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 히로부미 안중근을 쏘다
김성민 글, 이태진.조동성 글 / IWELL(아이웰)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10월의 하얼빈 역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곧 이어 기차가 역에 도착했다. 많은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으나 들리지 않는다. 그에게는 정적만이 흐를 뿐이다. 기나긴 침묵의 시간이 지나자 기차에서 그가 내려온다. 그리고 망설임 없는 총성. 그가 꿈에 그리던 거사가 완성되는 순간이다. 이로서 자주 능력이 없는 한국을 보호한다는 억지논리를 펴며 한국을 유린하는 그들의 기는 한풀 꺽였다. 안중근 개인은 물론 대한민국으로서도 큰 기쁨이었다.

그러나 역사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30년 후 죽었던 이토 히로부미가 다시 살아나 그의 총을 빼앗아 반격을 꾀한 것이다. 이 울림은 그가 이토 히로부미를 쐈을 때 보다 더 크고 고통스러웠다.

이 책 <이토 히로부미, 안중근을 쏘다>(IWELL.2009)는 안중근과 그의 아들 안준생 그 두 사람의 이야기이다. 한사람은 대한민국을 살린 영웅으로 또 한 사람은 대한민국을 버린 변절자로 정반대의 삶을 살았다. 특히 처음 듣는 자녀 안준생의 이야기는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사람은 이야기에 귀를 열고 마음을 연다. 이것이 많은 책들이 스토리텔링 기법을 택하는 이유이다. 이 책 역시 안중근 의거 그리고 그의 아들 안준생이 이토 히로부미의 아들인 이토 히로쿠니에게 사죄하기까지의 과정을 스토리텔링을 이용해 이야기하고 있다.

영웅이었던 아버지와 달리 가슴 아픈 선택을 해야만 했던 이유와 변절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과정을 눈으로 바라본 이 책은 채 120페이지가 되지 않는 얇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안준생의 행적과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다. 특히 자아의 갈등과 고민 그리고 내면의 혼란을 잘 담아냈다.

중간에는 몇 장의 사진이 지면을 차지하고 있다. 1900년대의 하얼빈 역을 비롯해 함께 했던 동지 그리고 안중근 장군의 흑백 사진이다. 왠지 모를 슬픔과 동시에 의연한 현장의 느낌을 살펴볼 수 있다.

책 후반부에는 이태진(서울대 국사학과 명예 교수)의 ‘안중근의 하얼빈 대첩과 동양 평화론’을 통해 당시 사회 모습과 일본의 안중근 주장 봉쇄 그리고 이토 저격과 동양평화론 등 깊이 읽기 위해 기록하고 있다.

저자는 말미에 세 가지 목적을 가지고 이 책을 썼다고 했다. 그 세 가지는 안중근은 의사가 아니라 장군이었다는 것, 안중근은 한국만의 영웅이 아니라 동양 전체의 영웅이었다는 것 그리고 고민하며 쓴 안중근의 아들 안준생의 친일이라는 비극적 역사가 있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이다.

나는 이 세 가지 중 세 번째 사실에 더 관심을 갖고 접근했다. 영웅이었던 아버지를 둔 평범한 아들이 변절할 수밖에 없었던 변명 아닌 변명을 듣고 싶었다. 물론 그의 친일은 분명 잘못됐고 지탄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나는 그가 왜 아버지와 정 반대의 길을 걸었는가에 대해 궁금했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영웅이었던 아버지와 비교되며 늘 열등감에 시달려야 했던 평범한 한사람의 이야기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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