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불통이다 - 우리의 마음은 어떻게 소통을 방해하는가?
손정 지음 / 한국표준협회미디어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객관의 공정성과 주관의 창의성 간 줄타기소통

[서평] 당신도 불통이다 (불통의 이유는 뇌안에 있다)(손 정, 한국표준협회미디어, 2019.09.11.)

 

책 안쪽 첫 장엔 새로운 부제가 담겨 있다. ‘우리의 마음은 어떻게 소통을 방해하는가?’ 작가의 말은 영화 <열두 명의 성난 사람들>(시드니 루멧 감독, 1957) 소개로 시작한다. 이 작품을 연극으로 본 필자는 배심원들이 어떤 소년의 죄에 대해 갑론을박하는 것이 인상에 깊이 남았다. 당신도 불통이다의 저자 손 정 씨는 이 작품을 의사소통의 좋은 사례로 쓰고 있다고 전했다.

 

<열두 명의 성난 사람들>에서 3번 배심원은 여러 정황들 속에서도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계속 유죄라고 생각했다. 왜 그랬을까? 필자는 예전에 보았던 <배심원들>(홍승완 감독, 2019.05)이 떠올랐다. 이 영화는 2008년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에 대해 다룬다. 자신의 믿음을 놓고 설왕설래 하는 모습이 비슷하다. 아무튼 자신의 주장을 바꾸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책에선 투사로 설명한다. 투사(projection)는 확증편향의 오류로 연결된다.

 

소통의 대상이 되는 사물 또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자신의 머릿속 판단 작업대 위에 올려놓지 못하고, 과거 자신의 상처나 고정관념을 덮어씌운 뒤 해석했기 때문이다.”(6)

 

당신도 불통이다는 총 6개의 파트로 이뤄져 있다. 제목만 보아도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하다. Part 1. 의사소통의 원리부터 알자. Part 2. 메시지를 객관적으로 만들어라. Part 3. 잘 전달하라. Part 4.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Part 5. 상대를 공감하라. Part 6. 의사소통의 비법.

 


 

투사는 확증편향의 오류로 연결

 

한국 사회에는 유난히 화를 내는 사람이 많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은 아닌지 반성한다. 책에선 감정을 대하는 나쁜 방식 세 가지가 나온다. 첫째, 감정 축소 전환하기다. 둘째, 감정 억압하기다. 셋째, 감정 방임하기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바로 감정 코칭이다. 1. 감정을 받아주기. 2. 감정을 표현할 때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주기. 3. 감정을 존중한 상태에서 해결책을 찾기. 이 감정 코칭은 어른과 아이뿐만 아니라 형제와 자매, 어른과 어른에서도 중요한 방식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소통해야 할까? 당신도 불통이다에서 눈에 뜨인 표현은 바로 생각의 좌표이다. 사실, 이 제목은 홍세화 씨의 책 제목이다. 손 정 저자는 이 책을 읽으면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자신이 기존에 알고 있던 모든 것들은 사회에서 준 것이기에 스스로 반성하고 각성하지 않으면 더 나은 생각을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책에선 자동차 핸들을 고정시킨 채 운전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답을 확인받고 싶은 욕구가 있고 그것이 이루어졌을 때 확신과 함께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고 한다.”(216)

 

책은 내 신념의 확인처가 아닌 새로운 시각의 제공처야 한다.”(216)

 

우리의 말들은 어떻게 전달되는가도 중요하다. 책에는 새넌과 위버의 의사소통 모델이 제시되며, 의사소통 방해 요인을 설명했다. 우선, 재료의 측면에서 너무 많은 양의 재료, 청자가 원치 않는 재료, 정보 누락이 있다. 살다보니, 정보의 비대칭성을 만들어 사람들을 교란시키는 경우를 보았다. 비열한 방법이다. 재료는 물론 말할 거리다. 재료를 제대로 부화화 해서 전달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어쩌면 인간 삶의 과정은 필요에 따라 사물을 객관적으로 보면서 공정성을 확보하고 때로는 주관적으로 보면서 창의성을 확보하는 모순된 상황의 줄타기일지도 모른다.”(34)

 

인간은 자신이 관심 있는 것을 골라서 지각하고자 하는 습관이 있다.”(45)

 

사실 세계와 지각(知覺) 세계는 다르다. 나의 의도와는 다르게 상대방이 오해를 하거나 왜곡해서 지각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당황스럽다. 그렇다면 내가 좀 더 명확하게 알아듣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사람은 인지적 일관성이 있다고 한다. 생각한대로 행동하다. 불통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선 이러한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설득을 위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조언으로 서평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세 가지가 중요하다. 논리적이어야 하는 로고스, 듣는 이로부터 감정적 동화를 불러와야 하는 파토스, 말하는 사람이 갖추어야 할 인격으로서 에토스. 명심하자. 논리적으로, 동화를 이끌내기 위해선 인격을 갖춰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다움 - 의미 있고, 행복한 나다운 삶
진현진 지음 / 바른북스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나다움에 대한 절박함 없으면 의미도 없다!

[서평] 나다움 (의미 있고, 행복한 나다운 삶)(진현진, 바른북스, 2019.09.02.)

 

저자 진현진 씨는 변화와 성장이라는 키워드로 컨설팅을 오래 해왔다. 어떻게 하면 나다움을 잃지 않으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요샌 퇴사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자신의 행복이 더욱 중요해지는 소확행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경영 컨설턴트로서 커리어를 쌓아오던 진현진 저자는 이제 개인의 변화와 성장에 관심을 갖고, 컨설팅에 나섰다. 사실, 기업과 개인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무엇인가를 해, 라는 말은 많이 들어왔지만, 해보자라든가, 어떻게 하면 할 수 있다는 말과 글이 부족했다. 그래서 진현진 저자는 스스로 나다움을 찾는 방법을 모색하려고 한다. 내가 주도하는 삶, 꿈을 찾고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싶은 사람, 새로운 시작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진현진 저자는 책을 썼다. 나다움을 찾는 단계는 Reason Understanding Finding Making Managing이다.

 

행복한 삶이란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흐뭇함이 지속되는 삶”(17)

 

우리는 지하철을 타면 무표정한 사람들을 많이 마주한다. 출근길이나 퇴근길에서 보는 사람들은 모두 어디론가 끌려가는 사람들 마냥 한숨을 내쉬거나 허공을 바라본다. 실제로 주요국 행복순위를 살펴보면, 201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57위에 올랐다. 1인당 GDP28위인데 행복감은 현저히 낮은 것이다. OECD에서 발표하는 BLI(Better Life Index)5.9점으로 보통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평균 자살률은 1위이다. 다행히 한국의 인구 10만 명당 자살 추이 현황은 조금씩 내려왔다.

 

 

행복도 , 자살률

 

진현진 저자는 노량진에서 청년들 15명을 인터뷰한 바 있다. 그 결과 대부분 꿈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을 떠나고 싶은 청년들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저자가 설명한 에피쿠로스 학파에 따르면, 행복한 삶을 위해선 우정 자유 사색이 필요하다. 죽음을 많이 목도했던 호스피스 브로니 웨어는 죽어가는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을 후회한다고 밝혔다. 더 행복하고, 자신이 원하는 일을 열심히 하지 못한 점을 말이다.

 

한국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끊임없이 누군가와 비교 당한다.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로, 어느 지역 출신인지로, 또한 부모님께서 무슨 일을 하시는지로 말이다. 나다움에선 우리나라의 4지 선다 교육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제시된 교육은 이스라엘의 하브루타’, 프랑스의 카드레’, 핀란드의 데몰라교육이다. 자유롭게 사고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는 교육들이다. 우리는 언제 바뀔까.

 

나다움이란 나를 정의하는 한마디다. 개인의 행복과 사회적 기여와 측면에서 나다움을 찾아야 한다. ‘나다움3 요건은 바로 추구 가치 삶의 스타일 경험구현/제공이다. 내가 잘 하는 걸 다른 사람에게 베풀 때 비로소 나다움을 찾을 수 있다.

 

눌언민행(訥言敏行). 군자는 말을 느리게 하고, 행동은 빠르게 한다.”(250251)

 

“‘나다움에 대한 절박함과 재빠른 행동으로 자신이 꿈꾸는 의미 있고, 행복한 삶의 길을 걸어가자.”(253)

 

갈수록 개성이 사라지는 시대다. ‘화이부동(和而不同이란 말이 절실하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나다움에선 당신의 습관이 바로 당신이라고 강조한다. 그 습관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려면 67일이 걸린다고 한다. 자신을 찾아서 의미 있고 행복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되내어야 할 대목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남자로 산다는 것 - 융 심리학으로 보는 남성의 삶과 그림자
제임스 홀리스 지음, 김현철 옮김 / 더퀘스트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남자가 짊어진 3W 운명 내면 탐구로 극복해야

[서평] 남자로 산다는 것(제임스 홀리스, 더퀘스트, 2019.10.01.)

 

남자로 산다는 것를 펴자마자 강렬한 문장이 눈에 들어온다. 신비사상가인 G.I.구르제프의 책 놀라운 사람들과의 만남을 인용한 것이다. “잊지 마라. 그대가 여기 있는 건 자신, 오로지 자신과의 투쟁이 필요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럴 기회를 안겨주는 모든 이에게 감사하라.”(책의 첫 장) 지금 내가 이렇게 힘든 건 나와의 싸움 때문이다. 나와의 싸움을 가능하게 해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할 필요가 있다.

 

저자인 제임스 홀리스는 정신분석학자로서 상담을 많이 한다. 그런데 이전에는 여성상담자들이 많았다면, 책이 집필되던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남성상담자들이 여성상담자들보다 더 많아졌다고 한다. 그 비율은 6:4 정도. 우리는 세계를 이루는 일부이며, 그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상처를 입고 만다. 상담을 통해 저자 제임스 홀리스가 깨달은 건 거기에 어떤 공통분모가 있다는 사실이다.

 

남자로 산다는 것의 원제는 화성의 그림자 아래에서이다. 화성이 좀 우울한 신화적, 어원적 배경이 있는 모양이다. 한국사회에서 남자로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과묵함을 강요받고, 집안을 책임져야 하며, 외롭게 늙어가는 것일까. 이제는 바뀔 때도 되었다. 한국의 남성성은 교육 받는 시기부터 굉장히 억압돼 간다. 그 정점을 찍는 것은 군대이며, 그 후 직장 생활을 하며 비슷한 권능의 문화에 지배당한다. 불쌍한 한국 남자들.

 

남성의 삶은 폭력적이다. 자신의 영혼부터가 폭력의 피해자이기 때문이다.”(19)

 

남성이 치유되려면 외부에서 충족시킬 수 없는 무언가를 내면에서 스스로 깨워야 한다.”(19)

 

 

우울한 정서를 타고난 남성성의 근원

 

지금 나도 그렇지만 남자로 태어난다는 것은 평생 일을 한다는 것과 동의어다. 물론 요샌 여성들도 열심히 사회생활을 하며, 집안에서 하는 일 역시 경제학에서는 큰 기여를 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남성들도 집안 일을 해야 한다. 책에서는 남성이 3W를 짊어졌다고 했다. (Work) 전쟁(War) 근심(Worry). 가난과 전쟁 속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저자 제임스 홀리스는 남성으로서 살아가는 게 얼마나 힘든 것인지 직접 경험했다.

 

의식은 고통을 겪은 뒤에만 생겨난다.”(35)

 

사회라는 공동체는 유한한 인간이 의미를 갖게 하기 위해 통과의례(rite of passage)를 만든다. 남자로 산다는 것에선 6단계로 제시했다. 1. 분리 2. 죽음 3. 재생 4. 가르침 5. 시련 6. 귀환. 사실 단어로 쉽게 표현했지만, 이 통과의례를 거치는 과정은 매우 힘든 것이며, 비로소 소년은 어른이 된다. 바로 남자 어른 말이다. 이 책은 남자로 산다는 것이기에 남성성에 주목해서 서평을 쓰고 있다.

 

어른이 된 후에는 남들의 욕망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우연히 김어준 씨의 강연을 들었는데, 그는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는 라캉의 말을 인용했다. 자신이 정말로 무엇을 좋아하는지 찾아야 하지만, 정작 네가 원하는 게 정말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권력의 과시 아래에는 콤플렉스가, 콤플렉스 아래에는 공포가 숨어 있다.”(48)

 

저자 제임스 홀리스는 자신을 치유할 수 있는 7단계를 제시한다. 1단계 : 조상의 상실을 되새겨라. 2단계 : 비밀을 털어놓아라. 3단계 : 자신의 멘토를 찾는 동시에 타인의 멘토가 돼라. 4단계 : 남성에게 애정을 갖는 걸 두려워하지 마라. 5단계 : 자신을 치유하라. 6단계 : 영혼의 여정을 다시 시작하라. 7단계 : 새로운 혁명에 동참하라. 남성으로 살아가는 게 어렵겠지만, 자신을 탐구하면서 조금씩 극복해가는 희망을 버리지 않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관하는 힘
모리 히로시 지음, 홍성민 옮김 / 더난출판사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 힘이 미치지 않을 거라는 비관이 바로 자신감

[서평] 비관하는 힘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를 대비한다)(모리 히로시 소설가, 홍성민 역 더난출판 2019.09.23.)

 

일본의 한 공학박사이자 소설가인 모리 히로시가 에세이집을 내놓았다. 부제는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를 대비한다.”인데, 마치 영화 <프리즈너스>에 나오는 대사 같다. 영화에선 항상 최악을 대비하라고 아버지가 아들에게 가르친다. 이 책 비관하는 힘의 첫 페이지부터 심상치 않다. 모리 히로시 저자는 예측이 맞을 때 옳은 것이라고 강조한다. 사실 생각해보면 모든 지식은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아맞히는 데 있다.

 

인간의 아이는 목줄을 하지 않는다.”(5)

 

인간은 동물과 다르게 자신이 예측한 일이 실제로 그렇게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안다. 예측이 잘못될 수 있다는 비관을 하는 것이다. 모리 히로시 저자가 강조하는 건 바로 이 대목이다. 복잡한 인과 관계에서 논리의 선후를 따지다보면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아무리 성공 확률이 높아도 잘 안 될 가능성을 언제나 고려해야 한다. 이를 모리 히로시 저자는 한 단어 비관에 의한 안전계수로 표현했다. , 여유를 갖는 것이다.

 

가장 약한 고리가 끊어지는 쇠사슬은 가장 약한 부분의 강도가 전체의 강도가 된다.”(11)

 

칭찬받고 응원받으면서 성장한 현대 젊은이는 비관이라는 사고를 처음부터 부정하는 가치관을 갖고 있다.”(15)

 

 

낙관의 사슬은 약하고 비관의 고리는 강하다

 

요새 사람들한테 많이 상처를 많이 받다보니 뭐가 잘못인지 고민하게 된다. 생각해보니, 내가 사람을 너무 많이 믿었나보다. 사람을 믿는다는 건 사실 좋은 것이다. 하지만 정글의 세계에선 믿는 자가 물어뜯기기도 한다. 모리 히로시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애당초 누군가를 믿는다는 게 자기 편한 대로의 생각, 즉 관찰 부족에 의한 편견이다.”(2324)

 

가속만 하고 감속하는 기능을 잃은 머리로는 자유자재로 달릴 수 없고 실패하기 쉽다.“(24)

 

책에서 흥미롭게 본 내용은 바로 신호등의 색깔 구분에 관한 것이다. 사실 신호등 색깔이 1개면 설치도 쉽고, 전기도 덜 투입될 것이다. 하지만 색깔이 1개인데, 고장 났을 경우를 고려해보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적어도 2개 이상의 색깔이 있어야 자동차가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것이다. 비관하는 힘에선 이를 페일세이프로 설명했다.

 

자신감이란 99퍼센트의 노력으로 유지되는 마지막 1퍼센트에 불과하다.”(33)

 

아이들 혹은 학생들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고 격려하는 건 상당히 좋은 일이다. 그런데 그 학생의 현실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운이 나빴다거나 최선을 다했으니 괜찮다고 말하는 건 비관하는 힘을 빼앗는 것이다. 자신의 상황이 어떤지 가늠하고, 최악을 대비하고 바라보는 게 바로 과학의 힘이 아닐까. 일보 전진을 위해 마음은 조금 어두워지더라도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는 게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모리 히로시 저자는 단순한 것도 늘 의심하라고 적었다.

 

자신을 통제하고 사고해서 정확한 비관을 생각한 사람은 문제를 피할 수 있다.”(39)

 

하루에 1시간만 글쓰기 작업을 한다는 모리 히로시 저자. 그가 학생들을 가르쳐온 영역을 보면, 왜 비관의 힘을 강조하는지 알 수 있다. 건물을 붕괴시키고 거기서 파생되는 건축공학적 계산, 즉 안전계측을 하다 보니 습관적으로 몸에 밴 습성일 수 있다. 물론 책에는 어린 시절 매사에 준비가 철저했던 아버지 얘기가 나온다. 아버지의 사전 준비와 성실성을 통해 저자는 비관하며 철저히 대비하는 습성을 지닐 수 있었다.

 

비관하는 힘에서 강조하는 낙관과 비관을 다시 한 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낙관은 AB가 된다고 믿는 것이다. 비관은 꼭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는 것이다. 비관을 생각한다고 비관이 되는 건 아니라고 저자 모리 히로시는 강조한다. 58쪽을 보면, 낙관은 도박에, 비관은 소망과 비유된다.

 

낙관이 지나치면 교만에 가까워진다.”(63)

 

공리적으로 보아도 비관이 낙관보다 훨씬 효용성이 크다. 낙관이 주어진 문제를 푸는 것이라면, 비관은 문제를 스스로 발견하는 힘이다. 필자가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성공 방정식에서 강조한 것과 같다. 마지막으로 모리 히로시 저자가 강조하는 자신감과 자존감의 차이를 소개하며 서평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자신감을 느끼는 것은 자신의 힘이 미치지 않는 것을 확실히 하는 것이고, 자존감을 느끼는 것은 겸허해지는 것이다.”(19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람의 향기 - 좋은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고영건 지음 / 피와이메이트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찰스 다윈이 어머니 죽음을 극복해낸 적응기제

[서평] 사람의 향기 (좋은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고영건, 박영스토리, 2019.08.25.)

 

인생 참 어렵다. 이 책 사람의 향기는 서문에서부터 뼈저린 말들을 읊는다. 그 누가 인생을 알까. 인생을 살아본 후에야 비로소 아는 것이라고 키에르케고르, UCLA 농구팀 존 우든 감독, 레오 톨스토이 등 대부분의 선지자들이 얘기했다. , 참 맞는 말이다. 그래서 저자 고영건 교수는 심리분석에 기반한 전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심리분석 전기는 인생을 알기 위한 전망을 제시한다.

 

고영건 교수는 심리분석이 누군가 마음속에 있는 불편한 것을 찾아내는 게 아니라 보석 같이 숨겨져 있는 것들을 발견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고영건 교수는 하버드대학교에서 장장 80년 간 실시했던 성인발단 연구 기법을 도입한다. 아래를 보자.

 

적응기제는 우리가 중요한 문제 상황에서 스트레스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거나 만족스러운 삶을 위해 무의식적으로 선택하는 책략을 말한다. 적응기제는 기본적으로 프로이트의 방어기제와 바꾸어 사용하는 것이 가능한 용어다.”(7)

 

성숙한 적응기제는 미성숙한 적응기제, 신경증적인 적응기제를 거쳐서 탄생한다. 사람들의 적응기제는 무의식을 기반으로 한다. 사람의 향기책에는 하버드대학교 성인발달연구진에서 진행한 인터뷰가 나온다. 라이어라는 여성은 자신의 잠재력을 평생 억압하며 살아왔다. 아주 나중에야 자신이 음악에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영건 교수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라이어 사례가 보여주는 것처럼, 인간의 삶이 아름답게 점화하기 위해서는 누군가로부터 진정으로 사랑받는 경험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11)

 

행복의 본질은 아픔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경험하게 되는 기쁨에 있다. 이런 점에서 행복은 쾌락의 강도나 만족감의 빈도가 아니라, 기쁨을 경험하는 깊이에 있다고 할 수 있다.”(13)

 

강도나 빈도가 아니라 깊이에 행복이 있다

 

첫 번째 심리분석의 인물은 바로 현대의 요정(妖精)이라 불린 오드리 헵번이다. <로마의 휴일>이라는 영화로 단박에 전 세계 스타덤에 오른 주인공이다. 오드리 헵번은 어린 시절 가족의 나치 관련 활동 때문에 마음을 감추며 살아가야 했다. 이는 그녀가 투사(projection)’하는 계기를 만든다. 투사를 고영건 교수는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객관적인 근거가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반 사람들보다 타인의 의도와 행동에 대해 심한 불신을 나타내는 것”(18)

 

투사는 무엇인가를 투영한다는 의미인데, 불신과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불신이란 장막을 드리우게 마련이다. 투사는 내 안의 것을 밖으로 끄집어내는 게 아닌가? 의문이 들지만 정신분석을 모르는 필자로서는 알기가 어렵다. 아무튼 오드리 헵번은 유년 시절의 아픔과 여러 번 이혼하면서 겪은 상처를 말년에 가서야 치유할 수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결국 만나게 되었고,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활동하며 못 먹는 아이들을 위해 활동했다. 오드리 헵번이 지금까지 회자되는 인물이 될 수 있었던 건 자신의 상처를 극복하고 한 걸음 전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흥미로웠던 심리분석 전기는 바로 버나드 쇼다. 지금은 누구나 인정하는 유명 작가가 되었지만, 그가 처음부터 잘 나갔던 것은 아니다. 사람의 향기에서 흥미로웠던 건 바로 수동공격성과 이지화를 통해서 드러난 버나드 쇼의 삶에 대한 분석이다. 둘 다 아직은 미성숙한 기제로서 상대방에 대해 언어나 논리로 공격하는 것을 뜻한다. 나중에 버나드 쇼는 유머를 통한 강연 등으로 성숙한 기제를 보였다. 터닝 포인트는 사랑하는 이를 만난 것이었다. 또한 부단히 노력했던 결과일 것이다. 런던정치경제대학교를 버나드 쇼가 설립했다는 것이나, 자본론에 심취했었다는 사실 등은 매우 흥미롭게 읽혔다. 아래 문장은 버나드 쇼의 말인데,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우리는 거울을 이용해 우리의 얼굴을 보지만, 예술 작품을 통해서는 우리의 영혼을 본다.”(48)

 

찰스 다윈은 어린 시절 어머니를 여의면서 목격했던 구토나 고통이 평생을 시달리게 했다. 그래서 평생 어머니를 떠올리지 못했다. 불안정한 애착 관계는 종의 기원이라는 역작을 낳는데, 승화라는 기제로 작용했다.

 

미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주광치앤은 사람의 향기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감옥에 갇혀 있으면서도 미학 연구과 태극권 수양을 놓치지 않았던 주광치앤이다. 그는 중국의 문화대혁명 시절 많은 원로학자들이 고초를 겪는 과정에서도 꿋꿋이 자신을 지켜냈다. 이런 대단한 학자가 있었다니. 아래는 책에서 인용한 좋은 글귀들이다.

 

특별한 감정과 경험이 예술로 재탄생하기 위해서는 오랜 반성을 거치면서 자신의 특별한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205)

 

비극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모멸감에 뒤이어 자아가 확장되는 느낌이 밀려들며 공포의 전율감에 뒤이어 경외감과 더불어 감탄을 하게 된다.”(210)

 

성숙한 기제인 억제는 삶의 고난이나 내면의 부정적인 감정을 효과적으로 다루기 위해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되는 특별한 활동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을 말한다.”(213)

 

고영건 교수는 에필로그에서 좋아한다는 것과 사랑한다는 것의 차이점을 드러냈다. 사랑하기 위해선 알아야 하고, 관심을 계속 부여해야 한다. 행복 하고 싶고, 행복을 알고 싶은 자만이 인생의 학교에서 어떤 것을 배울 수 있다. 그 어떤 것이 성숙한 적응기제라면 더할 나위 없이 낫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