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더듬다 - 한 맹인의 19세기 세계 여행기
제이슨 로버츠 지음, 황의방 옮김 / 까치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삶 가운데서 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이 많다. 그중 하나가 여행이 아닐까 싶다. 여행은 익숙한 것과의 결별에서 오는 새로움을 샘솟게 하는 힘이 있다. 여행은 세 가지의 기쁨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준비 할 때의 설레임, 여행 중의 새로움 그리고 여행 후 가슴 벅찬 추억의 기쁨이다.

 

처음 보는 그곳의 풍경, 낯선 사람의 웃음,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터벅터벅 걸어가는 우리의 발걸음은 어색하지만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정도로 기분이 좋다.

 

이 책 『세계를 더듬다』<까치.2007>는 보이지 않는 눈으로 세계를 여행한 맹인 여행가 “제임스 홀먼”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행기이다. 저자(제이슨 로버츠)가 우연히 도서관의 책에서 그를 발견하면서 역사에서 잊혀져 버린 홀먼의 여행을 찾아낸 이야기이다.

 

그는 해군으로 복무하던 스물다섯의 나이에 원인불명으로 시력으로 잃고 만다. 자신의 몸을 스스로 치료하기 위해 의학을 공부하기도 했지만 자신의 눈은 결코 뜨지 못하게 된다.

 

절망이 그를 덮쳤지만 그의 꿈은 탐험과 여행이었다. 이 꿈을 장애가 막지는 못했다. 어렸을 때부터 그는 한 가지 꿈이 있었다.  “나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먼 지역을 탐험하고 싶은 욕망이 나에게 있음을 의식하고 있었다. 나는 다른 기후와 관습, 법률의 영향 아래에 있는 사람들의 생활상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21p) 그는 떠나고 싶어 안달이었다고 한다.

 

그는 공백기가 있지만 18년이라는 기간 동안 40만 km에 달하는 거리를 여행했다. 시베리아, 아라비아 사막 등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여행했다. 적어도 200개의 문화권에 들어간 것으로 밝혀졌다. 교통과 통신이 발달되지 않은 19세기에 장애를 가진 몸으로 혼자
서 달에 가는 것과 맞먹는 세계를 여행했다는 것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

 

눈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는 일반인과 다른 방법으로 세상을 보았다. 그의 눈을 대신한 것은 다름 아닌 발이었다. “나는 내 발로 더 잘 볼 수 있답니다.”(16P)라고 말하며, 발로 사물을 바라보았다. 결국 그는 우리와 방법만 다를 뿐 똑같은 여행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떻게 이러한 일이 가능했을까 자신의 꿈만 가지고, 이 어려운 여행을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렇다면 그의 여행을 가능하게 했던 것은 열정이 아닌가 싶다. 그의 여행을 통해 꿈을 이루는 필요한 열정을 배우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홀먼은 여행에 있어 최소한의 물품만 챙겼다. 그리고 가지고 가는 물건에 대해서는 소유물과 준비물을 하나하나 어디에 들어갔는지 정확하게 기억했다. 특히 돈에 대해서는 많은 신경을 썼다고 한다. 보이지 않는 것이(그것도 혼자) 여행하는데 있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때로는 빵 한 가지로만 며칠을 버텨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추운 시베리아 땅을 통과하는 여정은 그에게 있어 몹시 힘들고 어려운 일이었다.

 

450여 페이지의 조금 두꺼운 책이지만 홀먼의 여행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에 와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의 특이한 점은 삽화가 아름답다. 컬러가 아닌 흑백의 사진 및 그림 등은 책의 내용과 잘 어울리고 있다. 또한 1800년대의 각 나라의 역사와 환경 및 당시에 사람들의 생활양식들을 고스란히 볼 수 있어 좋다.

 

한사람의 멋진 세계 여행에 동참하며 인간의 위대함과 세상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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