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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중원 박서양
이윤우 지음 / 가람기획 / 2010년 1월
평점 :
‘백정의 아들로 태어나 한국인 최초의 양의사가 되 남자’라는 타이틀은 나의 이목과 관심을 끌기에 충분 하였다. 과연 그의 삶은 어떠했고 작가(이윤우)는 이 남자의 인생을 어떻게 그려낼 것인가 궁금하다. 오래전 드라마 ‘허준’의 일대기를 매우 재미있게 본 기억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 그와 비슷한 (그러나 다른) 인생 이야기 또는 비슷한 류의 이야기일 것이라는 선입관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작가는 후반부 ‘작가의 말’을 빌어 인생역전 드라마가 아닌 새로운 인생을 만들어 내는 용기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이 책의 주 무대는 '제중원‘이다. 1885년 고종의 윤허를 받아 한성의 제동에 왕립으로 세운 광혜원의 새로운 이름이다. 쉽게 접할 수 없는 초기 서양 병원이라는 무대는 확실히 독자를 잡아끄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곧이어 1904년 9월 4일 세브란스 병원을 신축하고 진료를 시작했는데 이때부터 제중원의 명칭은 세브란스 병원으로 바뀌게 되었다고 한다. 한국의 서양 의학은 왕립병원인 광혜원, 제중원 시대를 거쳐 세브란스 병원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박서양은 SBS TV 드라마 ‘제중원’의 주인공 ‘황정’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 실제 드라마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당시의 배경이나 인물을 모습은 상상의 세계로만 존재하기는 하지만 책을 통해 처음 만나는 제중원과 주인공은 새로움으로 다가왔다.
실제 존재하는 ‘박서양’이라는 사람과 ‘소설 속’ 박서양의 같지만 다른 모습을 담는 작가는 자신은 ‘소설속의 박서양’을 통해 당시에 있을 법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작가는 당시의 나라를 잃은 아픈 역사를 박서양이라는 이름을 빌려, 그의 인생을 통해 함께 이야기하고 싶어했던 것 같다. 따라서 이 책은 박서양의 인생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당시 우리나라의 역사 (그것도 슬픈)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말을 책의 구조를 보면 이해 할 수 있다. 작가는 번갈아 가며 박서양의 인생이야기와 당시의 역사이야기를 담는다. 때로는 이 두 가지를 함께 섞어 놓기도 하다.
책은 갑오개혁, 을미사변, 을사조약 등 당시 소용돌이의 역사의 현장에 박서양을 등장시킴으로서 스토리가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책속에서 박서양은 대원군을 만나고 고종을 만나기도 한다. 또한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만국 평화 회의의 현장에 있기도 한다. 꼭 진짜 역사처럼 생생하다. 작가의 놀라운 글 솜씨를 느낄 수 있다.
작가는 주인공의 투쟁과정 만큼이나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성격에 많은 신경을 썼다고 하는데 그 말은 책을 통해 직접 확인 할 수 있었다. 주변 인물들의 개성과 그들의 역할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380여 페이지에 담긴 ‘조선인 최초의 양의사가 절망에서 꽃을 피운 이야기’는 많은 생각을 던진 책으로 기억될 것이다.
아쉬운 점은 (아쉽다기 보다는 요구에 가깝다.) 결말이다. 그가 만주에서 독립을 위해 애쓰는 인생이야기는 또 다른 감동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되는데 만주로 떠나면서 책은 끝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책에 쓰지 못할 대상은 없다. 그러니까 책은 세상이다.’라는 말이 있다. 저자는 이 책의 주무대인 제중원 그리고 주인공 박서양이 존재하는 또 다른 세상을 만들었고 우리를 그 세상으로 초대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 세상에 초대되어 제중원을 거닐고 박서양과 마주하며 기쁨과 슬픔을 함께 느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