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삶이 될 때 - 아무도 모르는 병에 걸린 스물다섯 젊은 의사의 생존 실화
데이비드 파젠바움 지음, 박종성 옮김 / 더난출판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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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슬만병에 걸린 의사, 삶을 다시 마주하다

[서평] 희망이 삶이 될 때 (아무도 모르는 병에 걸린 스물다섯 젊은 의사의 생존 실화)(데이비드 파젠바움 저, 더난출판사, 2019. 10.28.)

 

의사로서 일했던 병원 복도를 환자복을 입은 채 휠체어를 타고 지나가야 했던 청년. 같이 일했던 의대생, 레지던트, 간호사들과 환자로서 마주치게 된 그는 아무도 모르는 병에 걸린 의사였다. 이 청년은 3년 반 동안 다섯 번 죽다 살아나는 에피소드를 경험했다. 희망이 삶이 될 때는 의료계의 현실과 발전 가능성 그리고 희귀병에 대한 고찰이 담긴 책이다. 한 편의 연구 보고서이자 임상 시험 보고서이자 자서전이기도 한 책은 독특한 구성으로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다.

 

의학이 언제나 이분법의 세계인 것만은 아니다. 다시 말해 삶이나 죽음, 환희와 절망만으로 나눠지진 않는다. 죽음을 앞에 두고도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중간 지대가 존재한다. 저자는 환자에게 도움을 주었던 첫 경험을 시작으로 의사로서 승승장구할 미래를 꿈꾸고 있었다. 젊음을 토대로 과잉 집중력이 힘을 발휘해 8개월 이내에 석사를 끝냈고, 사랑하는 여인 케이틀린과의 미래를 생각하며 하루하루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전액 장학금을 받고 펜실베이니아대학 의대에 들어가 첫 1년 반 동안 AMF 무보수 상임이사로 일을 하였고, 시간 부족으로 놓친 강의는 비디오를 2.2배속으로 돌려 보면서 따라잡을 정도로 열정적인 삶을 살았다. 잠잘 시간이 없었으며 깨어있기 위해 카페인 정제와 에너지 드링크를 지속적으로 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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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20107, 휴가를 얻어 집으로 와 잠을 자고 일어난 그는 무언가 잘못됨을 느꼈다. 하루 종일 쉬었는데도 피곤이 가시지 않았고, 영원한 숙취에 시달리는 느낌이 며칠 간 계속 되었다. 활기는 사라지고 엄청난 피로감에 시달리기 시작했는데 그게 갈수록 심해졌다.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카페인 정제와 에너지 드링크를 더 많이 먹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빈방을 찾아 들어가 휴대전화 알람을 7분 후로 맞춰놓고 잠을 잤다. 그렇게 쪽잠을 이어 붙여 하루 6시간 수면을 채웠다.

 

 

다가올 삶을 생각하며 의지로 버틴 청년

 

저자가 걸렸던 병은 캐슬만병이었다. iMCD 환자의 평균 생존 기간은 대략 7년 정도이고 현재 미국 내에 생존 중인 환자는 7천 명 정도로 추산된다. 병은 자주 재발을 했다. iMCD 환자에서는 IL-6 수치가 상승한 상태가 지속되었다. IL-6는 모든 인간의 몸에서 만들어지고 분비되면 원래는 감염과 암세포에 대적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iMCD 상태에서는 IL-6가 과잉 생산되고 분비가 멈추지 않는 비정상적인 일이 발생한다. 그 결과 독감 비슷한 증상이 발생하고 간, 신장, 심장, , 골수에서 치명적인 교란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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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병은 면역세포의 유전자 코드에 발생한 돌연변이로 발생한 것일 수 있다. 또는 살면서 획득한 것일 수도 있다. 이 병은 나이에 상관없이 발병했는데 어린아이들이나 청년층에서도 이 병과 싸우는 환자들이 많았다. 이러한 희귀병은 매우 복잡하고 들여다보기 힘들다. 그러나 많은 경우 희귀병의 기저에 있는 병리는 일반 질병들의 그것에 비해 단순하며 단 한 가지의 유전적 결함에 기인하는 경우가 있다.

 

저자는 자신이 의대에 다니는 동안 배운 의료계에 대해 새로운 생각을 갖게 됐다. 약이란 것이 항상 의사의 도구함 안에 있는 도구 같은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제는 다르게 생각했다. 목숨을 살리는 것은 약이고 의사는 그걸 투여할 뿐이라는 것을 말이다. 저자는 자신의 질병과 비슷한 병을 앓는 사람들을 위해 남은 생을 바치기로 마음먹게 되었다.

 

질문을 멈추지 않고 데이터를 따라 연구했다. 그 결과 저자는 시롤리무스라는 약이 효과가 있음을 발견했다. 그것은 저자가 사는 곳에서 채 1km도 떨어져 있지 않은 동네 약국에 있는 약이었다. 그 어떤 의사들조차 그걸 써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현재 저자는 매분 매초를 소중히 사용하며 살아가고 있다. 또한 자신의 여자 친구 케이틀린과 결혼을 하였고 아기도 낳아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저자는 질병에 걸린 상태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았고 계속해서 미래를 생각했다. 생각대로 미래는 만들어졌다.

 

책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질병에 대한 저자의 마음가짐이다. 저자는 병에 걸리기 전 환자들을 보면서 아주 힘든 상황에 처해 있는 저들이 어떤 희극적인 본질을 찾아내는 것에 놀란 적이 있었다. 일종의 회피이겠거니 생각했지만 막상 아프고 나니, 희극이란 곤경을 직시하고 웃어버릴 수 있게 만드는 무기임을 알게 되었다. 병과 싸우기 위해 하는 환자들만의 행동이었던 것이다. 책은 질병을 바라보는 환자와 의사 이 둘의 시선 모두를 담고 있었다. 풋볼 선수였던 시기와 여자 친구 케이틀린과의 이별 그리고 재회, 병원 인턴, 희귀병과의 사투가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어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긴장감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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