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걷기 - 몸의 끝에서 생각이 시작되다
임문택 지음 / 바이북스 / 201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차가운 대지를 맨발로 걸으면서 깨달은 것들

[리뷰] 맨발걷기(임문택 저, 바이북스, 2019. 05.15)

 

모든 사람들이 새로운 변화에 대해 관심을 둘 때 반대급부로 자연에 대한 관심도 절실히 필요하다. 맨발걷기의 저자는 맨발걷기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시작한 지 550일 정도 되는 날 책의 집필을 마무리했다.

 

저자는 2017년에 맨발걷기를 만났다. 누군가의 권유가 아니라 스스로 찾은 것이었다. 20171027일 한 편의 신문기사에서 맨발걷기 소개 글이 실렸다. 그 글을 읽는 순간 동공이 확장되었는데 처음에는 맨발은 무슨, 그거 아무나 할 수 있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으로 무시했었다. 당시는 무릎 부상의 고통 속에 신음하고 있던 차였다. 맨발걷기는 혜성처럼 나타난 구세주와 같았다.


   


 

어둠 속에 있던 발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처음 맨발로 걸으려고 할 때 제일 신경이 쓰인 것은 다른 사람의 이목이었다. 처음이라는 단어는 별별 생각이 다 들 정도로 엄청난 부담이었다. 운동장이나 흙 같은 곳을 굳이 맨발로 걸어야 하나 하는 고민이 제일 컸다. 그 중심엔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또한 흙 속에 있는 병균이나 기생충으로 잘못하면 감염될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기에 출발에 대한 불안감이 존재했다. 깨진 유리병이나 녹슨 철사, 플라스틱 등이 많기 때문에 찔림에 대한 두려움도 컸다.

 

어린 시절부터 겸손하고 착하게 살기를 강요받고 살아왔다. 그러나보니 내 자신보다는 남의 입장에서 어떤 문제를 생각하고 해결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게 됐다. 그러한 삶의 방식은 적어도 맨발걷기를 하기 전까지 이어졌다. 그래서 어떤 일을 성공해도 늘 불만족이었고, 어떤 분야에서든 최고가 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관심했던 촉각, 시각, 청각, 후각, 미각에 집중하면서 자연과 대화를 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단순히 걷는 것이 아니라 오감을 통해 느껴지는 다양한 감각을 내부로 받아들이면서 자연의 위대함, 인간의 소중함, 자아 존중 같은 여러 감정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자만심, 오만함을 벗어버리고 평정심을 찾는다. 자신에게 부정적이고 비관적이었던 생각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남을 사랑할 수 없다는 사고로 전환된 시점이 바로 맨발걷기와의 만남을 통해서였다.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 되다

 

흔히 맨발걷기를 제대로 했다고 말하려면 겨울 한 철 정도는 지나야 된다고 말한다. 겨울 혹독한 추위와의 만남을 힘겹게 이겨내면 그만큼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가운 대지와의 조우에서 맨발걷기는 삶의 철학이요. 자연의 이치며, 우리가 반드시 체험해야 하는 진리라고 저자는 말한다. 절대 고통 속에서 놀라운 삶의 이치와 진리를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맨발걷기 시작부터 1주일간은 발바닥이 너무 시리고 아려 힘들었지만 그 후 8일차부터 글쓰기가 가능해졌다. 글쓰기를 시작한 이유는 맨발로 걸으면 생각이 많아지고 머릿속이 정리되는데 그것을 그냥 놔두면 금방 사라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끝없는 생각들을 그냥 놓아두기 아쉬운 마음에 휴대전화 메모장에 하나 둘 긁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글쓰기는 시작되었다. 글이 진솔하고 간결하게 써졌기에 많은 이들로 하여금 공감하게 된 것처럼 있는 그대로의 글을 쓰게 되었다.

 

책에 나온 맨발걷기 121일차 소감록은 다음과 같다. “태어나서 넉 달이라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이렇게 한 곳에 집중해서 꾸준히 뭔가를 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특히 겨울이라는 한계 상황을 정면 돌파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늘 높은 곳만 바라보며 좌절해 왔던 대신 낮은 곳과 주변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혜안이 생겼다.”

 

맨발걷기를 연속 200일 정도 수행한 과정에서 체력이 매우 좋아졌고, 몸의 순환이 잘 됐고, 무좀이 없어졌고, 무릎 통증이 없어졌고, 자세가 좋아졌다. 정신적으로는 스스로가 자랑스러워 보였고, 머리가 맑아졌고, 긍정적으로 변했다.

 

맨발걷기에는 비슷한 내용이 두어 번 반복되는 오류가 보였다. 그럼에도 저자의 글은 재미있었고 이로 인해 비슷한 내용이지만 다시 읽는 것이 그렇게 지루하지는 않았다. 맨발걷기를 하고 난 후 글쓰기도 병행하고 있는 저자는 요즘 하루 4~5시간의 수면으로도 다음 날 멀쩡하게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동안 흩어졌던 생각, 사고를 점점 중심으로 펼치게 되며, 내가 존재하지 않는 한 이 세상은 무의미하고 가치 없는 것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내가 존재해야 세상도 존재하고 내가 있어야 남도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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