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어 산책 - 엉뚱하고 발랄한 미국의 거의 모든 역사
빌 브라이슨 지음, 정경옥 옮김 / 살림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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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읽기 위한 용도로만 쓰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가? 책은 그 안에 담겨진 문자를 통해 소중한 배움을 주기도 하지만 그 외에 여러 가지 다른 용도를 가지고 있다. 가장 쉽게 보는 용도는 자취생들의 주식인 라면의 받침대이다. 그리고 나의 두 아들은 쌓기 놀이를 좋아한다. 그 외에도 컵라면 누르개, 깔고 앉는 방석, 심지어 하드커버의 책은 강도를 물리치는 좋은 무기가 되기도 한다. 책 모서리에 맞아 봤어? 안 맞아 봤으면 말을 하지 마!

이렇듯 책은 여러 가지의 형태로 우리들을 놀라게 한다. 이 책 <빌브라이슨 발칙한 영어 산책>(살림.2009)은 나를 세 번 놀라게 했다. 먼저 두께에서 놀라고 말았다. 무려 680여 페이지이다. 베게로 사용해도 될 정도다. 엎드려 책을 읽다 졸리면 그대로 베고 자도 될 것 같다. 두 번째는 담고 있는 내용의 다양성에 놀랐다. 개척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미국 문화와 영어 기원의 전반에 걸쳐 풀어내고 있다. 저자(빌 브라이슨)의 잡학 다식함이 혀를 내 두를 정도였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재미에서 놀랐다. 이 두꺼운 책이 딱딱한 정보만 제공한다면 독자로서 읽는게 여간 곤욕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다. 미국에서 현재 통용되는 단어와 표현의 어원과 유래를 살펴보는 재미, 미국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재미, 재미난 일화 등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들고 만다.

저자가 ‘미국인의 말이 어떻게, 왜 지금처럼 쓰이고 있는지, 특히 우리가 쓰는 단어들이 어디서 유래했는지 알아보기 위한 조심스런 시도다.’라고 말하듯 이 책은 미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단어와 표현에 대한 유래와 사건들을 주제별로 나누어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책을 쓴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나는 말이 형성된 사회적인 배경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그 나랄 말을 구성하는 단어의 풍요로움과 소중함에 고마워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12p) 외국어를 공부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문화를 먼저 배우라는 말이 있다. 나는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단어, 문법, 회화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와 함께 그 나라의 문화와 어원을 아는 것도 중요한 영어 공부 중 하나인 것 같다.

‘엉뚱하고 발랄한 미국의 거의 모든 역사’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메이플라워호의 아메리카 도착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미국 개척의 역사 안에 담겨진 말의 어원들을 이해하기에는 내용이 방대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장황하기도 하며 때로는 우리 역사가 아니기에 독자가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소화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래서 이 책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보다는 한번쯤 읽고 미국의 문화를 가볍게 배운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대해야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다. 한번쯤 읽고 알아두면 영어를 좋아하고 배우고 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경험이자 공부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 책이 부담스러우면 관심이 가는 부분을 먼저 읽어도 좋은 책읽기가 될 것이다. 영어를 공부하는 나로서는 마지막 21장 ‘오늘날의 미국 영어’를 먼저 읽었다.

간간히 책의 본문에 삽입된 사진들이 인상적이다. 특히 오래전 역사의 현장과 인물들의 흑백 사진들은 당시의 역사 속으로 나를 인도하는 듯하다.

표지에 검지를 치켜세우고 웃고 있는 둥근 안경을 쓴 코믹한 이미지의 빌 브라이슨이 나를 보고 말하고 있다. ‘어서 나와 함께 미국의 역사 속으로 여행을 떠나자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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