데는 구상해온 사업 아이디어가 있었는데 이를 구체화시킬 시간이 되었다. 덕분에 그 아이디어로 계좌와 수표책까지 개설하고 스무 살에 일찍 집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때 경험으로 페르난데스는 지금도 꾸준히 자산을 사고팔고 있다. 여행과 방황으로 세상살이의 법칙을 배우고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깨달았다. 페르난데스는 당당해졌고 그런 이유 때문인지 음악회사 버진 면접을 망치고 나오던 중 회사 경영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다시 면접 볼 기회까지 얻는 대담함을 보였다. 또 다른 직장인 워너에서는 자신만의 새로운 시장 분석 보고서를 제시해 보수적인 회장을 놀래게 만들었다. 페르난데스는 승승장구했고 20대 중반에 말레이시아 지사 대표가 되었다.

 

기회가 오면 불가능해 보이더라도 붙잡다

 

다시 백수가 된 어느 날인 2001년 2월, 오래된 술집에 앉아 TV를 보던 페르난데스는 항공사 CEO의 인터뷰를 시청하게 됐다. 페르난데스에게는 오래 전부터 새 항공사를 만들고 싶은 꿈이 있었다. 이름을 튠 에어로 하고 브랜드 색을 주황색을 할 계획까지 세워두었다. 그 꿈을 실현시켜보겠다는 생각이 TV를 보던 중 문뜩 솟아났다. 그러나 막상 사업 자금이 얼마나 필요하고,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려면 인력은 얼마나 있어야 하는지를 몰랐다. 무엇보다 항공 산업 허가를 받으려 정치적 끈이 필요했다. 페르난데스는 뜻이 맞는 동료와 함께 교통운송부의 아는 사람을 찾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총리와 약속까지 잡게 되었다.

 

총리는 "이미 실패한 항공사가 많기에 새로운 회사를 만드는 건 아니다"며 허가하지 않았다. 대신 기존 항공사를 인수할 것을 제안했다. 고민에 빠진 채 골프를 치던 페르난데스는 말레이시아의 대표적 제조업체 DRB-하이콤에서 일하는 홍보 이사를 만나게 됐다. 그 기업에는 보잘 것 없는 에어아시아 항공사가 있었다. 둘은 항공사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고 홍보 이사는 자신의 회사 보증 하나를 없애준다면 항공사를 거저 주겠다는 말을 했다. 페르난데스는 이번에도 기회를 지나가게 두지 않고 붙잡았다. 그리고 노력 끝에 불가능해 보였던 회사의 보증을 없앴고, 2001년 12월 8일에 에어아시아를 인수하였다.

 

인수 후 처음 18개월은 탄력성과 사업모델, 기업문화를 시험했다. 에어아시아를 시작할 무렵, 말레이시아 전체 인구의 10%에서 15% 정도 소수 인원만이 말레이시아 항공이나 싱가포르 항공을 주로 사용하고 있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비행기를 탄다는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다. 저자는 수많은 사람에게 비행기 타는 방법부터 교육해야 했다. 또한 쓰나미 피해지역에 구조대를 비행기로 파견하거나 여러 난민 지역에 수송 지원도 했다. 물론 경쟁사의 도전으로 골머리를 앓기도 했으며 항공기 한 대가 추락하여 위기를 맞을 때도 있었다.

 

사업 경영서와 같은 책

 

다양한 시련과 기회를 맞으면서도 저자는 자신의 기업 경영철학을 고수했다. 결과 2대였던 항공기는 2003년에 13대로 늘었다. 그리고 2005년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구단 측에서 맨유 카페를 후원해달라는 요청도 받았다. 시간이 지나 결국에는 퀸즈 파크 레인저스 FC 축구 구단을 인수하게 됐다. 페르난데스의 꿈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삶이 가져다준 기회를 모두 잡았기에 가능했다. 페르난데스는 서서히 주변을 변화시키며 자신만의 의지로 명성을 축적해 나갔다.

 

책은 몇몇 부분이 재검토를 급하게 한 듯한 흔적이 있었다. ‘다시’를 ‘다다시’라고 적은 어휘 오류나 연도 오류가 대표적이다. 책 25p에, "1977년 어느 날, 아버지는 9월에 영국 학교에 가라고 말씀하셨다…… 1988년 9월 초, 열세 살인 나는 처음으로 혼자 비행기를 타고 영국으로 떠났다."는 문장이 나온다. ‘1988’년이라는 뜬금없는 년도 오타였다. 또 60p에, "1978년 말, 그 무렵에 결혼을 했고 세를 주는 집도 소유했다."는 문장이 나오는데 1978년이라 치면 저자가 학교생활 중이던 14살이었다. 이 역시 년도 오타였다.

 

이외는 책을 읽는데 큰 문제가 없었다.『플라잉 하이』끝부분에 사업 운영에 대한 간단한 방법이 소개되어 있었다. 훌륭한 제품과 시대에 맞는 홍보 그리고 올바른 유통과 실행, 이 4가지가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훌륭한 아이디어들이 사장되지 않고 빛을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페르난데스는 일도 열심히 했지만 개인 시간이 나면 아이들과 행복하게 보내며 삶의 질도 충족시켰다. 그는 아직도 도전하고 싶은 일이 많다고 한다. ‘플라잉 하이’ 즉, 지금도 그는 높이 날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