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로 산다는 것 - 융 심리학으로 보는 남성의 삶과 그림자
제임스 홀리스 지음, 김현철 옮김 / 더퀘스트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남자가 짊어진 3W 운명 내면 탐구로 극복해야

[서평] 남자로 산다는 것(제임스 홀리스, 더퀘스트, 2019.10.01.)

 

남자로 산다는 것를 펴자마자 강렬한 문장이 눈에 들어온다. 신비사상가인 G.I.구르제프의 책 놀라운 사람들과의 만남을 인용한 것이다. “잊지 마라. 그대가 여기 있는 건 자신, 오로지 자신과의 투쟁이 필요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럴 기회를 안겨주는 모든 이에게 감사하라.”(책의 첫 장) 지금 내가 이렇게 힘든 건 나와의 싸움 때문이다. 나와의 싸움을 가능하게 해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할 필요가 있다.

 

저자인 제임스 홀리스는 정신분석학자로서 상담을 많이 한다. 그런데 이전에는 여성상담자들이 많았다면, 책이 집필되던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남성상담자들이 여성상담자들보다 더 많아졌다고 한다. 그 비율은 6:4 정도. 우리는 세계를 이루는 일부이며, 그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상처를 입고 만다. 상담을 통해 저자 제임스 홀리스가 깨달은 건 거기에 어떤 공통분모가 있다는 사실이다.

 

남자로 산다는 것의 원제는 화성의 그림자 아래에서이다. 화성이 좀 우울한 신화적, 어원적 배경이 있는 모양이다. 한국사회에서 남자로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과묵함을 강요받고, 집안을 책임져야 하며, 외롭게 늙어가는 것일까. 이제는 바뀔 때도 되었다. 한국의 남성성은 교육 받는 시기부터 굉장히 억압돼 간다. 그 정점을 찍는 것은 군대이며, 그 후 직장 생활을 하며 비슷한 권능의 문화에 지배당한다. 불쌍한 한국 남자들.

 

남성의 삶은 폭력적이다. 자신의 영혼부터가 폭력의 피해자이기 때문이다.”(19)

 

남성이 치유되려면 외부에서 충족시킬 수 없는 무언가를 내면에서 스스로 깨워야 한다.”(19)

 

 

우울한 정서를 타고난 남성성의 근원

 

지금 나도 그렇지만 남자로 태어난다는 것은 평생 일을 한다는 것과 동의어다. 물론 요샌 여성들도 열심히 사회생활을 하며, 집안에서 하는 일 역시 경제학에서는 큰 기여를 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남성들도 집안 일을 해야 한다. 책에서는 남성이 3W를 짊어졌다고 했다. (Work) 전쟁(War) 근심(Worry). 가난과 전쟁 속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저자 제임스 홀리스는 남성으로서 살아가는 게 얼마나 힘든 것인지 직접 경험했다.

 

의식은 고통을 겪은 뒤에만 생겨난다.”(35)

 

사회라는 공동체는 유한한 인간이 의미를 갖게 하기 위해 통과의례(rite of passage)를 만든다. 남자로 산다는 것에선 6단계로 제시했다. 1. 분리 2. 죽음 3. 재생 4. 가르침 5. 시련 6. 귀환. 사실 단어로 쉽게 표현했지만, 이 통과의례를 거치는 과정은 매우 힘든 것이며, 비로소 소년은 어른이 된다. 바로 남자 어른 말이다. 이 책은 남자로 산다는 것이기에 남성성에 주목해서 서평을 쓰고 있다.

 

어른이 된 후에는 남들의 욕망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우연히 김어준 씨의 강연을 들었는데, 그는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는 라캉의 말을 인용했다. 자신이 정말로 무엇을 좋아하는지 찾아야 하지만, 정작 네가 원하는 게 정말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권력의 과시 아래에는 콤플렉스가, 콤플렉스 아래에는 공포가 숨어 있다.”(48)

 

저자 제임스 홀리스는 자신을 치유할 수 있는 7단계를 제시한다. 1단계 : 조상의 상실을 되새겨라. 2단계 : 비밀을 털어놓아라. 3단계 : 자신의 멘토를 찾는 동시에 타인의 멘토가 돼라. 4단계 : 남성에게 애정을 갖는 걸 두려워하지 마라. 5단계 : 자신을 치유하라. 6단계 : 영혼의 여정을 다시 시작하라. 7단계 : 새로운 혁명에 동참하라. 남성으로 살아가는 게 어렵겠지만, 자신을 탐구하면서 조금씩 극복해가는 희망을 버리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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