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후, 그리워집니다
음유경찰관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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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초로워지는 사람을 사랑하고 싶다음유경찰관

[서평] 잠시 후, 그리워집니다(음유경찰관 저, 꿈공장플러스, 2019.10.27.)

 

시집을 받아든 순간 정성이 느껴졌다. 택배 봉투에는 시집과 더불어 출판사 꿈공장플러스에서 보내준 작은 노트가 있다. ‘뭐라도 쓰면, 뭐라도 된다는 말이 멋지다. 용기 내어 오늘 하루를 버텨야겠다. 잠시 후, 그리워집니다를 펼쳐든 순간 다시 한 번 감동을 받는다. 저자가 내 이름을 불러주며, “당신으로부터 나에게로 바람이 붑니다라고 서명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본명은 이병헌, 필명은 음유경찰관인 작가는 사람이 평생 사랑을 헤매며 기록한다고 적었다. 당신에게 그리움이 되고 싶지만, 자꾸 바람이 불어서 흩어지려 한다. 그 흩어짐을 애써 붙잡는 게 우리 인생이다. 늘 내 곁에 있는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 그 소중함을 알아차릴 필요가 있다.

 

[유채꽃] <소중하다 / 어느 시간, 어느 계절에도 있는 네가 // 나에게는 차암 예쁘기 그지없다.>(10)

 

[반드시 거기에 있겠다] <나야, 너를 데리러 왔단다 / 오늘 하루는 어땠니?>(12)

 

[컬러풀] <오래된 바이올린 소리처럼 환상적인 그녀가 / 나에게 붉은 꽃을 건넸다.>(18)

 

시인의 감성은 마치 어린 소년 소녀 같다. 어여쁜 꽃보다는 그 꽃을 품고 당신에게 다가가는 마음이 오히려 설렌다고 시인은 노래한다. 그렇다. 꽃보다는 그 꽃의 아름다움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더욱 예쁘다. 다시 한 번 보자. 내 옆에 누가 있는지를 말이다.

 


 

꽃과 그 꽃을 품은 마음이 아름답다

 

시집에서 낯선 단어를 하나 발견했다. ‘의초롭다는 단어다. “세상에서 가장 의초로워지는 사람을 사랑하고 싶다”(23)고 음유경찰관은 적었다. 이 뜻이 과연 무엇일까? 검색해보니 최근 방송에도 문제로 나왔나보다. 국어대사전에선 화목해 우애가 두텁다고 풀이한다.

 

사랑의 애틋함으로 시작한 시집은 조금 지나니 이별의 슬픔으로 온통 짠 내가 진동한다. 그대가 없는 일상이 정말 일상이 되어버렸다. 이제 더는 그리울 것도 아플 것도 없다. 시인은 선언한다. 우리들의 사랑은 여기까지라고 말이다.

 

[사랑 지우기] <잠이 들면 찾아오는 꿈속에 / 너를 온전히 두고 올 수 있다면>(33)

 

[사랑하는 사람아] <사랑하는 사람아 / 사랑하는 사람아 / 나는 이 행복이 끝나면 / 더는 갈 곳이 없단다>(43)

 

힘겹게 사랑의 아픔을 극복한 이들이 누가 있을까? 영화 <...ing>를 보면 평생 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녹색 불에서의 정지를 지키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그곳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 음유경찰관 시인 역시 말한다. 사랑을 놓고 돌아가는 길은 평생이 걸려야 갈 수 있는 길이라고. 그래도 시인은 잘 지내려고 노력한다. 그 소식을 봄바람에 날려 보낸다.

 

인생의 의미는 무언가를 사랑함에 있을 것이다. 그 사랑함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 비밀의 상자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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