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사수 대작전
황두진 지음 / 반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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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로 시작된 공원 사수, 새로운 방향을 찾아서

[서평] 공원 사수 대작전 (통의동 마을마당을 구해낸 사람들의 기록)(황두진(건축가), 반비, 2019.10.25.)

 

저자 황두진 씨는 공간의 역사에 관심이 많다. 현재 자신의 이름을 건 건축사사무소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통의동의 작은 공원을 지켜내는 데 많은 일을 했다. 부암동에서 살았던 적이 있는 필자로선 통의동 역시 자주 가곤 하던 공간이다. 사진만 보아도 어디인지 알 수 있을 정도이다.

 

공원을 사랑하는 시민 모임(공사모)은 통의동 마을마당 공원을 지켜내기 위해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고 역할을 굳건히 해냈다. 통의동은 청와대 부근이다. 원래 청와대 안가였던 공원은 김영상 정부 때 시민에게 되돌아갔다. 그 뒤에는 서울시가 주인이 되었다. 그런데 어떤 연유인지는 모르겠으나 통의동 마을마당은 청와대 소유가 되었고, 청와대는 공원을 민간인에게 매각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마침 <동아일보>에서 관련 기사를 작성했다. 2010년 서울시 소유였던 통의동 마을마당은 청와대로 넘어갔다. 청와대는 특별경호의 이유로 삼청동의 한 주택을 취득하고, 그 대가로 공원을 주었다. 이 당시는 박근혜 정부 탄핵 관련 촛불집회 때문에 정신이 없었던 때였다. 작은 공원을 하나 지키겠다는 신념은 과연 시민 8명을 어떻게 움직였을까. 미안한 얘기이기도 하지만, 그 움직임들은 흥미진진하기까지 했다.



 

통의당 마을마당을 둘러싼 소유권 논란

 

황두진 저자는 통의동 마을마당 바로 옆에 목련원이라는 사무실 겸 집이 있다. 그래서 그는 더욱 이 작은 공원에 애착이 간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효자동의 경호실 분위기는 자주 바뀌었다고 한다. 대통령이 가진 특색에 따른 것일까. 아무튼 2010년과 2016년 작은 공원을 둘러싼 소동이 계속 일어났다. 황두진 저자는 급기야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 사정을 토로했다. 그랬더니 박 시장은 서울시가 사야겠다고 말했다.

 

공원 사수 대작전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저자 황두지 씨가 참 꼼꼼하게 상황을 정리했다는 것이다. 사진 한 장, 카톡 메시지 하나 허투루 하지 않았다. 행정기관의 시스템에 맞선 시민들의 노력은 현수막과 포스트잇, 민원제기와 우편 발송, 면담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됐다. 촛불을 든 적도 여러 번이다.

 

통의동 마을마당을 지키는 과정은 다큐멘터리로도 제작된다고 한다. 정조는 수원 화성에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는 지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름다움이 강함을 이길 것이다.”(88) 이 작은 공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도 인연을 맺었다. 그가 한국을 방문하던 날 통의동 마을마당에서 시위대들이 대치했기 때문이다. 인연 참 묘하다.

 

저자 황두진 씨는 과연 한 사회에서 시스템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라는 질문이 이 책의 골자라고 밝혔다. 또한 분노의 기록이기도 한 공원 사수 대작전는 시민들의 열정과 시스템이 어떻게 분리되고 다시 합쳐지는지를 보여주었다. 과연 공원이란 무엇이고, 사회란 무엇인지 우리는 지속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분노로 시작된 일을 추진하면서 그 분노에 우리 자신이 파괴되지 않도록 새로운 방향을 찾아가는 것, 돌아보건데 그것이 가장 힘들고 어려운 일이었다.”(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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