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위하여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 지음, 김주경 옮김 / 북레시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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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로 돌아가 과거를 보다엄마를 위하여

[서평] 엄마를 위하여(에릭 엠마뉴엘 슈미트 저, 김주경 역, 북레시피, 2019. 11.01)

주인공 소년은 엄마의 고통을 보고서 성숙한 인간이 되었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 소년은 아무것도 짐작하지 못했다. 삶이 마냥 즐겁게, 익살스럽게, 부드럽게 계속되는 줄로만 알았다. 엄마를 위하여는 어느 날 갑자기 상태가 변해버린 엄마를 바라보며 해결책을 찾으려는 소년을 통해 엄마의 비밀이 밝혀지는 내용이다

 

주인공 소년의 엄마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카페에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된다. 만약 가게를 팔겠다고 내놓을 경우, 판매한 돈을 몽땅 국가에 내놓아야 할 판이었다. 카페와 관련해 돈을 빌린 사람은 이전 카페 소유주였는데, 국가가 이전 소유주에게 제때 돈을 요구하지 않아 엄마가 그 부담을 져야 했던 것이다. 엄마는 서류들을 흔들면서 11년 전부터 카페의 소유권을 갖고 있음을 이야기했지만 소용없었다.


만약 이전 소유주와의 관계에서 소송을 시작할 경우 많은 비용과 긴 소송 기간을 감수해야할 처지였다. 엄마는 소리를 지르고, 욕설을 퍼붓고, 눈물 쏟았다. 이를 보면서 주인공은 엄마가 슬퍼하지 않기를 바랐는데, 오히려 슬퍼하는 모습이 건강한 인간의 모습임을 훗날 깨닫게 된다. 엄마가 더 이상 울지 않고, 더 이상 소리치지 않고, 더 이상 세상을 향해 욕을 퍼붓지 않게 된 순간 슬펐던 장면이 오히려 그리운 과거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보이는 것 너머의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서

 

이 후 엄마에게는 강박증과 편집증이 생겨났다. 손님들이 의자에 앉아 있다가 잠깐씩 자리를 비우는 횟수까지 기록했고 특히 청소를 너무도 꼼꼼히 했다. 심지어는 은행에서 돈을 모두 찾아 집 곳곳에 숨겼다. 공공기관을 정직하다고 믿는 것은 위험하다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던 중 가까운 이웃인 촘베 씨가 갑작스레 쓰러졌는데, 그의 바로 옆에 있던 어머니는 촘베 씨의 죽음을 자신의 책임이라 여기며 큰 충격을 받더니 이후 아예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다.

 

말이 없어졌고, 반짝이던 호기심이 사라졌고, 다른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에너지를 완전히 잃어버렸다. 몸은 어두운 밤처럼 활기를 잃었고, 각막은 흐릿해졌으며, 피부는 윤기를 잃었다. 놀란 주인공 소년은 삼촌을 불렀다. 삼촌 말에 따르면 엄마는 죽었다’. 엄마를 예전으로 되살리기 위해 삼촌과 소년은 주술사를 찾아다녔지만 소용이 없었다. 딱 한 번 엄마의 눈빛이 되살아난 순간이 있었는데 한 무리의 남자가 가게를 사겠다고 들어오던 때였다. 웬일인지 엄마는 가게를 팔지 않겠다고 하면서 오히려 약 탄 커피를 그들에게 주어 정신을 잃게 만들었다.

 

엄마가 고소당할 위기에 처하자 삼촌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대신 10여년 이상 소식이 없던 아빠가 그들 앞에 나타나 상황을 전해 듣고는 엄마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파투는 자신의 모든 뿌리와 단절했어요. 그래서 뿌리 없이 떠다녀야 했죠. 그녀는 자신의 과거, 자신의 근원을 모두 제거하고 싶어 했던 겁니다. 하지만 인간은 과거가 없으면 현재도 없고, 미래도 없기 마련이죠……. 그녀를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가야 합니다. 다시 태어나려면, 그녀가 태어났던 바로 그 땅이어야만 해요.”(131132)

 

둘은 고향인 아프리카로 건너갔고, 주인공 소년은 점차 회복되는 엄마의 입을 통해 과거를 듣게 된다. 엄마가 15살이었던 어느 날 정부 간 충돌로 가족들이 몰살당하고 홀로 살아남았는데 그때 삼촌이 엄마를 구해 파리까지 가도록 비행기를 태웠다는 것이다. 너무도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로 인해 엄마는 가족들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아프리카 주술사로부터 의식을 받고서는 가족들이 죽은 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엄마는 대초원과 정글을 보던 그 눈으로 파리를 본다. 아프리카 주술사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아프리카는 대지에 대한 상상력이란다. 반면에 유럽은 대지에 대한 이성이지. 넌 어떤 것의 본질을 다른 것 안에 들여올 때, 그때만 비로소 행복을 알게 될 거다.”(198)

 

책 속 주인공 카페를 찾는 단골손님들은 하나같이 사회에서 잊힌 자들, 숨고 싶은 자들, 존재감 없는 자들이었다. 엄마 역시 자신을 거부한 서구 사회를 탈색하여 지워버리고자 한 인물이었다. 주인공 소년 펠릭스는 이들을 보면서 진정 보아야 할 것은 보이는 것 너머의 무엇임을 깨닫게 한다. 성장 소설이면서 동시에 희극 소설이기도 하지만 무한한 철학이 담긴 인문서와도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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