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다시 뛰는 심장으로 - 누군가의 끝이 아니라 누군가의 시작
한국장기조직기증원 / 바른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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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이 아니라 이 세상에 머물길 바라며 '장기기증'

[서평] 『다시 뛰는 심장으로』(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저, 바른북스, 2018. 12.21)

 

『다시 뛰는 심장으로』는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홈페이지에 실린 글들을 발췌해 엮은 책이다. 기증자의 가족, 코디네이터, 이식 수혜자들의 속사정과 당시의 감정들이 생생하게 실렸다. 이 책은 ‘장기기증이란 무엇이고’, ‘왜 장기기증이 필요한가’와 같은 따분한 내용이 담기지는 않았다. 진실 된 마음들을 통해 장기기증을 느끼게 하여 독자들이 이를 스스로 선택하고 생각하도록 이끌고 있다.



 

떠난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

 

책을 읽는데 하필 어디선가 KCM의 절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로 인해 내 감정선은 터졌고 불과 5장을 읽었음에도 그때부터 목이 메고 눈물이 끊임없이 흘렀다. 그 가운데 몇몇 문장이 기억에 남았다.

 

"당신의 몸을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나눠주는 인연을 맺었습니다. 우리 모두의 아름다운 작품이 되었어요. 평상시 당신이 살아오신 삶이 그러했듯 마지막 가는 당신의 모습 또한 새로운 생명이라는 작품을 남기게 된 거예요……. 마지막 떠나는 순간에도 몸을 던진 당신. 다섯 명에게 새 생명을 준, 당신의 고귀한 사랑과 희생을 우리가 영원히 기억하겠소……. 이 세상 어딘가에서 당신의 맑은 눈으로 세상을 다시 볼 수 있게 된 누군가가 꿈을 이루어 살아가기를 소망합니다."

 

편지의 제목들은 ‘하늘에 있을~’, ‘천국에 있을~’이 아니고 ‘세상 어딘가에 있을~’이라고 시작했다. 자신과 같은 지구상에서나마 몸의 일부가 살아가길 바라는 소망 그리고 삶에 대한 간절함이 담긴 제목들이었다. 그렇게라도 살아 삶을 느끼길 바라는 가족들의 소망이 장기기증이라는 목적으로 바뀐 것이다.

 

"엄마, 아빠, 그리고 누나들은 너를 그냥 보낼 수가 없어서 이 세상 어디에선가 우리와 함께 머물렀으면 하는 바람과 너의 착한 마음이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분명히 우리의 선택에 공감했을 거라 생각되어 장기기증을 하기로 결정을 하였다……. 비록 우리 가족의 곁을 떠났지만 다른 사람의 소중한 일부가 되어 우리와 함께 건강하게 숨 쉬고 있을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책은 읽을수록 축축하다. 남은 자들의 슬픔이 너무도 진했다. 수많은 그리움이 적혀있었다. 기증자의 가족들은 처음에 자신만 이런 슬픈 일을 당한 것 같아 힘들어했다. 그러나 장기조직기증원을 통해 다른 기증자 가족들도 만나고 장기이식을 통해 건강하게 살아가는 많은 수혜자도 만나면서 서로 위로를 주고받고 의지할 구석을 만들어 갔다. 그렇게 삶을 다시 느껴나갔다.

 

죽음을 미리 생각해보게 하는 책

 

기억에 남는 사연이 있다. 뇌사 판정을 받은 언니와 동생 이야기다. 언니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러 중환자실에 들어갔던 동생은 작별인사 도중 언니의 눈가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림을 보았다. 동생은 몸이 굳은 채 과연 장기이식을 해야 하는지, 언니가 살아나는 건 아닌지 고민을 했다. 하지만 고민하는 사이 이식은 예정대로 진행되었고 동생은 이후 몇 년을 죄책감과 우울증으로 보냈다. 훗날 안구 내 분비물이 눈물처럼 흘러내릴 수 있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는 마음의 굳은살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었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는 방법을 미리 생각해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죽음이란 생각을 하기조차 어려울 만큼 두렵다. 그러나 해외 선진국들은 죽음을 미리 느끼고 생각하게끔 국민들을 교육시킨다. 그것이 삶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죽어가는 이들도 남겨질 가족들에게 웃으며 작별할 수 있게 된다.

 

책에 나온 장기이식자는 생후 100일부터 나이 지긋한 노년까지 다양했다. 죽음의 순간에는 모두가 같은 가치를 지녔다. 의미 없는 자란 없었다. 어쩌면 장기이식을 통해 죽음으로서 삶의 가치가 더 빛나는 걸 수 있었다. 기증자에게서 장기를 받은 이식 수혜자들은 하나같이 열심히 살겠다는 의지를 품고 있었다. 유가족들이 자신을 보며 기증의 보람을 느끼고, 위로를 받았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책은 수많은 이들의 절절한 사연과 속마음이 담겨있다. 그래서 너무도 감정적이라 읽기에 힘든 순간이 문뜩 찾아온다. 장기기증으로 어떠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와 같은 구체적인 사례 역시 담겨있지 않았다. 책을 조금 다듬었더라면 좋았을 것이었다.

 

장기기증은 법적으로 뇌사가 아니면 아무리 하고 싶어도 못한다. 뇌사가 아니더라도 깨어날 가망이 없는 환자들이 많다. 그러나 뇌사가 아니기에 마지막 떠나는 길에 실천하고자 했던 장기기증은 무산되곤 한다. 장기기증에 담긴 법적 제도의 한계를 바꾼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가치를 실현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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