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쫓은 방귀 삽사리문고 40
윤동재 지음 / 지식산업사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예전 하루해가 짧았던 겨울 저녁에는 30촉짜리 백열등이 그네를 타고 있는 방에서 할머니의 무릎을 베게 삼아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전래 동화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어쩌다 무서운 이야기라고 들을 때면 얼른 따뜻한 아랫목에 깔린 두꺼운 이불 속으로 후다닥 뛰어들어 얼굴만 빼꼼히 내밀며 다음이야기를 기다렸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의 행복은 이제 기억 속에서만 자리하고 있다. 그 시대의 감동을 느낄 수 없는 것은 내가 나이를 먹었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전래 동화를 간결한 동시로 엮은 이 책 『도둑 쫒은 방귀』<지식산업사.2008>는 독특한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동안 우리들이 접했던 책의 구성은 아니다. 전래동화를 동시로 만든다는 발상은 꽤 높은 점수를 줄만하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정도의 아이들이 재미는 물론이고 책에 푹 빠져들 수 있을 정도로 읽기에 편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의 함축적이고 간결함에서 나오는 문장들은 깊은 생각들을 요구하고 있다. 이 요구는 깊이 있는 사고로 이어져 아이들의 감성을 아날로그적인 방법으로 깨울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방법은 역시 아날로그적인 느림이다. 한 번에 빨리 읽는 것보다는 천천히 이야기를 음미하면서 읽는 방법이 좋을 듯하다.

 

‘도둑 쫓은 방귀’는 이 책의 두 번째 이야기인데 책의 느낌을 잘 살린 제목으로 볼 수 있다. 얇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짧고 함축적인 동시이기 때문에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모두 43편의 다양하고 재미있는 전래동화를 맛볼 수 있다. 덧붙여 해학적이면서도 글의 내용을 잘 설명하고 있는 그림을 보는 재미도 있다. 전래동화에 나오는 다소 어려운 단어는 본문의 아랫부분에서 주석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인터넷, 컴퓨터 게임 등 모든 것이 디지털화 되어버린 이 시대에 예전의 감동과 기다림을 기대하기는 정말 어렵게 되어 버렸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들이 빠져 헤매고 있는 디지털을 벗어나 아날로그가 주는 느림의 기쁨을 맛볼 권리가 있다. 우리 어른들이 그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 할 것 같다. 처음에는 느리고 조용하고 생각을 요구하는 아날로그가 어색하고 답답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들이 자라고 성장하는데 있어 이 아날로그만큼 미래를 희망과 아름다움으로 가꿀 수 있는 것은 없다.

 

이 책을 통해 옛 전래동화가 주는 삶의 지혜와 웃음 그리고 함축적인 동시를 통해 사고를 깨우는 어쩌면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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