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인문학 수업 - 인간다움에 대해 아이가 가르쳐준 것들
김희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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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아이를 발견하는 내 자식돌봄의 인문학

[서평] 돌봄 인문학 수업 (인간다움에 대해 아이가 가르쳐준 것들)(김희진, 위즈덤하우스 2019.08.30.)

 

직장인이자 늦깎이 초보 육아맘이 아이를 돌보면서 자신을 깨닫기 시작했다. 대학에서 영문학과 비교문학을 전공했으며, 책 만드는 일을 하면서 꾸준히 인문학을 많이 연구했다고 했던 저자 김희진 씨다. 그런데 아이를 돌보면서 다른 눈이 트이게 된다. 바로 돌봄이라는 화두다. 돌봄은 나를 알아가는 것과 맞물려 있다.

 

돌봄 인문학 수업의 추천사를 쓴 조남주 소설가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아이를 생각하는 일은 결국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고 위로하고 응원하는 일.”(9)

 

처음엔 어떤 부모든 잘 모르고 시작하는 게 바로 육아다. 육아시험이 있으면 지금은 낙제 정도는 면하겠다고 솔직 담백하게 얘기한다. 돌봄 인문학 수업에선 자신과는 다른 이, 즉 애를 돌보는 게 사람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해야 할 기본적인 의무와 권리라고 강조했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인데 왜 이리 낯설 문장인 걸까. 요샌 혼술, 혼밥족이 늘고 있어서 그런가.

 

우리는 안다. 아이를 키우는 건 부모 스스로를 키우는 일이다.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나도 자라난다. 일종의 상호작용이다. 환자가 의사를 고치고, 학생들이 선생님을 가르치는 것과 마찬가지다. 국민은 정부를 있게 한다.

 


 

아이를 돌보면서 부모도 성장한다

 

성악설과 성선설은 인간에 대한 시선을 언제나 헷갈리게 한다. 부모는 반드시 애를 돌봐야 하는가. 누군가를 돌본다는 건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닐까. 김희진 저자는 돌봄이라는 게 단순히 생존이 희박한 약한 아이를 보호하는 차원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아래 문장을 보자.

 

돌봄은 약한 존재에 대한 존경, 약한 존재에 대한 경탄, 약한 존재에 대한 복종은 약한 것은 함부로 해도 된다거나, 약한 것은 불쌍하다는 감수성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관계 맺음을 가능하게 하는 감수성이다.”(39)

 

인간은 언제 인간으로 성숙하는가. 인간은 언제 자신이 인간이라는 나약한 존재라는 걸 깨닫는가. 돌봄 인문학 수업에는 프로이트의 아기 폐하라는 정신분석학 용어가 나온다. 아이들은 자신이 어머니 뱃속인 태반에서 24시간 언제나 보호를 받는다. 그런데 세상에 나오는 순간 배고플 때 바로 먹지 못하고, 자고 싶을 때 즉각 잠잘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건 결국 인간적 수치심으로 연결된다. 일종의 성장고(成長苦)이다.

 

김희진 저자는 거꾸로 엄마와 태반에서 하나가 되었던 경험이 오히려 인간적 존엄성을 얻으려는 동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애니메이션 <늑대 아이>가 떠오른다. 모든 부모는 자식을 언젠가 떠나보내야 한다. 김희진 저자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신과 아브라함의 약속과 실천이 예전엔 이해되지 않았다고 한다. 자식을 제사에 바치라는 신의 계시가 가혹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이 이야기가 조금은 이해된다고 밝혔다.

 

아이는 아이이고 부모는 부모이다. 그 사실을 깨닫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김희진 저자는 아브라함처럼 자신의 자식을 신에게 바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알아가고 있다. 신이 자신의 아이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책에는 이를 의지의 낙관주의라고 표현했다. 아이를 부모인 자신과 동일화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교육이고 인간 승리다.

 

어머니라는 존재는 세상을 향해가는 나침반이었다가, 때론 극복해야 한 성으로 우뚝 서 있고, 또한 어떤 때는 돌봄을 줘야 하는 약하고 외경스러운 존재가 된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어머니는 또 다른 어머니의 딸이다.

 

저자 김희진 씨는 아이들이 공적인 자리에 많이 보였으면 한다. 그래야 공존하는 게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딸에게 고마운 건 자신의 마음속에 외롭게 자리 잡고 있는 김희진이라는 어린 아이를 종종 끄집어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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