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위하여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 지음, 김주경 옮김 / 북레시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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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로 돌아가 과거를 보다엄마를 위하여

[서평] 엄마를 위하여(에릭 엠마뉴엘 슈미트 저, 김주경 역, 북레시피, 2019. 11.01)

주인공 소년은 엄마의 고통을 보고서 성숙한 인간이 되었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 소년은 아무것도 짐작하지 못했다. 삶이 마냥 즐겁게, 익살스럽게, 부드럽게 계속되는 줄로만 알았다. 엄마를 위하여는 어느 날 갑자기 상태가 변해버린 엄마를 바라보며 해결책을 찾으려는 소년을 통해 엄마의 비밀이 밝혀지는 내용이다

 

주인공 소년의 엄마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카페에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된다. 만약 가게를 팔겠다고 내놓을 경우, 판매한 돈을 몽땅 국가에 내놓아야 할 판이었다. 카페와 관련해 돈을 빌린 사람은 이전 카페 소유주였는데, 국가가 이전 소유주에게 제때 돈을 요구하지 않아 엄마가 그 부담을 져야 했던 것이다. 엄마는 서류들을 흔들면서 11년 전부터 카페의 소유권을 갖고 있음을 이야기했지만 소용없었다.


만약 이전 소유주와의 관계에서 소송을 시작할 경우 많은 비용과 긴 소송 기간을 감수해야할 처지였다. 엄마는 소리를 지르고, 욕설을 퍼붓고, 눈물 쏟았다. 이를 보면서 주인공은 엄마가 슬퍼하지 않기를 바랐는데, 오히려 슬퍼하는 모습이 건강한 인간의 모습임을 훗날 깨닫게 된다. 엄마가 더 이상 울지 않고, 더 이상 소리치지 않고, 더 이상 세상을 향해 욕을 퍼붓지 않게 된 순간 슬펐던 장면이 오히려 그리운 과거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보이는 것 너머의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서

 

이 후 엄마에게는 강박증과 편집증이 생겨났다. 손님들이 의자에 앉아 있다가 잠깐씩 자리를 비우는 횟수까지 기록했고 특히 청소를 너무도 꼼꼼히 했다. 심지어는 은행에서 돈을 모두 찾아 집 곳곳에 숨겼다. 공공기관을 정직하다고 믿는 것은 위험하다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던 중 가까운 이웃인 촘베 씨가 갑작스레 쓰러졌는데, 그의 바로 옆에 있던 어머니는 촘베 씨의 죽음을 자신의 책임이라 여기며 큰 충격을 받더니 이후 아예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다.

 

말이 없어졌고, 반짝이던 호기심이 사라졌고, 다른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에너지를 완전히 잃어버렸다. 몸은 어두운 밤처럼 활기를 잃었고, 각막은 흐릿해졌으며, 피부는 윤기를 잃었다. 놀란 주인공 소년은 삼촌을 불렀다. 삼촌 말에 따르면 엄마는 죽었다’. 엄마를 예전으로 되살리기 위해 삼촌과 소년은 주술사를 찾아다녔지만 소용이 없었다. 딱 한 번 엄마의 눈빛이 되살아난 순간이 있었는데 한 무리의 남자가 가게를 사겠다고 들어오던 때였다. 웬일인지 엄마는 가게를 팔지 않겠다고 하면서 오히려 약 탄 커피를 그들에게 주어 정신을 잃게 만들었다.

 

엄마가 고소당할 위기에 처하자 삼촌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대신 10여년 이상 소식이 없던 아빠가 그들 앞에 나타나 상황을 전해 듣고는 엄마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파투는 자신의 모든 뿌리와 단절했어요. 그래서 뿌리 없이 떠다녀야 했죠. 그녀는 자신의 과거, 자신의 근원을 모두 제거하고 싶어 했던 겁니다. 하지만 인간은 과거가 없으면 현재도 없고, 미래도 없기 마련이죠……. 그녀를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가야 합니다. 다시 태어나려면, 그녀가 태어났던 바로 그 땅이어야만 해요.”(131132)

 

둘은 고향인 아프리카로 건너갔고, 주인공 소년은 점차 회복되는 엄마의 입을 통해 과거를 듣게 된다. 엄마가 15살이었던 어느 날 정부 간 충돌로 가족들이 몰살당하고 홀로 살아남았는데 그때 삼촌이 엄마를 구해 파리까지 가도록 비행기를 태웠다는 것이다. 너무도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로 인해 엄마는 가족들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아프리카 주술사로부터 의식을 받고서는 가족들이 죽은 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엄마는 대초원과 정글을 보던 그 눈으로 파리를 본다. 아프리카 주술사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아프리카는 대지에 대한 상상력이란다. 반면에 유럽은 대지에 대한 이성이지. 넌 어떤 것의 본질을 다른 것 안에 들여올 때, 그때만 비로소 행복을 알게 될 거다.”(198)

 

책 속 주인공 카페를 찾는 단골손님들은 하나같이 사회에서 잊힌 자들, 숨고 싶은 자들, 존재감 없는 자들이었다. 엄마 역시 자신을 거부한 서구 사회를 탈색하여 지워버리고자 한 인물이었다. 주인공 소년 펠릭스는 이들을 보면서 진정 보아야 할 것은 보이는 것 너머의 무엇임을 깨닫게 한다. 성장 소설이면서 동시에 희극 소설이기도 하지만 무한한 철학이 담긴 인문서와도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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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언제까지 다닐 수 있을까 - 베테랑 상사에게 배우는 행복한 직장생활의 기본기
김홍진 지음 / 다할미디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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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안 들이고 베푸는 布施직장 생활 자하는 법

[서평] 회사를 언제까지 다닐 수 있을까 (베테랑 상사에게 배우는 행복한 직장생활의 기본기)(김홍진, 다할미디어, 2019.10.25.)

 

IT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김홍진 저자. 그는 IMF 때 직장에서 나와야 했지만, 다시 재기에 성공해 오랫동안 직장 생활을 버텨왔다. 그는 한국사회가 너무 치열한 경쟁사회가 되어버렸다면서 양육강식의 문화에서 어떻게 하면 좀 더 유연한 곳으로 바뀔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요즘 젊은 세대, 즉 밀레니엄 세대들은 소확행욜로를 추구한다.

 

직장 생활을 잘 하려면 기본 태도가 중요하다고 저자 김홍진 씨는 말한다. 이 사실 하나만큼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고용사회는 계속 진화 중이다. 대기업이면 전부인 줄 알았던 시절이 있었다. ‘대마불사라며 탄탄한 직장에 다니는 걸 최고로 여기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국내 굵직한 대기업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파산하는 걸 보면서 영원한 건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래서 김홍진 저자는 개인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자신이 아주 귀한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도록 부단한 노력이 요구된다.”(18)

직장인이 아닌 직업인이 되어야 회사를 떠나서도 자생할 수 있는 것이다.”(24)

 

직장 생활을 잘 하려면 기본이 중요하다. 공부나 운동, 예술 역시 마찬가지다. 김홍진 저자가 말하는 직장 생활의 기본기는 다음과 같다. 근태 관리는 철저히 인사를 잘하자 업무 시간에는 업무에 집중하라 업무 처리는 결과 중심으로 타인을 존중하라. 마지막 말이 참 인상적이다. 남을 존중하지 않는 직상 상사나 후배는 언제나 뒤탈이 나기 마련이다.

 


 

직장 생활 오래하려면 기본기에 충실

 

회사를 언제까지 다닐 수 있을까에서 흥미로웠던 건 바로 자이가르닉 효과. 일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언제나 고민이 많은 게 사실이다. 일의 연속성을 고민할 때 참고해야 할 사항이다. 그래서 일할 때 몰입이 엄청 중요하다. “학습력=집중력이란 공식이 성립한다. 공부하거나 일할 때 주의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주의해야 할 습관이다.

 

아울러, 김홍진 저자가 말하는 경청의 힘은 위로와 공감이다.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기보단 그 문제를 풀어주려는 마음이 앞서니 경청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경청에 대해 김홍진 저자는 조용히 들으라 호응하라 해결 방안을 요청하라 후속 만남을 약속하라 지시하기 앞서 경청하라 경청 후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라 업무도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권한을 주고 책임감을 요구하라고 강조했다.

 

상사도 나의 인맥이라는 파트에선 상사에 대해 귀 기울일 팁이 나온다. 상사를 너무 과소평가하지 말라는 것이다. 과대평가는 괜찮지만 과소평가는 자신의 지위를 박탈당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또한 상사를 변화시키려고 하지 말라는 조언이다. 이미 보수가 되어버린 직장 상사를 고치려고 하다보면 자신만 힘들어질 수 있다. 또한 실수를 했을 때는 깔끔하게 인정하고 어떻게 재발을 방지할 수 있을지 비전을 제시하는 게 훨씬 낫다.

 

책에서 눈여겨 볼 다른 부분은 바로 글쓰기 전략이다. 명확한 스토리라인이 필요하다. 두괄식으로 작성하라. 짧고 단순한 문장으로 구어체가 아닌 문어체로 작성하라. 주술 호응을 지켜라. 접속어를 남발하지 마라. 오탈자는 충분히 검토하라. 철저한 리뷰를 거치자.

 

타인을 존중하고 경청하라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하루 일과가 회의로 시작해서 회의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회의할 때는 분명한 어젠다가 필요하다. 누구랑 언제 회의를 했고, 어떤 회의 내용이 있는지 제대로 정리하는 게 필요하다. 회의를 잘 하는 게 업무를 잘 수행하는 방법이다. 한편, 회사를 언제까지 다닐 수 있을까는 경전을 인용해 직장 생활과 유용하게 접목시켰다. 그중 잘 풀릴 때가 조심할 때다에 나오는 신음어의 인용을 보자. 정말 현대인들이 유념해야 할 내용이다.

 

걱정거리가 있는 사람 앞에서 즐거운 표정을 짓지 마라.

울고 있는 사람에게 웃는 모습을 보이지 마라.

실의에 빠진 사람 앞에서 의기양양한 태도를 취하지 마라.“(151)

 

은퇴 후 무엇을 할 것인가. 저자는 속도보다는 방향성을 고려하라고 한다. 무엇을 할 것인가가 정말 중요하다. 20년을 되돌아 본 저자는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길 권유한다. 그러면서 주변 동료들에게 돈 들이지 않고도 베풀 수 있는 보시(布施)를 권유한다. 언사시 : 공손하고 아름다운 말로 대하는 것. 심시 : 착하고 어진 마음을 가지고 사람을 대하라는 것. 안시 : 호의를 담아 부드럽고 편안한 눈빛으로 대하는 것. 신시 : 몸으로 베푸는 것. 일을 거들어주는 것. 상좌시 :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비워주고 양보하는 것. 찰시 : 굳이 묻지 않고 상대의 속을 헤아려 도와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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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의 미래 ‘공정’ - 부패동맹의 해체와 적폐청산
김인회 지음 / 준평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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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부상초과잉-초격차 시대에 공정성이 화두

[서평] 정의의 미래 "공정" (부패동맹의 해체와 적폐청산)(김인회, 준평, 2019.11.01.)

 

책의 제목에 참 무거운 말들이 들어가 있다. 정의, 공정, 부패, 적폐 등. 이 책은 검찰개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인회 저자는 현재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다. 그는 초과잉, 초격차 시대를 어떻게 극복할지를 고민한다. 그것은 책의 제목이 암시하듯이 공정과 정의 차원에서 고려해야 한다고, 추천사를 쓴 이정우 경제학자는 강조한다. 이정우 경제학자는 이 책에서 빠진 사법부의 전관예우와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에 따른 경찰 권력의 비대화를 어떻게 통제할지 더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의의 미래 "공정"는 총 5장으로 구성돼 있다. 1: 자본, 국가, 사람 중심의 인간관 2: 개인의 등장과 공동체의 붕괴 3: 미래비전 탐구에서 정의와 공정 4: 미래 정의의 출발점으로서 인간의 본성 5: 공정성 구축. 정의와 공정의 또 다른 이름은 바로 사법개혁, 검찰개혁, 경찰개혁, 반부패개혁이다.

 

정의와 공정 중심 미래비전의 가장 바탕에 있는 것은 인간관입니다.”(26)

 

자본 중심의 인간관 설명에서 가장 눈에 띈 표현은 바로 파편화된 노동력이다. 저자 김인회 교수는 이제 취업의 위기는 일자리 감소 > 인구의 감소 현상 때문에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건 바로 사람 중심의 인간관이다. 현대 사회는 1가정이 1대의 자동차를 소유했음에도 불구하고 행복하지가 않다. 서로 비교하며 더 좋은 자동차를 원하기 때문이다. 정보가 너무 많아서 괴로운 것이다. 불교를 인용해 김인회 저자는 자타불이(自他不二)’를 강조했다. 자신과 타인을 차별하지 않는 게 바로 사람 중심 인간관이다.

 


 

사람 중심의 인간관의 철학을 토대로

 

현대사회는 특별한 개인들이 등장했다. 각각이 모두 특별한 존재이다. 책에서 제시된 사례는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판결 낙태죄 위헌판결 1인 가구의 증가 등이다. 그런데 개인 각자가 특별하다보니 개별적으로 감당해야 할 고통 역시 늘어났다. 특히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상품과 정보가 늘어나면서 불평등이 발생했다. 세계적으로 10대 자동차 생산국의 생산 대수는 2017년에 비해 2018년에 0.3% 줄어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보편적 가치에 무게중심을 두어야 한다. 전 세계가 연결된 개방사회에서 말이다.


미래에 대한 예측을 살펴보면, 거기에 사회통합이나 갈등해소를 위한 전략을 보이지 않는다. 저자 김인회 교수가 분석한 건 카이스트의 미래전략과 매일경제신문사의 세계지식 포럼이다. 개인의 고통을 극복하고, 우리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해선 공동체의 시스템을 제대로 작동시켜야 한다. 개인의 문제는 개인의 책임으로 국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적 풍요와 정의, 공정은 비례관계입니다.”(200)

 

정의의 미래 "공정"는 과거지향적 정의와 미래지향적 정의를 구분한다. 전자는 다수가 찬성하는 게 정의로 간주됐다. 하지만 후자는 절차와 제도화가 중요하다. 그 근간이 되는 건 바로 존 롤스의 계약론이다. 원초적 상태와 무지의 베일에서 모든 개인은 평등하다. 한국인은 공업화와 민주화를 성공해낸 자신감이 있다. 그래서 그 다음으로 공정성을 확립하는 데 관심을 기울일 수 있다. 공정하지 못한 사회에선 피해자들의 분노가 극에 달한다. 그렇다고 그 분노를 마음껏 표출하면 안 된다. 제한된 형태로 분노를 표출해야만 한다.

 

과거지향적 정의 VS 미래지향적 정의

 

사법부는 공정성을 실현하는 기관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법농단에서 드러나듯이 사법부 최고위급 법관들이 정치권력과 결탁해 사법부의 공정성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인권의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가 인권을 땅에 떨어뜨린 것이다. 그래서 김인회 교수는 사법개혁 5대 과제를 명시했다. 그것은 바로 국민 참여 재판 개혁 사법부 과거사 정리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 법원행정 개혁 사법의 지방 분권이다.

 

아울러, 김인회 저자는 부패방지를 위해 공개, 분산, 견제의 3원칙을 제시했다. 공정성은 규칙과 기구로 제정할 수 있지만, 좀 더 본질적으로는 무형의 가치로 누구나 공감해야 한다. 그런데 공정성을 실현하는 건 결국 사람이다. 그래서 저자 김인회 교수는 다시 인권과 자유를 강조한다. 그것은 사랑과 자비의 형태로 나타난다.

 

공정성은 사회적 신뢰도를 높이고 정치를 맑게 한다. 공정성은 사회를 안정하게 하고 윤리적 가치가 사회에 녹아들게 한다. 그래서 김인회 저자는 공정성이 미래를 사람 사는 사회로 만드는 결정적인 힘”(406)이라고 적었다. 그가 말하는 공정성이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지 제대로 감시하고 행동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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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사수 대작전
황두진 지음 / 반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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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로 시작된 공원 사수, 새로운 방향을 찾아서

[서평] 공원 사수 대작전 (통의동 마을마당을 구해낸 사람들의 기록)(황두진(건축가), 반비, 2019.10.25.)

 

저자 황두진 씨는 공간의 역사에 관심이 많다. 현재 자신의 이름을 건 건축사사무소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통의동의 작은 공원을 지켜내는 데 많은 일을 했다. 부암동에서 살았던 적이 있는 필자로선 통의동 역시 자주 가곤 하던 공간이다. 사진만 보아도 어디인지 알 수 있을 정도이다.

 

공원을 사랑하는 시민 모임(공사모)은 통의동 마을마당 공원을 지켜내기 위해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고 역할을 굳건히 해냈다. 통의동은 청와대 부근이다. 원래 청와대 안가였던 공원은 김영상 정부 때 시민에게 되돌아갔다. 그 뒤에는 서울시가 주인이 되었다. 그런데 어떤 연유인지는 모르겠으나 통의동 마을마당은 청와대 소유가 되었고, 청와대는 공원을 민간인에게 매각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마침 <동아일보>에서 관련 기사를 작성했다. 2010년 서울시 소유였던 통의동 마을마당은 청와대로 넘어갔다. 청와대는 특별경호의 이유로 삼청동의 한 주택을 취득하고, 그 대가로 공원을 주었다. 이 당시는 박근혜 정부 탄핵 관련 촛불집회 때문에 정신이 없었던 때였다. 작은 공원을 하나 지키겠다는 신념은 과연 시민 8명을 어떻게 움직였을까. 미안한 얘기이기도 하지만, 그 움직임들은 흥미진진하기까지 했다.



 

통의당 마을마당을 둘러싼 소유권 논란

 

황두진 저자는 통의동 마을마당 바로 옆에 목련원이라는 사무실 겸 집이 있다. 그래서 그는 더욱 이 작은 공원에 애착이 간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효자동의 경호실 분위기는 자주 바뀌었다고 한다. 대통령이 가진 특색에 따른 것일까. 아무튼 2010년과 2016년 작은 공원을 둘러싼 소동이 계속 일어났다. 황두진 저자는 급기야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 사정을 토로했다. 그랬더니 박 시장은 서울시가 사야겠다고 말했다.

 

공원 사수 대작전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저자 황두지 씨가 참 꼼꼼하게 상황을 정리했다는 것이다. 사진 한 장, 카톡 메시지 하나 허투루 하지 않았다. 행정기관의 시스템에 맞선 시민들의 노력은 현수막과 포스트잇, 민원제기와 우편 발송, 면담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됐다. 촛불을 든 적도 여러 번이다.

 

통의동 마을마당을 지키는 과정은 다큐멘터리로도 제작된다고 한다. 정조는 수원 화성에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는 지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름다움이 강함을 이길 것이다.”(88) 이 작은 공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도 인연을 맺었다. 그가 한국을 방문하던 날 통의동 마을마당에서 시위대들이 대치했기 때문이다. 인연 참 묘하다.

 

저자 황두진 씨는 과연 한 사회에서 시스템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라는 질문이 이 책의 골자라고 밝혔다. 또한 분노의 기록이기도 한 공원 사수 대작전는 시민들의 열정과 시스템이 어떻게 분리되고 다시 합쳐지는지를 보여주었다. 과연 공원이란 무엇이고, 사회란 무엇인지 우리는 지속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분노로 시작된 일을 추진하면서 그 분노에 우리 자신이 파괴되지 않도록 새로운 방향을 찾아가는 것, 돌아보건데 그것이 가장 힘들고 어려운 일이었다.”(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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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삶이 될 때 - 아무도 모르는 병에 걸린 스물다섯 젊은 의사의 생존 실화
데이비드 파젠바움 지음, 박종성 옮김 / 더난출판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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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슬만병에 걸린 의사, 삶을 다시 마주하다

[서평] 희망이 삶이 될 때 (아무도 모르는 병에 걸린 스물다섯 젊은 의사의 생존 실화)(데이비드 파젠바움 저, 더난출판사, 2019. 10.28.)

 

의사로서 일했던 병원 복도를 환자복을 입은 채 휠체어를 타고 지나가야 했던 청년. 같이 일했던 의대생, 레지던트, 간호사들과 환자로서 마주치게 된 그는 아무도 모르는 병에 걸린 의사였다. 이 청년은 3년 반 동안 다섯 번 죽다 살아나는 에피소드를 경험했다. 희망이 삶이 될 때는 의료계의 현실과 발전 가능성 그리고 희귀병에 대한 고찰이 담긴 책이다. 한 편의 연구 보고서이자 임상 시험 보고서이자 자서전이기도 한 책은 독특한 구성으로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다.

 

의학이 언제나 이분법의 세계인 것만은 아니다. 다시 말해 삶이나 죽음, 환희와 절망만으로 나눠지진 않는다. 죽음을 앞에 두고도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중간 지대가 존재한다. 저자는 환자에게 도움을 주었던 첫 경험을 시작으로 의사로서 승승장구할 미래를 꿈꾸고 있었다. 젊음을 토대로 과잉 집중력이 힘을 발휘해 8개월 이내에 석사를 끝냈고, 사랑하는 여인 케이틀린과의 미래를 생각하며 하루하루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전액 장학금을 받고 펜실베이니아대학 의대에 들어가 첫 1년 반 동안 AMF 무보수 상임이사로 일을 하였고, 시간 부족으로 놓친 강의는 비디오를 2.2배속으로 돌려 보면서 따라잡을 정도로 열정적인 삶을 살았다. 잠잘 시간이 없었으며 깨어있기 위해 카페인 정제와 에너지 드링크를 지속적으로 상용했다

.

그러던 20107, 휴가를 얻어 집으로 와 잠을 자고 일어난 그는 무언가 잘못됨을 느꼈다. 하루 종일 쉬었는데도 피곤이 가시지 않았고, 영원한 숙취에 시달리는 느낌이 며칠 간 계속 되었다. 활기는 사라지고 엄청난 피로감에 시달리기 시작했는데 그게 갈수록 심해졌다.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카페인 정제와 에너지 드링크를 더 많이 먹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빈방을 찾아 들어가 휴대전화 알람을 7분 후로 맞춰놓고 잠을 잤다. 그렇게 쪽잠을 이어 붙여 하루 6시간 수면을 채웠다.

 

 

다가올 삶을 생각하며 의지로 버틴 청년

 

저자가 걸렸던 병은 캐슬만병이었다. iMCD 환자의 평균 생존 기간은 대략 7년 정도이고 현재 미국 내에 생존 중인 환자는 7천 명 정도로 추산된다. 병은 자주 재발을 했다. iMCD 환자에서는 IL-6 수치가 상승한 상태가 지속되었다. IL-6는 모든 인간의 몸에서 만들어지고 분비되면 원래는 감염과 암세포에 대적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iMCD 상태에서는 IL-6가 과잉 생산되고 분비가 멈추지 않는 비정상적인 일이 발생한다. 그 결과 독감 비슷한 증상이 발생하고 간, 신장, 심장, , 골수에서 치명적인 교란이 일어난다

.

이 질병은 면역세포의 유전자 코드에 발생한 돌연변이로 발생한 것일 수 있다. 또는 살면서 획득한 것일 수도 있다. 이 병은 나이에 상관없이 발병했는데 어린아이들이나 청년층에서도 이 병과 싸우는 환자들이 많았다. 이러한 희귀병은 매우 복잡하고 들여다보기 힘들다. 그러나 많은 경우 희귀병의 기저에 있는 병리는 일반 질병들의 그것에 비해 단순하며 단 한 가지의 유전적 결함에 기인하는 경우가 있다.

 

저자는 자신이 의대에 다니는 동안 배운 의료계에 대해 새로운 생각을 갖게 됐다. 약이란 것이 항상 의사의 도구함 안에 있는 도구 같은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제는 다르게 생각했다. 목숨을 살리는 것은 약이고 의사는 그걸 투여할 뿐이라는 것을 말이다. 저자는 자신의 질병과 비슷한 병을 앓는 사람들을 위해 남은 생을 바치기로 마음먹게 되었다.

 

질문을 멈추지 않고 데이터를 따라 연구했다. 그 결과 저자는 시롤리무스라는 약이 효과가 있음을 발견했다. 그것은 저자가 사는 곳에서 채 1km도 떨어져 있지 않은 동네 약국에 있는 약이었다. 그 어떤 의사들조차 그걸 써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현재 저자는 매분 매초를 소중히 사용하며 살아가고 있다. 또한 자신의 여자 친구 케이틀린과 결혼을 하였고 아기도 낳아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저자는 질병에 걸린 상태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았고 계속해서 미래를 생각했다. 생각대로 미래는 만들어졌다.

 

책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질병에 대한 저자의 마음가짐이다. 저자는 병에 걸리기 전 환자들을 보면서 아주 힘든 상황에 처해 있는 저들이 어떤 희극적인 본질을 찾아내는 것에 놀란 적이 있었다. 일종의 회피이겠거니 생각했지만 막상 아프고 나니, 희극이란 곤경을 직시하고 웃어버릴 수 있게 만드는 무기임을 알게 되었다. 병과 싸우기 위해 하는 환자들만의 행동이었던 것이다. 책은 질병을 바라보는 환자와 의사 이 둘의 시선 모두를 담고 있었다. 풋볼 선수였던 시기와 여자 친구 케이틀린과의 이별 그리고 재회, 병원 인턴, 희귀병과의 사투가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어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긴장감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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