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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 개정증보판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 이 시대는 지성을 가진 사람을 최고로 인정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지성인으로 인정받고자 배우고 또 배운다. 지난 시대 부모들은 대부분 사회적인 또는 경제적인 이유로 배움의 기회를 갖지 못했다. 그것은 평생의 한으로 자리하고 있다. 지성을 갖지 못했다는 자괴감은 지금의 사교육 열풍으로 표출되고 있다. 배움은 지성인으로 가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지성에 대한 방향을 반대로 뒤집는 사건이 일어났다. 2007년 9월 한국의 지성을 대표하는 이어령 선생님의 세례소식은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 기독교인도 그랬고, 비 기독교인도 그랬다. 많은 사람들은 그가 회심하게 된 이유에 대해 궁금해 했고 앞으로 하게 될 신앙생활의 모습 또한 궁금해 했다.
많은 사람들이 놀란 이유는 지식에 있어서 최고의 경지에 오른 인물이 지성보다 더 높은 단계라고 택한 영성에 있었다. 저자는 삶은 아직도 완전한 영성에 이르는 과정이라고 이야기한다. 지성의 완성이 영성이었음을 고백하는 모습이자 영성이 참된 지성인이 되는 것임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열림원.2010)는 영성의 문턱에 서있는 의로운 영혼의 심연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저자의 고백이 담긴 책이다. 모두 70편의 시가 수록 되었다.
책은 모두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는 교훈성을 가미한 이 땅의 어머니를 위한 시를 담았고, 2장에는 순수한 개인적인 시심을 담은 작품들로 저자 자신에게 쓰는 시를 담았다. 3장에는 문학사상 권두언에 발표된 산문시 형태의 작품을 개작한 시를 담았고, 4장에는 언론에 실렸던 행사시와 자신의 저서에 담겼던 메시지 위주의 시를 담았다. 그리고 마지막 5장에는 세례받기 이전에 쓴 종교적 이미지를 담은 시를 담았다.
50년 동안 많은 글을 쓴 저자가 처음으로 낸 시집이다. 저자는 자신을 방황하고, 헤매고, 멀리 떠난 탕자에 비유했다. 있는 줄 알지만 믿음이 없어 집으로 갈 수 없는 저자의 심정을 제대로 표현한 글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시가 보여서는 안 될 달의 이면 같은 자신의 일부를 보여준 용기의 글이라고 고백한다. 그의 이러한 고백은 시를 통해 직접 확인 할 수 있다.
그의 화려한 경력과 더불어 정확한 언어 구사력과 논리 정연한 사고력의 산물인 저서는 그의 지성의 깊이를 가늠하게 하는 좋은 지침이 된다. 그런데 그는 왜 지성보다 더 높은 단계를 영성이라고 깨닫게 된 것일까? 저자는 딸을 통해 그 길을 가게 되었다고 고백하지만 자신의 삶에서 지성이 주는 만족의 한계를 분명히 느꼈던 것도 그 이유가 될 것이다.
시대의 지성 이어령이 전하는 ‘영성’에 대한 참회론적 메시지의 과정을 담고 있는 이 시들을 통해 지성이 모든 것을 완성하지는 못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영성을 향한 저자의 고백을 통해 영성에 대한 깊이를 깨닫게 된 좋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