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과학 - 집파리에서 인공지능까지 우리가 하찮게 여기는 쓰레기의 모든 것
곽재식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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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보다 흥미롭게 쉽고 편하게 설명해주는 곽재식 작가님의 책이라 기대를 가지고 선택했습니다.

작가님의 도움으로 우리가 더럽고 하찮게 여기는 쓰레기 속의 놀랍고도 신기한 과학 기술의 세계로 빠져 보았습니다.


보통 우리는 쓰레기를 버리는 순간 그것이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느낍니다.

누군가 치워주기만 하면 일상은 다시 깨끗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익숙한 감각이 조금 불편해졌습니다.

내가 버린 것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단지 내 눈에서 멀어진 것뿐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인상적인 점은 쓰레기를 환경문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보통 쓰레기를 다룬 책이라면 분리배출, 재활용, 탄소배출, 자원순환 같은 익숙한 주제를 떠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곽재식 작가님께서는 그보다 훨씬 엉뚱하고 넓은 방향으로 쓰레기를 바라봅니다.

집파리 한 마리에서 시작해 매립지와 중장비, 양자이론과 미생물, 알루미늄과 철, 배터리와 플라스틱을 거쳐 우주 쓰레기와 인공지능에까지 이릅니다.

처음에는 서로 아무런 관계가 없어 보이는 것들이 어느 순간 하나의 선으로 연결됩니다.


그 연결을 따라가다 보면 흥미롭고 신선함이 느껴집니다.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사용하는 문명이라는 것이 사실은 수많은 기술과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노동 위에 세워져 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우리가 버린다고 생각했던 순간부터 오히려 더 복잡한 이야기가 시작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우리는 쓰레기를 냄새나고 지저분하다고 느낍니다.

그런데 작가님께서는 바로 그 불쾌함을 외면하지 않고 그 안으로 들어갑니다.

집파리가 왜 쓰레기장에서 번성하는지, 매립지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침출수와 매립가스는 어떻게 생기는지, 소각장의 열은 어떻게 다시 이용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다 보면 처음에는 조금 꺼려졌던 대상이 어느새 호기심의 대상이 됩니다.


저는 이것이 이 작가님 특유의 힘이라고 느꼈습니다.

어려운 과학을 쉽게 설명하는 책은 많지만 이렇게 하찮다고 생각했던 것을 통해 과학에 대한 우리의 태도 자체를 바꾸어주는 책은 흔치 않습니다.

과학을 거창한 연구실이나 최첨단 실험실에서만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쓰레기 더미와 매립지, 재활용 공장과 소각장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는 시선이 신선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과학이라는 말의 의미도 조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과학은 그저 미래의 기술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만들어진 문명이 남긴 뒷처리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물건을 만드는 기술보다 어쩌면 만들어진 물건이 수명을 다한 뒤 무엇을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기술이 더 성숙한 문명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쓰레기라는 것 또한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쓰레기라고 부르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진 물건인지, 아니면 우리가 그것의 쓸모를 발견하지 못한 것인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어떤 것이 한 사람에게는 쓰레기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자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쓰레기란 물질의 본질적인 상태가 아니라 인간이 부여한 이름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사람에게도 비슷한 질문을 던져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쉽게 쓸모와 가치의 기준으로 세상을 구분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생산하지 못하는 것, 낡은 것, 느린 것, 효율이 떨어지는 것을 자연스럽게 뒤편으로 밀어내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하게 됩니다.

물건 하나도 함부로 버리지 못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단순한 환경론을 넘어 무엇을 가치 있다고 여기고 무엇을 버려도 된다고 판단하는 인간의 기준 자체를 돌아보게 합니다.


책에서 보여주는 재활용의 세계도 그래서 단순히 환경을 지키는 착한 행동으로만 읽히지 않았습니다.

재활용에는 환경보호와 자원 확보, 경제적 이익이 있는 동시에 오염과 품질, 안전성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따라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선한 의지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믿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복잡성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더 나은 방법을 찾아가는 일일 것입니다.

이 점에서 이 책은 환경을 이야기하면서도 감상적으로만 그치지 않습니다.

과학적 사고란 무엇인지도 자연스럽게 보여줍니다.


이 책은 과학을 어려워하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공식과 숫자, 전문용어가 부담스러워 과학책을 멀리했던 분들도 쓰레기라는 친숙한 소재를 통해 자연스럽게 과학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환경과 기후변화, 자원순환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도 좋지만 역사와 사회문제, 산업과 기술이 어떻게 서로 얽혀 있는지를 흥미롭게 바라보고 싶은 분들에게도 잘 맞을 것 같습니다.

한편 무언가를 너무 쉽게 하찮게 여기는 분들도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꼭 환경에 관심이 많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오히려 쓰레기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일수록 이 책을 읽어볼 만합니다.

우리가 무심하게 지나쳤던 것들 속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는지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좋은 문명이란 쓰레기가 하나도 없는 문명이 아니라 자신이 만들어낸 쓰레기를 외면하지 않는 문명일 것입니다.

그리고 좋은 어른 역시 자신에게 돌아오는 이익만 누리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남긴 것의 마지막 자리까지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일 것입니다.

가장 하찮아 보이는 것을 똑바로 바라보는 일.

이 책이 우리에게 남기는 가장 큰 의미가 바로 그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본 리뷰는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 이벤트를 통해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것입니다.


#쓰레기과학 #집파리에서인공지능까지 #우리가하찮게여기는쓰레기의모든것 #곽재식 #문학과지성사 #문화충전 #서평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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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만날 수 없는 당신이 생각나는 밤에 - 남겨진 사람들을 위한 28가지 이별 수업
사카구치 유키히로 외 지음, 황정원 옮김 / 포텐업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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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네이버 카페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것입니다.


슬픔과 사별 연구센터를 운영하며 자신들이 상담했던 유가족들의 실제 체험담을 바탕으로, 체계적인 이별 대처법을 제시하는 책이라 현실적이면서도 가슴으로 다가오는 책이 될 것 같아 이 책을 선택했습니다.

이별과 상실, 애도와 회복의 과정 전반에 대한 의미있는 지점들을 캐치해 낼 수 있기를 바라며 의미있게 읽어 보았습니다.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난다는 것은, 그 한 사람의 부재만을 의미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함께 밥을 먹던 시간, 아무렇지 않게 나누던 대화, 전화번호를 누르던 습관, 명절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던 얼굴처럼 한 사람과 연결되어 있던 수많은 일상의 풍경까지 한꺼번에 달라지는 일입니다.

그래서 누군가를 잃는다는 것은 단순히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 지점이 가장 많이 느껴졌습니다.

이 책은 슬픔을 없애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슬픔을 없애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합니다.

빨리 괜찮아져야 한다고 재촉하지도 않고, 언제까지 슬퍼할 것인지 기한을 정해주지도 않습니다.

그저 지금의 내가 슬프다면 슬픈 채로 있어도 괜찮다고, 오늘 하루를 간신히 살아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해줍니다.

이 담담한 태도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별을 경험한 이들에게 우리는 진부한 위로의 말을 건내곤 합니다.

그런데 어쩌면 그 말들이 그들에는 위로가 아니라 또 하나의 짐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슬픔에 빠진 사람에게 일상으로 빠르게 돌아가야 한다는 압박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이런 지점들에서는 저의 지난 위로의 말들을 되돌아보게 해주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괜찮아진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괜찮아진다는 것은 더 이상 울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문득 떠오르는 기억에 잠시 멈췄다가 다시 걸어갈 수 있는 상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슬픔이 사라지는 것이 회복이 아니라 슬픔을 품은 채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 회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슬픔에 하나의 정답을 강요하지도 않습니다.

유가족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경험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28가지의 대처 방식을 제시한다는 구성도 좋았습니다.

누군가는 사람을 만나야 위로받고, 누군가는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마음껏 울어야 하고, 어떤 사람은 몸을 움직이거나 일상을 정돈하면서 조금씩 자신을 회복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각자의 방식과 다양한 대처 방식은 우리에게 훨씬 넓은 선택의 폭을 제시하는 듯했습니다.


이 차이를 인정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중요한 일입니다.

슬픔은 사랑의 크기만큼이나 개인적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부모를 잃은 형제자매라도 슬퍼하는 방식이 다를 수 있고, 같은 사람을 떠나 보낸 배우자와 자녀의 슬픔도 같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타인의 슬픔을 너무 쉽게 자신의 경험과 비교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조언과 위로를 하려 합니다.

슬픔에도 각자의 속도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반드시 이해해야 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심리적 위로를 넘어 인간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결국 누군가의 아픔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내 방식으로 고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자신의 방식으로 아파할 권리를 인정하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람은 육체적으로 사라진 뒤에도 다른 방식으로 남게 됩니다.

이미 떠난 사람이지만 우리는 그 사람을, 우리의 삶의 일부로 다시 나타나게 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이는 과거에 붙잡혀 사는 것이 아니라 한때 사랑했던 존재를 현재의 삶 속에서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애도는 놓아주는 일만은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관계의 형태를 바꾸는 일에 가깝다고 느껴집니다.

살아 있을 때는 손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는 관계였다면, 떠난 뒤에는 기억하고 추억하며 마음속에 남겨두는 관계가 됩니다.

보고 만질 수 없지만 사라지지 않는 관계.

만날 수 없지만 내 삶에서 완전히 지워지지도 않는 관계인 것입니다.


인간에게 죽음은 이상한 사건이라 생각합니다.

죽은 사람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지만, 그 사람이 내게 남긴 의미는 계속 존재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한 인간의 존재는 육체가 살아 있는 동안에만 의미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또 다른 형태로 존재할 때에도 의미가 있는 것인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죽음은 관계의 끝이라기보다 관계의 방식이 달라지는 사건이라고 봐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억한다는 것은 과거를 보존하는 행위인 동시에 현재의 나를 만드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내가 어떤 사람에게 사랑받았다는 기억, 누군가를 깊이 사랑했다는 기억은 그 사람이 떠난 뒤에도 나라는 사람의 일부로 남습니다.

그러니 떠난 사람을 기억하는 일은 과거를 붙잡는 일이 아니라, 그 사람과 함께 만들어온 나의 일부를 소중히 간직하는 일이기도 할 것입니다.


이 책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낸 분들에게 우선 추천하고 싶습니다.

특히 부모님은 물론이고 가족, 친구를 떠나보낸 뒤 아직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버거운 분들이라면 한 번쯤 천천히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또한 가까운 사람의 상실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라 조심스러운 분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 책은 슬픔을 겪는 사람뿐 아니라 슬픔 곁에 서 있는 사람에게도 많은 것을 가르쳐주기 때문입니다.


한편 아직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경험하지 않은 분들에게도 이 책은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이별을 경험하게 됩니다.

부모님과의 이별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도 결국에는 피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애도에 관한 책을 읽는다는 것은 죽음을 미리 연습하는 일이 아니라, 사랑이 남긴 흔적을 어떻게 품고 살아갈 것인지 미리 생각해보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은 우리에게 거창한 해답을 내놓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주 작고 평범한 것들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런 평범함이 오히려 더 의미있는 책이었습니다.

깊은 슬픔 앞에서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대단한 뭔가가 아니라 오늘 하루를 살아낼 수 있게 해주는 작고 평범한 것일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결국 우리는 상실과 슬픔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는 존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했던 사람이 많을수록 언젠가 떠나보내야 할 사람도 많아질 것입니다.

어느 늦은 밤, 문득 떠나간 그 사람이 생각나 눈물이 난다면 굳이 눈물을 닦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좋겠습니다.

이제는 만날 수 없는 사람이지만 한때 분명히 내 곁에 있었고, 사랑했던 사람이라면 그리워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 사람과 다시 만나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제는만날수없는당신이생각나는밤에 #남겨진사람들을위한28가지이별수업 #사카구치유키히로 #아카타지즈루 #황정원 #포텐업 #북유럽 #서평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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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 불공평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11가지 법칙
체탄 바갓 지음, 이선미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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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네이버 카페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것입니다.


영화 <세 얼간이>의 원작자인 저자의 삶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 책이라 기대를 가지고 선택했습니다.

저자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우리의 선택과 행동을 되돌아보게 해주며, 현실적으로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조언들을 남겨줄 것이라 기대하며 의미있게 읽어 보았습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세상이 어느 정도는 공정, 공평하다고 배웁니다.

그래서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를 얻고, 노력은 언젠가 보상받는다는 믿음을 가지게 됩니다.

물론 그 믿음은 살아가는 데 필요한 힘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현실을 경험하면서 그 믿음이 완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같은 노력을 해도 출발선이 다르고, 어떤 사람에게는 우연히 찾아오는 기회가 다른 사람에게는 평생 오지 않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런 불공평한 세상이라는 차가운 현실 앞에서 우리는 종종 길을 잃곤 합니다.

노력하면 다 된다는 따뜻한 위로가 현실에서는 거짓말처럼 느껴질 때, 이 책은 서늘하면서도 명쾌한 지점을 짚어내 줍니다.

그렇기에 이 책은 지독하게 현실적이지만, 결코 냉혹하지만은 않은 따스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이 지닌 장점이자 다른 자기계발서들과 확실히 구분되는 지점은 바로 현실의 계층과 불완전함을 바라보는 정직한 서사 구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흔히 성공학 서적들이 마음만 먹으면 뭐든 할 수 있다는 식의 무책임한 긍정론을 펼치거나, 저자의 거창한 성공담을 나열하며 은근한 우월감을 내비치곤 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가상의 배달기사 비라즈라는 인물과의 대화라는 형식을 빌려와 스스로의 초라했던 과거와 치부, 실패의 경험을 매우 겸손하게 들려줍니다.


저자와 비라즈가 점심시간마다 나누는 소통은 단순한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아닙니다.

상처받은 두 영혼이 서로의 삶을 위로하고, 세상을 향해 한 걸음 내딛도록 돕는 너무나도 인간적인 교류였습니다.

이 대화체 구성은 많은 이들이 자연스레 저자가 만든 프레임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이는 마치 실제 멘토와 깊은 대화를 나누는 듯한 몰입감을 주는 좋은 구성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책 속에 담긴 메시지를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면 흥미로운 질문과 마주하게 됩니다.

저자는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전제, 즉 계층 간의 진입장벽이 존재한다는 서늘한 진실에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이는 한나 아렌트나 신자유주의 비판론자들이 지적하는 현대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과 통합니다.

그러나 저자는 숙명론적 포기를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세계의 불공평함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순간, 역설적으로 우리는 세상 탓을 멈추고 온전히 자신의 삶에 대한 자율성과 주체성을 회복하게 됩니다.


니체는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는 아모르 파티, 운명애를 말하며 삶의 고통과 불평등까지도 적극적으로 끌어안을 때 진정한 위버멘쉬, 초인이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 책에서는 니체의 철학이 여러 지점에서 깊이있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나를 구하러 올 영웅은 세상에 없으며, 인생의 운전대를 쥔 것은 결국 나 자신이라는 냉정한 깨달음은 자칫 자책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삶의 궁극적인 목적을 행복으로 연결시킴으로써 철학적 균형을 잡습니다.

성공을 위한 지독한 절제와 노력이 미래를 향해 달리더라도, 지금 이 순간 나 자신을 1순위에 두고 일상의 작은 행복을 누려야 한다는 조언은 존재론적 차원에서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노력과 행복 사이의 균형을 잡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삶의 지혜임을 일깨워줍니다.


물론 이 책에서 저자가 펼치는 모든 주장에 동의하지 않아도 큰 상관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의 불평등에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회적, 구조적 문제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모든 결과를 개인의 태도와 노력으로만 설명한다면 오히려 현실의 복잡성을 놓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내가 바꿀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선택까지 포기하지 말자는 느낌으로 읽으면 더 의미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선 이 책은 남들과 비교하며 출발선의 차이에 깊은 좌절감이나 억울함을 느끼는 청춘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헛된 희망고문 대신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실천 가능한 부분부터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는 진짜 용기를 얻게 될 것입니다.

더불어 반복되는 매너리즘에 빠져 자극적인 매체에 마음을 빼앗기고 삶의 주도권을 잃어버린 분들에게도 도파민 디톡스의 의미로 이 책이 가치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인생의 소중한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정작 자신의 행복과 마음의 평정을 잃어가고 있다고 느끼는 분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세상이 공평하지 않다는 사실은 어쩌면 새로운 발견이 아닙니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다만 그것을 인정하는 순간 무엇을 해야 할지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세상이 공평하지 않다는 사실을 바꿀 수는 없더라도, 그 불공평함을 이유로 내 삶까지 불공평하게 대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인생의 모든 조건을 내가 결정할 수는 없지만, 주어진 조건을 가지고 어떤 방향으로 걸어갈지는 어느 정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의 마지막에 남는 것은 성공에 대한 욕망보다 삶에 대한 태도입니다.

더 많이 가지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삶을 조금 더 나답게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성공만큼이나 행복을 잊지 않는 것.

불공평한 세상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남보다 더 강해지는 일이 아니라, 불공평함을 인정하면서도 끝내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세상은공평하지않다 #불공평한세상에서살아남는11가지법칙 #체탄바갓 #이선미 #오픈도어북스 #북유럽 #서평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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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아이디어에서 비즈니스로
제이크 냅 외 지음, 박우정 옮김 / 김영사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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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네이버 카페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것입니다.


고객에게 통하는 아이디어의 조건과 이를 찾아내는 방법을 알려주는 유의미한 책이 될 것 같아 이 책을 선택했습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반드시 답해야 할 핵심 질문을 짚고 막연한 아이디어를 검증 가능한 가설로 구체화하는 방법을 제시해 줄 것이라 기대하며 의미있게 읽어 보았습니다.


우리는 흔히 창업이나 신규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거창한 사업계획서나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부터 채워 넣곤 합니다.

수개월 동안 시장 자료를 긁어 모으고, 수많은 회의를 통해 남들에게 그럴듯해 보이는 계획을 만드느라 중요한 에너지와 열정을 다 소모해 버리곤 합니다.

그런데 이 책은 그 무겁고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비즈니스의 시작을 가볍게 만들어 주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이 책이 단순히 프로젝트를 빨리 진행하는 꿀팁을 모아놓은 테크닉 모음집은 아닙니다.

오히려 일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와 인간이 집단 속에서 어떻게 소통하고 결정해야 하는가에 대한 깊은 관찰이 담긴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 그동안 의무감에 회의를 하고 그 속에서 쓸데없는 말들을 쌓여가며, 정작 소중한 아이디어를 잃어버렸던 순간들이 떠오르게 될 것입니다.

더불어 저자들이 제안하는 방식은 그 무의미한 에너지 낭비에 마침표를 찍어주는 의미있는 조언으로 다가갈 것입니다.


이와 비슷한 장르의 경영이나 스타트업 관련 책들을 보면 큰 차이점을 못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금은 뻔한 전통적 경영학적 기법이나 나름의 혁신을 강조하는 내용을 담고 있음에도 체감하고 몰입하기는 쉽지 않은 내용들이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전혀 다른 방식의 실천적 경험을 보여주기 때문에 좋았습니다.


우선 말하는 회의를 쓰고 투표하는 시간으로 전환하는 혁신적인 설계입니다.

기존의 수많은 기획 프레임워크가 집단 브레인스토밍의 화려함에 기대어 있었다면, 저자들은 오랫동안 구글과 여러 현장에서 발견한 지점을 짚어 냅니다.

목소리 큰 외향적인 사람이나 직급이 높은 사람의 말이 주도하는 브레인스토밍은 대개 그저 그런 결과물로 이어진다고 얘기합니다.

말 대신 각자 정적 속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제안을 무기명으로 검토하며, 표로 결정짓는 정교한 절차는 의미있는 내용이라 생각합니다.


더불어 실행 단계 이전의 토대에 집중한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기존 베스트셀러였던 스프린트가 5일 동안 시제품을 만들고 테스트하는 빠른 부딪힘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책은 그 부딪힘마저 헛수고가 되지 않도록 만드는 단 2일, 10시간을 제시합니다.


한편 슬랙, 블루보틀, 지메일 등 거창한 성공 신화의 뒷면에 숨겨진 초기 가설들을 가감 없이 보여준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거대한 기업들도 처음부터 완벽한 비전으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아주 좁지만 선명한 단 하나의 질문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에게 용기를 주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단순히 경영 실용서로만 읽지 말고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면 의미있게 읽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내가 낸 아이디어나 기획을 자기 자신과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합니다.

그렇기에 내 아이디어가 비판 받으면 내가 부정당했다고 느끼고, 어떻게든 내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고집을 부립니다.


하지만 이 책이 다루는 토대 구축 가설의 핵심은 아이디어를 주관적인 신념의 영역에서 객관적인 실험 대상의 영역으로 내려 놓습니다.

우리의 첫 아이디어를 영원 불변한 진리가 아니라 언제든 수정되고 버려질 수 있는 가설로 정의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비즈니스 기술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이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고 고객의 반응 앞에 겸허히 서는 실존적 용기를 요구하는 철학적 태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한나 아렌트는 다수가 모여 이야기할 때 발생하는 선동과 분위기에 쏠리는 집단 사고의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들이 강조하는 자유토론 금지, 말없이 각자 아이디어를 적고 투표하기라는 원칙은 집단 속에서 개인의 이성이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실천적 윤리를 보여줍니다.

모두가 동시에 목소리를 낼 때 오히려 진실은 묻히고, 정적 속에서 각자의 생각을 침묵으로 가다듬을 때 비로소 진정한 가치가 드러납니다.

침묵을 통한 의견 수렴은 권력 관계는 잠시 내려놓고, 평등한 개인들이 오직 아이디어의 가치만으로 평가하는 가장 민주적인 장치라 할 수 있습니다.


10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제한은 단순히 속도전을 뜻하지 않습니다.

시간이 무한하다고 느낄 때 인간은 잡다한, 큰 의미가 없는 것들에 집착하게 됩니다.

그러나 시간을 10시간으로 강제로 압축하게 되면, 우리는 선택과 집중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불필요한 사족과 선입견, 장식들을 모조리 배제하고, 이 비즈니스가 존재해야 하는 진짜 이유인 본질만을 남기게 되는 과정인 것입니다.


우선 이 책을 프로젝트의 리더나 팀장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수많은 회의를 함에도 불구하고 정리되지 않는 의견들과 결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고 느껴지는 시간이 많았던 이들에게 유의미한 지점을 남겨 줄 것입니다.

특히 팀원들의 눈치를 보거나 독단적인 독재자가 되지 않고도 팀의 방향을 깔끔하게 하나로 모으는 리더십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더불어 관성적으로 일하는 조용한 조직에서 의미있는 지점을 만들어 내고 싶은 팀원들에게도 의미있는 책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답답한 조직 문화 속에서 자신의 신선한 아이디어가 묻히는 것을 경험했던 분들이라면 이 책이 언젠가는 자신의 진짜 가치를 팀에 증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결국 이 책을 통해 비즈니스의 성공이 화려한 기교나 거대한 자본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고객과 팀원에 대한 깊은 이해와 존중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저자들이 말하는 10시간의 프로세스는 결국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을 비즈니스의 언어로 바꿔놓은 것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우리는 아이디어가 넘쳐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수많은 아이디어 중에서 진짜로 가치 있는 하나를 골라내고, 그것을 세상과 연결하는 클릭의 순간은 그냥 찾아오지 않습니다.

막막함 속에서 명쾌한 길잡이가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이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클릭 #아이디어에서비즈니스로 #제이크냅 #존제라츠키 #박우정 #김영사 #북유럽 #서평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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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왜 이런지 부처님께 물었습니다 - 인생의 굴레마다 찾아온 뜻밖의 해답
우인 지음 / 서울문화사 / 2026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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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네이버 카페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것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막막한 삶에 대한 이정표 하나를 붙여보고 싶어 이 책을 선택했습니다.

흔들려도 괜찮다고, 마음이라는 물은 원래 흔들리는 것이라고 말씀 하시는 부처님의 품 속으로 들어가 진정한 삶의 깨달음을 얻는 의미있는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누구보다 치열하고 빈틈없이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며 문득, 지금 내가 잘 살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본 적이 누구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질문에는 답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고 삶이 무너진 것도 아닌데 마음은 늘 어딘가에 쫓기는 것 같습니다.

분명 내 삶인데 정작 나는 그 삶을 충분히 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이건 현대인이라면 대부분이 느끼는 공통된 감정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을 짚어 보게 합니다.

그리고 이 책의 매력은 거창한 해답을 내놓는 데 있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내가 이미 알고 있지만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던 감정을 차분히 정리해주는 느낌이라 좋았습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너무 평범해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지점들을 캐치하고, 그 평범함 속에 숨어 있는 마음의 구조를 불교의 언어와 연결해보게 됩니다.


보통 마음 공부를 테마로 삼고 있는 기존의 책들은 열심히 처방을 내려주려 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읽는 순간에는 고개를 끄덕이지만, 책을 덮으면 예전의 현실로 다시 돌아가게 될 뿐입니다.

그리고 다시 불안해지면 예전처럼 또 자신을 탓하게 됩니다.

마음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마저 하나의 부담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조금 다릅니다.

마음을 통제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습니다.

흔들리는 것 자체를 문제로 만들지 않습니다.

마음은 원래 흔들릴 수 있고, 중요한 것은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흔들렸을 때 그것을 알아차릴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이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강한 사람이 되는 법을 배워왔습니다.

참는 법, 견디는 법,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법, 감정을 통제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삶에서 필요한 것은 감정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능력이 아니라 감정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태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불교가 조금 다르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불교의 가르침을 종교적 교리로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그 안에는 인간이 왜 괴로운지를 관찰해온 오랜 시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천 년 전 사람과 지금의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은 전혀 다르지만 마음이 만들어내는 문제에는 놀라울 만큼 비슷한 구석이 있습니다.

수천 년 전 사람이 느꼈던 집착과 불안이 오늘날에 조금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뿐입니다.

과거에는 남의 재산을 부러워했다면, 지금은 SNS 화면 속 타인의 삶을 보며 비교합니다.

과거에도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지금도 좋아요 숫자를 통해 인정받고 싶어합니다.

과거에도 미래를 걱정했고, 지금도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수많은 가능성을 검색하고 계산하면서 미래를 걱정합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났어도 마음의 작동 방식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관계에는 가까워지는 것만큼 적당한 거리를 두는 일도 필요합니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할수록 오히려 자신의 마음을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울타리가 있다고 해서 꽃이 덜 아름다운 것이 아니듯, 경계가 있다고 해서 관계가 반드시 멀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서로의 영역을 인정할 때 관계는 더 오래 지속될 수 있습니다.


한편 삶에서 비교가 시작되는 순간 우리는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라 타인의 삶을 따라가는 사람이 됩니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이 비교의 대상이 되고 나면 아무리 많이 가져도 부족하다고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결핍은 물질이나 숫자를 통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욕망을 무조건 없애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 욕망이 정말 나에게서 시작된 것인지, 아니면 상대와의 비교를 위해 필요한 것인지 묻는 것입니다.


내가 선택했다고 생각했던 것 가운데 실제로는 사회가 만들어준 욕망이 얼마나 많을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것을 갖는 것이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인지도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선택한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상당수의 선택은 이미 만들어진 욕망의 리스트에서 골라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런 질문들을 따라가다 보면 잘 산다는 말의 의미도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잘 산다는 것은 흔들리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무엇 때문에 흔들리는지 알고 다시 내 자리로 돌아오는 삶일 수도 있겠습니다.

항상 평온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평온하지 않은 순간에도 자신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마음을 고치는 책이라기보다 마음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는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매일 바쁘게 살아가지만 정작 무엇 때문에 바쁜지 모르는다고 생각하는 분들께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직장과 인간관계에 지쳐 있으면서도 번아웃을 느끼시는 분들과 다른 사람의 말과 반응에 지나치게 마음이 혼란스러워지시는 분들에게도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불교에 관심이 없으신 분들도 읽는데 전혀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종교와 관계없이 내 마음의 작동 방식에 대한 질문에 편안하게 접근해보고 싶으신 분들에게 좋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독자들에게 또 하나의 숙제를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더 부지런해지라고 하지 않고, 더 완벽한 사람이 되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저 잠시 멈추고 마음을 바라보라고 합니다.

어쩌면 우리가 가장 어려워하는 일이 바로 그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뭔가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그저 지금 내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바라보는 것 말입니다.


사는 일이 힘든 이유는 삶이 늘 특별히 잘못되어서가 아닐 것입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날에도 마음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만들고, 붙잡고, 비교하고, 걱정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삶을 바꾸는 첫걸음은 바깥의 조건을 모두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마음의 움직임을 알아차리는 데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이 바로 그 알아차림을 시작하게 해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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