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마을 - 김용택 산문집
김용택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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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모습을 담은 책을 보면 정겹고 살갑다. 옛 장소로 가는 여행길의 안내자이기 때문이다. 그 길은 마냥 즐겁고 기분이 좋다. 마치 소풍을 떠나는 듯 기분이 설레인다.


한겨울 언 손 호호 불어가며 뒷동산에서 타던 비료 푸대의 멋진 눈썰매의 기억, 고무신 벗어놓고 놀다 개울에 떠내려 가버린 고무신을 해가 지도록 찾아 헤맨 기억 그리고 가재와 송사리를 잡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그렇다. 어른이 된 지금도 그때의 기억은 한낮의 오수처럼 달콤하다. 이러한 기억 속으로 나를 다시 인도하는 김용택 산문집 <오래된 마을>(한겨레출판.2009)은 가물가물해진 소중한 나의 기억을 오늘 여기로 가져온다.

 
이제는 책을 통해 만나야할 현실이 아쉽기는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예전의 소중한 기억들을 다시 만날 수 있어서 좋다. 저자의 노력 덕분에 조금이라도 추억을 맛볼 수 있어서 좋다. 이 책이 정겨운 것은 시골의 내음을 물씬 풍기며 추억과 그리움으로 너무나 아름다웠던 나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살렸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어린 시절 함께 했던 부모, 형제 그리고 고향 친구들과의 소중했던 기억을 그리워하는 저자를 보며 마음이 따뜻한 사람인 것을 볼 수 있다. 본문에서 ‘가난하고 조촐했으나 자연과 인간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며 살았던 그 정답던 마을, 뭉게구름이 하얗게 솟아오르던 파란 하늘 아래 초록의 들판 길을 걸어가는, 땀 밴 농부들의 해맑은 얼굴들이 그립습니다.’ (107p)라고 말하고 있다.

  저자의 이야기는 솔직한 고백 같다. 자신의 가물가물해진 유년 시절의 기억을 안간힘을 내 끄집어내는 고통의 모습이 아니다. 오래전 기억을 담아내는 것이 자연스럽다. 어머니에 대한 사랑 이야기, 당시 고향의 풍경, 친구와 영화 이야기 등을 풀어가는 솜씨가 매끄럽다.

  이 책은 간간히 시를 통해 본문을 따뜻한 느낌, 쉼표 같은 느낌, 정겨운 느낌을 주며 책을 한껏 여유롭게 만든다. 오늘의 디지털 시대는 우리를 편리하게 하고 빠르게 만들었다. 그런데 우리들의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하다. 이 때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여유, 쉼표가 있는 아날로그의 세상이 아닐까 한다. 저자의 글 안에는 아날로그의 세상이 있다.

  우리가 유년의 기억을 잊지 말아야 하지만 그것이 나를 발목을 잡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닌 것 같다. 저자는 과거의 모습을 사랑하고 기억해야겠지만 우리에게 더 중요한 것은 ‘일상’이라고 말한다. 매우 공감하는 말이다.

  예전의 고향은 당시에 우리가 볼 수 있었던 세계의 전부였지만, 지금의 우리를 만들어낸 소중한 것들이다. 이 세계를 다시 볼 수 없다는 생각에 가슴 한 켠이 떨어져 나가는 것처럼 시리고 아프지만 이런 책들을 통해 다시 기억하는 시간들이 있기에 한편으로 행복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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