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미니멀리즘 - 딥 워크를 뛰어넘는 삶의 원칙
칼 뉴포트 지음, 김태훈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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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보단 변화 추구하는 인간의 두뇌휴대폰을 집에 둬라!

[리뷰] 디지털 미니멀리즘 (딥 워크를 뛰어넘는 삶의 원칙)(칼 뉴포트, 세종서적, 2019.05.28.)

 

인간은 심리적으로 보면 예고치 않은 선물에 감동을 받는다고 한다. 우리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에서 좋아요하트를 받는다면 기분이 좋다. 의외의 소식이 들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 알아보면 지인이 눌러준 좋아요하트가 훨씬 더 기분을 좋게 만든다고 한다. 사회심리학적으로 보면 그렇다는 말이다. 이 책 디지털 미니멀리즘은 조지타운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인 칼 뉴포트가 현 시대를 비판하고, 분석한 책이다. 스마트폰에서 멀어지라는 의미다.

 

오랜만에 내공이 깊은 책을 만났다. 전작 딥 워크를 통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칼 뉴포트 교수가 자신의 식견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인간은 기술 맥시멀리즘보다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추구해야만 행복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기술 자체를 배격하자는 건 절대 아니다. 기술은 조연이 되어야 하고, 구체적인 사람과 행동 및 작업 등이 주연이 되어야 한다는 당연한 이야기이다. 허나, 그 주장을 전개해나가는 솜씨가 대단한다.

 

책에서 흥미로웠던 미국에 Allsides.com이 좌파, 우파, 중도 모든 시각을 나눈다는 것이었다. 어느 한쪽에 취우치지 않고, 정치적 견해를 중립적으로 보도하기 때문에 모든 언론들을 돌아다닐 필요 없이 이 사이트를 자주 들어가 보아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모먼트(Moment) 앱은 하루에 얼마나 자주, 얼마나 많이 스마트폰 화면을 보는지 알려주는 앱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스마트폰에 중독이 되어 있으면 이런 앱까지 등장하게 되었을까.

 


 

기술 맥시멀리즘 < 디지털 미니멀리즘

 

주위에 SNS 중독자들이 많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미니멀리즘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페이스북을 잘 활용하는 사람들은 거의 매일 50여 분을 페이스북에 쓴다고 한다. 일주일이면 거의 6시에 육박한다. 과연 페이스북은 어떤 효용성을 지닐까? 칼 뉴포트 교수는 주의 경제(attention economy)’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사람들의 주의를 환기시켜서 먹고 사는 대기업들이 많다는 것이다. 쉴 새 없이 잡동사니를 늘어놓는 SNS는 사람들이 거기에 많이 머물수록 수익을 더욱 많이 창출한다. 이용자는 결국 정보 중독자가 된다. 사람이 망가지는 것이다.

 

칼 뉴포트 교수는 주의 경제 대기업들의 전략과 이용자들의 대결을 다윗과 골리앗에 비유했다. 대기업들은 어떻게 하면 더욱 자극적으로 사람들의 주의를 이끌어올지 늘 고민한다. 따라서 전략적인 접근 없이는 SNS를 끊을 수 없다. 사람들의 주의를 끌어야 하다보니 언제나 어둡고, 나쁜 감정들에 눈이 간다. 그러다보면 어쩔 수 없이, 특히 청소년들은 계속 어두운 면에 접하면서 부정적이 되기 일쑤다. 충동적으로 접속하다보니 발생하는 대가라고 칼 뉴포트 교수는 비판한다.

 

그래서 디지털 디톡스를 해야 한다. 대기업의 막강한 물량공세에 맞서 각각의 이용자들이 할 수 있는 건 임시방편이어서는 안 된다. 책에선 기술 활용 철학의 중요성을 제시했다. “더 적은 것이 더욱 나을 수 있다.” 책의 1부에선 디지털 주의 경제어서 벗어나려면 주의 저항 운동을 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했다. 그만큼 스마트폰과 PC는 우리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인크레더블2>에서 스크린슬레이버가 괜히 등장한 게 아니다.

 

주의 경제에 최전방에 있는 대기업들

 

칼 뉴포트 교수는 온건한 행동 중독이라 해도 종일 자기 계정을 계속 확인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기 힘들다면서 신기술의 중독적 속성은 우연히 생긴 것이 아니라 설계 단계에서 신경 써서 만든 것이다라고 밝혔다. 끊임없이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뉴스나 소식을 찾아나서는 건 마치 슬롯머신을 하는 것과 같다. 이 모든 구조적 문제는 대기업이 의도한 결과다. 그렇다가 스마트폰을 놓으면 삶이 갑자기 허무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디지털 미니멀리즘에선 고독산책을 강조한다. 일부러 고독해지고 명상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저자는 링컨과 니체 등을 인용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실제로 링컨은 백악관까지 출근하는 길과 퇴근하는 고독을 즐겼다고 한다. 바로 생산적 고독은 더불어 산책과도 연결이 된다. 역설적이지만 우리는 고독 속으로 파고들어야 외로움을 떨쳐낼 수 있다. 책에서 정의되는 고독이란 정신이 외부에서 입력되는 정보로부터 자유로운 주관적 상태.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뇌에 관한 내용이었다. 인간의 뇌는 휴식 시간에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생각하게끔 설정돼 있다고 한다. 바로 디폴트 네트워크다. 사회적 인지를 하는 시간은 자유 시간이다. 특히 인간의 두뇌는 하루 종일 일을 하면서 번아웃된 상태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휴식이 아니라 변화를 꿈꾼다. 그래서 칼 뉴포트 교수는 계획적인 여가 활동을 강조한다.

 

책에는 구체적인 실천 지침들이 나열돼 있다. “휴대 전화를 집에 둬라.”, “오래 산책하라.”, “자신에게 편지를 써라.” 등 우리가 잊고 있었던 아날로그적인 삶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다시 강조하지만, 저자는 절대 기술문명을 없애자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주종이 바뀐 이 디지털 세상에서 변혁이 필요하다는 걸 다시금 강조하는 것이다. 일기를 오래 써온 저자답게 그 논리는 정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번역 또한 아주 깔끔해서 디지털 미니멀리즘은 읽기가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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