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들은 배고프지 말 것
이상교 지음 / 한빛비즈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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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덕도 덕이라 주장하고, 번데기를 사드시고는 양 어깻죽지가 근지러운 것이 나비가 될 것 같다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시는 할머니 한 분을 뵈었습니다.

2호를 낳은지 겨우 삼칠일을 넘겨 오늘로 23일째인데 어떻게 그런 기이한 어르신을 만났느냐고요? (웃음)

 

 

 

 

 

 

 

책 속에 불가능한 것이 있나요? 덥기도 하고 몸조리 중이라 나갈 수 없는 제게는 책으로 귀여운 어르신도 뵙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훔쳐보는 것이 딱입니다 ㅎ

시인이자 동화작가인 이상교 어르신의 <<길고양이들은 배고프지 말 것>>은 그녀의 글과 그림이 몹시도 조화롭게 담긴 책입니다.

고양이 한 마리 무릎에 와 앉는... 어르신의 눈에 비친 "봄" 이야기, 데굴데굴 한 낮의 복숭아처럼 발그레한... 어르신 나름의 치열하고도 뜨거운 "여름", 시려운 이슬에 귀뚜라미도 잠 못드는... 왜인지 조금씩 쓸쓸해지는 계절 "가을", 여린 달빛 내리는 빈 집의 "겨울"까지! 어르신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7월의 무시무시한 더위도 견딜만한 것이고 한기가 몰아치는 날에는 그리워지지 않을까 하는 여러 생각들을 하게 됩니다.

표지를 멋드러지게 장식한 광화문통 고양이도 어르신이 그리신 것이고 이슬처럼 투명한 빈 속이길 바라고 귀뚜라미의 가난함을 닮고 싶다는 어르신의 눈에는 먼지마저 곱디 고운 것이라 읽는 내내 어르신처럼 나이 들고 싶다... 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습니다.

하여 (책 욕심 많은 인생이라 다시 읽을 날이 까마득한데도) 서재에 감금(!)시키고 싶은 맘을 애써 물리치고 읽노라면 슬며시 웃음 나는 이 책을 저보다 더 좋은 책을 사랑하시는 그분께 전해드리려합니다. 책 뒷편에 어르신의 엽서도 여러 장 비닐에 담겨 붙어 있었습니다만, 선물의 의미를 극대화하려는 요량으로 뜯어보지 않았답니다.

각박한 일상에 지친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로도 좋겠고, 소중한 사람에게 쑥쓰러운 미소와 함께 건네도 참 좋을 책 잇님들께 기쁘게 추천드리며 글을 맺습니다. 더운 여름, 무탈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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