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모델을 혁신하는 5가지 길 - 5 BM-innovation ways
은종성 지음 / 책길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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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 벗겨내는 고통의 ()’비즈니스 모델

[서평]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는 5가지 길 (5 BM-innovation ways)(은종성, 책길, 2019.09.10.)

 

우리나라 최초로 창업학 석사를 취득한 후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은 은종성 저자. 그는 현재 비즈웹코리아 대표이사다. 어떻게 하면 제대로 된 경영과 마케팅 전략을 짜서 비즈니스를 혁신할 수 있을까? 아마도 모든 기업의 고민일 것이다. 이 고민은 한 번에 끝나지 않는다. 변화하는 산업 트렌드에 발맞춰 진행해야 하는 것이다.

 

소비자가 구매하는 것은 제품이 아니라 가치임을 인정한다면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주는 모든 활동이 혁신의 대상이 된다.”(9)

 

은종성 저자가 제안하는 ‘5BM-Innovation Ways’는 다섯 가지로 집약된다. 1. 경쟁으로 바라볼 것인가? 2. 비경쟁으로 바라볼 것인가? 3. 기업 중심의 내부역량 혁신을 할 것인가? 4. 고객 중심의 경험을 혁신할 것인가? 5. 이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는 비즈니스 모델 관점으로 바라볼 것인가?

 


 

요새 뜨거운 감자는 차량 공유사업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내가 면허가 있더라도 운수사업을 하면 위법이 된다. 카카오와 택시 회사 간 줄다리기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산업 지형의 대결을 볼 수 있다. 택시 면허는 국가에서 인정한다. 면허가 무작위로 발생하지 않게 지역과 유동 인구 등에 따라 적절한 면허의 양을 조절하는 셈이다. 그래서 택시 면허를 돈으로 주고 사기도 한다.

 

차량 공유 서비스가 만약 허용되면 택시 영업은 힘들어진다. 우리들의 아버지가 하는 일자리가 없어지는 셈이다. 기존에 시장에서 영업을 하고 있던 측은 택시 업계다. 차량 공유업체는 모빌리티 서비스(MaaS)’가 대세인 4차 산업혁명의 변화에 발맞춰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택시 업계라는 오프라인 시장과 차량 공유라는 온라인 시장의 대결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효율성을 높이고 혁신을 지속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산업이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카카오T는 인터넷과 플랫폼을 이용해 공존을 모색하고 있다. 블루, 블랙, 라이언 등 다양한 방식의 택시를 수수료로 이용하게끔 하면서 택시 업계를 인수해 융합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정부의 규제는 과연 어떻게 변해야 할까? 가장 핵심은 산업의 발전과 서비스 이용자인 고객들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측면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운수사업의 범위를 면허만 가진 자로 제한하는 건 유동적이지 못하다. 현재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을 보면, 공유란 말 자체가 없다. 언젠가 차량 공유서비스는 다른 서비스로 인해 대체될 수 있다. 그러므로 규제는 최소화 하는 게 필요하다. 이미 올 하반기에 전기 택시 중심 모빌리티 플랫폼이 등장해 카카오T와 힘겨루기를 할 예정이다. 내수시장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국내에서 많은 고민을 녹여낸 서비스는 해외를 지향해야 한다.

 

이 모든 저변에 혁신이 있다. 기업은 혁신을 한시라도 늦춰선 안 된다. 법제도 변화는 혁신에 발맞춰서 가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저자 은종성 씨의 다음과 같은 말은 의미심장하다.

 

혁신은 회의실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23)

 

예를 들어, 이케아는 차별화 전략을 통해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광명점에 연 쇼룸은 아주 작은 디테일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직접 콘셉트에 맞게 매장을 꾸며 고객들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도요타 자동차는 원가절감을 위해 설계단계에서부터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카카오T는 지도 서비스와 인공지능 투자를 통해 서비스 간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혁신에서 ()’은 가죽 혁자라고 한다. 가죽을 벗겨내는 고통이 있어야 혁신이 발생하는 것이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슈퍼 개인이라는 표현이다. 아래 문장을 보자.

 

모바일과 소셜미디어가 일반화되면서 개인이 브랜드가 되는 일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조직 안에서든 밖에서든 슈퍼 개인의 출현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67)

 

마지막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는 사례 중에 태양의 서커스를 언급하고자 한다.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태양의 서커스는 스타 곡예사나 동물 등을 없앴다고 한다. 차별화해야 생존한다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비즈니스를 혁신하려는 사람들이 귀 기울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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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디테일의 힘 - 망해가던 시골 기차를 로망의 아이콘으로 만든 7가지 비밀
가라이케 고지 지음, 정은희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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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명의 얘기와 7가지 음식 재료만 기억한다?

[서평] 아주 작은 디테일의 힘(가라이케 고지, 정은희 역, 비즈니스북스, 2019.10.04.)

 

JR큐슈는 한 때 엄청난 적자로 망해가던 민영화 철도였다. 그런데 이 철도가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열차로 탈바꿈 하였다. 그 동력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현재는 약 5,000억 원의 흑자를 내는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이야기와 고객 감동을 실현한 장본인은 바로 JR큐스의 대표이사 가라이케 고지다.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기업이 있다. 첫째, 고객으로부터 어떻게 하면 돈을 뜯어낼까 고민하는 기업이다. 둘째, 어떻게 하면 고객이 원하는 걸 줄 수 있을까 고심하는 기업이다. 직원들의 사기와 지역 사회 발전까지 고민하는 기업이라면 어떨까. JR큐슈는 철도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지금 약 40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거기서 매출의 많은 부분이 나온다.

 

아주 작은 디테일의 힘부제를 보면, ‘저성장 시대, 끝까지 살아남는 기업은 무엇이 다른가?’이다. 책 초반의 열차 사진을 보면, 고전 유럽풍을 연상시킨다. , 저런 열차라면 꼭 타보고 싶을 정도이다. 최고의 풍경과 최고의 인테리어, 그리고 최고의 초밥이 담긴 열차의 모습은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을 정도이다. 나나쓰보시 기차는 반년에 한 번씩 예약을 오픈 하면, 그 경쟁률이 3161까지 올라간다.

 

독특한 건 당첨 축하 후, 직원들이 실제 열차를 타기까지 20회 정도 연락해 소통한다는 사실이다. 당첨 이후가 더욱 중요한 것이다. 당첨 소식을 알리는 편지에 정성스레 대표이사와 직원들이 마음을 담는다. 사소한 것들에까지 하나하나 신경을 쓴 결과가 지금의 JR큐슈를 만들었다.

 

상품 구매자와 판매자가 아니라 서로의 사연과 소중한 감정, 거기서 파생되는 감동을 공유하는 관계가 되는 것이다.”(28)

 

우리가 파는 것은 편안한 휴식이고, 즐겁고도 훌륭한 여행 경험이며, 오래 남을 추억이고, 최상의 서비스다.”(32)

 


 

감동을 공유하며 저성장 시대를 뚫다

 

34일간의 기차 여행이 끝나는 즈음에 바이올린 연주와 함께 고별 파티가 열린다. 호화로움에 정성까지 들어가면 정말 말 그대로 VVIP가 되는 것이다. 누구나 중요한 인물이 되고 싶어 한다. 점심 식사인 초밥만 하더라도 일본 최고의 장인이 나선다. 새벽부터 정성스럽게 준비한 식사는 손님들을 감동시킨다. 그 초밥의 이름은 야마나카’. 초밥의 장인은 공복 상태에서 음식을 만든다고 한다. 자신이 맛있어 보여야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최고의 자리는 맨 마지막에 있다. 다른 승객들이 왔다 갔다 하지 않으니 사적 공간을 보장 받을 수 있다. 이 말이 가장 와닿았다. 우리나라 열차들은 정말 시끄럽다. 애들이 너무나 소란스럽다. 그것을 제지하지 못하는 부모들이 많고, 그게 당연한 줄 아는 부모들도 많다. 부끄러운 일이다.

 

JR큐슈가 잘 나갈 수 있는 비법은 회사 문화에 있다. ‘10번의 회의보다 한 번의 만남이 낫다는 절을 보자. 커뮤니케이션이 얼마나 힘든지 나온다. 그래서 그 기술을 상술하고 있다. 1. (리더는) 자신의 언어로 말한다. 2. 상대의 마음에 각인되는 말과 말투로 표현한다. 3. 정보의 폭을 좁힌다. 4. 반복해서 말한다. 5. 2미터 이내에서 말한다.

 

현명하기로 소문이 자자한 사람도 일곱 명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한계이고, 늘 냉장고에 들어 있는 재료를 확인해 저녁 메뉴를 생각하는 베테랑 주부도 순간적으로는 7가지 정도의 식품밖에 떠올리지 못한다.”(159160)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선 정보의 수를 줄여야 한다고 한다. 너무 많은 정보가 들어오면, 정작 전달되어야 할 정보는 놓치기 일쑤다. 그래서 저자이자 JR큐슈 대표이사인 가라이케 고지는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너무 많은 정보는 아무 것도 전해주지 못한다.”(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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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인문학 수업 - 인간다움에 대해 아이가 가르쳐준 것들
김희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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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아이를 발견하는 내 자식돌봄의 인문학

[서평] 돌봄 인문학 수업 (인간다움에 대해 아이가 가르쳐준 것들)(김희진, 위즈덤하우스 2019.08.30.)

 

직장인이자 늦깎이 초보 육아맘이 아이를 돌보면서 자신을 깨닫기 시작했다. 대학에서 영문학과 비교문학을 전공했으며, 책 만드는 일을 하면서 꾸준히 인문학을 많이 연구했다고 했던 저자 김희진 씨다. 그런데 아이를 돌보면서 다른 눈이 트이게 된다. 바로 돌봄이라는 화두다. 돌봄은 나를 알아가는 것과 맞물려 있다.

 

돌봄 인문학 수업의 추천사를 쓴 조남주 소설가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아이를 생각하는 일은 결국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고 위로하고 응원하는 일.”(9)

 

처음엔 어떤 부모든 잘 모르고 시작하는 게 바로 육아다. 육아시험이 있으면 지금은 낙제 정도는 면하겠다고 솔직 담백하게 얘기한다. 돌봄 인문학 수업에선 자신과는 다른 이, 즉 애를 돌보는 게 사람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해야 할 기본적인 의무와 권리라고 강조했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인데 왜 이리 낯설 문장인 걸까. 요샌 혼술, 혼밥족이 늘고 있어서 그런가.

 

우리는 안다. 아이를 키우는 건 부모 스스로를 키우는 일이다.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나도 자라난다. 일종의 상호작용이다. 환자가 의사를 고치고, 학생들이 선생님을 가르치는 것과 마찬가지다. 국민은 정부를 있게 한다.

 


 

아이를 돌보면서 부모도 성장한다

 

성악설과 성선설은 인간에 대한 시선을 언제나 헷갈리게 한다. 부모는 반드시 애를 돌봐야 하는가. 누군가를 돌본다는 건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닐까. 김희진 저자는 돌봄이라는 게 단순히 생존이 희박한 약한 아이를 보호하는 차원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아래 문장을 보자.

 

돌봄은 약한 존재에 대한 존경, 약한 존재에 대한 경탄, 약한 존재에 대한 복종은 약한 것은 함부로 해도 된다거나, 약한 것은 불쌍하다는 감수성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관계 맺음을 가능하게 하는 감수성이다.”(39)

 

인간은 언제 인간으로 성숙하는가. 인간은 언제 자신이 인간이라는 나약한 존재라는 걸 깨닫는가. 돌봄 인문학 수업에는 프로이트의 아기 폐하라는 정신분석학 용어가 나온다. 아이들은 자신이 어머니 뱃속인 태반에서 24시간 언제나 보호를 받는다. 그런데 세상에 나오는 순간 배고플 때 바로 먹지 못하고, 자고 싶을 때 즉각 잠잘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건 결국 인간적 수치심으로 연결된다. 일종의 성장고(成長苦)이다.

 

김희진 저자는 거꾸로 엄마와 태반에서 하나가 되었던 경험이 오히려 인간적 존엄성을 얻으려는 동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애니메이션 <늑대 아이>가 떠오른다. 모든 부모는 자식을 언젠가 떠나보내야 한다. 김희진 저자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신과 아브라함의 약속과 실천이 예전엔 이해되지 않았다고 한다. 자식을 제사에 바치라는 신의 계시가 가혹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이 이야기가 조금은 이해된다고 밝혔다.

 

아이는 아이이고 부모는 부모이다. 그 사실을 깨닫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김희진 저자는 아브라함처럼 자신의 자식을 신에게 바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알아가고 있다. 신이 자신의 아이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책에는 이를 의지의 낙관주의라고 표현했다. 아이를 부모인 자신과 동일화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교육이고 인간 승리다.

 

어머니라는 존재는 세상을 향해가는 나침반이었다가, 때론 극복해야 한 성으로 우뚝 서 있고, 또한 어떤 때는 돌봄을 줘야 하는 약하고 외경스러운 존재가 된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어머니는 또 다른 어머니의 딸이다.

 

저자 김희진 씨는 아이들이 공적인 자리에 많이 보였으면 한다. 그래야 공존하는 게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딸에게 고마운 건 자신의 마음속에 외롭게 자리 잡고 있는 김희진이라는 어린 아이를 종종 끄집어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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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 부럽구나 : 국민이 나라를 걱정하는 시대
목영만 지음, 윤두식 서예 / 책문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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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의 꼬리가 붉어지는 이유…『시경(詩經)을 읽다

[서평] 능소화 부럽구나 (국민이 나라를 걱정하는 시대)(목영만, 책문, 2019.09.10.)

 

건국대 초빙교수인 목영만 씨는 여러 공무원 활동을 한 바 있다. 그는 사서삼경 중 하나인 시경(詩經)을 언급하며 서문을 열었다. 백성들의 입으로 전해오는 민요를 이해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당시 중국 백성들이 부르던 노래들이 현재의 우리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백성들은 위정자들의 갖은 폭압에도 풍자와 해학으로 잘 견뎌왔다. 그게 시경(詩經)의 핵심이다.

 

마음의 창이 열리는 관건은 바로 현실 세계에서 눈앞에 보이는 나무요, 꽃이요, 동물이요, 식물이요, 새이다.”(들어가며)

 

능소화 부럽구나총 제5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 국민이 나라를 걱정하는 시대 2장 전쟁과 노역의 고통 3장 관리를 보는 국민의 눈 4장 시대에 대한 한탄과 고단한 삶 5장 고난 속에 그래도 피어나는 사랑.

 

중국의 선공은 시집온 며느리와 불륜을 저지른다. 선강이라는 며느리를 위해 선공은 황금색으로 칠해진 누각을 짓는다. 그 밑으로는 황금색 강이 흐른다. 물색이 흐린 것이다. 선공은 허리가 굽은 꼽추에 노인이었다. 선강은 과연 어떤 맘이었을까. 그래서 선강은 권력에 눈을 돌린다. 자신의 아들이 왕이 되길 바라지만, 아들은 이복형제에게 그 사실을 고하고 자신이 대신 죽는다. 그런데 그 이복형제인 급이라는 이름의 아들은 스스로 죽음을 택한다. 결국, 선강의 둘째 아들이 왕위를 이어 받는다.

 

새로 지은 누각은 높고 높은데, 황허의 물결은 넘칠 듯 일렁이네.

아름답고 고운 임 찾아왔건만, 저 늙은 곱추는 죽지도 않네.“(22) - <새로 지은 누각> 중에서.

   

 

바랄 게 없어 권력을 탐하는 여인의 마음

 

여기 노역을 나간 남편을 기다리며 봄나물을 뜯는 여인이 있다. 그것도 신혼 부부였던 이들. 노동과 전쟁 시에는 전투병으로 참가해야 했던 국가 체계에선 어떤 지도자를 만나느냐가 관건이다. 여인은 남편이 제발 무사히 돌아와 부부 간의 애정을 나누길 원한다. 그 당시 노역 제도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더라도 부디 남편의 생사만큼은 간절히 기도하는 셈이다. 이를 시경(詩經)<풀벌레 소리>에 담았다.

 

남편은 떠난 지 반년이 지났다. 어느 겨울 밤, 바람 속리가 마치 남편의 목소리 같다. 남편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새들도 이젠 앞에 없다.

 

풀벌레 울어 대고 메뚜기 뛰노는데,

그리운 임 보지 못해 이내 마음 두근거려,

단 한 번이라도 임 볼 수 있다면 이내 마음 가라앉으리.”(139) - <풀벌레 소리> 중에서.

 

능소화 부럽구나에는 한학자이자 서예가인 노정(魯亭) 윤두식 선생의 작품이 실려 있다. 한자와 서예를 잘 모르긴 하지만 각 시경(詩經)작품 속에 녹아든 모습이 참 정갈하고 예쁘다. 한편, 그토록 그리던 남편이 돌아왔다. 바로 <여수의 강둑에서> 말이다.

 

남편이 살아서 돌아왔다. 사랑하는 남편이 자신을 잊진 않았을까, 내심 걱정도 했다. 봄나물, 새순을 따는 일은 이제 힘들지 않다. 왜냐하면 나의 남편이 맛있게 먹을 것이기 때문이다. 방어의 꼬리가 붉어지는 건 너무 힘들어서 그렇다. 나라가 어지러우면 백성이 고생한다.

 

방어는 꼬리가 붉어지고, 왕실이 불타는 듯 세상이 어지러워도,

나는 임과 함께, 임의 부모님과 함께 살아가리.“(349) - <여수의 강둑에서> 중에서.

 

저자 목영만 씨는 시경을 재해석 하면서 목이 메었다고 한다. 한탄하는 백성들의 울음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끼니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생이별 하며 살아가야했던 백성들. 3000년 전 작품의 시들이 현재까지 유효한 이유는 무엇일까. 시경(詩經)이 무엇인지도 몰랐던 필자는 이제야 겨우 그 의미를 아주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공부는 많이 하고 깊은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닌, 왜 하는지를 분명히 깨닫는 것이 바로 배움의 시작이요 끝이리라.”(글을 마치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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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개좋음
서민 지음 / 골든타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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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꼬리가 있다면 감정을 감출 수 있을까

[서평] 서민의 개좋음(서민, 골든타임, 2019.08.30.)

 

질 나쁜 개공장에서 태어난 개 한 마리가 서민의 집으로 왔다. 그 개는 이전까지 똥을 싸면 먹어치우는 버릇이 있었다. 똥을 많이 싼다는 이유로 어렸을 때부터 자주 혼이 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민의 집으로 간 뒤로는 편안한 마음에 더는 똥을 먹지 않게 되었다. 서민의 개좋음은 개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살아가는 소위 개빠의 진솔함을 들을 수 있는 책이다.

 

책에는 개 유모차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나도 항상 왜 개를 유모차에 싣고 다니나.’의아해 하던 중이었다. 저자의 경우 아비규환 속에서 한 마리씩 잡아다 유모차에 싣고, 차까지 유모차를 밀고 간 뒤 태운다고 한다. 또한 개가 두 마리 이상인 경우 유모차가 있으면 데리고 다니기 훨씬 편하다. 통제가 한 공간에서 되기 때문이다.



개에 대한 책임감을 강조한 책

 

저자가 키우는 개는 페키니즈다. 모든 개주인은 자신이 키우는 견종이 제일 예쁘기 마련이다. 첫 개가 페키니즈이기 때문인지 저자의 아내는 코가 튀어나온 개를 보면 예쁘다는 생각이 안 든다고 했다. 저자는 원래 몰티즈를 18년간 키웠기에 몰티즈가 제일 예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내 덕에 페키니즈를 키우다 보니, 지금은 페키니즈 외에 다른 개는 눈에 들어오지 않게 되었다.

 

개에 꼬리가 있는 것처럼 사람에게도 꼬리가 있으면 어떨까, 와 같은 의문도 책에 나온다. 표현이 정말로 재미있다. 저자의 아내는 사람에게도 꼬리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그 이유로 사람은 곧잘 속내를 감추기 때문을 꼽았다. 이 문장은 정말 많은 상상을 요구하였고, 때문에 나는 한참이나 책장을 넘기지 못하였다.

 

개를 입양한다는 것은 가족을 하나 들이는 것이다. 가족 모두가 개를 좋아해야 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개를 끝까지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개한테는 입양된 가정이 자신의 우주고, 견주는 신이기 때문이다. 또한 개를 너무 오래 혼자 내버려 두지 않을 수 있어야 하며, 개에게 시간을 할애해줄 수 있어야 한다. 사료와 물만 제때 준다고 견주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것은 아니다.

 

개를 키울 경제적 능력도 필요하다. 개를 키우는 데는 돈이 든다. 개가 아플 때 기꺼이 50만 원을 낼 수 있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왜 개를 키우려 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 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요즈음 개에 관한 뉴스가 많이 등장한다. 그만큼 반려견이 늘어나고,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개입마개 문제는 그 중 하나다. 저자는 입마개에 대해 개에 대한 혐오감을 키운다.’고 주장했다. 아무리 예쁜 개라 해도 입마개를 하면 더 이상 예쁘지 않고, 오히려 입마개는 개를 무섭게 보이도록해 개에 대한 혐오를 증폭시킨다

.

책은 개에 대한 저자의 일상 뿐 아니라 개고기, 개농장, 애견샵, 중성화, 개목줄 등 여러 복합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 저자의 개인적인 의견이 많지만 다수의 개주인들이 공감할 내용이며, 충분히 사회적인 토론거리를 불러일으키고, 독자라면 한 번쯤 생각을 하게 하는 글들이 많은 것 같아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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