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미않 - 나는 퇴직을 미루지 않기로 했다
김석 지음 / 유심(USIM)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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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가 매듭지으며 성장하듯, 퇴직 후반전 설계!

[리뷰] 퇴직미않 (나는 퇴직을 미루지 않기로 했다)(김 석, 유심 2019.04.12.)

 

퇴직미안연구소’, 정보통신기술사, 공학박사인 저자 김 석 씨. 그는 국내 대기업에서 206개월을 근무하고 1차 퇴직을 했다. 모두가 퇴직 후 숨죽이며 살아가는 반면, 김 석 저자는 부지런히 2차전을 준비했다. 그래서 정보통신 감리일을 하면서도 교육지식 기부활동을 하는 ICT전문강사로도 일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퇴직을 정말 두려워한다. 할 일이 많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석 작가는 퇴직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한다. 퇴직은 절망이 아니라 희망이라고 말하는 그다. 직장을 다니면서 퇴직을 준비하는 건 나를 아는 것이라고 김 석 작가는 말한다. 자신만의 필살기는 필수다. 물론 그 퇴직의 과정은 결코 쉽지가 않았다. 명함 없이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서 적은 것이다. 여러 일들 중에서 퇴직은 무엇인가 끝나는 게 아니라 쉬어가는 일이다.

 

시간을 갖는 건 중요하다. 시간의 주도권을 위해 저자는 일과 가정, 재정, 여가, 건강 등에서 여유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문에서 비유를 든 대나무가 흔들리지 않는 이유는 새겨들을 만하다. 대나무가 강한 이유는 매듭이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연약함을 알고 있어서 매듭을 지으면서 성장한다는 것이다. 저자 김 석 씨는 IMF 때 명예퇴직 당하는 직장 선배들을 보며, 떠나는 시기는 자신이 결정하겠다고 다짐한다. 그 준비 과정은 길고 험난했다.

 


 

회사가 아니라 자신이 결정한 퇴직

 

직장에서 승진은 매우 중요하다. 회사의 룰과 성공 규칙을 잘 따라야 하는 것이다. 승진을 위해선 자신의 온 시간을 회사에 바쳐야 한다. 하지만 김 석 저자는 그러한 성공 로드맵을 따르지 않는다. 그리고 20%는 자기만의 에너지를 위해 투자한다. 미래의 사과나무를 기르기 시작한 것이다. 관리자가 된다는 것은 정말 어렵다. 실제로 김 석 씨는 선배들 중에 승진 후 성과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회사가 원하는 강인한 관리자, 팀원들의 성과를 최대한 이끌어내기 위해 채찍질하는 관리자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

 

저자는 직위와 연봉을 추구하는 것보다 즐겁고 의미와 보람이 있는 일을 하는 것이 더 가치가 있음을 알게 될 것이라면서 나다운 길은 자신의 이름을 가지고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라고 적었다. 퇴직하면서 가장 중요한 건 명함 속에 있는 자신과 결별하는 것이다. 한국 직장인들은 명함에 목을 맨다. 명함의 직함으로 상대방을 평가한다. 회사에 충성한다고 해도, 명함 속의 나와 명함 밖의 나를 구분해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했다.

 

다행히 저자 김 석 씨는 배우고 공부하는 걸 좋아했다. 그래서 결국 책도 쓰고, 멘토링도 하고 있다. 퇴직 후에는 빨리 흘러가는 시간을 잘 활용해야 한다. 그 수단은 바로 몰입이다. 일의 성공과 가정의 행복을 함께하는 게 중요하다. 다른 사람들을 이겨서 더 높은 지위와 권력을 얻는 게 아니라 가정을 잘 돌보면서 함께 발전하고 성장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퇴직미않마지막엔 부록으로 내가 누구인지, 꼭 이루고 싶은 나의 꿈이 있는지, 인생 후반전 설계하기 등이 있다. 이 책을 충분히 잘 읽고, 직접 시도해보면 참 좋을 것이다. 그래야 갑자기 찾아오는 퇴직에 당황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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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내가 되어야 좋은 네가 온다 - 색소포니스트 강기만의 마음 연주
강기만 지음 / 동아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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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을 만나게 해주는 매개체 색소폰

[리뷰] 좋은 내가 되어야 좋은 네가 온다(강기만, 동아북스, 2019.05.15.)

 

색소폰을 글로 풀어내다.” 이 책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이게 아닐까. 호주의 한 기독교대학교 교수이면 색소폰랜드대표이사까지 맡고 있을 정도로 작가 강기만 씨는 열정적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의 삶을 돌아보면서, 색소포니스트로서 감사의 인생을 돌아본 것이다. 색소폰 전문가이지만, 그는 정말 색소폰 마니아이다. 자랑보단 정리 차원에서 강기만 씨는 책을 썼다.

 

그래서 강기만 씨는 시간이 흘러도 나의 철학과 가치관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책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나름대로 인생의 한 시즌을 마감하고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말입니다라고 적었다. 그래서 그는 더더욱 나다움을 강조한다. 넘버원이 아니라 온리원을 지향하는 것이다. 자신만의 색깔을 지니고 있으면, 브랜드가 된다. 나만의 색깔을 절대 비교불가이기 때문이다.

 

강기만 색소포니스트는 현란한 테크닉을 구사하는 연주자이기보단 대중에게 인정받는 연주자가 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한마디로 스타가 되고자 한 것이다. 그가 정의하는 스타란 대중의 감성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사람이다. 너무 어렵게만 접근하는 것이 아닌, 음악을 즐기는 사람이 되고자 한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강기만 색소포니스트는 연주와 더불어 댄스를 시도했다. 둘다 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콘서트에서 10분 정도를 색소폰과 댄스를 버무린 것이다.

 


 

색소폰과 댄스를 융합하다

 

책에는 한 절이 끝날 때마다 강기만의 인터르메조라고 해서 유명 음악들에 대한 설명이 있다. 예를 들어, <미션 임파서블> OST의 경우, 뒷부분이 <대부> OST<Speak Softly Love>를 첨가하여 편곡한 것이라고 하니 몰랐던 상식이다. QR코드까지 있어서 스캔하면 직접 연주를 들어볼 수도 있다.

 

그가 색소폰을 하게 된 경우는 특이하다. 원래 직업 군인이던 그는 사병들이 힘들까봐 색소폰으로 달래주기 위해 연주를 배우기 시작했다. 이후 색소폰 동호인들을 위해 강기만과 함께하는 색소폰 여행을 출간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과 인연으로 그는 강기만 시그니처 색소폰이 출시된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어니스트를 기다리며 : 좋은 내가 되어야 좋은 네가 온다절에선 인연을 얘기한다. 색소폰이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강기만 작가는 나에게 색소폰이란 좋은 사람을 만나게 해주는 훌륭한 매개체다라고 고백한다. 강기만 씨를 부르는 사람들은 자신을 자랑하기보단 진정으로 연주를 사랑하기 때문에 초대한다고 한다. 또한 개런티 역시 제대로 지급한다고 강조했다. 적게라도 개런티를 받아 기부한다는 신념을 강기만 씨는 갖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 늘 실력을 갈고 닦고 강한 정신력으로 여전히 고난을 견뎌내고 있다. 그게 정말 멋진 연주자이자 작가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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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 어느 페미니스트의 질병 관통기
조한진희(반다) 지음 / 동녘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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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스런 질병들에 대한 한 페미니스트의 일침

[서평]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어느 페미니스트의 질병 관통기)(조한진희 저, 동녘, 2019. 05.27)

 

30대 중반 갑자기 건강이 무너졌다. 저자는 건강을 잃은 후 질병과 함께 산다는 의미를 마음속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는 아프게 된 몸을 스스로 미워하지 않고 삶을 재구축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우리 사회에는 질병과 관련한 문구들이 많다. “난독증 있냐/ 암 걸리겠네/ 지랄병 도졌네.”와 같은 질병의 희화화. “저러니까 병 걸렸지/ 어떻게 살았기에 저 집은 암 환자가 여럿이야.”와 같은 질병의 개인화. 이해받지 못하는 월경통 등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의 작가는 이러한 주제를 다루었다 .

 

페미니즘이 다루는 주제 중 하나로 몸과 질병을 읽는 건 크게 어렵지 않았다. 페미니스트는 이라는 이슈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저자 또한 그랬다. 사람은 언어가 있어야 의지대로 살 수 있다. 언어를 통해 자신의 삶을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으며, 여러 현실에 대응할 수 있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이런 시선과 언어의 차이를 가장 크게 느끼는 곳은 미투 운동일 것이다.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주요 출발점 중 하나는, 몸과 세상의 언어가 불일치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을 침묵에 가두거나 세상에 일방적으로 꿰맞추지 않겠다고 거부하는 것이다.

 


 

아픈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사회

 

저자는 아픈 몸, 질병과 관련해서 그런 작업을 해보려 했다. 결과 아픈 몸에 대한 논의가 의료나 제도에 과도하게 한정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아픈 몸들은 때로 눈빛에 베인다. 유방암은 사랑받지 못해서 걸리고, 자궁암은 섹스 파트너가 많아서 걸린다는 식의 시선이 흔하다. 이러한 결론들은 작가가 몇 년간 응시한 끝에 비로소 얻게 된 것이었다. ‘가 상처 입은 것은 질병 때문이 아니라, 질병에 대한 우리 사회의 태도 때문인 것이다.

 

비장애인 중심 사회가 장애인들을 배제하듯이, 건강 중심 사회는 아픈 몸들을 배제하고 있었다. 아픈 몸들을 자책감의 나락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3명 중 1명이 암에 걸린다. 하지만 사회는 건강한 몸만을 올바른 몸의 기준으로 상정하고 있었고, 우리 사회에 통용되는 언어는 건강 세계의 언어뿐이다. 나의 아픈 몸을 설명할 언어가 별로 없었다. 이러한 질병의 개인화는 아픈 몸에게 질병의 책임을 전가시켜 죄책감으로 고통 받게 만든다. 질병에 대한 관점 자체가 바뀌지 않으면 아픈 몸이 상처받는 일은 줄어들기 어려운 것이다.

 

잘못된 질병 이미지나 낙인은 물론 여성 질환에 국한되지 않는다. 감염성 질환 대부분에는 근거 없는 믿음에서 비롯한 낙인이 강력히 새겨진다. 낙인이 가장 극심한 질환의 대표는 에이즈이다.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 의 감염인은 한국에서 연간 800명이 채 안 된다. 그로 인한 사망은 약 100여 명이다. 이에 비해 결핵은 연간 약 35,000명이 걸리고, 매년 약 3,000명이 사망한다. 그럼에도 에이즈를 둘러싼 공포는 결핵에 비할 수 없을 만큼 깊다. 남성 동성애자들의 질병이라는 잘못된 명명과 동성애 혐오가 만들어낸 질병 이미지 때문이다.

 

관습으로 통용되는 질병에 관한 묵은 생각들

 

멜러니 선스트럼은 남성이 통증을 호소하면 진통제, 수술, 완벽한 검사의 혜택 등을 누릴 가능성이 크지만, 여성이 통증을 호소하면 우울증과 불안을 치료하는 향정신성 의약품을 처방받는다.”는 글을 썼다. 여성의 통증 호소는 심인성으로 치부되기 쉽고,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때도 있다는 의미다. 폐암은 여성스럽지 않고, 출혈이나 갑상선암 같은 병들은 여성스러워야 한다는 말을 우리는 종종 듣는다. 때로는 영화나 드라마 속 현기증이나 빈혈도 여자 주인공의 병으로 대표되곤 한다. 폐암 같은 병은 남자들의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심지어 19세기에는 결핵이 천재들의 병’, ‘예술가들이 걸리는 병으로 낭만화 되었다.

 

우리는 아픔과 고통에 대해 듣고 자란 것을 관습처럼 여기고 있었다. 결과 현대의 여성 질환들은 홀대받고 있는 실정이다. 작가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 월경이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자랑거리가 될 것이다. 남자들은 자기가 얼마나 오래 월경을 하며, 생리양이 얼마나 많은지 자랑하며 떠들어댈 것이다…….”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를 통해 우리는 생각 없이 쓰는 질병에 관한 여러 말 속에 어떠한 묵은 의미가 끼어 있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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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걷기 - 몸의 끝에서 생각이 시작되다
임문택 지음 / 바이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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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대지를 맨발로 걸으면서 깨달은 것들

[리뷰] 맨발걷기(임문택 저, 바이북스, 2019. 05.15)

 

모든 사람들이 새로운 변화에 대해 관심을 둘 때 반대급부로 자연에 대한 관심도 절실히 필요하다. 맨발걷기의 저자는 맨발걷기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시작한 지 550일 정도 되는 날 책의 집필을 마무리했다.

 

저자는 2017년에 맨발걷기를 만났다. 누군가의 권유가 아니라 스스로 찾은 것이었다. 20171027일 한 편의 신문기사에서 맨발걷기 소개 글이 실렸다. 그 글을 읽는 순간 동공이 확장되었는데 처음에는 맨발은 무슨, 그거 아무나 할 수 있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으로 무시했었다. 당시는 무릎 부상의 고통 속에 신음하고 있던 차였다. 맨발걷기는 혜성처럼 나타난 구세주와 같았다.


   


 

어둠 속에 있던 발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처음 맨발로 걸으려고 할 때 제일 신경이 쓰인 것은 다른 사람의 이목이었다. 처음이라는 단어는 별별 생각이 다 들 정도로 엄청난 부담이었다. 운동장이나 흙 같은 곳을 굳이 맨발로 걸어야 하나 하는 고민이 제일 컸다. 그 중심엔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또한 흙 속에 있는 병균이나 기생충으로 잘못하면 감염될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기에 출발에 대한 불안감이 존재했다. 깨진 유리병이나 녹슨 철사, 플라스틱 등이 많기 때문에 찔림에 대한 두려움도 컸다.

 

어린 시절부터 겸손하고 착하게 살기를 강요받고 살아왔다. 그러나보니 내 자신보다는 남의 입장에서 어떤 문제를 생각하고 해결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게 됐다. 그러한 삶의 방식은 적어도 맨발걷기를 하기 전까지 이어졌다. 그래서 어떤 일을 성공해도 늘 불만족이었고, 어떤 분야에서든 최고가 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관심했던 촉각, 시각, 청각, 후각, 미각에 집중하면서 자연과 대화를 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단순히 걷는 것이 아니라 오감을 통해 느껴지는 다양한 감각을 내부로 받아들이면서 자연의 위대함, 인간의 소중함, 자아 존중 같은 여러 감정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자만심, 오만함을 벗어버리고 평정심을 찾는다. 자신에게 부정적이고 비관적이었던 생각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남을 사랑할 수 없다는 사고로 전환된 시점이 바로 맨발걷기와의 만남을 통해서였다.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 되다

 

흔히 맨발걷기를 제대로 했다고 말하려면 겨울 한 철 정도는 지나야 된다고 말한다. 겨울 혹독한 추위와의 만남을 힘겹게 이겨내면 그만큼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가운 대지와의 조우에서 맨발걷기는 삶의 철학이요. 자연의 이치며, 우리가 반드시 체험해야 하는 진리라고 저자는 말한다. 절대 고통 속에서 놀라운 삶의 이치와 진리를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맨발걷기 시작부터 1주일간은 발바닥이 너무 시리고 아려 힘들었지만 그 후 8일차부터 글쓰기가 가능해졌다. 글쓰기를 시작한 이유는 맨발로 걸으면 생각이 많아지고 머릿속이 정리되는데 그것을 그냥 놔두면 금방 사라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끝없는 생각들을 그냥 놓아두기 아쉬운 마음에 휴대전화 메모장에 하나 둘 긁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글쓰기는 시작되었다. 글이 진솔하고 간결하게 써졌기에 많은 이들로 하여금 공감하게 된 것처럼 있는 그대로의 글을 쓰게 되었다.

 

책에 나온 맨발걷기 121일차 소감록은 다음과 같다. “태어나서 넉 달이라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이렇게 한 곳에 집중해서 꾸준히 뭔가를 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특히 겨울이라는 한계 상황을 정면 돌파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늘 높은 곳만 바라보며 좌절해 왔던 대신 낮은 곳과 주변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혜안이 생겼다.”

 

맨발걷기를 연속 200일 정도 수행한 과정에서 체력이 매우 좋아졌고, 몸의 순환이 잘 됐고, 무좀이 없어졌고, 무릎 통증이 없어졌고, 자세가 좋아졌다. 정신적으로는 스스로가 자랑스러워 보였고, 머리가 맑아졌고, 긍정적으로 변했다.

 

맨발걷기에는 비슷한 내용이 두어 번 반복되는 오류가 보였다. 그럼에도 저자의 글은 재미있었고 이로 인해 비슷한 내용이지만 다시 읽는 것이 그렇게 지루하지는 않았다. 맨발걷기를 하고 난 후 글쓰기도 병행하고 있는 저자는 요즘 하루 4~5시간의 수면으로도 다음 날 멀쩡하게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동안 흩어졌던 생각, 사고를 점점 중심으로 펼치게 되며, 내가 존재하지 않는 한 이 세상은 무의미하고 가치 없는 것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내가 존재해야 세상도 존재하고 내가 있어야 남도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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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미니멀리즘 - 딥 워크를 뛰어넘는 삶의 원칙
칼 뉴포트 지음, 김태훈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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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보단 변화 추구하는 인간의 두뇌휴대폰을 집에 둬라!

[리뷰] 디지털 미니멀리즘 (딥 워크를 뛰어넘는 삶의 원칙)(칼 뉴포트, 세종서적, 2019.05.28.)

 

인간은 심리적으로 보면 예고치 않은 선물에 감동을 받는다고 한다. 우리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에서 좋아요하트를 받는다면 기분이 좋다. 의외의 소식이 들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 알아보면 지인이 눌러준 좋아요하트가 훨씬 더 기분을 좋게 만든다고 한다. 사회심리학적으로 보면 그렇다는 말이다. 이 책 디지털 미니멀리즘은 조지타운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인 칼 뉴포트가 현 시대를 비판하고, 분석한 책이다. 스마트폰에서 멀어지라는 의미다.

 

오랜만에 내공이 깊은 책을 만났다. 전작 딥 워크를 통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칼 뉴포트 교수가 자신의 식견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인간은 기술 맥시멀리즘보다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추구해야만 행복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기술 자체를 배격하자는 건 절대 아니다. 기술은 조연이 되어야 하고, 구체적인 사람과 행동 및 작업 등이 주연이 되어야 한다는 당연한 이야기이다. 허나, 그 주장을 전개해나가는 솜씨가 대단한다.

 

책에서 흥미로웠던 미국에 Allsides.com이 좌파, 우파, 중도 모든 시각을 나눈다는 것이었다. 어느 한쪽에 취우치지 않고, 정치적 견해를 중립적으로 보도하기 때문에 모든 언론들을 돌아다닐 필요 없이 이 사이트를 자주 들어가 보아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모먼트(Moment) 앱은 하루에 얼마나 자주, 얼마나 많이 스마트폰 화면을 보는지 알려주는 앱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스마트폰에 중독이 되어 있으면 이런 앱까지 등장하게 되었을까.

 


 

기술 맥시멀리즘 < 디지털 미니멀리즘

 

주위에 SNS 중독자들이 많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미니멀리즘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페이스북을 잘 활용하는 사람들은 거의 매일 50여 분을 페이스북에 쓴다고 한다. 일주일이면 거의 6시에 육박한다. 과연 페이스북은 어떤 효용성을 지닐까? 칼 뉴포트 교수는 주의 경제(attention economy)’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사람들의 주의를 환기시켜서 먹고 사는 대기업들이 많다는 것이다. 쉴 새 없이 잡동사니를 늘어놓는 SNS는 사람들이 거기에 많이 머물수록 수익을 더욱 많이 창출한다. 이용자는 결국 정보 중독자가 된다. 사람이 망가지는 것이다.

 

칼 뉴포트 교수는 주의 경제 대기업들의 전략과 이용자들의 대결을 다윗과 골리앗에 비유했다. 대기업들은 어떻게 하면 더욱 자극적으로 사람들의 주의를 이끌어올지 늘 고민한다. 따라서 전략적인 접근 없이는 SNS를 끊을 수 없다. 사람들의 주의를 끌어야 하다보니 언제나 어둡고, 나쁜 감정들에 눈이 간다. 그러다보면 어쩔 수 없이, 특히 청소년들은 계속 어두운 면에 접하면서 부정적이 되기 일쑤다. 충동적으로 접속하다보니 발생하는 대가라고 칼 뉴포트 교수는 비판한다.

 

그래서 디지털 디톡스를 해야 한다. 대기업의 막강한 물량공세에 맞서 각각의 이용자들이 할 수 있는 건 임시방편이어서는 안 된다. 책에선 기술 활용 철학의 중요성을 제시했다. “더 적은 것이 더욱 나을 수 있다.” 책의 1부에선 디지털 주의 경제어서 벗어나려면 주의 저항 운동을 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했다. 그만큼 스마트폰과 PC는 우리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인크레더블2>에서 스크린슬레이버가 괜히 등장한 게 아니다.

 

주의 경제에 최전방에 있는 대기업들

 

칼 뉴포트 교수는 온건한 행동 중독이라 해도 종일 자기 계정을 계속 확인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기 힘들다면서 신기술의 중독적 속성은 우연히 생긴 것이 아니라 설계 단계에서 신경 써서 만든 것이다라고 밝혔다. 끊임없이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뉴스나 소식을 찾아나서는 건 마치 슬롯머신을 하는 것과 같다. 이 모든 구조적 문제는 대기업이 의도한 결과다. 그렇다가 스마트폰을 놓으면 삶이 갑자기 허무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디지털 미니멀리즘에선 고독산책을 강조한다. 일부러 고독해지고 명상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저자는 링컨과 니체 등을 인용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실제로 링컨은 백악관까지 출근하는 길과 퇴근하는 고독을 즐겼다고 한다. 바로 생산적 고독은 더불어 산책과도 연결이 된다. 역설적이지만 우리는 고독 속으로 파고들어야 외로움을 떨쳐낼 수 있다. 책에서 정의되는 고독이란 정신이 외부에서 입력되는 정보로부터 자유로운 주관적 상태.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뇌에 관한 내용이었다. 인간의 뇌는 휴식 시간에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생각하게끔 설정돼 있다고 한다. 바로 디폴트 네트워크다. 사회적 인지를 하는 시간은 자유 시간이다. 특히 인간의 두뇌는 하루 종일 일을 하면서 번아웃된 상태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휴식이 아니라 변화를 꿈꾼다. 그래서 칼 뉴포트 교수는 계획적인 여가 활동을 강조한다.

 

책에는 구체적인 실천 지침들이 나열돼 있다. “휴대 전화를 집에 둬라.”, “오래 산책하라.”, “자신에게 편지를 써라.” 등 우리가 잊고 있었던 아날로그적인 삶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다시 강조하지만, 저자는 절대 기술문명을 없애자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주종이 바뀐 이 디지털 세상에서 변혁이 필요하다는 걸 다시금 강조하는 것이다. 일기를 오래 써온 저자답게 그 논리는 정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번역 또한 아주 깔끔해서 디지털 미니멀리즘은 읽기가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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