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향기 - 좋은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고영건 지음 / 피와이메이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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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다윈이 어머니 죽음을 극복해낸 적응기제

[서평] 사람의 향기 (좋은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고영건, 박영스토리, 2019.08.25.)

 

인생 참 어렵다. 이 책 사람의 향기는 서문에서부터 뼈저린 말들을 읊는다. 그 누가 인생을 알까. 인생을 살아본 후에야 비로소 아는 것이라고 키에르케고르, UCLA 농구팀 존 우든 감독, 레오 톨스토이 등 대부분의 선지자들이 얘기했다. , 참 맞는 말이다. 그래서 저자 고영건 교수는 심리분석에 기반한 전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심리분석 전기는 인생을 알기 위한 전망을 제시한다.

 

고영건 교수는 심리분석이 누군가 마음속에 있는 불편한 것을 찾아내는 게 아니라 보석 같이 숨겨져 있는 것들을 발견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고영건 교수는 하버드대학교에서 장장 80년 간 실시했던 성인발단 연구 기법을 도입한다. 아래를 보자.

 

적응기제는 우리가 중요한 문제 상황에서 스트레스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거나 만족스러운 삶을 위해 무의식적으로 선택하는 책략을 말한다. 적응기제는 기본적으로 프로이트의 방어기제와 바꾸어 사용하는 것이 가능한 용어다.”(7)

 

성숙한 적응기제는 미성숙한 적응기제, 신경증적인 적응기제를 거쳐서 탄생한다. 사람들의 적응기제는 무의식을 기반으로 한다. 사람의 향기책에는 하버드대학교 성인발달연구진에서 진행한 인터뷰가 나온다. 라이어라는 여성은 자신의 잠재력을 평생 억압하며 살아왔다. 아주 나중에야 자신이 음악에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영건 교수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라이어 사례가 보여주는 것처럼, 인간의 삶이 아름답게 점화하기 위해서는 누군가로부터 진정으로 사랑받는 경험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11)

 

행복의 본질은 아픔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경험하게 되는 기쁨에 있다. 이런 점에서 행복은 쾌락의 강도나 만족감의 빈도가 아니라, 기쁨을 경험하는 깊이에 있다고 할 수 있다.”(13)

 

강도나 빈도가 아니라 깊이에 행복이 있다

 

첫 번째 심리분석의 인물은 바로 현대의 요정(妖精)이라 불린 오드리 헵번이다. <로마의 휴일>이라는 영화로 단박에 전 세계 스타덤에 오른 주인공이다. 오드리 헵번은 어린 시절 가족의 나치 관련 활동 때문에 마음을 감추며 살아가야 했다. 이는 그녀가 투사(projection)’하는 계기를 만든다. 투사를 고영건 교수는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객관적인 근거가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반 사람들보다 타인의 의도와 행동에 대해 심한 불신을 나타내는 것”(18)

 

투사는 무엇인가를 투영한다는 의미인데, 불신과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불신이란 장막을 드리우게 마련이다. 투사는 내 안의 것을 밖으로 끄집어내는 게 아닌가? 의문이 들지만 정신분석을 모르는 필자로서는 알기가 어렵다. 아무튼 오드리 헵번은 유년 시절의 아픔과 여러 번 이혼하면서 겪은 상처를 말년에 가서야 치유할 수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결국 만나게 되었고,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활동하며 못 먹는 아이들을 위해 활동했다. 오드리 헵번이 지금까지 회자되는 인물이 될 수 있었던 건 자신의 상처를 극복하고 한 걸음 전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흥미로웠던 심리분석 전기는 바로 버나드 쇼다. 지금은 누구나 인정하는 유명 작가가 되었지만, 그가 처음부터 잘 나갔던 것은 아니다. 사람의 향기에서 흥미로웠던 건 바로 수동공격성과 이지화를 통해서 드러난 버나드 쇼의 삶에 대한 분석이다. 둘 다 아직은 미성숙한 기제로서 상대방에 대해 언어나 논리로 공격하는 것을 뜻한다. 나중에 버나드 쇼는 유머를 통한 강연 등으로 성숙한 기제를 보였다. 터닝 포인트는 사랑하는 이를 만난 것이었다. 또한 부단히 노력했던 결과일 것이다. 런던정치경제대학교를 버나드 쇼가 설립했다는 것이나, 자본론에 심취했었다는 사실 등은 매우 흥미롭게 읽혔다. 아래 문장은 버나드 쇼의 말인데,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우리는 거울을 이용해 우리의 얼굴을 보지만, 예술 작품을 통해서는 우리의 영혼을 본다.”(48)

 

찰스 다윈은 어린 시절 어머니를 여의면서 목격했던 구토나 고통이 평생을 시달리게 했다. 그래서 평생 어머니를 떠올리지 못했다. 불안정한 애착 관계는 종의 기원이라는 역작을 낳는데, 승화라는 기제로 작용했다.

 

미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주광치앤은 사람의 향기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감옥에 갇혀 있으면서도 미학 연구과 태극권 수양을 놓치지 않았던 주광치앤이다. 그는 중국의 문화대혁명 시절 많은 원로학자들이 고초를 겪는 과정에서도 꿋꿋이 자신을 지켜냈다. 이런 대단한 학자가 있었다니. 아래는 책에서 인용한 좋은 글귀들이다.

 

특별한 감정과 경험이 예술로 재탄생하기 위해서는 오랜 반성을 거치면서 자신의 특별한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205)

 

비극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모멸감에 뒤이어 자아가 확장되는 느낌이 밀려들며 공포의 전율감에 뒤이어 경외감과 더불어 감탄을 하게 된다.”(210)

 

성숙한 기제인 억제는 삶의 고난이나 내면의 부정적인 감정을 효과적으로 다루기 위해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되는 특별한 활동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을 말한다.”(213)

 

고영건 교수는 에필로그에서 좋아한다는 것과 사랑한다는 것의 차이점을 드러냈다. 사랑하기 위해선 알아야 하고, 관심을 계속 부여해야 한다. 행복 하고 싶고, 행복을 알고 싶은 자만이 인생의 학교에서 어떤 것을 배울 수 있다. 그 어떤 것이 성숙한 적응기제라면 더할 나위 없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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