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부럽구나 : 국민이 나라를 걱정하는 시대
목영만 지음, 윤두식 서예 / 책문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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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의 꼬리가 붉어지는 이유…『시경(詩經)을 읽다

[서평] 능소화 부럽구나 (국민이 나라를 걱정하는 시대)(목영만, 책문, 2019.09.10.)

 

건국대 초빙교수인 목영만 씨는 여러 공무원 활동을 한 바 있다. 그는 사서삼경 중 하나인 시경(詩經)을 언급하며 서문을 열었다. 백성들의 입으로 전해오는 민요를 이해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당시 중국 백성들이 부르던 노래들이 현재의 우리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백성들은 위정자들의 갖은 폭압에도 풍자와 해학으로 잘 견뎌왔다. 그게 시경(詩經)의 핵심이다.

 

마음의 창이 열리는 관건은 바로 현실 세계에서 눈앞에 보이는 나무요, 꽃이요, 동물이요, 식물이요, 새이다.”(들어가며)

 

능소화 부럽구나총 제5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 국민이 나라를 걱정하는 시대 2장 전쟁과 노역의 고통 3장 관리를 보는 국민의 눈 4장 시대에 대한 한탄과 고단한 삶 5장 고난 속에 그래도 피어나는 사랑.

 

중국의 선공은 시집온 며느리와 불륜을 저지른다. 선강이라는 며느리를 위해 선공은 황금색으로 칠해진 누각을 짓는다. 그 밑으로는 황금색 강이 흐른다. 물색이 흐린 것이다. 선공은 허리가 굽은 꼽추에 노인이었다. 선강은 과연 어떤 맘이었을까. 그래서 선강은 권력에 눈을 돌린다. 자신의 아들이 왕이 되길 바라지만, 아들은 이복형제에게 그 사실을 고하고 자신이 대신 죽는다. 그런데 그 이복형제인 급이라는 이름의 아들은 스스로 죽음을 택한다. 결국, 선강의 둘째 아들이 왕위를 이어 받는다.

 

새로 지은 누각은 높고 높은데, 황허의 물결은 넘칠 듯 일렁이네.

아름답고 고운 임 찾아왔건만, 저 늙은 곱추는 죽지도 않네.“(22) - <새로 지은 누각> 중에서.

   

 

바랄 게 없어 권력을 탐하는 여인의 마음

 

여기 노역을 나간 남편을 기다리며 봄나물을 뜯는 여인이 있다. 그것도 신혼 부부였던 이들. 노동과 전쟁 시에는 전투병으로 참가해야 했던 국가 체계에선 어떤 지도자를 만나느냐가 관건이다. 여인은 남편이 제발 무사히 돌아와 부부 간의 애정을 나누길 원한다. 그 당시 노역 제도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더라도 부디 남편의 생사만큼은 간절히 기도하는 셈이다. 이를 시경(詩經)<풀벌레 소리>에 담았다.

 

남편은 떠난 지 반년이 지났다. 어느 겨울 밤, 바람 속리가 마치 남편의 목소리 같다. 남편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새들도 이젠 앞에 없다.

 

풀벌레 울어 대고 메뚜기 뛰노는데,

그리운 임 보지 못해 이내 마음 두근거려,

단 한 번이라도 임 볼 수 있다면 이내 마음 가라앉으리.”(139) - <풀벌레 소리> 중에서.

 

능소화 부럽구나에는 한학자이자 서예가인 노정(魯亭) 윤두식 선생의 작품이 실려 있다. 한자와 서예를 잘 모르긴 하지만 각 시경(詩經)작품 속에 녹아든 모습이 참 정갈하고 예쁘다. 한편, 그토록 그리던 남편이 돌아왔다. 바로 <여수의 강둑에서> 말이다.

 

남편이 살아서 돌아왔다. 사랑하는 남편이 자신을 잊진 않았을까, 내심 걱정도 했다. 봄나물, 새순을 따는 일은 이제 힘들지 않다. 왜냐하면 나의 남편이 맛있게 먹을 것이기 때문이다. 방어의 꼬리가 붉어지는 건 너무 힘들어서 그렇다. 나라가 어지러우면 백성이 고생한다.

 

방어는 꼬리가 붉어지고, 왕실이 불타는 듯 세상이 어지러워도,

나는 임과 함께, 임의 부모님과 함께 살아가리.“(349) - <여수의 강둑에서> 중에서.

 

저자 목영만 씨는 시경을 재해석 하면서 목이 메었다고 한다. 한탄하는 백성들의 울음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끼니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생이별 하며 살아가야했던 백성들. 3000년 전 작품의 시들이 현재까지 유효한 이유는 무엇일까. 시경(詩經)이 무엇인지도 몰랐던 필자는 이제야 겨우 그 의미를 아주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공부는 많이 하고 깊은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닌, 왜 하는지를 분명히 깨닫는 것이 바로 배움의 시작이요 끝이리라.”(글을 마치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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