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에이지 미스터리 중편선
윌리엄 월키 콜린스 지음, 한동훈 옮김 / 하늘연못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선풍기를 앞에 두고도 더위를 이기지 못하는 무더운 여름. 이때 어울릴 만한 것은 다름 아닌 추리 소설이다. 추리 소설이 여름이라는 계절의 전유물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그 맛(?)을 느끼기에는 다른 어떤 계절보다 여름이 나은 것 같다. 그 소설 속에 빠져들다 보면 어느새 더위는 저만치 한걸음 뒤로 물러가고 만다.

 

이 무더운 날 나의 무더위를 싹 날려줄 추리소설을 만났다. 그 책은 『골든 에이지 미스터리 중편선』<하늘연못.2008>이다. 미스터리의 황금기를 연 대표작가 5인의 중편소설집으로서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사이에 미스터리 문학을 활짝 꽃피운 대표작가 5인의 작품을 수록한 책이다. 모두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품들로, 미스터리 문학 전통의 긴장감과 추리는 물론, 그것에 바탕을 둔 인간 내면의 탐구, 그리고 당대의 문학적 분위기까지 담고 있다.

 

미스터리 황금기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반까지를 말한다. 여기에 소개된 다섯명의 작가 말고도 셜록홈즈로 유명한 아서 코난 도일도 역시 이시대의 작가이다. 그리고 그들의 계보를 잇는 작가로는 1920년 스타일저택의 괴사건으로 데뷔해 수많은 작품들을 선보인 애거사 크리스티가 있다.

 

총 5편의 흥미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다섯명 모두 국내에는 처음으로 소개되는 작가이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우리들이 익히 봐왔거나 읽었던 기존의 소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맛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다섯편은 추리소설 혹은 미스터리라는 동일한 장르에 기본을 두고 있지만 내용의 다양성을 가지고 있다. 소설속의 소설이라는 액자소설을 표방한 작품도 있고, 최초의 영어권 법정 소설 그리고 인간의 속마음을 긴장감 있게 잘 다룬 작품들이 골고루 자리하고 있다. 따라서 독자가 지루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이 있다.

 

추리소설의 기본 법칙이랄까? 이 책에서도 이러한 법칙을 벗어나지는 않고 있다. 꼭 범인은 전혀 예상치 못한 주변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처음부터 범인이라고 단정 지어진 사람은 범인이 아니고 반드시 다른 사람이 범인으로 밝혀진다.

 

우리는 여기서 소설을 읽는데 있어 조금 방법을 달리해 읽어도 좋을 듯하다. 범인으로 지목받은 사람을 오히려 범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그의 말과 행동을 살펴보는 것도 또 다른 책 읽는 재미를 줄 것이다. 

 

“원하는 걸 손에 넣어야만 하는 미천하고 탐욕스런 한 무더기의 짐승들”은 프랭크 보스퍼의 작품 “3층 살인사건”에서 나오는 대화이다. 추리 소설의 사건을 일으키는 인간들의 근본적인 욕망을 표현한 말인데, 이것은 소설 속에서 뿐만 아니라, 보편적인 우리 인간의 욕심과 욕망을 표현한다고 볼 수 있다.

 

각 소설의 첫 페이지에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이고 소설인 만큼, 작가에 대한 소개와 그의 작품 세계 그리고 이 책에 수록된 작품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하고 있다. 텍스트가 작아 읽기 불편하다는 것을 빼면 독자들은 이 책과 작가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A5의 다소 작은 판형은 손에 잡고 읽기에 편하다고 할 수 있다. 본문의 텍스트는 적당한 크기로 읽기에 부담 없다.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는 방법은, 좋은 책을 만나 그 곳에 푹 빠져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인 것 같다. 그 시원함을 주기에 충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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