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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 - 그때가 더 행복했네 ㅣ 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 1
이호준 지음 / 다할미디어 / 2008년 4월
평점 :
예전의 모습을 담은 책을 보면 보면 정겹고 살갑다. 옛 장소로 가는 여행길의 안내자이기 때문이다. 그 길은 마냥 즐겁고 기분이 좋다. 언 손 호호 불어가며 뒷동산에서 놀던 비료 푸대의 멋진 눈썰매도 그렇고, 고무신 벗어놓고 놀다 개울에 떠내려 가버린 고무신을 해가 지도록 찾아 헤맨 기억 그리고 가재와 송사리를 잡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그렇다. 어른이 된 지금도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면 한낮의 오수처럼 달콤하다.
엿장수의 경쾌한 가위 소리에 멀쩡한 주전자를 내다판 기억, 다 녹아 흐믈흐믈 해져버린 하드를 아껴서 빨아먹던 기억 그리고 설날이 되어야만 겨우 입었던 설빔. 이러한 기억 속으로 나를 다시 인도하는 이 책 『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다미디어.2008>은 가물가물해진 소중한 나의 기억을 오늘 여기 이 자리에 가져다 놓고 있다.
우리들의 이러한 소중한 기억들의 자취를 찾아 전국을 돌며 사진을 찍고 자료를 모으는 저자의 모습은 우리들의 추억을 저장하는 컴퓨터의 기억장치와 같다. 틈만 나면 카메라와 수첩을 친구삼아 “이 땅에서 사라져 가는 것들”을 담기에 열심이다. 그 이유는 지극히 간단하다. ‘다시는 볼 수 없는 것’들이 하나씩 늘어나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참 많이 변했고, 많이 없어졌다. 간간히 찾는 고향은 포근함과 정겨움은 있지만 예전보다 못하다. 그 이유는 내 기억들의 파편들이 현대화라는 이름으로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리라. 내가 살던 집도 변했고, 나의 주린 배를 채워주었던 5일장도 없어졌다. 우리의 기억은 이제 간간히 TV나 책을 통해 유지해야하는 안타까운 현실이 되었다. 세월의 무게 앞에 내가 가진 소중한 추억들을 빼앗겨 버린 지금 아쉽고 안타깝기만 하다.
지금 여섯 살 난 아들과 함께 개울가에서 잡는 송사리는 옛날 그 어린 시절의 것과 같을진데 왜 이렇게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걸까. 예전의 기쁨은커녕 오히려 어색하기만 하다. 여운은 없이 잠깐의 기쁨만 제공할 뿐이다. 이제는 기억 속에서만 있는 그 어린 시절의 자유로움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 빠르고 현대화된 이 사회가 그리 우리들에게 기쁨과 만족을 주지 못하고 있다. 현대화라는 이름하에 없어져 버린 소중한 내 기억의 산물들이 너무 보고 싶다.
“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머리로 읽어 지식이 되는 글이 아니라 가슴으로 읽어 감성이 되는 글입니다.” (5p)
우리에게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이 책을 읽기 바라는 저자의 바램은, 추억이라는 소중한 기억들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백배 공감하는 말이다.
이제는 추억 속에만 있는 이러한 것들은 우리가 볼 수 있었던 세계의 전부였지만, 지금의 우리를 만들어낸 소중한 것들이다. 이 세계를 다시 볼 수 없다는 생각에 가슴 한켠이 떨어져 나가는 것처럼 시리고 아프다.
이제는 책을 통해 만나야할 현실이 아쉽기만 하다. 그렇지만 이 책을 통해 예전의 소중한 기억들을 다시 만들어낼 수 있어서 좋다. 저자의 노력 덕분에 조금이라도 추억을 맛볼 수 있어서 좋다. 좋은 이야기와 깔끔한 사진이 너무나 아름다웠던 나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살리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