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관하는 힘
모리 히로시 지음, 홍성민 옮김 / 더난출판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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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힘이 미치지 않을 거라는 비관이 바로 자신감

[서평] 비관하는 힘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를 대비한다)(모리 히로시 소설가, 홍성민 역 더난출판 2019.09.23.)

 

일본의 한 공학박사이자 소설가인 모리 히로시가 에세이집을 내놓았다. 부제는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를 대비한다.”인데, 마치 영화 <프리즈너스>에 나오는 대사 같다. 영화에선 항상 최악을 대비하라고 아버지가 아들에게 가르친다. 이 책 비관하는 힘의 첫 페이지부터 심상치 않다. 모리 히로시 저자는 예측이 맞을 때 옳은 것이라고 강조한다. 사실 생각해보면 모든 지식은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아맞히는 데 있다.

 

인간의 아이는 목줄을 하지 않는다.”(5)

 

인간은 동물과 다르게 자신이 예측한 일이 실제로 그렇게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안다. 예측이 잘못될 수 있다는 비관을 하는 것이다. 모리 히로시 저자가 강조하는 건 바로 이 대목이다. 복잡한 인과 관계에서 논리의 선후를 따지다보면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아무리 성공 확률이 높아도 잘 안 될 가능성을 언제나 고려해야 한다. 이를 모리 히로시 저자는 한 단어 비관에 의한 안전계수로 표현했다. , 여유를 갖는 것이다.

 

가장 약한 고리가 끊어지는 쇠사슬은 가장 약한 부분의 강도가 전체의 강도가 된다.”(11)

 

칭찬받고 응원받으면서 성장한 현대 젊은이는 비관이라는 사고를 처음부터 부정하는 가치관을 갖고 있다.”(15)

 

 

낙관의 사슬은 약하고 비관의 고리는 강하다

 

요새 사람들한테 많이 상처를 많이 받다보니 뭐가 잘못인지 고민하게 된다. 생각해보니, 내가 사람을 너무 많이 믿었나보다. 사람을 믿는다는 건 사실 좋은 것이다. 하지만 정글의 세계에선 믿는 자가 물어뜯기기도 한다. 모리 히로시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애당초 누군가를 믿는다는 게 자기 편한 대로의 생각, 즉 관찰 부족에 의한 편견이다.”(2324)

 

가속만 하고 감속하는 기능을 잃은 머리로는 자유자재로 달릴 수 없고 실패하기 쉽다.“(24)

 

책에서 흥미롭게 본 내용은 바로 신호등의 색깔 구분에 관한 것이다. 사실 신호등 색깔이 1개면 설치도 쉽고, 전기도 덜 투입될 것이다. 하지만 색깔이 1개인데, 고장 났을 경우를 고려해보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적어도 2개 이상의 색깔이 있어야 자동차가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것이다. 비관하는 힘에선 이를 페일세이프로 설명했다.

 

자신감이란 99퍼센트의 노력으로 유지되는 마지막 1퍼센트에 불과하다.”(33)

 

아이들 혹은 학생들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고 격려하는 건 상당히 좋은 일이다. 그런데 그 학생의 현실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운이 나빴다거나 최선을 다했으니 괜찮다고 말하는 건 비관하는 힘을 빼앗는 것이다. 자신의 상황이 어떤지 가늠하고, 최악을 대비하고 바라보는 게 바로 과학의 힘이 아닐까. 일보 전진을 위해 마음은 조금 어두워지더라도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는 게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모리 히로시 저자는 단순한 것도 늘 의심하라고 적었다.

 

자신을 통제하고 사고해서 정확한 비관을 생각한 사람은 문제를 피할 수 있다.”(39)

 

하루에 1시간만 글쓰기 작업을 한다는 모리 히로시 저자. 그가 학생들을 가르쳐온 영역을 보면, 왜 비관의 힘을 강조하는지 알 수 있다. 건물을 붕괴시키고 거기서 파생되는 건축공학적 계산, 즉 안전계측을 하다 보니 습관적으로 몸에 밴 습성일 수 있다. 물론 책에는 어린 시절 매사에 준비가 철저했던 아버지 얘기가 나온다. 아버지의 사전 준비와 성실성을 통해 저자는 비관하며 철저히 대비하는 습성을 지닐 수 있었다.

 

비관하는 힘에서 강조하는 낙관과 비관을 다시 한 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낙관은 AB가 된다고 믿는 것이다. 비관은 꼭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는 것이다. 비관을 생각한다고 비관이 되는 건 아니라고 저자 모리 히로시는 강조한다. 58쪽을 보면, 낙관은 도박에, 비관은 소망과 비유된다.

 

낙관이 지나치면 교만에 가까워진다.”(63)

 

공리적으로 보아도 비관이 낙관보다 훨씬 효용성이 크다. 낙관이 주어진 문제를 푸는 것이라면, 비관은 문제를 스스로 발견하는 힘이다. 필자가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성공 방정식에서 강조한 것과 같다. 마지막으로 모리 히로시 저자가 강조하는 자신감과 자존감의 차이를 소개하며 서평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자신감을 느끼는 것은 자신의 힘이 미치지 않는 것을 확실히 하는 것이고, 자존감을 느끼는 것은 겸허해지는 것이다.”(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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