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작 - 잠 못 드는 사람들 / 올라브의 꿈 / 해질 무렵
욘 포세 지음, 홍재웅 옮김 / 새움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연주하듯 써내려간 소설, 마침표 대신 쉼표

[서평] 3부작 (잠 못 드는 사람들 올라브의 꿈 해질 무렵)(욘 포세 저, 홍재웅 역, 새움, 2019. 10.04.)

 

존 포세는 언어로서 음악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분위기와 역동성을 만들어 내려고 시도했다. 일찍부터 음악을 배웠고 록밴드 활동을 했다. 그렇게 바이올린과 기타 등을 거의 병적으로 연주하던 열여섯 살의 어느 날 음악을 끝내고 글쓰기를 시작했다. 그는 언어를 음악처럼 다루었다. 3부작은 크게 호평을 받았고 2015년 북유럽 이사회 문학상을 수상했다.

 

한 눈에 보기에도 문장은 마침표가 없었다. 궁금증을 유도하여 다음 문장으로 이어가도록 독자들을 이끄는 힘이 있었으며 거대한 갈등은 그려지지 않았다. 인물은 주인공을 제외하고 따로 언급이 되지 않았다. 대신 높은 모자를 쓰고 얼굴에 턱수염이 나고 긴 지팡이를 들고 긴 외투를 걸친 그 남자가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이 보인다”(85p)와 같은 묘사를 반복하여 인물을 나타내고 있었다.

  



가여운 커플의 인생사

 

1<잠 못 드는 사람들>에는 알리다와 아슬레가 나온다. 둘은 결혼을 하지 않은 커플인데, 알리다는 임신을 한 상태였다. 둘은 묵을 방을 찾아다녔지만 아무도 그들에게 방을 빌려주지 않았다. 1부의 주요 사건은 두 주인공이 묵을 곳을 찾아 떠도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과정 속에 두 주인공의 상태와 대사, 심리 그리고 떠돌게 된 배경과 가족 관계 등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었다.

 

배경 묘사는 주로 대화로 이루어졌다.

 

저기, 배들이 전부 정박된 곳 너머에 저기 광장 말이야, 저기에, 저기 온통 사람들과 가게들이 있는 게 보이지, 거기야, 라고 말하자, 알리다가 우린 저기로 갈 필요는 없을 것 같아, 거리 반대편으로 가면 어때, 저긴 사람들이 적으니까 다니기 편할 것 같아, 라고 그녀라 말한다,”-40p

 

알리다의 출산이 임박하자 아슬레는 결국 어느 노파의 집에 들어가 그녀를 알리다 몰래 죽이고 집을 차지하고서 아기 시그발을 낳게 했다.

 

이야기는 2<올라브의 꿈>으로 넘어간다. ‘올라브라는 생소한 이름이 등장하여 다른 이야기가 전개될 줄 알았지만,

 

이제 난 아슬레가 아니라 올라브야, 그리고 이제 알리다는 알리다가 아니라 오스타고, 이제 우린 오스타와 올라브 비크야,”-90p

 

라는 시작 부분으로 보아 주인공 커플이 이름을 바꿨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올라브는 자신들의 관계를 공식화시켜줄 반지를 구입하러 길을 걷다가 자신의 과거 행위를 알고 있는 노인을 만났다. 그리고 어느 술집에서 그 노인을 다시 만나지만 무시했다. 그런데 올라브는 시내에서 여러 유혹을 당하고 만다. 와중에 자신들이 위험에 빠졌음에 달아나려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고 올라브는 경찰에 붙잡혀 교수형을 당했다.

 

하이데거와 포세의 예술

 

문장 가운데 운율과 리듬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 많았다.

 

저 남자는 체구가 크지 않고 오히려 무척 작아 보여, 그리고 검은 옷을 차려입고 조금 구부정하게, 느릿한 걸음으로 구부정하게, 그런 식으로 걸어, 마치 걷다가 생각하다가 하는 것처럼, 그렇게 걸어, 그리고 머리에는 잿빛 두건을 쓰고 있어, 그런데 왜 저렇게 느리게 걷는 거지, 저자는 느리게 걷고 있는 게 분명해, 내가 아무리 느리게 걸어도 점점 가까워지고 있으니까, 난 느리게 걷고 싶지 않은데, 난 가능한 한 빨리 걷고 싶어,”(91p)

 

와 같은 부분의 경우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듯 묘사됐지만 음악적인 리듬이 있었다.

 

이야기는 3<해질 무렵>으로 넘어가는데 또 다시 생소한 이름이 나온다. 3부의 배경은 수십 년이 흐른 미래였다. 알리다는 늙어서 죽었고, 죽기 전까지 오슬레이크라는 동향 사람과 결혼해 자녀 여럿을 둔 상태였다. 책의 2부가 아슬레의 이야기에 중점을 주었자면, 3부는 알리다 이야기가 주였다. 아슬레의 교수형 이후 어떻게 알리다가 오슬레이크를 만나 지금에 이르렀는지가 묘사되었다.

 

하지만 아슬레가 죽었다는 말은 충격이었어, 그가 목 매달렸다니, 퓐텐에서 그가 목이 매달렸다니,”-227p

 

이야기는 주로 사실만을 묘사해 나열하고 있었다. 직접적인 감정 표현 없이 독자로 하여금 감정을 느끼고 음미하게 이끌었다. 감정을 직접 나타내는 문구는 없었다. 이야기는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는데 책을 덮고 나서도 가난하고 춥고, 배고픈 두 주인공의 심정이 너무도 깊이 와 닿아 가슴이 아플 정도였다.

 

작가 포세는 희곡 이름으로 노르웨이의 입센상을 수상하였다. 근래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자주 거론되는 중이다. 초기에 소설을 쓰기는 했지만, 서른 편 정도의 희곡을 통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상태였다. 소설로 장르를 옮겨 선보인 작품 가운데 대표작을 꼽는다면 단연 이 3부작이라고 할 수 있었다. 작품은 시공간을 넘나들며 문장 간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모든 텍스트는 사람들이 내적으로 생각하고 고심하는 모습을 담아낸 길고 긴 덩어리의 형식이었다. 유일하게 글의 뜻을 분명하게 하기 위해 찍는 쉼표들이 있을 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텍스트는 읽어내기 어렵지 않았다. 포세의 작품에는 평범한 사람들의 사랑, 고독, 절망 등이 묘사되고 있었다. 특별한 갈등 구조는 없었다. 두 주인공이 떠도는 부분에서 인간의 근본적인 존재의 고독, 원초적인 고독이 표현되었다.

 

또한 소박한 수사나 간결한 내용, 단순하고 짧은 대사로도 충분한 예술성을 그려졌다. 시간 전개는 과거, 현재, 미래의 구분 없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다. 이러한 포세 작품의 근본을 이루는 주요한 토대는 그가 학창 시절에 심취해 있었다던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결혼하기 전에 한 번은 혼자 살아보고 싶어 - 혼자 살아보고 싶은 이들이 알아야 할 모든 것
이선주 지음 / 푸른향기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58kg에서 43kg으로 감량이 가능했던 이유

[서평] 결혼하기 전에 한 번은 혼자 살아보고 싶어 (혼자 살아보고 싶은 이들이 알아야 할 모든 것)(이선주, 푸른향기, 2019.10.25.)

 

저자 이선주 씨는 치과위생사로서 현재 서울에서 자취하고 있다. 자취를 자신만의 취향을 갖고 살아가는 것이라고 당당히 말한다. 다른 말로는 자신에게 취하는 것이다. 148cm의 단신으로서 그녀가 혼자 살아가며 느낀 것들, 알아야 했던 것들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겼다. 그렇게 혼자 살아간 시간이 8년이다.

 

타인에게 의존적이었던 나는 스스로에게 의존하는 법을 배웠다.”(4)

혼자 산다는 건 한마디로 내 인생의 CEO가 되는 것과 같다.”(18)

 

한동안 연애를 하지 못할 정도로 스스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던 이선주 저자다. 그런데 이젠 스스로를 사랑하고, 당당히 연애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1인 가구가 약 500만 명이라고 한다. 나 역시 10년 이상을 혼자 살았다. 아니, 혼자 살아야만 했다. 견뎌내야만 했다. 생존하기 위해서였다.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것이 낯설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젠 나도 가장이다.

 

혼자 산다는 건 함부로 아무렇게나 할 수 있다는 게 아니다. 이선주 저자는 편하게 지냈던 습관 때문에 살이 많이 쪘고, 다시 홈트레이닝으로 감량을 했다. 너무 나대는 성격 때문에 주위에서 걱정이 많았다. 그래서 과묵한 성격이 되고자 하고,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지 못했다. 특이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거두고 자신이 특별하다는 걸 인식하는 건 자취를 하면서부터다.

 

 

특이한 게 아니고 특별한 거다

 

결혼하기 전에 한 번은 혼자 살아보고 싶어에서 처음 들은 표현은 지옥고라는 거다.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을 뜻하는 지옥고는 청년들의 현실을 들춰낸다. 심지어 고시텔에 사는 청년들은 불균형한 식단으로 인해 더욱 많이 살찐다고 하니, 참 안타깝다. 한편, 여성 혼자 살면서 가장 힘든 건 바로 치안이다. 그래서 이선주 저자는 자신만의 4가지 법칙을 정하기도 했다. 또한 외로움이 들 때면 커튼을 치고 달빛으로 위로 받는다.

 

외롭고 고통스러운 나날을 견뎌내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이선주 저자는 아침마다 5분씩 명상을 한다. 명상은 혼자 살면서 얻게 된 큰 보상이다. 특히 밤새도록 스마트폰만 하던 이선주 저자는 이제 독서를 한다. 혼자 살면서 얻은 또 다른 보상이다. 이선주 저자는 1년에 100권의 책을 읽으며 성장하고 있다.

 

혼자 산다는 건 해야 할 일이 많다는 뜻이다. 그런데 만약 친구들이나 애인까지 집에 들이닥치다 보면, 나만의 공간이 없어진다. 만약 거절을 쉽사리 하지 못하는 성격이라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일을 미루다보면 원룸에 남아 있는 것들이 모두 쓰레기가 될 터이다. 특히 고데기나 온수매트 등을 끄고 나오지 않으면, 자칫 화재로 번질 수도 있다.

 

이선주 저자는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온전히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럼으로써 특히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충만함을 느끼고 있다. 그녀가 말하는 진짜 좋은 사람을 만났다는 7가지 증거가 있다. 그중 날씨가 선명하게 느껴진다가 참 마음에 와 닿는다.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선 스스로를 더욱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결혼하기 전에 한 번은 혼자 살아보고 싶어가 전하는 메시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상위 0.1% 부자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이웃집 부자들의 돈을 부르는 삶의 태도와 습관
박지영 지음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크로노스를 넘어 카이로스를 붙잡아 보자!

[서평] 상위 0.1% 부자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웃집 부자들의 돈을 부르는 삶의 태도와 습관)(박지영, 리드리드출판, 2019.10.21.)

 

V.I.P.도 아니고 V.V.I.P.라니? 책장을 펴자마자 명심보감 얘기가 나온다. 세월을 나를 위해 더디게 흐르지 않는다는 말이 뼈저리게 와 닿는다. 또한 헨리 포드는 이런 말을 했다. “모든 돈을 저축하지는 마라. 자신에게 투자하라.” 맞는 말이다. 보수적인 재태크보단 공격적인 재태크가 성공을 일군다. V.V.I.P, 즉 상위 0.1%가 되는 것이다.

 

저자 박지영 씨는 카피라이터, 마케팅, 영업기획을 통해 그동안 V.I.P.를 많이 만나왔다. 그런 그녀의 경험이 현재는 소통과 리더십을 향하게 한다. 상위 0.1% 부자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는 총 8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각장은 다음을 키워드로 한다. 교양_ 세련미에는 누구나 끌린다. 품격_보이지 않는 매력 인간관계_커뮤니케이션의 비밀 시간_제한된 신의 선물 열정_보편적 가치에 자신의 가치를 더하라. 자기계발_세상에 대한 끝없는 탐구 개성_내가 나를 만든다. 소비_노력한 결과가 가져온 기쁨.

 

교양은 남이 가르쳐주는 교육과 다르다. 스스로 사고하고 사유하는 힘으로 쌓아 나갈 때 진정으로 자신의 것이 된다.”(23)

 

부와 인격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왜 돈을 버는지에 대한 자신의 철학이 없으면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허무하다. 상위 0.1% 부자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선 돈을 상전으로 모시는 꼴이라고 표현했다. 교양을 쌓아야 하는 이유는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가늠해야 하기 때문이다. 품격 있는 부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수전노가 될 것인가는 전적으로 나에게 달려 있다.

 


 

어떤 부자가 될 것인가 고민부터가 중요

 

교양 있는 우아함이 표현이 참 좋다. 상위 0.1% 부자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서는 다음과 같이 우아함을 정의했다. 그중에서도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태도가 가장 좋다.

 

우아함은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너그러움과 배려하는 마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태도, 나와 주변을 잘 보살피는 여유와 관심이다.”(33)

 

방시혁은 서울대 졸업 축사에서 상식이 아닌 것에 화를 낼 줄 아는 사람이 성공한다고 역설했다. 화는 다스려야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필자가 보기엔 때론 화를 낼 줄도 알아야 한다. 물론 저자 박지영 씨가 얘기하는 차원과는 다르다. 이 세상과 조화롭게 지낼 수 있는 기술, 그것을 가지는 게 바로 우아함이다. 우리나라에 특히 많이 갑질은 그리 특별한 게 아닐 수 있다. 권력과 힘의 주정이 바로 갑질이라고 저자 박지영 씨는 꼬집었다.

 

상위 0.1% 부자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서 눈에 띈 건 시간을 주무른다는 표현이었다. 아무리 바빠도 취미를 갖고 재미를 가질 수 있는 사람. 그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조찬모임을 하며 비즈니스 이외에 건강, 인문학 등 세상 변화를 읽으려는 CEO. 시간을 잘 쓰기 위해선 5년 후나 10년 후 자기 자신의 모습을 그릴 줄 알아야 한다. 하루하루 바쁘게 지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먼 미래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이다. 현재를 살면서 미래의 축복을 꿈꿔보자.

 

“21세기는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시대, 즐기는 사람이 이기는 시대다.”(124)

 

직접 경험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문제들과 맞닥뜨리면서 살펴보아야 한다.”(137)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건 바로 크로노스(물리적 시간)’카이로스(특별한 시간, 기회)’.(130) 누구에게나 같은 시간은 바로 크로노스다. 그러나 카이로스, 즉 기회의 신은 뒤쪽은 대머리다. 앞쪽 머리를 잡아야만 닿을 수 있는 게 기회다. 지나가면 다신 잡을 수 없는 게 바로 기회라는 것이다. 우리 삶의 시간들도 마찬가지다. 명심하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누란의 미녀
백시종 지음 / 문예바다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위구르족의 독립은 이루어질까누란의 미녀

[서평] 누란의 미녀 (백시종 장편소설)(백시종(소설가) , 문예바다, 2019.11.05.)

 

소설의 겉장에 소설가 백시종 씨의 친필과 도장이 찍혀 있다. 글씨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남다르다. 소설가 백시종 씨는 고대 누란 왕국이 실제 있었던 중국의 신장지역을 여행했다고 한다. 사막과 호수와 초원이 펼쳐진 곳에서 소설가는 무엇을 느꼈을까? 누란왕국은 실제 존재했던 왕국이다. 그곳에서 잘 보존된 한 여인의 미라가 발견되었다. 미라에 붙여진 고고학적 이름이 바로 누란의 미녀.

 

누란왕국은 위구르족이었음이 확실하다고 한다. 그들의 과학과 문화는 매우 독창적이었다. 하지만 중국 때문에 신장의 주인을 위구르라고 당당히 밝히지 못하는 모양이다. 소설가 백시종 씨는 전시돼 있는 누란의 미녀를 직접 보았다. 그는 위구르 독립을 위해 노력한 리비예 카디르 여사 등 국제 외교를 설명해주었다. 전혀 모르던 내용이었다. 소수 민족들의 독립을 위한 운동은 처절하다.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려는 강대국은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였다.

 

누란의 미녀4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 자유 없는 도시 2장 모스크 가는 길 3장 누란의 미녀 4장 허무마을 빠추허. 소설 속에는 이준섭 화가가 직접 그린 표지 및 본문삽화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마치 웹툰을 보는 듯한 느낌도 준다. 물론 그 느낌은 진중하고 애처롭다.

 


 

누란왕국의 위구르족의 독립을 위하여

 

중국은 여전히 소수민족을 탄압한다. 티베트 독립운동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소설 속에서는 중국 공안의 무서운 폭압이 묘사되고 있다. 이는 마치 우리나라 19601980년대 군사정권 시절을 보는 듯하다. 소설의 시작에서부터 등장하는 공안의 폭력은 위구르족이 어떻게 버티고 있을지 상상하게끔 한다. 선교라는 선의의 목적을 가진 사람들을 탄압하는 건 인륜을 저버리는 행위다. 다행히 그 속에서도 사랑은 피어나니 얼마나 애처로운가.

 

주인공 조진표와 쟈오 서먼의 애틋함은 비윤리적인 주변 상황과 대비된다. 그렇다고 그곳에서 정말 나쁜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선함을 돕고 응원하는 이들 역시 많다. 사랑의 힘은 크다. 그렇다고 희생이 없는 건 아니다. 개종을 해야 했고, 온갖 폭압에 맞서야 했다. 하지만 종교라는 건 언제나 더 큰 뜻을 품는다.

 

교회의 선교를 통해 전개되는 이야기는 낯설지 않다. 해외 선교에서 진행되는 일들이 소설에서 매우 자세하게 묘사돼 있다. 교회의 이면 말이다.

 

누란의 미녀에서 가장 상징적인 건 바로 봉숭아물이 아닐까. 쟈오 서먼과 누란의 미녀의 공통점으로 말이다. 소설가 백시종 씨의 역량이 돋보이는 이 작품을 통해 소수민족의 설움과 투쟁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시 후, 그리워집니다
음유경찰관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의초로워지는 사람을 사랑하고 싶다음유경찰관

[서평] 잠시 후, 그리워집니다(음유경찰관 저, 꿈공장플러스, 2019.10.27.)

 

시집을 받아든 순간 정성이 느껴졌다. 택배 봉투에는 시집과 더불어 출판사 꿈공장플러스에서 보내준 작은 노트가 있다. ‘뭐라도 쓰면, 뭐라도 된다는 말이 멋지다. 용기 내어 오늘 하루를 버텨야겠다. 잠시 후, 그리워집니다를 펼쳐든 순간 다시 한 번 감동을 받는다. 저자가 내 이름을 불러주며, “당신으로부터 나에게로 바람이 붑니다라고 서명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본명은 이병헌, 필명은 음유경찰관인 작가는 사람이 평생 사랑을 헤매며 기록한다고 적었다. 당신에게 그리움이 되고 싶지만, 자꾸 바람이 불어서 흩어지려 한다. 그 흩어짐을 애써 붙잡는 게 우리 인생이다. 늘 내 곁에 있는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 그 소중함을 알아차릴 필요가 있다.

 

[유채꽃] <소중하다 / 어느 시간, 어느 계절에도 있는 네가 // 나에게는 차암 예쁘기 그지없다.>(10)

 

[반드시 거기에 있겠다] <나야, 너를 데리러 왔단다 / 오늘 하루는 어땠니?>(12)

 

[컬러풀] <오래된 바이올린 소리처럼 환상적인 그녀가 / 나에게 붉은 꽃을 건넸다.>(18)

 

시인의 감성은 마치 어린 소년 소녀 같다. 어여쁜 꽃보다는 그 꽃을 품고 당신에게 다가가는 마음이 오히려 설렌다고 시인은 노래한다. 그렇다. 꽃보다는 그 꽃의 아름다움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더욱 예쁘다. 다시 한 번 보자. 내 옆에 누가 있는지를 말이다.

 


 

꽃과 그 꽃을 품은 마음이 아름답다

 

시집에서 낯선 단어를 하나 발견했다. ‘의초롭다는 단어다. “세상에서 가장 의초로워지는 사람을 사랑하고 싶다”(23)고 음유경찰관은 적었다. 이 뜻이 과연 무엇일까? 검색해보니 최근 방송에도 문제로 나왔나보다. 국어대사전에선 화목해 우애가 두텁다고 풀이한다.

 

사랑의 애틋함으로 시작한 시집은 조금 지나니 이별의 슬픔으로 온통 짠 내가 진동한다. 그대가 없는 일상이 정말 일상이 되어버렸다. 이제 더는 그리울 것도 아플 것도 없다. 시인은 선언한다. 우리들의 사랑은 여기까지라고 말이다.

 

[사랑 지우기] <잠이 들면 찾아오는 꿈속에 / 너를 온전히 두고 올 수 있다면>(33)

 

[사랑하는 사람아] <사랑하는 사람아 / 사랑하는 사람아 / 나는 이 행복이 끝나면 / 더는 갈 곳이 없단다>(43)

 

힘겹게 사랑의 아픔을 극복한 이들이 누가 있을까? 영화 <...ing>를 보면 평생 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녹색 불에서의 정지를 지키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그곳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 음유경찰관 시인 역시 말한다. 사랑을 놓고 돌아가는 길은 평생이 걸려야 갈 수 있는 길이라고. 그래도 시인은 잘 지내려고 노력한다. 그 소식을 봄바람에 날려 보낸다.

 

인생의 의미는 무언가를 사랑함에 있을 것이다. 그 사랑함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 비밀의 상자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