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불통이다 - 우리의 마음은 어떻게 소통을 방해하는가?
손정 지음 / 한국표준협회미디어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객관의 공정성과 주관의 창의성 간 줄타기소통

[서평] 당신도 불통이다 (불통의 이유는 뇌안에 있다)(손 정, 한국표준협회미디어, 2019.09.11.)

 

책 안쪽 첫 장엔 새로운 부제가 담겨 있다. ‘우리의 마음은 어떻게 소통을 방해하는가?’ 작가의 말은 영화 <열두 명의 성난 사람들>(시드니 루멧 감독, 1957) 소개로 시작한다. 이 작품을 연극으로 본 필자는 배심원들이 어떤 소년의 죄에 대해 갑론을박하는 것이 인상에 깊이 남았다. 당신도 불통이다의 저자 손 정 씨는 이 작품을 의사소통의 좋은 사례로 쓰고 있다고 전했다.

 

<열두 명의 성난 사람들>에서 3번 배심원은 여러 정황들 속에서도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계속 유죄라고 생각했다. 왜 그랬을까? 필자는 예전에 보았던 <배심원들>(홍승완 감독, 2019.05)이 떠올랐다. 이 영화는 2008년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에 대해 다룬다. 자신의 믿음을 놓고 설왕설래 하는 모습이 비슷하다. 아무튼 자신의 주장을 바꾸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책에선 투사로 설명한다. 투사(projection)는 확증편향의 오류로 연결된다.

 

소통의 대상이 되는 사물 또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자신의 머릿속 판단 작업대 위에 올려놓지 못하고, 과거 자신의 상처나 고정관념을 덮어씌운 뒤 해석했기 때문이다.”(6)

 

당신도 불통이다는 총 6개의 파트로 이뤄져 있다. 제목만 보아도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하다. Part 1. 의사소통의 원리부터 알자. Part 2. 메시지를 객관적으로 만들어라. Part 3. 잘 전달하라. Part 4.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Part 5. 상대를 공감하라. Part 6. 의사소통의 비법.

 


 

투사는 확증편향의 오류로 연결

 

한국 사회에는 유난히 화를 내는 사람이 많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은 아닌지 반성한다. 책에선 감정을 대하는 나쁜 방식 세 가지가 나온다. 첫째, 감정 축소 전환하기다. 둘째, 감정 억압하기다. 셋째, 감정 방임하기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바로 감정 코칭이다. 1. 감정을 받아주기. 2. 감정을 표현할 때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주기. 3. 감정을 존중한 상태에서 해결책을 찾기. 이 감정 코칭은 어른과 아이뿐만 아니라 형제와 자매, 어른과 어른에서도 중요한 방식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소통해야 할까? 당신도 불통이다에서 눈에 뜨인 표현은 바로 생각의 좌표이다. 사실, 이 제목은 홍세화 씨의 책 제목이다. 손 정 저자는 이 책을 읽으면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자신이 기존에 알고 있던 모든 것들은 사회에서 준 것이기에 스스로 반성하고 각성하지 않으면 더 나은 생각을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책에선 자동차 핸들을 고정시킨 채 운전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답을 확인받고 싶은 욕구가 있고 그것이 이루어졌을 때 확신과 함께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고 한다.”(216)

 

책은 내 신념의 확인처가 아닌 새로운 시각의 제공처야 한다.”(216)

 

우리의 말들은 어떻게 전달되는가도 중요하다. 책에는 새넌과 위버의 의사소통 모델이 제시되며, 의사소통 방해 요인을 설명했다. 우선, 재료의 측면에서 너무 많은 양의 재료, 청자가 원치 않는 재료, 정보 누락이 있다. 살다보니, 정보의 비대칭성을 만들어 사람들을 교란시키는 경우를 보았다. 비열한 방법이다. 재료는 물론 말할 거리다. 재료를 제대로 부화화 해서 전달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어쩌면 인간 삶의 과정은 필요에 따라 사물을 객관적으로 보면서 공정성을 확보하고 때로는 주관적으로 보면서 창의성을 확보하는 모순된 상황의 줄타기일지도 모른다.”(34)

 

인간은 자신이 관심 있는 것을 골라서 지각하고자 하는 습관이 있다.”(45)

 

사실 세계와 지각(知覺) 세계는 다르다. 나의 의도와는 다르게 상대방이 오해를 하거나 왜곡해서 지각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당황스럽다. 그렇다면 내가 좀 더 명확하게 알아듣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사람은 인지적 일관성이 있다고 한다. 생각한대로 행동하다. 불통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선 이러한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설득을 위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조언으로 서평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세 가지가 중요하다. 논리적이어야 하는 로고스, 듣는 이로부터 감정적 동화를 불러와야 하는 파토스, 말하는 사람이 갖추어야 할 인격으로서 에토스. 명심하자. 논리적으로, 동화를 이끌내기 위해선 인격을 갖춰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