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탁상 위의 전략은 믿지 않는다 - 롬멜 리더십, 열정과 추진력 그리고 무한한 낙관주의 KODEF 안보총서 7
크리스터 요르젠센 지음, 오태경 옮김 / 플래닛미디어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하얀 포탄의 연기가 자욱한 전장. 총성이 멈추지 않고 총알이 비오듯 퍼붓는 곳에 내가 있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다른 생각이라는 것은 어쩌면 사치일지도 모른다. 오직 살아야 겠다는 한 가지 일념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언제까지 상상일 뿐 역사를 통해 본 전쟁의 모습은 쉽게 나에게 와 닿지 않는다. 그러나 책을 통해 자세한 묘사와 그곳의 상황 속으로 나를 인도한다면 조금 다르지 않는가 싶다.

전쟁을 세밀하고 직접적이며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는 책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이 책 『나는 탁상위의 전략은 믿지 않는다』<플래닛 미디어.2007>이 반갑다. 실제 전쟁의 한가운데에 독자를 자리하게 만드는 책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 유명한 ‘사막의 여우’ 에르빈 롬멜과 그의 기갑부대 그리고 두 번의 세계대전과 두 개의 대륙에서 그의 지휘하에 싸웠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막의 여우’를 따라가며 겪는 전투는 손에 땀을 쥐게 하고 긴장을 조금도 허용하지 않는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군인이 된 롬멜은 1차 세계대전의 유동적인 상황에 상당한 흥미를 느꼈다. 또한 그는 적극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기에 늘 공격하길 원했고 언제나 자신이 작전을 담당하려 했다. 이것은 곧 그가 독자적이고 대담한 지휘관으로 태어나는 계기가 된다. 1916년 10월 루마니아 전선에 배치된 롬멜은 부대의 운용에 대한 가치있는 교훈을 얻게 된다. 최고수준의 전투력을 얻기 위해서는 지휘관이 직접 그 부대를 돌보아야 하며 또한 지휘관은 부대원의 고통과 문제를 함께 나우어야만 그들로부터 존경과 충성심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 “너 자신이 하고 싶지 않거나 할 수 없는 일을 남에게 부탁하지 마라”의 좌우명을 가지게 된다.

실업과 불안 그리고 독일을 절망으로 몰고 갔던 전 세계적인 경제 공황이 결합되어 국가 사회주의 독일 노동당 즉 나치는 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고 1933년 1월 마침내 히틀러는 권력을 획득하여 독일의 수상이 되었다. 거만하고 이기적인 독일 상류층에 혐오를 느끼고 있던 롬멜도 히틀러를 대중의 지도자로 인정하고 나치의 급진주의에 호감을 가지며 히틀러의 노선에 합류하게 된다. 개인에 대한 매섭고 빈틈없는 판단자인 히틀러는 롬멜의 요청에 열성적으로 지원했다.

하지만 그가 위험을 감수하는 위대한 지휘관이기는 했지만 부하들의 생명을 걸고 도박을 하지 않았다. 어떤 경우에서도 타협을 싫어했고 중구난방의 의견에 전투가 휘둘리는 것을 혐오했다.

그런 롬멜이 병사들의 안전과 생명을 위해 히틀러의 신뢰를 잃어버리는 결정을 하게 되어 그는 심각하고 결정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또한 슈파이델을 칭찬하며 그의 결백을 옹호하는 편지는 롬멜 자신의 생존에도 큰 타격을 주고 말았다. 이것은 곧 독일의 패전과 함께 생을 일찍 마감하게 되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

 

여기서 한가지 그가 어떠한 인물이기에 적군에게서 조차 사랑과 존경을 받았던 것일까? 다음의 일화가 좋은 예일 것이다. “대치중인 영국군의 야전 병원에 부상자가 먹을 식수가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되자 곧장 장갑차에 백기를 달고 식수를 실어다 영국군에게 전달했다. 그러자 영국군은 그 보답으로 지프에 백기를 달고 와인을 실어다 독일군에게 전달했다.” 이러한 롬멜의 성품으로 인해 주변사람이 감동하고 그를 존경하였다.

 

적인 영국 수상 처칠 조차도 “우리에게는 대담하고 솜씨 좋은 적이 있습니다. 전쟁의 재앙인 그는 그러나 장군으로서 더없이 위대하고 훌륭하다”고 할 정도로 평가할 정도였다. 아군에게도 적군에게도 훌륭한 전사인 롬멜은 거칠지만 자유로웠고 조국에 대한 충성심과 애국심이 투철했다.

 

오늘날에도 에르빈 롬멜은 망설임이나 거리낌없이 독일군 연합군 모두에게 찬사를 받는 유일한 독일군으로 남아있다. 그는 군인의 전형이며 신사였고 그리고 불멸의 ‘사막의 여우’였다. 아군에게나 적군에게나 똑같이.

이 책은 한편의 대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만큼 전쟁을 제대로 표현하고 롬멜이라는 인물을 잘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모습을 통해 많이 배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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